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법강의

어미의 분류(어말어미/선어말어미/문말어미/문중어미)

국어의 시작과 끝 2013. 3. 8. 18:30

(1) 어미의 분류

 

체언 뒤에 붙어서 해당 체언이 문장 안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나타내는 것이 조사(助詞)라면, 용언에 결합하여 해당 용언이 문장에서 어떤 기능하도록 하는 것이 어미(語尾)다. 어미는, 조사처럼 앞말의 뒤에 그저 붙는 정도가 아니라, 앞말(=어간)과 합쳐져서 아예 한 몸체를 이룬다. 그래서 조사는 독립시켜 품사로 인정하고, 어미는 용언과 별개의 품사로 인정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라도 문장에서 용언이 어간과 어미로 분리되어 홀로 쓰이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① 어말어미와 선어말어미

 

 

어미를 분류하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어미가 문자 그대로 단어의 맨 끝에 붙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어말어미(語末語尾, ≒종결어미)와 선어말어미(先語末語尾)로 나뉜다. 예컨대 ‘가라.’에서 ‘가-’는 어간이고, ‘-라’는 어말어미이다. 또 ‘죽었냐?’에서 ‘죽-’은 어간이고, ‘-았-’은 선어말 어미이며, ‘-냐’는 어말 어미이다. 또 ‘가셨구나.’(=가시었구다)’에서는 ‘가-’는 어간이고, ‘-시-’와 ‘-었-’은 각각 선어말어미이며, ‘-구나’는 어말어미이다. 이처럼 단어의 끝에 오는 어말어미는 늘 하나일 수밖에 없지만, 어간과 어말어미 사이에 오는 선어말어미는 없을 수도 있고 하나만 올 수도 있고 연이어 둘 이상이 올 수도 있다.

물론 어말어미와 선어말어미는 그 쓰임이 다르다.

 

 

㉠ 갔.(평서문)/갔느냐?(의문문)/가.(명령문)/가.(청유문)/가는구려.(감탄문)

㉡ 가느냐?(해라체)/가는가?(하게체)/가?(하오체)/갑니까?(합쇼체)/가()?(해체)/가?(해요체)

㉢ 먹 보다./막 주다. [보조적 연결어미]

나도 좋, 너도 좋다.[대등적 연결어미]/오 좋지.[종속적 연결어미]

먼저 먹를 잘 했다.[명사형 전성어미 / *‘를’은 조사임]

낯에 침 뱉으랴.[관형사형 전성어미]

헐수할수없 그 일을 포기하고 말았다.[부사형 전성어미]

 

 

㉠은 모두 어말어미가 사용된 예인데, 어미에 따라 문장의 종류가 바뀐다. 이처럼 어말어미는 문장의 종류를 결정하는 기능을 한다. ㉡은 모두 의문문인데, 어말어미의 선택에 따라 상대를 예우하는 정도가 바뀐다. 이처럼 어말어미는 문장을 통한 높임 표현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은 문말(文末)에 온 것은 아니지만 단어의 끝에 왔으니 어말어미다. 그 쓰임은 다양하다. -어’와 ‘-아’는 본동사와 보조동사를 연결해 주는 역할(→보조적 연결어미)을, ‘-고’와 ‘-면’은 문장과 문장을 연결해 주는 역할(→대등적/종속적 연결어미)을, ‘-기’와 ‘-는’ 그리고 ‘-이’는 용언의 어간에 붙어 그것이 다른 품사의 기능을 수행하게 하는 역할(→전성 어미)을 하고 있다.

 

 

㉣ 선생님은 키가 크다./지금 가면 언제나 오실는지./당신을 믿사오니 힘내세요.

㉤ 지금 먹다.[현재]/아까 먹다.[과거]/내일 먹다.[미래]

㉥ 지금 무엇을 먹냐?/어제 무엇을 먹었냐?[직설법]

아침에 까치가 울니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모임에는 몇 명이나 왔더냐?[회상법]

 

 

㉣은 선어말어미가 공대(恭待)의 표현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들이다. 그러니까 국어의 공대 표현은 어말어미에 의해서도 이루어지지만, 선어말어미에 의해서도 이루어진다. ㉤은 선어말어미가 시제(時制)의 표현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들이다. 선어말어미는 우리말 시제 표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은 선어말어미가 서법(敍法, mood)의 표현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들이다. 서법이란 문장의 내용에 대한 화자의 심적 태도가 동사의 활용 형태에 표시된 것을 이르는 말이다. 서법은 시제나 동작상을 나타내는 선어말어미와 결부되어 나타나는 일이 많고, 또 어말어미와 결부되는 나타나는 일이 많다. 그래서 형태에 따라 따로 분류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서 ‘-더-’나 ‘-겠-’ 정도를 제외하고는 따로 분류하지 않고, ‘-느냐’처럼 묶어서 어말어미로 분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② 문말어미와 문중어미

 

 

다음으로 어미는 한 문장의 끝에 오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문말어미(文末語尾)와 문중어미(文中語尾)로 나뉜다.

 

 

㉠ 그분은 참 부지런하시.

㉡ 햇빛을 받아서 유리가 더욱 반짝거리.

 

 

㉠의 ‘-다’나 ㉡의 ‘-네’는 단어의 끝이면서 동시에 문장의 끝인 자리에 놓여 있다. 이를 문말어미(≒종결어미)라 한다. ㉡의 ‘-아서’는 단어의 끝에 놓여 있긴 하지만, 문장의 끝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 문중어미(≒비종결어미)라고 한다. ㉠은 서술어가 하나인 홑문장이고, ㉡은 서술어가 둘인 겹문장이다. 당연히 이야기이지만, 문중어미는 서술어가 둘 이상인 겹문장의 문중동사(文中動詞→부동사)에만 출현하며, 문말어미는 홑문장이든 겹문장이든 문말동사(文末動詞→정동사)에만 출현한다.

 

 

문중어미는 다시 접속어미(≒연결어미)와 내포어미(≒전성어미)로 나뉜다.

 

 

12817

 

㉢ 여름에는 비가 내리 겨울에는 눈이 내린다. 

㉣ 그는 종일 하늘에 떠가 구름만 보고 있다.

 

 

㉢의 ‘-고’는 ‘여름에는 비가 내린다.’라는 앞 문장과 ‘겨울에는 눈이 내린다.’라는 뒤 문장을 연결하여 접속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이를 접속어미(≒연결어미)라 한다. ㉣의 ‘-는’은 ‘하늘에 구름이 떠간다.’라는 문장이 ‘그는 종일 ( ) 구름만 보고 있다.’라는 문장의 한 성분으로 안기게 하여 내포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이를 내포어미(≒전성어미)라 한다.

 

 

연결어미는 다시 그 연결의 유형에 따라 대등적 연결어미, 종속적 연결 어미, 보조적 연결어미로 나뉜다. 이 분류는 결과적으로 연결어미의 하위분류이면서, 동시에 이어진문장의 하위분류가 된다. 한편 내포어미는 명사형 내포어미, 관형사형 내포어미, 부사형 내포어미로 나뉜다. 이 분류는 결과적으로 내포어미의 하위분류이면서, 동시에 안은문장의 하위분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