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법강의

속격(관형격) 조사의 올바른 사용

국어의 시작과 끝 2013. 3. 8.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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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격(屬格) 조사는 ‘의’ 하나뿐이다. 관형격(冠形格) 조사라고도 한다. ‘동생(체언)의 가방(체언)’과 같은 구성을 취한다. 관형격 조사라 함은 ‘의’로 인해 앞말(‘동생’)이 뒷말(‘가방’)의 관형어 구실을 하게 됨을 주목한 것이고, 속격 조사라 함은 ‘의’가 뒷말이 앞말에 속하는 관계(소유 관계)임을 나타냄을 주목한 것이다. 속격 조사의 주된 기능이 두 명사를 묶어 주면서 소유나 소속을 나타내 주는 것임은 분명하지만, 그것을 통해 드러나는 의미 관계는 실로 다양하다. ‘주어-서술어, 목적어-서술어, 전체-부분, 소유자-소유물, 보유자-속성’ 등등.

다양한 쓰임을 하나의 형태로 다 표현하다 보니, ‘의’는 태생적으로 중의성을 늘 곁에 끼고 다닌다. 다음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 이것은 내 동생의 사진이다.

→ 이것은 내 동생이 찍은 사진이다.

→ 이 사진의 소유자는 내 동생이다.

→ 이것은 내 동생을 찍은 사진이다./이 사진 속의 인물은 내 동생이다.

 

 

‘의’는 그 의미만이 아니라 쓰임새에 있어서도 애매한 부분이 많다. 예컨대 ‘가을은 독서 계절이다.’에서 ‘의’를 소거하면 상당히 어색하다. 그런데 ‘거문고 가락에 맞춰 춤을 췄다.’에서는 ‘의’를 소거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아니 소거하는 편이 더 나아 보인다. 삽입과 소거의 기준을 명확하게 설명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그러나 다음 문장의 ‘의’는 명백히 잘못 쓰인 예라 할 수 있다.

 

 

㉡ 우리 경제는 오래 전부터 성장 동력 상실 문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 정부에서는 국가 더 나은 미래 도약을 위해 10개년 발전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은 시쳇말로 견적이 안 나오는 엉망진창 그 자체고, ㉢은 그보다는 낫지만 역시 부자연스럽고 분명하지 않은 문장이다. 그 근본 원인은 물론 ‘의’의 과도한 사용이다. 그렇다고 ‘의’를 무조건 소거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 ㉣이 그 예이다.

 

㉢ 제품 적재를 하기 전에 탱크 격실 재고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 내가 어려울 때 발 벗고 나서서 도와 준 친구들 따뜻한 마음을 잊을 수 없다.

  

㉢은 무리한 명사를 나열한 문장으로 ‘제품을 적재하기 전에 탱크 격실의 재고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정도로 고치면 자연스러운 문장이 된다. 특히 ㉣의 경우 속격 조사 다음에 그 꾸밈을 받는 명사가 바로 이어서 오는 경우가 아니라서 ‘의’를 생략하면 어색한 문장이 된다.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으로 고쳐야 한다.

요컨대 ‘의’가 불필요한데 ‘의’를 과용하는 것도 문제고, 필요한데 생략해 버리는 것도 문제다.

 

 

㉤ 그의 꿈은 가상 공간 속으로 여행이다.

→ 그의 꿈은 가상 공간 속으로의 여행이다.

㉥ 민주화를 향한 아래로부터 조용한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 민주화를 향한 아래로부터의 조용한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 합격하기 전까지는 책 씨름을 멈출 수 없다.

→ 합격하기 전까지는 책과의 씨름을 멈출 수 없다.

㉧ 간접 흡연의 피해를 막기 위해 건물 내에서 흡연을 금지하기로 하였다.

 → 간접 흡연의 피해를 막기 위해 건물 내에서의 흡연을 금지하기로 하였다.

㉨ 공산주의자 타협이나 협상은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다.

→ 공산주의자와의 타협이나 협상은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다.

 

 

[속격 조사의 부적절한 생략] ㉤~㉨은 모두 ‘의’를 부당하게 생략하여 제대로 명사구를 구성하지 못한 예이다. 이렇듯 국어에서 ‘의’는 두 명사를 하나의 명사구로 묶어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어는 사정이 사뭇 달라서 ‘의’ 없이도 다양한 명사구 구성이 가능하다. 예컨대 국어로는 ‘신의 선물’ 또는 ‘신으로부터의 선물’이라고 해야 할 것을 영어로는 ‘Gift from the gods’로 표현한다. 또 국어로는 ‘어둠 속(의) 입맞춤’ 또는 ‘어둠 속에서의 입맞춤’이라고 해야 할 것을 ‘Kiss in the dark’으로 표현한다. 뒤집어서 말하면 ‘Gift from the gods’을 ‘신들로부터 선물’로 옮기고, ‘Kiss in the dark’을 ‘어둠 속에서 입맞춤’으로 옮기는 것은 잘못이다.

 

 

㉩ 회원 각자 현재의 자기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 회원 각자 현재의 자기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 부부의 일방의 타방에 대한 권리는 혼인관계의 종료한 때로부터 6월내에는 소멸시효가 완성하지 아니한다.

→ 혼인관계가 끝난 때로부터 6개월 내에는

㉬ 학교에서의 수업과 과외의 공부가 그의 생활의 전부였다.

→ 학교 수업과 과외 공부가 그의 생활의 전부였다.

㉭ 면접에서의 기준은 그 사람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조사하는 것이다.

→면접의 기준은 그 사람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의 여부이다.

 

 

[속격 조사의 부적절한 사용] ㉩은 ‘의’가 잇따르면서 어색한 문장에 된 예이다. ‘의’의 의미를 따져 적절한 격조사로 바꿔 주어야 한다. ㉪은 전체적으로 참으로 해괴하고 황당한 문장이다. 밑줄 친 부분만 보더라도 ‘의’가 잘못 사용되었다. 역시 적절한 격조사로 고쳐 써야 한다. ㉬은 ‘과’의 앞말과 뒷말이 균형을 잃었다. ‘의’를 아예 없애서 깔끔하게 명사구를 구성하는 것이 맞다. ㉭은 우선 주술 호응에 문제가 있는 문장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면접에서의 기준’은 번역투의 어색한 명사구 구성이다. ‘면접의 기준’으로 족하다. 또 서술어를 ‘여부이다’와 같이 명사문으로 끝낼 경우 그 앞에는 ‘의’가 와야 자연스럽다. 물론 이때 ‘의’는 생략해도 무방하다. 구어체에서는 생략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우며, 의미상의 차이도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