의사진술과 시적 허용 (1) 의사진술(擬似陳述 어떤 진술(陳述)의 가치는 대개 해당 진술과 그 진술이 지시하는 바의 일치 여부에 따라 판가름할 수 있다. 그러나 시적 진술을 두고 과학적․실증적 차원에서 그 진위(眞僞)를 논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시적 진술은 과학적 진리를 설명하는 담론이 아니기 .. 현대문학 2011.10.05
문병란 그리고 조관우 직녀에게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그대 몇 번이고 감고 푼 실을 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 현대문학 2011.07.15
김영랑의 「연 1」을 읽으면서 김영랑의 「연 1」을 읽으면서 <조매롭다>와 <조마조마> 김영랑은 박용철, 정지용, 이하윤 등과 창간한 동인지 『시문학』(1930)에서부터 본격적인 시 창작 활동을 보여준다. 그의 초기 시들은 『영랑시집』(1935)으로 묶여지고 있거니와 서정적 자아의 깊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비애의 정감을 .. 현대문학 2011.04.30
기형도, <식목제>에 대한 감상과 이해 식목제(植木祭) 기형도 어느 날 불현듯 물 묻은 저녁 세상에 낮게 엎드려 물끄러미 팔을 뻗어 너를 가늠할 때 너는 어느 시간의 흙속에 아득히 묻혀 있느냐 축축한 안개 속에서 어둠은 망가진 소리 하나하나 다듬으며 이 땅 위로 무수한 이파리를 길어 올린다 낯선 사람들, 괭이 소리 삽소리 단단히 묻.. 현대문학 2011.04.30
오규원, <물증>에 대한 이해와 감상 물증(物證) 오규원 아프리카 탕가니카 호(湖)에 산다는 폐어(肺魚)는 학명이 프로톱테루스 에티오피쿠스 그들은 폐를 몸에 지니고도 3억만 년 동안 양서류로 진화하지 않고 살고 있다 네 발 대신 가느다란 지느러미를 질질 끌며 물이 있으면 아가미로 숨쉬고 물이 마르면 폐로 숨을 쉬며 고생대(古生代.. 현대문학 2011.04.27
[전작 해설 주해]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하편] '상편'에 이어지는 '하편' 해설입니다. 워낙 분량이 많아 둘로 나눠서 올립니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동경 유학까지 다녀온 지식인 예술가인 구보이지만, 일정한 직장도 못 구하고, 도시 거리를 배회하면서 주변 풍경이나 군중과 마주칠 때마다 상념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주목해야 .. 현대문학 2011.04.25
[전작 해설 주해]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상편] 이 작품의 줄거리는 동경 유학까지 다녀온 지식인 예술가인 구보이지만, 일정한 직장도 못 구하고, 도시 거리를 배회하면서 주변 풍경이나 군중과 마주칠 때마다 상념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특별한 목적 없이 외출하여 걷고, 다방에 들어가고, 벗을 만나고 하는 ‘.. 현대문학 2011.04.25
수사법(修辭法)의 시작과 끝 [1] 수사법(修辭法) 글쓴이의 사상과 감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표현의 기교로 보아 다음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 •비유법 : 표현하려는 대상을 그와 비슷한 다른 사물과 비겨서 표현. •강조법 : 문장에 힘을 주어 강조함으로써 짙은 인상을 주는 방법. •변화법 : 단조로움과 지루함을 피.. 현대문학 2011.04.25
함민복, <눈물은 왜 짠가>에 대한 단상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현대문학 2011.04.21
김소월 <그를 꿈꾼 밤> -호리지차가 현격한 거리를 낳는다 호리(豪釐)의 차이가 천 리의 현격한 거리를 낳는다. 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구양수(歐陽修)가 한 떨기 모란꽃 아래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그림을 얻었다. 잘된 그림인지 어떤지를 알 수 없어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그 사람은 그림을 가만히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꽃이 활짝 피고 색이 말라 있는 걸 보니 이것은 해가 중천에 있을 때의 모란이다. 고양이 눈의 검은 눈동자가 실낱같이 가느니 이 또한 정오의 고양이 눈이다.” 사이비(似而非)가 아니고 진짜였던 것이다. 예술의 진가는 이렇게 알아보는 안목 앞에서만 빛나는 법이다. 반대의 예도 있다. 에 나오는 이야기다. 옛날 그림으로 묘필이라 일컫는 것이 있었다. 늙은이가 손자를 안고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이는 모습을 그렸는데, 신채가 살아 있는 듯하.. 현대문학 2011.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