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소설 공부에 꼭 필요한 개념 정리
1. 서술과 묘사
① 서술 : 사건의 경과를 나타내어 주로 사건을 진행시키고, 사건 진행의 속도를 조절하며, 플롯의 전개를 가능하게 함. 서술만 하면 장면적인 상황 제시가 어려움.
예) 복녀의 송장은 사흘이 지나도록 무덤으로 못 갔다. 왕 서방은 몇 번을 복녀의 남편을 찾아갔다. 복녀의 남편도 때때로 왕서방을 찾아갔다. 둘의 사이에는 무슨 교섭하는 일이 있었다. -김동리, <감자>
② 묘사 : 감각적, 사실적으로 장면을 그려 보여주는 방법. 사건의 사실화. 구체화가 됨. 묘사만 강조하면 플롯의 전개가 힘들고 동적인 사건성이 제시되기 어려움.
예) 복녀의 입에 아직껏 떠돌던 이상한 웃음은 문득 없어졌다. “이까짓 것.” / 그는 발을 들어서 치장한 신부의 머리를 찼다. /“자, 가자우, 가자우.” 왕서방은 와들와들 떨었다.-김동인, <감자>
2. 액자식 구성 : 한 작품이 ‘내부 이야기’와 ‘외부 이야기’로 이루어지는 구성 방식. ‘내부이야기’는 이야기 속의 핵심을 가리키며, ‘외부이야기’는 이를 둘러 싼 이야기로서 후자의 액자가 됨. 액자식구성은 보통 시점이 바뀌며, 특히 내부 이야기는 신빙성을 위해 서술자와의 거리를 유지하고 사건 자체를 객관화함.
예)소녀가 남기고 간 그림―---이것을 할아버지께서는 ‘무녀도(巫女圖)’라 불렀지만―---과 함께 내가 할아버지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 김동리,<무녀도>
3. 전형적 인물 : 어떤 특정 부류나 계층의 보편적인 성격을 대표하는 인물. 이와 달리 어떤 특정 사회의 부류나 계층에 속하지 않는 독자적인 성격의 인물로 독특한 개성을 지닐 때는 ‘개성적 인물’이라고 함.
예) <태평천하>의 ‘윤직원’, <삼대>의 ‘조의관’
* 개성적인 인물은 전형적인 인물과 대립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소설 속의 인물은 전형적이면서 개성적인 성격을 지니기 마련. 전형적이면서 개성을 발휘하는 인물이어야만 소설 속에서 살아있는 인물이 될 수 있음.
4. 외면 묘사와 내면 묘사
① 외면 묘사 : 용모, 풍채, 복장, 표정, 동작, 행위 등 겉모습을 묘사하는 것으로, 용모 복장 등의 정적 묘사(=외양 묘사)와 행동의 표현인 동적 묘사로 나뉨.
예) 옷은 안팎으로 윤이 지르르 흐르는 모시 진솔 것이요, 머리에는 탕건에 받쳐 죽영(竹纓) 달린 통영갓〔統營笠〕이 날아갈 듯 올라앉았습니다./ 발에는 크막하니 솜을 한 근씩은 두었음직한 흰 버선에, 운두 새까만 마른신을 조그맣게 신고, 바른손에는 은으로 개대가리를 만들어 붙인 화류 개화장이요, 왼손에는 서른네 살배기 묵직한 합죽선입니다.-채만식, <태평천하>
2. 내면 묘사: 등장인물의 심리, 잠재의식의 묘사로, 외면 묘사에 비해 분석적이고, 복잡 다양한 인상을 보여 줌. 특히‘의식의 흐름’의 작품들이 이 방법을 택함.
예) 싸우다 끝내는 죽는 것, 그것뿐이다. 그 이외는 아무것도 없다. 무엇을 위한다는 것, 무엇을 얻기 위한다는 것, 그것도 아니다. 인간이 태어난 본연의 그대로 싸우다 죽는 것, 그것뿐이다고 생각하였다.-오상원,<유예>
5. 시점과 서술자
①시점:대상,사건을 바라보는 서술자의 시각, 관점으로, 소설의 진행이 어떤 인물의 눈을 통해 보여지는가 하는 관찰의 각도와 위치를 말함.
② 서술자(narrator) : 작품을 서술·표상하며, 독자에게 중개해 주는 존재로, 사건을 전개하는 허구적 형상. 따라서 서술자는 작가 자신이 아니며, 작가의 피조물임.
6. 소설의 거리(距離)
① 개념 : 등장인물이나 사건이 관찰되는 낙차의 정도. 작가와 등장인물의 거리, 독자와 등장인물과의 심리적 거리를 가리킴. 시점, 초점화 등과 밀접한 관련을 맺음.
②효과:‘작자, 서술자. 등장인물. 독자’사이의 거리를 조정하여 박진감과 현실감, 객관적 느낌 등을 조절하고, 이를 통해 작품의 사실성을 살림.
7. 소설의 어조(語調, tone)
① 개념 : 언어의 기교적인 배열로 인해 전달되는 화자의 정서적 태도와 느낌, 언어에 의해 나타나는 분위기, 기분 등을 의미.
② 종류
㈀ 해학적 어조 : 익살·해학이 중심을 이루는 어조
예) 점순이가 겁을 잔뜩 집어먹고 꽃밑을 살금살금 기어서 산아래로 내려간 다음 나는 바위를 끼고 엉금엉금 기어서 산위로 치빼지 않을 수 없었다.-김유정,<동백꽃>
㈁ 냉소적 어조 : 차가운 냉소가 주조를 이루는 어조예) 이런 집에 도대체 사람이 살고 있을까? 아이들 만화책에 나오는 도깨비집이 연상되었다. 금시 대가리에 뿔이 돋은 도깨비들이 방망이를 들고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다. 이런 집에 동욱과 동옥이가 살고 있다니.-손창섭, <비 오는 날>
㈂ 반어적 어조 : 진술의 표리를 가지거나 상황이 대조에 의한 어조
예) “이 오라질년, 주야장천(晝夜長川) 누워만 있으면 제일이야! 남편이 와도 일어나지를 못해.”라는 소리와 함께 발길로 누운 이의 다리를 몹시 찼다. 그러나 발길에 채이는 건 사람의 살이 아니고 나무등걸과 같은 느낌이 있었다.-현진건,<운수 좋은 날>
㈃ 풍자적 어조 : 사물에 대한 풍자가 나타나는 어조
예) 이 풍신이야말로 아까울사, 옛날 세상이었더면 일도(一道) 방백(方伯)일시 분명합니다. 그런 것을 간혹 입이 비뚤어진 친구는 광대로 인식 착오를 일으키고 동경, 대판의 사탕장수들은 캐러멜 대장감으로 침을 삼키니 통탄할 일입니다.-채만식, <태평천하>
9. 말하기와 보여주기
① 말하기(telling) : 서술자가 인물과 사건을 직접 설명하는 방법. 등장인물의 특색이나 특성을 요약하여 설명하는 방법으로 등장인물의 심리를 세밀히 분석하고, 등장인물의 움직임을 독자에게 정확히 알릴 수 있음. 또 시간과 공간을 압축시켜 사건 진행의 사건 진행의 속도를 긴장시키는 서술 방법임.
예)수도 저수지의 물을 터놓은 것이다. 성동리 농민들이 밤낮없이 떼를 지어 몰려가서 애원에, 탄원에 두 손발이 닳도록 빌기도 하고, 불평도 하고, 나중에는 밤중에 수원지 울안에까지 들어가서 물을 달리 돌려내려고 했기 때문에, T시 수도 출장소에서도 작년처럼 또 폭동이나 일어날까 두려워서, 저수지 소제도 할 겸 제이(第二) 저수지의 물을 터놓게 된 것이다.-김정한, <사하촌>
② 보여 주기(showing) : 서술자가 일정한 장면을 제시하여 보여 주는 방법. 행동이나 대화 제시를 통해 인물을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고, 사건을 현장감 있게 제시할 수 있음. 독자는 서술자의 설명을 들을 필요가 없으며 바로 사건이나 등장인물을 접함. 작가는 인물의 성격이나 정황에 대하여 독자의 상상력에 맡김.
예)은자는 늦은 아침, 다시 쉰 목소리로 내게 나타났다./“전라도 말로 해서 너 참 싸가지없더라. 진짜 안 와버리대?”/고향의 표지판답게 그녀는 별수없이 전라도 말로 나의 무심함을 질타하였다. 일요일 밤에 새부천클럽으로 찾아갔다는 말은 하지 않은 채 나는 그냥 웃어 버렸다. 물론 ‘한계령’을 부른 가수가 바로 너 아니었느냐는 물음도 하지 않았다.-양귀자,<한계령>
10. 복선 : 앞으로 다가올 상황에 대한 암시를 뜻하는 것으로서 다가올 사건들이 미리 그 전조(前兆)를 드리우는 방. 보통 예시적인 주변 사건들을 활용함으로써 이루어짐.
예) 만도는 들길을 잰걸음 쳐 나가다가 개천 둑에 이르러서야 걸음을 멈추었다.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는 조그마한 시냇물이었다. 한여름 장마철에는 들어설라치면 배꼽이 묻히는 수도 있었지마는 요즈막엔 무릎이 잠길 듯 말듯 한 물인 것이다. -하근찬, <수난이대>
11.암시 : 복선을 만들어 내는 핵심 원리. 나중에 일어날 중요한 사건(결과)을 시간적으로 먼저 제시하거나(원인), 사건이 일어난 공간(물리적 공간이든 심리적 공간이든)의 묘사나 설명을 통하여 사건의 진행 상황과 의미 따위를 미루어 짐작케 해 줌. ‘암시’는 ‘복선’과 같이 늘 미래의 사건과 관련되지는 않음.
예) 빗소리를 들을 때마다 원구에게는 으레 동욱과 그의 여동생 동옥(東玉)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그들의 어두운 방과 쓰러져 가는 목조건물이 비의 장막 저편에 우울하게 떠오르는 것이었다.-손창섭, <비 오는 날>
12.의식의 흐름 : 작품 속의 내용이 한 인물의 의식(즉, 그의 사상과 감정과 기억과 감각)에 부딪힐 때에만 독자들에게 제시되는 방식의 표현 기법. 논리적 인과 관계가 없는 이야기들이 뒤섞이며, 문체적 양상은 호흡이 급박하며, 작품 전체가 플롯의 발전이라든가 사건의 진전, 인물의 형상화 같은 소설의 전통적 서술 방식으로 기술되지 않는 것이 특징.
예) 몹시 춥다. 몸을 약간 꿈틀거려 본다. 전 근육이 추위에 마비되어 감각을 잃은 것만 같다. 인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다.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어렴풋이 눈 속에 부서지는 구둣발자국 소리가 들려 온다. 점점 가까워진다. 시간이 된 모양이다. 몸을 일으키려고 움직거려 본다. 잠시 몽롱한 시각이 흐른다. 발자국 소리가 점점 멀어지기 시작하였다.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몹시 춥다. 왜 오다가 다시 돌아가는 것일까…… 몽롱하게 정신이 흩어진다.-오상원, <유예>
'현대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젓가락 (0) | 2015.11.03 |
---|---|
수필 필수 개념 정리 (0) | 2015.05.27 |
현대시 필수 개념 정리 (0) | 2015.05.27 |
낯설지 않은 불편함 (0) | 2015.03.24 |
신통방통(?)한 국어의 시작과 끝(강의 후기) (0) | 2014.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