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장윤정, <이따 이따요>

국어의 시작과 끝 2007. 5. 26. 03:45
 

장윤정, <이따 이따요>


가끔은 짧은 치마를 입고

가끔은 짙은 화장을 하면

아주 낯선 시선들이 하나둘 다가 와요

여자니 미소 한 번 건냈고

여자니 한 번쯤은 팅기고

마지 못해 대답해 주면

어느 새 내게로 와 ~

안돼 안돼 좀 이따 이따요

그래 그래 더 이따 이따요

우린 아직 모르는게 너무나 많아요

안돼 안돼 더 다가오지 마세요

그래 그래 더 조금만 더 천천히

정말 나를 원한다면

아 ~ 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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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달콤한 말 뿐이죠

이래도 저래도 다 좋대요

남자들은 똑같아요

조금만 천천히~ 요 ~

오늘은 손만 잡아줄래요

입술은 나중에 허락할래

나의 마음까지 안아줄 그런 남자를 원 ~ 해

안돼 안돼 좀 이따 이따요

그래 그래 더 이따 이따요

여자 맘을 몰라주는 남자는 싫어요

안돼 안돼 오늘은 여기 까지만

그래 그래 너무 서두르진 마요

정말 나를 원한다면

아 ~ 껴 주세요


안돼 안돼 좀 이따 이따요

그래 그래 더 이따 이따요

여자 맘을 몰라주는 남자는 싫어요

안돼 안돼 오늘은 여기 까지만

그래 그래 너무 서두르진 마요

정말 나를 원한다면

아! 하이아 아! 하이아

아 ~ 껴 주세요 ~

 

  

젊은 트로트. 다 아는 이야기지만, 장윤정 노래의 매력은 그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뭐가 젊다는 것일까? 한 동안 트로트 가요계를 주름잡은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보다 장윤정이 젊다. 설마 그럴 리가? 맞는 말이지만, 이건 아니다. 가수가 젊다는 것과 노래가 젊다는 것은 연관이 있지만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라면, ‘젊은 트로트’가 아니라, ‘젊은 장윤정’이 맞다. 근거 있는 이야기이지만, 초점이 빗나갔다.


다음, 노래가 젊다. 들어 봐라, 경쾌하고 빠르지 않느냐? 역시 맞는 말. 하지만, 남진의 <둥지>와 비교해 보면 어떤가? 빠르기 면에서나 경쾌함의 측면에서나 남진의 <둥지>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그래도 우리는 <둥지>를 두고 젊은 트로트라고는 하지 않았다. 다만 남진의 모던한 감각이 여전하구나, 이 정도였다. ‘여전한 젊음’을 보여주는 테크노 트로트였지만, 젊은 트로트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뭐가 젊다는 것인가? 장윤정이 히트시킨 노래의 중요한 대목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어머나> 중에서), ‘안돼, 안돼, 좀 이따 이따요’(<이따 이따요> 중에서), ‘사랑의 콩깍지 씌어 버렸어. 나는 나는 어쩌면 좋아’(<콩깍지> 중에서), ‘짠짠짠 하게 하지 말아요. 말없이 그냥 가세요’(<짠짜라> 중에서>. 좋은 말로 위트가 있지만, 나쁜 말로는 무게 없고 깊이 없음이 특징이다. 이를 두고 좀 진지하게 말하면 감각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감각성이 침체된 트로트를 부흥시키는 일대 계기가 되었음은 두루 아는 바와 같다.


들려오는 소식도 그렇지만, 송대관이라면 <어머나>나 <이따 이따요>는 절대로 안 불렀을 것이다. 송대관의 트로트는 장윤정의 정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매력이기 때문이다. 그는 감각주의가 아닌 인생철학이 깃든 교훈주의를 내세운다. ‘인생은 생방송 홀로 드라마, 되돌릴 수 없는 이야기’<인생은 생방송>)가 그렇고, ‘세월이 약이랍니다. 이 몸의 슬픔을 괴롭다 하지 않고 서럽다 울지 않으리.’(<세월이 약이겠지요>가 그렇다. 그의 노래는 무게 있고 깊이 있음이 특징이며, 감각적인 것과는 좀 거리가 있다. 이 둘의 차이는 장윤정이 앞서 언급한 송대관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상상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얼마나 어색한가.


하지만 생각해 보건대, 송대관도 출발은 참 감각적이었다. ‘쨍 하고 해뜰날’(<해뜰날> 중에서) 하나만으로도 그것은 충분히 증거하고도 남는다. 그렇다면 이제 남는 문제는 장윤정의 변신이다. 언제까지 젊음을 무기로 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하지 않은가? 장윤정은 과연 어디로 갈까? 무게와 깊이를 더하는 쪽으로 가야하는가? 그럴 듯한 방향인 것 같지만, 선뜩 동의하기 어렵다. 그것은 장윤정 트로트의 매력을 크게 깎아 먹어버릴 것만 같다. 어쩔 수 없다. 계속 밀고갈 수밖에. 어머나, 장윤정이 이런 노래를, 또는 이런 노래까지. 그런 반응을 얻는 방향을 갈 수밖에 없다. 그 길이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말이다.


하희정 wizbook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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