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이별

김씨네, <터질거에요>

국어의 시작과 끝 2007. 4. 5. 14:08

김씨네, <터질거에요>

 

내가 전에 말했잖아요/당신을 사랑한다고/당신은 모르실 꺼예요/얼마나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줄!/터질 거예요 내 가슴은 /당신이 내 곁을 떠나면/나는 그대 못 잊어하며/날마다 생각날거야/

꿈길에도 당신 모습은 /언제나 떠나지 않아요/당신만을 생각했어요/얼마나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터질 거예요 내 가슴은 /당신이 내 곁을 떠나면/나는 그대 못 잊어하며/날마다 생각날거야

 

 

Have I told you lately that I love you / Jim Reeves 


Have I told you lately that I love you/ Could I tell you once again somehow
Have I told with all my heart / And soul how I adore you/Well, darling, I''m telling you now
My world would end today if I should lose you/ I''m no good without you anyhow
This heart would break in two if you refuse me/ Well, darling, I''m telling you now
Have I told you lately how I miss you
When the stars are shining in the sky/ Have I told you why the nights are long
When you''re not with me/ Well, darling, I''m telling you now
My world would end today if I should lose you/ I''m just no good without you anyhow
This heart would break in two if you refuse me/ My darling, I''m telling you now


외국 가요의 곡을 따오고, 노랫말은 살짝 바꿔 부르는 것이 번안 가요다. 직역에 가까운 것도 있고, 전혀 딴판인 것도 있다. 김씨네의 ‘터질거예요’의 원전은 짐 리브스의 ‘Have I Told You Lately That I Love You’이다. 김씨네나 양희은의 노래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만, 짐 리브스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기억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짐 리브스는 생김새도 그렇지만, 그의 노래는 동양 문화권에서 수용하기에 비교적 쉬운 편이다.

그렇지만 동서양의 차이는 어느 경우에도 간과하기 어려운 것. 이 노래에서도 마찬가지다. 두 노랫말의 미묘한 차이를 감상해 보는 것도 참 재미있다. 물론 이것은 ‘터질거예요’가 그 자체로도 매우 훌륭한 노랫말임을 전제로 한다. ‘터질거예요. 내 가슴은, 당신이 내 곁을 떠나면’만 해도 그렇다. 두 번의 도치로 이루어진 문장이지만, 비비 꼬았다는 느낌은 전혀 없고,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는가?

‘터질거예요’의 첫 구절은 짐 리브스의 노래를 거의 직역한 것이다. ‘Have I told you lately that I love you?’를 ‘내가 전에 말했잖아요. 당신을 사랑한다고’로 옮겼다. 미묘한 차이 역시 없지 않은데,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두 가지다. 원래 노래는 의문문인데, 번안한 노래에서는 단정적 진술에 가깝다. 또 하나는 ‘최근에’ 정도가 적절한 ‘lately’를 ‘전(前)에’로 옮겼다는 것이다. 최근에 말했다는 것과 예전에 말한 적이 있다는 것의 차이는 결코 적지 않다.

그런데 정작 궁금한 점은 ‘터질거예요’라는 핵심 구절이 도대체 무엇을 번역(또는 번안)한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억눌렀던 감정이 일시에 쏟아져버리는 것을 표현한 이 구절을 빼고 이 노래의 감상은 온전한 것일 수 없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많은 사람들이 ‘터지다’라는 단어를 가장 적절한 문맥에서 소화한 예로 이 노래를 들 것이다. 그만큼 이 노래에서 ‘터질거예요’라는 구절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아마도 ‘This heart would break in two’가 그것일 것이다. 심장이 둘로 조각나 버릴 것이라는 노랫말을 ‘터질거예요. 내 가슴은’으로 옮긴 셈이다. 이 정도면 매우 훌륭한 번역이 아닐 수 없다. 불필요한 일인지 모르겠으되, 이를 관념적으로 옮긴다면 어떨까? ‘당신을 잃고 나면, 난 비탄에 빠질거예요’ 정도가 아닐까? ‘heartbreak’의 사전적 풀이가 ‘비탄’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멋없는 표현인가? ‘또 터질거예요’는 얼마나 멋진 번안이고.

이제 ‘비탄에 빠지다’와 ‘터질거예요’의 차이를 생각해 볼 차례다. 앞의 것이 감정적이라면, 뒤의 것은 감각적이다. 앞의 것이 개념적이라면, 뒤의 것은 구체적이다. 이러한 차이는 노랫말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잘 알려진 노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떠올려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것이 ‘시월의 마지막 밤’이 아니고, ‘그녀와 이별하는 날’이었다면 어쩔 뻔했는가? 인기 가수 이용도 없었을 것이고, 우리에게 10월의 마지막 밤이 무미건조한 365일 중의 하루에 그쳐버리지 않았겠는가? 결코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하기 어려운 ‘터지다’라는 우리말이 그저 그런 단어로 그쳤을 것을 생각하면, ‘터질거예요’의 작사가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리메이크 백미현

 

하희정 <문학평론가|wizbook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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