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그를 꿈꾼 밤> -호리지차가 현격한 거리를 낳는다
호리(豪釐)의 차이가 천 리의 현격한 거리를 낳는다. 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구양수(歐陽修)가 한 떨기 모란꽃 아래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그림을 얻었다. 잘된 그림인지 어떤지를 알 수 없어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그 사람은 그림을 가만히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꽃이 활짝 피고 색이 말라 있는 걸 보니 이것은 해가 중천에 있을 때의 모란이다. 고양이 눈의 검은 눈동자가 실낱같이 가느니 이 또한 정오의 고양이 눈이다.” 사이비(似而非)가 아니고 진짜였던 것이다. 예술의 진가는 이렇게 알아보는 안목 앞에서만 빛나는 법이다. 반대의 예도 있다. 에 나오는 이야기다. 옛날 그림으로 묘필이라 일컫는 것이 있었다. 늙은이가 손자를 안고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이는 모습을 그렸는데, 신채가 살아 있는 듯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