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지는 '하편' 해설입니다. 워낙 분량이 많아 둘로 나눠서 올립니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동경 유학까지 다녀온 지식인 예술가인 구보이지만, 일정한 직장도 못 구하고, 도시 거리를 배회하면서 주변 풍경이나 군중과 마주칠 때마다 상념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특별한 목적 없이 외출하여 걷고, 다방에 들어가고, 벗을 만나고 하는 ‘구보’의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그 일상성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주인공 ‘구보’의 의식 추이(推移)와 그것을 서술하고 있는 서사 양식이다. 따라서, 이 소설에서는 전통적인 소설 장르에서 중시하는 사건이나 행위, 갈등은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소설을 이끌어 가는 것은 ‘구보’의 지각과 의식의 유동(流動)뿐이기 때문이다. 또 소설 속의 현실적인 공간은 스물 여섯 살 ‘구보’의 서울에서의 하루뿐이지만, 의식의 공간은 첫사랑을 시작한 어린 소년기에서 동경 유학 시절에 이르기까지 확대된다. 따라서, 플롯(plot)을 중심으로 하는 서사 구조가 약화되어 있는 반면, 과거에 대한 회상이나 의식의 추이에 대한 서술이 강화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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