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류기진, <그 사람 찾으러 간다>

국어의 시작과 끝 2007. 6. 4. 00:55
 

류기진, <그 사람 찾으러 간다>

 

철없이 사랑했던 날은 가고

무작정 사랑했던 날도 가고

이제는 정리다 정리, 마음에 와 닿는

진실 하나 찾으러 갈 거다.

왜 이별했나, 묻지를 마라.

당신도 사연 있잖아.

예쁜 여자 만나면 멋진 남자 만나면

아직도 뜨거운 가슴이 있다.

눈물도 있고 정도 있다.

내 생애 마지막 정열

그 사람 찾으러 간다.


날마다 봄날인줄 알았던 나

언제나 청춘인줄 알았던 나

이제는 정리다 정리, 마음에 와 닿는

진실 하나 찾으러 갈 거다.

왜 이별 했나 묻지를 마라.

당신도 사연 있잖아.

예쁜 여자 만나면 멋진 남자 만나면

아직도 뜨거운 가슴이 있다.

눈물도 있고 정도 있다.

내 생에 마지막 정열

그 사람 찾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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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노래방에 가면 참 기분이 좋다. 단란주점의 '단란'은 가족 노래방에 붙여야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식의 입장에서 좀처럼 듣기 쉽지 않았던 아버지의 노래를 듣는 것은 더욱 그렇다.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아버지에게도 저런 면이 있었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코끝이 찡해지는 느낌이 들 때 특히 그렇다. 오기택의 <아빠의 청춘>은 전형적인 예일 텐데, ‘나에게도 아직까지 청춘은 있다.’고 열창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그래, 아빠도 한 때는 우리처럼 젊었었지. 사랑도 했고, 이별도 했고, 꿈도 많으셨겠지 등등.


아내의 입장이라면 어떨까? 예로부터 세상 물정 다 아는 나이라는 50세. 불혹(不惑)도 지나고, 지천명(知天命)에 이른 남편이 ‘아직도 뜨거운 가슴이 있다’고 열창을 한다면 어떨까? 류기진의 <그 사람 찾으러 간다>가 딱 그렇다. 먼저 그는 <이제는 정리다 정리>라고 노래한다. 철없이 사랑했던 날도 갔고, 무작정 사랑했던 날도 갔단다. 마음에 와 닿는 진실 하나만 남기고 정리한다고 노래한다. 그리고 진실 하나 찾으러 갈 거라고 노래한다. 그리고 왜 이별 했냐고 묻지 마란다. 왜! 그 답변은 도발적이다, 아니 솔직하다. ‘당신도 사연 있잖아’라고.


장년(壯年)의 여유가 느껴지는 것이 아름답고 멋지다. 하지만 아내의 입장이라면 꼭 그럴 수만은 없는 일. 아니 이 남자가 첫사랑이라도 찾아 나서겠다는 것인가, 하고 나이 먹어서 무슨 짓거리람, 하고 걱정이 앞설 수도 있겠다. 내게는 아직도 생각만 하는 설레는 첫사랑이 없는 줄 아는 감, 하고 살짝 삐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리 걱정할 것은 아닌 듯싶다. ‘예쁜 여자 만나면 멋진 남자 만나면 아직도 뜨거운 가슴이 있다’에서 보듯, 남녀를 불문하고 정열이 아주 식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 ‘뜨거운 가슴’, ‘눈물’과 ‘정’이 남자에게만 남아 있겠는가, 여자도 사정이 다를 수 없음을 그는 다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류기진 씨의 입장에서 ‘그 사람’을 젊은 날의 연인 정도로 국한하여 해석하는 것에 불만이 있을 성 싶다. 노랫말에서 ‘내 생애 마지막 정열’과 ‘그 사람’이 같은 의미를 갖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앞의 것이 알맹이고 뒤의 것은 한갓 비유에 불과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 해석하자면, 첫사랑과 같은 정열을 가졌던 내 인생의 그 무엇을 다시 찾아 나서고 싶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인생을 정리할 시점에 이르러서도, 이것만은 꼭 한번 해보고 싶다. 죽기 전에 그걸 못하면 한(恨)으로 남을 것 같다. 이런 저런 사연으로 말미암아 그 길을 가지 못했지만, 꼭 한번 해 보고 싶은 그런 것이 있지 않겠는가? 그것을 그는 ‘내 생애 마지막 정열’이라고 노래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본다면, 이 노래는 참 건전하다. 아니 건강하다. 청량함이 느껴지는 창법도 그렇지만, 리듬이 특히 그렇다. 흔히 폴카라고 불리는 포크 댄스 리듬이 두드러지는 리듬이 그 건강함을 배가시키는 성 싶다. 폴카가 뭐냐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운동회 때, 남녀가 마주 보며 경쾌한 2박자 리듬에 맞춰 추는 포크 댄스가 바로 폴카다. <그 사람 찾으러 간다>는 그러니까, 바로 그 즈음의 꿈을 찾아 나서는 노래로 보는 것이 옳지 않나 싶다. 가수 류기진 개인으로 본다면, 가수가 되는 꿈을 꿨던 바로 그 시절의 꿈 말이다. 중소기업을 이끄는 사업가로서 사회적 기반을 다 다진 류기진 씨가 뒤늦게 가수로 데뷔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 아닐까? 그 인생길의 볕과 그늘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아내의 입장에서, 노래방에서 가족과 모여 이 노래를 부르는 남편 류기진의 노래를 듣는 풍경, 참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희정 wizbook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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