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속도로에는 [이른,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가 많으니 조심해라.
- 이르다 : 대중이나 기준을 잡은 때보다 앞서거나 빠르다.
예) 그는 여느 때보다 이르게 학교에 도착했다./올해는 예년보다 첫눈이 이른 감이 있다./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 빠르다 : ① 어떤 동작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 예) 걸음이 빠르다./말이 빠르다. ② 어떤 일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나 기간이 짧다. 예) 두뇌 회전이 빠르다./ 세월이 빠르다./ 약효가 빠르다 ③ 어떤 것이 기준이나 비교 대상보다 시간 순서상으로 앞선 상태에 있다. 예) 그녀는 나보다 생일이 여섯 달이나 빠르다./ 그는 고시에 나보다 일 년 빠르게 합격했다. /이 시계는 5분 빠르다. ④ 어떤 일이 생기거나 어떤 일을 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상태에 있다. 예) 겨울 낚시하기에는 아직 빠르다./ 날씨가 더워졌지만, 바다에서 수영하기에는 빠르다. / 네가 결혼하기에는 좀 빠른 것 아니니?
* '빠르다'는 절대적인 운동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고, '이르다'는 어느 정도 상대적인 순서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2) 노인장은 집 둘레에 울타리를 [내두르고, 두르고] 문밖출입마저 막아 버렸다.
- 두르다 : ① 띠나 수건, 치마 따위를 몸에 휘감다. 예)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르다. ② 둘레에 선을 치거나 벽 따위를 쌓다. 예) 모자에 금테를 두르다./ 집 둘레에 담을 두르다. ③ 손이나 팔로 감싸다. 예) 허리에 팔을 두르다. ④ 겉면에 기름을 고르게 바르거나 얹다.
예)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다./ 그녀는 기름을 두른 철판에 전을 부쳤다.
- 내두르다 : ① 이리저리 휘휘 흔들다. 예) 고개를 설레설레 내두르다./칼을 내두르다./손을 홰홰 내두르며 사양하다./그는 주먹을 내둘러 상대를 치려고 했다. ②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다. 예) 사장이라고 해서 사원을 노예처럼 내둘러서는 안 된다.
- 내둘리다 : ‘내두르다(=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다)’의 피동사. 예) 더 이상 주인의 횡포에 내둘릴 수는 없었다.
(3) 정작 죄진 놈들은 도망친 다음이라 [애먼, 엄한] 사람들이 얻어맞고 나동그라졌다.
-애매하다 : 아무 잘못 없이 꾸중을 듣거나 벌을 받아 억울하다. 예) 애매하게 누명을 쓰다/괜스레 엉뚱한 사람 꾀서 애매하게 만들지는 마라./그것 봐. 애매한 사람을 죽이려 드니까 마른하늘에 생벼락이 안 내릴까.
* ‘애매(曖昧)하다(=희미하여 분명하지 아니하다)’는 한자어이고, ‘애매하다’는 고유어이다.
-애먼 : ① 일의 결과가 다른 데로 돌아가 억울하게 느껴지는. 예) 애먼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다/애먼 징역을 살다. ② 일의 결과가 다른 데로 돌아가 엉뚱하게 느껴지는. 예) 애먼 짓 하지 마라./해야 할 일은 제쳐 놓고 애먼 일을 붙들고 있다.
-앰하다 : ‘애매하다’의 준말. 예) 야, 이놈, 똥줄이 타니까 이젠 되레 앰한 사람 잡으려고 날뛰네./녀석이 저지른 실수 탓에 앰한 사람까지 화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엄(嚴)하다 : 성격이나 행동이 철저하고 까다롭다. 예) 며느리에게 엄한 시어머니/사람이 매사에 너무 엄하면 사람들이 잘 따르지 않는 법이다.
(4) 그게 무슨 [산소리, 생소리]십니까? 이러시다가는 무고죄에 걸리십니다.
- 산소리 : 어려운 가운데서도 속은 살아서 남에게 굽히지 않으려고 하는 말. 예) 그는 누가 뭐라고 해도 굽히지 않는 산소리를 잘하는 편이다.
- 선소리 : 이치에 맞지 않은 서툰 말. 예) 익은 밥 먹고 선소리하지 말고, 가서 네 할 일이나 해라.
-상소리(常-) : 거칠고 상스러운 말이나 소리. 예) 상소리를 내뱉다/상소리를 주고받다/상소리를 지껄이다
-생소리(生--) : 이치에 맞지 아니하는 엉뚱한 말. 예) 그런 생소리로 사람 잡지 마시오.
(5) 달 없는 어두운 하늘에 별만이 [드문드문, 드믄뜨믄] 빛나고 있었다.
-다문다문 : ① 시간적으로 잦지 아니하고 좀 드문 모양. 예) 서울 사는 아들도 어쩌다 한 번씩 다문다문 집을 찾아왔다. ② 공간적으로 배지 아니하고 사이가 좀 드문 모양. 예) 차가 산길에 접어들자 집들이 어쩌다 하나씩 다문다문 보일 뿐이었다
-드문드문 : ① 시간적으로 잦지 않고 드문 모양. 예) 드문드문 찾아드는 손님 ② 공간적으로 배지 않고 사이가 드문 모양. 예) 드문드문 서 있는 나무/등성이를 넘어가니 드문드문 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 비슷한 뜻의 말로 ‘뜨문뜨문, 뜬문뜨문’이 있다. ‘드믄뜨믄’이라는 말은 없다.
(6) 그때 [쇠된, 새된] 목소리로 강호령이 떨어졌다.
-새되다 : 목소리가 높고 날카롭다. 예) 새된 소리를 지르다./애가 새되게 악을 쓰며 불이 붙는 듯이 운다./임이네의 새된 고함이 귀청을 찢듯 들려왔다.
* ‘새되다’의 의미로 ‘쇠되다’를 쓰는 경우가 있으나 ‘새되다’만 표준어로 삼는다.
* ‘새청맞다’는 ‘목소리가 날카롭고 새되다’의 뜻으로 쓰는 말이다. 예) 새청맞은 목소리
* 강호령(强號令) : 아주 강하게 꾸짖는 호령.
(7) 그 학교는 [걷잡을, 겉잡을] 수 없는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 위기 상황을 극명하게 노정(露呈)하였다.
-겉잡다 : 겉으로 보고 대강 짐작하여 헤아리다. 예) 예산을 대충 겉잡아서 말하지 말고 잘 뽑아 보시오./겉잡아 이틀 걸릴 일
-걷잡다 : (주로 ‘없다’와 함께 쓰여) ① 한 방향으로 치우쳐 흘러가는 형세 따위를 붙들어 잡다. 예)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갔다. ② 마음을 진정하거나 억제하다. 예) 걷잡을 수 없이 흐르는 눈물.
* ‘걷잡다’의 의미로 ‘것잡다’를 쓰는 경우가 있으나 ‘걷잡다’만 표준어로 삼는다.
* 노정(露呈)하다 : 겉으로 다 드러내어 보이다. 예) 그의 주장은 여러 가지 논리적 모순을 노정하고 있다.
(8) [갓장이, 갓쟁이] 헌 갓 쓰고 무당 남 빌려 굿하는 법이다.
-갓장이 : 갓을 만들거나 고치는 일을 하는 사람.
-갓쟁이 : 갓을 쓴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 갓장이 헌 갓 쓰고 무당 남 빌려 굿하고 : 제가 제 것을 만들어 가지지 못하고 제가 제 일을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9) 실종자 가족은 [실날같은, 실낱같은] 희망 안 버리지 않고 있다.
-실낱 : 실의 올. 예) 바느질이 끝난 방 안에는 여기저기 실낱이 흩어져 있었다.
-실낱같다 : ① 아주 가늘다. 예)실낱같은 눈썹/저녁밥을 짓는지 굴뚝마다 실낱같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② 목숨이나 희망 따위가 가는 실같이 미미하여 끊어지거나 사라질 듯하다. 예) 실낱같은 희망
(10) 굴 [껍데기, 껍질]를 빠개고 굴을 꺼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껍질: 딱딱하지 않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질긴 물질의 켜. 예) 귤의 껍질을 까다/양파의 껍질을 벗기다 /이 사과는 껍질이 너무 두껍다.
-껍데기: ① 달걀이나 조개 따위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 예) 달걀 껍데기를 깨뜨리다/나는 굴 껍데기가 닥지닥지 달라붙은 바위를 짚고 내렸다./나는 첫사랑의 여인이 준 소라 껍데기 목걸이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놋이라면 숟가락까지 걷어 가 버려 홍합 껍데기로 밥 먹는 집이 있어. ② 알맹이를 빼내고 겉에 남은 물건. 예)이불의 껍데기를 갈다/베개 껍데기를 벗겼다./속에 든 과자는 다 먹고 껍데기만 남았다.
(11) 미끄럼 재미에 팔려 풍차바지 대신 엄마가 사 준 신식 내복 [궁둥이, 엉덩이]가 해지는 줄도 몰랐다는 건 매 맞을 짓이라는 각오가 돼 있었다.
-궁둥이 : 볼기의 아랫부분. 앉으면 바닥에 닿는, 근육이 많은 부분이다. 예) 거짓말한 벌로 선생님께 궁둥이를 맞았다. ② 옷에서 엉덩이의 아래가 닿는 부분. 예) 바지 궁둥이가 해지다/흙이 묻은 궁둥이를 털다.
* 궁둥이에서 (비파) 소리가 난다 : 아주 바쁘게 싸대어 조금도 앉아 있을 겨를이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엉덩이 : 볼기의 윗부분. 예) 엉덩이가 크고 펑퍼짐하다/나는 녀석의 엉덩이를 냅다 걷어찼다./대기하고 있던 간호사가 엉덩이에 주사를 놓았다.
* ‘엉뎅이’는 ‘엉덩이’의 잘못이다.
(12) 도대체 나는 그의 속마음을 [가늠, 갈음, 가름]할 수가 없다.
갈음하다 : 다른 것으로 바꾸어 대신하다. 예)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행운이 가득하기를 기원하는 것으로 치사를 갈음합니다.
가늠하다 : ① 목표나 기준에 맞고 안 맞음을 헤아려 보다. 예) 그는 한 눈을 감고 다른 한 눈으로 목표물을 가늠해 보았다. ② 사물을 어림잡아 헤아리다. 예) 전봇대의 높이를 가늠할 수 있겠니?/그는 나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이 경기는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다.
가름하다 : ① 쪼개거나 나누어 따로따로 되게 하다. ② 승부나 등수 따위를 정하다. 예) 이번 경기는 선수들의 투지가 승패를 가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3) 사람 될 싹수를 보인 게 스무 살이 다 되어서야. 그러니 자네 망나니 노릇해서 내 속 [썩인, 썩힌] 건 말도 말게나.
썩이다 : 걱정이나 근심 따위로 마음이 몹시 괴로운 상태가 되게 하다. 예) 이제 부모 속 좀 작작 썩여라./여태껏 부모 속을 썩이거나 말을 거역한 적이 없었다.
썩히다 : ① 유기물이 부패 세균에 의하여 분해됨으로써 원래의 성질을 잃어 나쁜 냄새가 나고 형체가 뭉개지는 상태가 되도록 하다. 예) 음식을 썩혀 거름을 만들다. ② 물건이나 사람 또는 사람의 재능 따위가 쓰여야 할 곳에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내버려진 상태에 있게 하다. 예) 그는 시골구석에서 재능을 썩히고 있다./ 기술자가 없어서 고가의 장비를 썩히고 있다. ③(속되게)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어떤 곳에 얽매여 있게 하다 예) 그때는 예심법이란 것이 있어 철저한 조사를 한다는 명분으로 몇 해이건 재판도 하지 않고 감옥에 넣어 썩힐 수가 있었다.
(14) 두 사람은 나이도 비슷했고, 의기도 투합하여 금방 [너나들이, 무릎맞춤]하는 옴살이 되고 말았다.
-무릎맞춤 : 두 사람의 말이 서로 어긋날 때, 제삼자를 앞에 두고 전에 한 말을 되풀이하여 옳고 그름을 따짐. 예) 이 일은 무릎맞춤을 해 보아야 진상이 밝혀지겠다./무릎맞춤을 해야 사실대로 불겠느냐?/그와 무릎맞춤해서 의심이 풀릴 일이라면 백 번이라도 하겠다./그들이 무릎맞춤하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너나들이 : 서로 너니 나니 하고 부르며 허물없이 말을 건넴. 또는 그런 사이. 예) 그 사람과는 너나들이하는 친한 사이다.
*옴살 : 매우 친밀하고 가까운 사이.
(15) 심한 가뭄에 샘물까지 [밭아, 밭쳐] 버렸다.
- 밭다 :[형용사] ① 시간이나 공간이 다붙어 몹시 가깝다. 예) 천장이 밭다./앉은 자리가 너무 밭다./약속 날짜를 너무 밭게 잡았다. ② 길이가 매우 짧다. 예)밭은 다리/목이 밭은 사람/바지가 밭아서 발목이 다 보인다. ③ 음식을 가려 먹는 것이 심하거나 먹는 양이 적다.
* ‘바투’는 부사로 ‘두 대상이나 물체의 사이가 썩 가깝게’라는 뜻의 말이다. “그들은 바투 다가앉았다.”와 같이 쓴다. ‘시간이나 길이가 아주 짧게’라는 뜻도 있다. “결혼 날짜를 바투 잡았다.”나 “머리를 바투 깎았다.”와 같이 쓴다. ‘바투바투’는 두 대상이나 물체 사이가 가깝다는 것을 강조한다.
- 밭다 :[동사] ① 액체가 바싹 졸아서 말라붙다. 예) 그는 밭은 목에 침을 넘겼다./얼갈이해 놨던 논들이 허옇게 말라 풀썩풀썩 먼지가 나고 있었고, 못자리에 물을 퍼 올리는 웅덩이도 날마다 물이 밭아 들어가고 있었다. ② 몸에 살이 빠져서 여위다. 예) 환자는 살이 밭고 힘이 없어 보였다. ③ 근심, 걱정 따위로 몹시 안타깝고 조마조마해지다. 예) 아이가 이 시간까지 집에 안 들어오다니 애가 밭고 간이 타는 노릇이다.
- 밭다 : [동사] 건더기와 액체가 섞인 것을 체나 거르기 장치에 따라서 액체만을 따로 받아 내다. 예)술을 밭다/젓국을 밭다. 이 경우 ‘밭다’의 강세어는 ‘밭치다’이다. 따라서 “술을 밭았다.”를 강하게 말할 때는 “술을 밭쳤다.”라고 한다.
(16) 요즘은 남성복도 윗도리의 허리 부분을 [밋밋하게, 끌밋하게] 하지 않고 조금 우긋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끌밋하다 : ① 모양이나 차림새 따위가 매우 깨끗하고 헌칠하다. 예) 끌밋한 풍채/끌밋하게 넓은 이마/열네 살의 털북숭이 소녀가 이제는 스물두 살의 끌밋한 처녀가 돼 있었다. ② 손끝이 여물다. ≒깔밋하다
-밋밋하다 : ① 생김새가 미끈하게 곧고 길다. 예) 그 집 아들들은 모두가 밋밋하고 훤칠하여 보는 사람을 시원스럽게 해 준다. ② 경사나 굴곡이 심하지 않고 평평하고 비스듬하다. 예) 밋밋한 능선 ③ 생긴 모양 따위가 두드러진 특징이 없이 평범하다. 예) 모두 같은 옷에 같은 행동을 하니 누가 누구인지 구별이 안 될 만큼 그저 밋밋해 보인다.
(17) 헌칠한 키도 마음에 들었지만, [헌칠한, 훤칠한, 훤출한] 마음도 마음에 들었다.
-헌칠하다 : 키나 몸집 따위가 보기 좋게 어울리도록 크다. 예) 키가 헌칠하다/허우대가 헌칠하고 얼굴이 준수하기가 여간 귀골이 아니었다.
* 허우대 : 겉으로 드러난 체격. 주로 크거나 보기 좋은 체격을 말함. ‘허위대’는 ‘허우대’의 잘못.
-훤칠하다 : ① 길고 미끈하다. 예) 별빛에 비친 희끗한 그림자의 키가 훤칠하게 커 보였다. ② 막힘없이 깨끗하고 시원스럽다. 예) 훤칠하게 펼쳐진 평야/마음이 훤칠하여 명리를 즐기지 않는다.
* ‘훤칠하다’의 의미로 ‘훤출하다’를 쓰는 경우가 있으나 ‘훤칠하다’만 표준어로 삼는다.
(18) 경제가 [결딴, 결단]이 날 지경인데도 정부는 그저 수수방관(袖手傍觀)하고 있다.
-결딴 : ① 어떤 일이나 물건 따위가 아주 망가져서 도무지 손을 쓸 수 없게 된 상태. 예) 아이가 장난감을 집어 던져 결딴났다. ② 살림이 망하여 거덜 난 상태. 예) 이젠 집안을 아주 결딴을 내려고 하는군.
-결단(決斷) : 결정적인 판단을 하거나 단정을 내림. 또는 그런 판단이나 단정. 예) 결단을 내리다./그 일은 대통령의 결단과 지시로 이루어졌다./그는 한번 결단을 내린 일은 절대로 바꾸지 않는다. /그는 마치 죽기를 결단한 사람처럼 비장해 보인다.
* “사생결딴으로 나서다.”란 국어 표현은 없고, “사생결단으로 나서다.”라고 해야 맞다.
(19) 우리는 보통 형편없이 잘못 쓴 글씨를 ‘[개발쇠발, 개발개발, 쇠발개발, 괴발개발]’이라고 한다. 눈 위에 찍혀 있는 개 [발자국, 발자욱]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는 나로서는 이 말에 수긍하기 어렵다.
-괴발개발 : 고양이의 발과 개의 발이라는 뜻으로, 글씨를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써 놓은 모양을 이르는 말. 예) 담벼락에는 괴발개발 아무렇게나 낙서가 되어 있었다.
* ‘괴발개발’의 의미로 ‘개발새발, 게발새발, 개발쇠발’을 쓰는 경우가 있으나 ‘괴발개발’만 표준어로 삼는다.
-쇠발개발 : 소의 발과 개의 발이라는 뜻으로, 아주 더러운 발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예) 쇠발개발로 방을 더럽혀 놓다.
* ‘발자국’의 의미로 ‘발자귀, 발자욱’을 쓰는 경우가 있으나 ‘발자국’만 표준어로 삼는다.
(20) 양반은 얼어 죽어도 [겻불, 곁불]은 안 쬔다.
-곁불 : ① 얻어 쬐는 불. 예) 그는 정류장 옆에서 곁불을 쬐며 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② 가까이하여 보는 덕. 예) 그들의 눈에는 나의 고시 합격이 권력의 곁불을 쬐러 들어가는 것쯤으로 비치었던 모양이다.
-겻불 : 겨(=벼, 보리, 조 등 곡식을 찧어 벗겨 낸 껍질)를 태우는 불. 불기운이 미미하다. 예) 질화로에 남은 겻불도 꺼졌다./ 금방까지 시퍼렜던 군중들의 서슬이 겻불 사그라지듯 사그라졌다.
-양반은 얼어 죽어도 겻불[짚불]은 안 쬔다 : 아무리 궁하거나 다급한 경우라도 체면을 깎는 짓은 하지 아니한다는 말.
(21) 그날 아침에 안집 식모는 식칼을 [벼려, 별러] 달라고 대장간으로 가지고 나왔다.
- 벼리다 : ① 무디어진 연장의 날을 불에 달구어 두드려서 날카롭게 만들다. 예)대장간에서 낫과 호미를 벼리다 ② 마음이나 의지를 가다듬고 단련하여 강하게 하다. 예)투지를 벼리다.
- 벼르다 : 어떤 일을 이루려고 마음속으로 준비를 단단히 하고 기회를 엿보다. 예) 결전을 벼르다/복수를 벼르다/일전을 벼르다/철수는 반드시 뺨 맞은 값을 하고야 말리라고 별렀다.
* ‘벼르다’의 의미로 ‘벼루다, 별르다’를 쓰는 경우가 있으나 ‘벼르다’만 표준어로 삼는다.
(22) ‘[넓이, 너비]’를 잴 땐 길이 단위(㎝·m)를, ‘[넓이, 너비]’를 잴 때는 면적 단위(㎠·㎡)를 쓴다.
- 너비 : 평면이나 넓은 물체의 가로로 건너지른 거리. ≒폭(幅). 예) 강의 너비/너비를 줄이다/도로의 너비를 재다
- 넓이 : 일정한 평면에 걸쳐 있는 공간이나 범위의 크기. 예) 한 평 넓이의 땅/책상 넓이만 한 지도/넓이가 넓다
- 나비 : 피륙, 종이 따위의 너비. 예) 그 종이는 길이가 아홉 자, 나비가 넉 자나 된다.
-어깨너비 : 양어깨 사이의 거리.
-가로나비 : 옷감 따위를 가로로 잰 길이. ≒횡폭(橫幅). 예) 베를 짤 때에는 가로나비가 좁아지지 않도록 가는 나무오리로 버틴다.
(23) 머릿속에 드는 망령(妄靈)을 애써 [쫓기, 좇기] 위해 텔레비전을 켰다.
쫓다 : ① 어떤 대상을 잡거나 만나기 위하여 뒤를 급히 따르다. 예) 쫓고 쫓기는 숨 막히는 추격전을 벌이다 ② 어떤 자리에서 떠나도록 몰다. 예) 새를 쫓다/귀신을 쫓다 ③밀려드는 졸음이나 잡념 따위를 물리치다. 예) 혀를 깨물기도 하고 팔뚝을 꼬집기도 하면서 잠을 쫓았다.
좇다 : ① 목표, 이상, 행복 따위를 추구하다. 예) 명예를 좇는 젊은이 ② 남의 말이나 뜻을 따르다. 예) 부모님의 의견을 좇기로 했다. ③ 규칙이나 관습 따위를 지켜서 그대로 하다. 예) 그런 관례를 좇고 있을 계제가 못 되었다. ④ 눈여겨보거나 눈길을 보내다. 예) 시선은 서편 하늘로 멀어지는 까마귀 떼를 좇고 있었다.≪김원일, 어둠의 축제≫ ⑤ 생각을 하나하나 더듬어 가다. 예) 태영은 다시 자기의 생각을 좇고 있는 눈빛이 되었다. ⑥ 남의 이론 따위를 따르다. 예) 공자의 이론을 좇다/스승의 학설을 좇다
* ‘좇다’는 자신의 의비로 문제의 대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따르다’와는 달리, 사물에 대해서는 쓰이기 어렵다. 예를 들면, “무지개를 좇다.”라고 하면 부자연스럽다.
(24) 요즘 와서 소설에 재미 [들인, 들린] 동생은 공부는 안중에도 없다.
-들리다 : ① 병이 걸리다. 예)그는 심한 폐렴에 들렸다./감기가 들리다/그녀는 건망증이 들린 사람처럼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② 귀신이나 넋 따위가 덮치다. 예) 귀신에 들린 사람/그녀는 신이 들렸다.
-들이다 : ‘들다(= 버릇이나 습관이 몸에 배다)’의 사동사. 예) 아이는 요즘 우표 수집에 취미를 들였다./아이에게 좋은 버릇을 들이려면 매도 필요하다.
(25) 적반하장(賊反荷杖)은 도둑이 [되려, 되레] 매를 든다는 의미로 잘못한 이가 잘못도 없는 사람을 나무람을 이르는 말이다.
-되레 : ‘도리어(=예상이나 기대 또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반대되거나 다르게)’의 준말. 예) 도와주려고 한 일이 되레 폐만 끼쳤다./잘못은 네가 해 놓고 되레 나한테 화를 내면 어떡해?
- 외려 : ‘오히려(① 일반적인 기준이나 예상, 짐작, 기대와는 전혀 반대가 되거나 다르게. ② 그럴 바에는 차라리)’의 준말. 예) 잘못한 놈이 외려 큰소리야./머리를 숙이느니 외려 죽는 게 나을 것이다.
* ‘도리어’의 ‘어’와 ‘오히려’의 ‘려’가 준말에 그대로 남아 있는 걸로 기억해 두자.
(26) [낟알, 낱알] 구경을 하지 못한 지 사흘이 되니 일어설 힘도 없다.
* ‘낟알’은 ‘껍질을 벗기지 아니한 곡식의 알’을 말하며 ‘낱알’은 ‘하나하나 따로따로인 알’을 말한다. 이 둘은 구별해서 써야 할 말이다.
* 낟알 구경을 하다 : (완곡하게) 오래간만에 밥을 먹어 보다.
(27) 들쭉날쭉 솟은 [봉우리 / 봉오리]가 마을 앞에 펼쳐져 있었다.
* ‘봉우리’는 산에서 뾰족하게 높이 솟은 부분을 가리키며, ‘봉오리’는 망울만 맺히고 아직 피지 않은 꽃을 가리킨다.
(28) 이 사진전은 공해로 [찌든, 찌들린, 쪼들린] 도시의 모습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쪼들리다 : 어떤 일이나 사람에 시달리거나 부대끼어 괴롭게 지내다. 예) 가난에 쪼들린 삶/빚쟁이에게 쪼들리다/군색한 살림에 쪼들려 꿈이고 뭐고 다 날아가 버렸다.
-찌들다 : ① 물건이나 공기 따위에 때나 기름이 들러붙어 몹시 더러워지다. 예) 먼지와 땀에 찌든 옷/작업복이 기름에 찌들어서 때가 잘 빠지지 않는다. ② 좋지 못한 상황에 오랫동안 처하여 그 상황에 몹시 익숙해지다. 예)가난에 찌들다/고생에 찌들다/나는 살결이 검고 거친 모습에서 술에 찌든 사람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그동안에 더 찌들어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 찼다.
* ‘찌들려서 사는’은 ‘찌들어서 사는’으로, ‘찌들린’은 ‘찌든’으로, ‘찌들려 가는’은 ‘찌들어 가는’으로 써야 한다. 좋지 못한 상황에 오랫동안 처해 거기에 몹시 익숙해져 있다는 뜻의 말은 ‘찌들리다’가 아니라 ‘찌들다’이기 때문이다. 물론 ‘생활난에 쪼들린’의 경우는 ‘쪼들리다’가 쓰인 것이므로, ‘쪼들은’이 아니라 ‘쪼들린’이라고 써야 한다.
(29) 그것은 흡사 거대한 흑룡이 승천하기 위해 [용틀임, 용트림]을 하는 것 같았다.
-트림하다 : 먹은 음식이 위에서 잘 소화되지 아니하여서 생긴 가스가 입으로 복받쳐 나오다. 예) 엄마는 아기가 트림하고 난 후에 침대에 눕혔다.
-틀다 : ① 방향이 꼬이게 돌리다. 예) 몸을 틀다/허리를 비비 틀다 ② 나사나 열쇠 따위를 돌리다. 예) 수도꼭지를 틀다 /열쇠를 구멍에 넣고 틀자 문이 열렸다. /수도꼭지를 틀었더니 흙탕물이 나왔다.
- 용틀임하다(龍----) : 이리저리 비틀거나 꼬면서 움직이다. 예) 용틀임한 느티나무 한 그루가 허리에 새끼줄을 감고 길가에 엇비스듬히 서 있었다./손끝에서 차가운 것도 뜨거운 것도 아닌 이상스러운 전율이 그의 가슴으로 용틀임하듯이 번지어 왔다.
- 용트림하다(龍----) : 거드름을 피우며 일부러 크게 힘을 들여 트림하다. 예)미꾸라짓국 먹고 용트림하는 격으로 공연히 제 살만 베어 주고 헛바람 잡는 것도 용서해서는 안 된다.
* 헛바람 : 허황된 일에 공연하게 들뜬 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0)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말고 [누는, 싸는] 게 건강에 좋습니다.
- 싸다 : ① 똥이나 오줌을 참지 못하고 함부로 누다. 예) 아이가 잠을 자다가 이불에 오줌을 쌌다. /배가 아픈데도 참다가 바지에 똥을 싼 적이 있다. / 참새가 날아가다가 그의 머리에 똥을 쌌다. ② (속되게) 똥이나 오줌을 누다. 예) 눈을 비비며 요강 곁으로 가 철철 오줌을 쌌다.
- 누다 : 배설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다. 예) 오줌을 누다/똥을 누다.
* ‘싸다’는 의식하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배설물을 내보내는 경우나, 참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배설하게 되는 경우에 사용한다. 또 짐승에게 쓰기도 한다. 반면 ‘누다’는 자신의 의지로 용변을 볼 경우에 쓴다. “저기 가서 오줌 싸고 와.”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는 저속한 표현이 된다.
* ‘방에 누웠다’는 ‘눕다’의 뜻이고, ‘방에 눴다’는 ‘누다’의 뜻임도 기억해 두어야 한다.
(31) 사람의 이는 음식물을 잘게 [부셔, 부숴] 삼키기 좋게 하여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
-부시다 : ((주로 ‘눈’과 함께 쓰여)) 빛이나 색채가 강렬하여 마주 보기가 어려운 상태에 있다. 예) 햇빛에 눈이 부시다/어두운 실내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자 눈이 부셔서 눈을 뜰 수가 없다.
-부수다 : 단단한 물체를 여러 조각이 나게 두드려 깨뜨리다. 예) 돌을 잘게 부수다/유리창을 부수다
-부시다 : 그릇 따위를 씻어 깨끗하게 하다. 예) 솥을 부시다/그릇을 물로 부시다/밥 먹은 그릇은 깨끗이 부셔 놓아라. * 이 경우의 ‘부시다’는 그릇 이외의 대상에 대해서는 쓰이지 않는다. 비유적인 용법으로도 쓰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씻다’와 다르다. 예를 들면 ‘누명을 씻다’는 쓰이지만, ‘누명을 부시다’는 쓰이지 않는다.
(32) 엄마는 울고 있는 아이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얼러, 을러]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으르다 : 상대편이 겁을 먹도록 무서운 말이나 행동으로 위협하다. 예) 강도가 칼을 들고 집주인을 으르자 집주인은 기절하였다.
* ‘으르다’는 ‘으르니, 으르고, 으르면, 을러’처럼 활용한다. 따라서 ‘을르는 짓’은 잘못이다.
-어르다 : ① 몸을 움직여 주거나 또는 무엇을 보여 주거나 들려주어서, 어린아이를 달래거나 기쁘게 하여 주다. 예) 엄마가 아기를 어르고 있다. ② 사람이나 짐승을 놀리며 장난하다. 예) 고양이는 쥐 한 마리를 물어 와서 앞발로 어르고 있었다. ③ 어떤 일을 하도록 사람을 구슬리다. 예) 그는 대표직 자리를 내놓으라고 어르기도 하고 협박하기도 했다./나는 싫다는 그녀를 회의에 참석하도록 어르고 달래 보았다.
(33) 그는 흙을 물과 잘 [이겨서, 으깨서] 벽에 발랐다.
-으깨다 : 굳은 물건이나 덩이로 된 물건을 눌러 부스러뜨리다. 예) 얼음을 으깨다/감자를 으깨어 요리를 하다.
-이기다 : ① 가루나 흙 따위에 물을 부어 반죽하다. 예) 진흙을 물에 이기다∥.∥여러 가지 색의 물감들을 잘 이겨서 새로운 색을 만들었다. ② 칼 따위로 잘게 썰어서 짓찧어 다지다. 예)고기를 이기다/마늘을 이겨 찌개에 넣었다.
(34) 그녀는 이야기를 [감칠맛, 감질맛] 나게 잘한다.
- ‘감칠맛’은 ‘음식물이 입에 당기는 맛’ 또는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란 뜻으로 쓰인다. ‘감치다’에서 온 말이다. 예) 감칠맛이 나다/술이 감칠맛이 있다./목소리가 감칠맛 있게 곱다.
-감질나다 : 바라는 정도에 아주 못 미쳐 애가 타다. 예) 감질나게 조금씩 주지 말고 듬뿍듬뿍 주어라./수돗물이 감질나게 나온다./비가 하도 찔끔거리니까 감질난다./감질나게 뜸 들이지 말고 속 시원하게 다 말해 보아라.
(35) 올해는 움츠러든 가슴을 활짝 [피고, 펴고]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펴다 : 굽은 것을 곧게 하다. 또는 움츠리거나 구부리거나 오므라든 것을 벌리다. 예) 주먹을 펴다/허리를 펴다/구부러진 못을 바르게 펴다/다리를 쭉 펴다/어깨를 활짝 펴다.
-피다 : 사람이 살이 오르고 혈색이 좋아지다. 예) 아이가 잘 먹어서 그런지 얼굴이 피고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계집애도 꽃다운 나이가 되니 얼굴도 피고, 일도 단단히 한몫 해, 여기저기 혼처가 나서 시집을 가게 됐다.
(36) 다리미로 구김살을 [펴고, 피고] 나니 한결 낫다.
- 피다 : 가정이 수입이 늘어 형편이 나아지다. 예)사업이 잘되어 형편이 피었다.
- 펴다 : 구김이나 주름 따위를 없애어 반반하게 하다. 예) 얼굴의 주름살을 펴다.
(37) 원지 석창포 백복령 감초 각 5g에 물 300㎖을 넣고 반으로 [졸인, 조린] 것을 하루에 여러 번 나누어 한두 달 복용하면 기억력이 좋아진다.
-조리다 : 고기나 생선, 채소 따위를 양념하여 국물이 거의 없게 바짝 끓이다. 예) 생선을 조리다/멸치와 고추를 간장에 조렸다.
-졸이다 : ①‘졸다(=찌개, 국, 한약 따위의 물이 증발하여 분량이 적어지다.)’의 사동사. 예) 찌개를 졸이다 ②((주로 ‘마음’, ‘가슴’ 따위와 함께 쓰여))속을 태우다시피 초조해하다. 예) 마음을 졸이다/가슴을 졸이다
* ‘콩졸임’ ‘멸치졸임’ 따위는 재료에 짭짤하게 양념이 배도록 하는 것이지, 물을 증발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므로 ‘콩조림’ ‘멸치조림’으로 쓰는 게 옳다.
(38) 벌에 쏘인 자리가 [붓기, 붇기] 시작하는 것 같아서, 잠시 화장실에 갔다 오니 벌써 라면이 [불기, 붇기] 시작했다.
* 물에 젖어 부피가 커지는 건 ‘붇다’, 살가죽이나 어떤 기관이 부풀어 오르는 건 ‘붓다’를 사용해야 한다. 또 체중이 느는 것에도 ‘붇다’를 쓴다. 예를 들어 ‘체중이 많이 불었다’와 같이 쓴다.
(39) 동치미는 [이따가, 있다가] 입가심할 때나 먹고 곰국 물을 먼저 떠먹어야지.
* ‘있다’의 의미가 살아 있는 경우에는 ‘있다가’, ‘조금 지난 뒤에’의 뜻으로 쓰이는 경우에는 ‘이따가’를 사용한다고 기억해 두자.
(40) 해수욕장에 갔는데, 모자를 안 썼더니 얼굴이 [그을렀다, 그을었다].
- 그을다 : 햇볕이나 불, 연기 따위를 오래 쬐어 검게 되다. 예) 햇볕에 얼굴이 검게 그을었다./탈 수 있는 것은 죄다 타 버리고 흙벽이나 돌담만 시꺼멓게 그은 채 무슨 형해(形骸)처럼 남아 있었다.
* ‘그을다’에 ‘-은’이 연결되면 ‘ㄹ’이 탈락되어 ‘그은’이 된다. ‘그을은’은 잘못이다.
-그을리다 : ‘그을다’의 피동사. 예) 검게 그을린 얼굴
-그슬다 : 불에 겉만 약간 타게 하다. 예) 장작불에 털을 그슬다/새우를 불에 그슬어서 먹다.
-그슬리다 : ‘그슬다’의 사동사 예) 촛불에 머리카락이 그슬리다
(41) 어려운 일을 책임감 있게 끝까지 해내는 모습이 보기에 [미쁘다, 시쁘다].
-미쁘다 : 믿음성이 있다. 예) 여기저기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 도무지 미쁘게 보이지 않는다.
- 시쁘다 : ①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시들하다. 예) 시쁜 웃음/어린 남편을 가진 것이 마음을 시쁘게 하였다. ② 껄렁하여 대수롭지 않다. 예) 그런 시쁜 일에는 끼어들지 않겠어.
(42) 그의 몸무게는 나보다 무려 세 [갑절, 곱절]이나 무겁다.
* '갑절'은 어떤 수나 양을 두 번 합한 만큼이라는 뜻으로 2배의 의미로만 쓰인다. 이에 비해 '곱절'은 어떤 수나 양을 두 번 합한 만큼, 또는 흔히 고유어 수 뒤에 쓰여 일정한 수나 양이 그 수만큼 거듭됨을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세 곱절/여러 곱절/영농 방식을 이처럼 개선하면 소득이 몇 곱절 높아지게 됩니다.”처럼 쓰인다. ㄸ라서 ‘세 갑절, 네 갑절’처럼은 쓰지 않습니다.
(43) 그는 [홑몸, 홀몸]이 아닌 임신부다.
-홀몸 : 배우자나 형제가 없는 사람. ≒단신(單身) 예) 사고로 아내를 잃고 홀몸이 되었다.
-홑몸 : ① 딸린 사람이 없는 혼자의 몸. 예) 그는 교통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고 홑몸이 되었다./나도 처자식이 없는 홑몸이면 그 일에 당장 뛰어들겠다. ② 아이를 배지 아니한 몸. 예) 홑몸이 아니다./홑몸도 아닌데 장시간의 여행은 무리다.
-홑지다 : 복잡하지 아니하고 단순하다. 예) 홑진 세 식구가 불과 하루 사이에 자그마치 20여 명으로 늘어났다.
* '홀'이 명사 앞에 붙어서 파생어를 이루는 말에는, '홀몸/홀시아버지/홀시어머니/홀씨/홀아비/홀알(무정란)' 등이 있다. 또 '홑'이 명사에 붙어서 파생어를 이루는 말에는, '홑겹/홑꽃잎/홑눈/홑단치마/홑닿소리(단자음)/홑몸/홑씨방/홑암술/홑열매/홑옷/홑이불/홑창/홑치마/홑홀소리(단모음)' 등이 있다.
(44) 그는 [옷거리, 옷걸이]에 맵시가 있을 뿐만 아니라, 말주변도 좋았다.
-옷걸이 : 옷을 걸어 두도록 만든 물건. 예) 그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옷거리:옷을 입은 모양새. 예) 옷거리가 좋다.
(45) 바짓가랑이가 [터져, 튿어져, 뜯어져] 있어 보기 좋지 않다.
-뜯다 : 붙거나 닫힌 것을 떼거나 찢거나 하다. 예) 벽지를 뜯다/편지 봉투를 뜯었다.
-터지다 : 혼솔이나 꿰맨 자리가 뜯어져 갈라지다. 예)그물이 터지다
(46) 야, 사내자식이 어찌 그리 [쩨쩨, 째째]하냐. [쪼잔하게, 짜잘하게] [꼼수, 꽁수] 좀 쓰지 마라.
-쩨쩨하다 : ① 너무 적거나 하찮아서 시시하고 신통치 않다. 예)우리네는 매 사냥은 갑갑하고 쩨쩨해서 흥이 안 나네. ② 사람이 잘고 인색하다. 예) 너무 쩨쩨하게 굴지 마라./
- 쫀쫀하다 : ① 피륙의 발 따위가 잘고 곱다. 예) 쫀쫀하게 짜다/이 여학생은 뜨개질을 쫀쫀하게 잘한다. ② 소갈머리가 좁고, 인색하며 치사하다. 예) 쫀쫀한 사람/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식사 때 돈이라곤 내 본 적이 없는 쫀쫀한 남자다. ③ 행동 따위가 잘고 빈틈이 없다. 예) 저런 그런 쫀쫀한 글을 썼다는 건 암만해도 좀 미심쩍었다.
- 쪼잔하다 : (속되게) 마음 쓰는 폭이 좁다. 예) 쪼잔하고 갑갑한 사람/돈 몇 푼이 아까워서 벌벌 떠는 그를 주위에서 쪼잔한 남자라고 비웃었다.
- 자잘하다 : 여러 가지 물건이나 일, 또는 여러 생각이나 행동 따위가 다 작고 소소하다. 예) 일상사의 자잘한 이야기/요즘은 집안의 자잘한 일로 바쁘다.
- 꼼수 :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 예) 꼼수를 쓰다
- 꽁수 : 연의 방구멍 밑의 부분.
(47) 교통사고로 차가 [밀려, 막혀] 제시간에 약속 장소에 도착하지 못했다.
* ‘막히다’는 ‘막다’의 피동사로 길·통로 등이 통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밀리다’는 어떤 이유로 뒤처지게 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교통 흐름이 원활하지 않을 때 “차가 어찌나 밀리는지 목적지에 가기도 전에 지쳤다”, “도로가 너무 막혀 차들이 꿈쩍도 안 한다”와 같이 표현해야 무리가 없다.
(48) 아이들 [등살, 등쌀]에 못 이겨 놀이동산에 다녀왔다. 그런데 태풍으로 [뿌리채, 뿌리째] 뽑힌 나무들이 방치되어 있어 저절로 [눈쌀, 눈살]이 찌푸려졌다.
* ‘등쌀’이 맞다. ‘등살’이라고 하면 ‘등에 있는 근육’을 의미하게 된다. ‘뿌리째’가 맞다. ‘-째’는 ‘그대로’ 또는 ‘전부’의 뜻을 나타낸다. 통째, 껍질째, 송두리째 등도 같은 사례다. ‘눈살’이 맞다. ‘눈살’은 ‘두 눈썹 사이에 잡히는 주름’을 뜻한다.
(49) 지난해 사랑하는 딸을 [여의고, 여위고], 올해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다, 잊었다]. 슬픈 광릉 땅에 두 무덤 마주보고 있구나.
-여위다 : ① 몸의 살이 빠져 파리하게 되다. 예) 여윈 손/오래 앓아서인지 얼굴은 홀쭉하게 여위고 두 눈만 퀭하였다. ② 살림살이가 매우 가난하고 구차하게 되다. ③ 빛이나 소리 따위가 점점 작아지거나 어렴풋해지다. 예) 푸른빛이 가지가지마다 철철 흐르는 듯하던 녹음도 이제는 쌀쌀한 바람을 맞아 빛이 여위고 몸이 마르게 되었다. ④ (비유적으로) 땅이나 강 따위가 부피가 줄어들고 메말라지다. 예)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도 차차 여위어 가고 온 산은 뜨거운 물속에 갓 삶은 게의 껍질처럼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여의다 : ① 부모나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서 이별하다. 예) 그는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고아로 자랐다. ② 딸을 시집보내다. 예) 막내딸을 여의다.
- 잃다 : 가까운 사람이 죽어서 그와 이별하다. 예) 병으로 조강지처(糟糠之妻)를 잃다.
(50) 천만다행으로 태풍이 우리나라를 [비껴갔다, 비켜 갔다].
* '비키다'는 사람이나 동물이 가는 방향에 있는 어떤 것을 피해서 지나가거나 옮겨 가는 것을 뜻한다. 또 '비끼다'는 어떤 것에 대해 비스듬하게 또는 정확한 방향이 아닌 조금 옆으로 벗어난 방향으로 지나가는 것을 뜻한다.
(51) 살고 싶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목숨이 붙어 있으니까 마지못해 [그저, 거저] 살아갈 뿐인 것이다.
- 거저 : ① 아무런 노력이나 대가 없이. 예) 그는 힘들여 만든 물건을 돈도 안 내고 거저 가지려 했다./내가 읽던 책을 거저 줄 테니, 넌 공부나 열심히 해라./그런 고물시계는 거저 줘도 싫다./남의 물건을 거저 가지려 해서야 쓰나. ②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빈손으로. 예)아기 돌잔치에 거저 갈 수야 없는 일이지./그녀는 할머니 집에 갈 때는 거저 가지 않는다./사람은 세상에 거저 왔다가 거저 간다.
- 그저 : ① 변함없이 이제까지. 예)비가 그저 내리고 있다. ② 다른 일은 하지 않고 그냥. 예) 그는 그저 웃기만 했다. ③ 어쨌든지 무조건. 예)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④ 특별한 목적이나 이유 없이. 예) 그저 한번 해 본 말이다.
(52) 김 씨는 술자리를 [갖은, 가진] 핑계로 피하였다.
-갖은 : [관형사] 골고루 다 갖춘. 또는 여러 가지의. 예)갖은 고생, 갖은 수단, 갖은 양념을 넣어 만든 음식
* ‘골고루 다 갖춘’의 의미를 나타내는 말로 ‘가진’을 쓰는 경우가 있으나 ‘갖은’만 표준어로 삼는다.
* ‘가진 것이 적다’에서 ‘가진’은 동사 ‘가지다’의 관형형이다.
(53) 미역국 [가닥, 가락] 속에 자잘한 석화 알맹이들이 수북하게 얹히어 있었다.
-가닥 : ① 한군데서 갈려 나온 낱낱의 줄. 예)가닥이 지다/가닥을 나누다 ② 빛이나 물 따위의 줄기. ③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 한군데서 갈려 나온 낱낱의 줄이나 줄기 따위를 세는 단위. 예) 두 가닥으로 땋은 머리/창을 열자 수많은 가닥의 햇살이 쏟아졌다. 4 . (‘한 가닥’ 구성으로 쓰여) 아주 약간. 예) 한 가닥의 희망
-가락 ① 물레로 실을 자을 때 실이 감기는 쇠꼬챙이. [비슷한 말] 가락꼬치ㆍ씨앗가락ㆍ전정자. ② 실을 자을 때 쇠꼬챙이에 감긴 실몽당이. ③가늘고 길게 토막이 난 물건의 낱개. 예) 가락이 굵다./가락이 길다. ④(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 가늘고 길게 토막이 난 물건을 세는 단위. 예) 엿 한 가락/잔칫집에 가서 국수 한 가락 못 얻어먹고 돌아왔다.
(54) 그 행사는 겉만 요란했지 [알맹이, 알갱이]는 별로 없었다.
- 알맹이 : ① 물건의 껍데기나 껍질을 벗기고 남은 속 부분. 예) 껍질은 버리고 알맹이만 홀랑 먹었다. ② 사물의 핵심이 되는 중요한 부분. 예) 알맹이가 빠진 말
- 알갱이 : ① 열매나 곡식 따위의 낟알. 예) 뇌는 부드러운 치즈와 같으며, 외형적인 모양으로 보면 큰 호두 알갱이 같이 생겼다. ② 작고 동그랗고 단단한 물질. 예) 보석 알갱이 ③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 열매나 곡식 따위의 낟알을 세는 단위. 예)밥알 한 알갱이/콩자반 여남은 알갱이
(55) 나이 서른이면 [한창, 한참] 일할 때다.
-한참 :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
-한창 : ① 어떤 일이 가장 활기 있고 왕성하게 일어나는 때. 또는 어떤 상태가 가장 무르익은 때. ② 어떤 일이 가장 활기 있고 왕성하게 일어나는 모양. 또는 어떤 상태가 가장 무르익은 모양.
(56) [몹쓸, 못 쓸] 고양이가 생선을 다 먹어 버렸다.
-몹쓸 : 악독하고 고약한. 예)몹쓸 것/몹쓸 곳/몹쓸 놈/몹쓸 말/몹쓸 병/몹쓸 사람/그런 몹쓸 짓 하지 마라./그런 몹쓸 버릇은 버려라.
(57) 그 지역에는 후보자가 오래 전부터 [두터운, 두꺼운] 교분(交分)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다시 말하면 지지층이 상당히 [두껍다, 두텁다].
-두텁다 : 신의, 믿음, 관계, 인정 따위가 굳고 깊다. ≒도탑다. 예) 두터운 은혜/친분이 두텁다/정이 두텁다/신앙이 두텁다
-두껍다 : ① 두께가 보통의 정도보다 크다. 예) 빵을 너무 두껍게 잘랐다. ② 층을 이루는 사물의 높이나 집단의 규모가 보통의 정도보다 크다. 예) 고객층이 두껍다 ③ 어둠이나 안개, 그늘 따위가 짙다. 예) 안개가 두껍게 깔렸다.
(58) 춥지 않은 소한(小寒) 없고 [푹하지, 푹푹하지] 않은 대한(大寒) 없다지만, 어제가 대한이라고 땜을 하는 건지 새벽 강바람이 칼날 같았다.
-푹푹하다 : 종이나 피륙 따위가 두툼하고 해지기 쉽게 여리다.
-푹하다 : 겨울 날씨가 퍽 따뜻하다.
(59) 지게가 넘어지지 않도록 작대기를 [받쳐, 받혀, 바쳐] 놓았다.
* ‘받치다’와 ‘받히다’는 서로 뜻을 구별해서 써야 하는 말이다. 먼저 ‘받치다’는 '받다'에 강세를 나타내는 접미사 ‘-치-’가 결합한 말이다. 다음 ‘받히다’는 ‘받다’에 피동접미사 ‘-히-’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피동사다.
‘받치다’에는 ‘우산이나 양산 등을 펴 들다’, ‘밑에서 괴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예) 우산을 받치다./그릇을 받쳐 들다./두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누워 있다.
반면에 '받히다'에는 '머리나 뿔 따위로 세차게 부딪히다', '머리나 뿔 따위에 받음을 당하다'의 의미가 있습니다. 예)자동차에 받히다./소뿔에 받혀 다쳤다.
한편 ‘바치다’는 위에 든 ‘받다’와는 상관이 없는 별개의 단어다. ‘바치다’는 ‘신이나 웃어른에게 정중하게 드리다’, ‘무엇을 위하여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놓거나 쓴다’는 의미의 말로 쓴다. 예) 신에게 제물을 바쳐 우리 부락의 안녕을 빌었다./나라와 겨레를 위하여 목숨을 바쳤다.
(60) 이 고장에는 새가 [깃들일, 깃들] 나무가 없다.
-깃들다 : ① 아늑하게 서려 들다. 예) 거리에는 어느새 황혼이 깃들었다. ② 감정, 생각, 노력 따위가 어리거나 스며 있다. 예) 건전한 정신은 건전한 육체에 깃든다./올올이 짠 스웨터에는 어머니의 정성이 깃들었다.
-깃들이다 : ① 짐승이 보금자리를 만들어 그 속에 들어 살다. 예) 까마귀가 버드나무에 깃들였다. ② 사람이나 건물 따위가 어디에 살거나 그곳에 자리 잡다. 예) 이 마을에는 김씨 성의 사람들만 몇 대째 깃들여 산다.
(61) 나는 버스로 여행하는 것보다 기차로 여행하는 것이 더 마음에 [당긴다, 댕긴다].
- 댕기다 : 불이 옮아 붙다. 또는 그렇게 하다. 예)그의 마음에 불이 댕겼다./바싹 마른 나무가 불이 잘 댕긴다./담배에 불을 댕기다/그의 초라한 모습이 내 호기심에 불을 댕겼다.
- 당기다 : ① 좋아하는 마음이 일어나 저절로 끌리다. 예) 마음이 당기다나는 그 얘기를 듣고 호기심이 당겼다. ② 입맛이 돋우어지다. 예) 식욕이 당기다
(62) 그 가게의 문은 [널빤지, 널빈지]로 엉성하게 짜 만든 [널빤지, 널빈지]라서 도둑이 들기 안성맞춤이다.
-널빈지 : 한 짝씩 끼웠다 떼었다 할 수 있게 만든 문. ≒빈지 예) 가게의 널빈지를 미닫이문으로 바꿨다.
-널빤지 : 판판하고 넓게 켠 나뭇조각. 예) 널빤지로 엉성하게 만든 부엌문/널빤지로 궤짝을 짜다/사범이 널빤지 다섯 장을 겹쳐 놓고 격파하였다.
(63) 길을 떠나기 위해 [보시기, 보자기] 하나를 펴서 물건을 쌌다.
- 보시기 : ① 김치나 깍두기 따위를 담는 반찬 그릇의 하나. 모양은 사발 같으나 높이가 낮고 크기가 작다. 예) 김치 보시기/보시기에 깍두기를 담다. ②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 김치나 깍두기를 보시기에 담아 그 분량을 세는 단위. 예) 나박김치 한 보시기.
-보자기 : 물건을 싸서 들고 다닐 수 있도록 네모지게 만든 작은 천. 예) 보자기로 물건을 싸다/보자기를 풀어 보다.
(64) 다음 주 초부터 전국에 눈보라를 동반한 [강추위(强-), 강추위]가 몰아닥칠 것으로 보인다.
- 강추위(강(强--) : 눈이 오고 매운바람이 부는 심한 추위.
- 강추위 : 눈도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으면서 몹시 매운 추위.
* 우리말 접두사 ‘강-’에는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 ‘그것만으로 된’이라는 뜻이 있다. ‘강바람, 강술, 강굴, 강조밥, 강풀’ 등으로 쓰인다. 흔히 ‘깡술’이라고 잘못 말하는 ‘강술’은 안주 없이 마시는 술이다. ‘강조밥’은 좁쌀만으로 지은 밥, ‘강풀’은 물에 개지 않은 풀이다. ‘꽁보리밥’도 ‘강보리밥’이 변한 말이다. 그런데 언론에서 ‘강-’을 ‘강(强)-’으로 해석하여 눈보라가 몰아치는 추위를 ‘강추위’라 했고, 언어대중들도 그렇게 받아들임에 따라 최근 사전이 두 말을 구분하여 올렸다. 눈이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관계없이 매우 심한 추위라는 뜻의 ‘맹(猛)추위’라 한다. 두 ‘강추위’의 뜻을 아우르는 말이다.
(65)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비행기 [값, 삯]이 얼마인가?
-‘값’은 사고파는 물건에 매겨진 액수다. ‘물건 값을 깎다.’ 물건을 사고팔 때 주고받는 돈이기도 하다. ‘과일을 사고 값을 치렀다.’ 이와 달리 ‘삯’은 일에 대한 품값으로 주는 돈이나 물건을 가리킨다. ‘삯을 받고 일하다.’ 그리고 물건, 시설을 이용하고 주는 돈이다. ‘뱃삯, 찻삯.’ ‘삯을 내다’는 삯을 주어 일을 시킨다는 말이다.
(66) 일은 걷잡을 수 없이 파국으로 [치닫고, 치달고] 있었다.
- 치닫다 : ① 위쪽으로 달리다. 또는 위쪽으로 달려 올라가다. 예) 그는 산 위로 치닫기 시작했다. ② 힘차고 빠르게 나아가다. 예) 정국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아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결승점을 향해 치닫다. ③ 생각, 감정 따위가 치밀어 오르다. 예) 나는 머리끝까지 치닫는 분노를 참았다.
* ‘치-’가 ‘위로 향하게’ 또는 ‘위로 올려’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로 쓰인 예로는 ‘치뜨다, 치닫다, 치받다, 치솟다, 치읽다.’ 등이 있다.
* ‘치닫다‘의 의미로 ‘치달다‘를 쓰는 경우가 있으나 ‘치닫다‘만 표준어로 삼는다.
(67) 김 선생님은 영어를 [매우, 너무] 잘 하신다.
-너무 :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 예) 너무 위험하다./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너무’는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라는 뜻이다. 좋지 않은 일과 어울린다. 그런데 요즘에는 ‘너무’를 ‘매우, 무척, 아주’ 등의 뜻으로도 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너무 좋다’, ‘너무 맛있다’, ‘너무 기쁘다’ 등이 그렇다. 하지만 ‘너무 기쁘다’고 하면,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 기쁘다’가 되는데, 실은 ‘매우 기쁘다’는 뜻이니 표현과 의도가 어긋난다.
(68) 철사가 너무 [얇아서, 가늘어서] 좀 더 굵은 것으로 교체하도록 했다.
-얇다 : 두께가 두껍지 아니하다. 예) 옷이 얇다/고기를 얇게 저미다/날이 풀리면서 빙판이 얇아져서 썰매를 탈 수 없다.
-가늘다 : 긴 물체의 굵기나 너비가 보통에 미치지 못하고 얇거나 좁다. 예) 실이 머리칼보다도 가늘다./허리가 개미처럼 가늘어서 무슨 힘을 쓰겠어./가는 빗줄기가 종일 내린다./아기가 가늘게 눈을 뜨고 곤한 잠에서 깨어난다.
*얇은 것의 반대는 두꺼운 것이고, 가는 것의 반대는 굵은 것이다.
(69) 풀잎마다 맺힌 이슬방울이 [햇빛, 햇볕]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있었다.
* ‘햇볕’은 해가 내리쬐는 뜨거운 기운을 뜻하는 말로, ‘따사로운 햇볕/햇볕에 그을리다/햇볕을 받다/햇볕을 쬐다/햇볕이 쨍쨍 내리쬔다.’와 같이 쓰인다. 이와 달리 ‘햇빛’은 ‘해의 빛’을 뜻하는 말로, ‘햇빛이 비치다/햇빛을 가리다’와 같이 쓰인다.
(70) 내가 기억하기로는 김병종의 <화첩기행>이 나온 것이 그 [어름, 얼음, 으름]이다
-어름 : ① 두 사물의 끝이 맞닿은 자리. 예) 눈두덩과 광대뼈 어름에 시커먼 멍이 들었다. / 바닷물과 갯벌이 맞물려 있는 어름에 그물이 설치되어 ② 시간이나 장소나 사건 따위의 일정한 테두리 안. 또는 그 가까이. 예) 오후 세 시 어름은 좀 어중간한 시간이었다.
- 어름 : 남사당놀이의 넷째 놀이. 줄타기 재주이다. ≒무환ㆍ새미놀이.
-어림없다 : 도저히 될 가망이 없다. 예) 그는 수첩에 적혀 있는 숙모의 주소로 집을 찾기란 어림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으름 : 으름덩굴의 열매. ≒연복자ㆍ임하부인.
(71) 봄에 기르는 상추는 [금세, 금새] 자란다. 그런데 과감하게 [솎아, 섞어] 주어야 한다. 너무 [배면, 베면] 서로 경쟁을 하여 자라는 게 시원찮다.
- 금세 : 지금 바로. ‘금시에’의 준말. 예)소문이 금세 퍼졌다./약을 먹은 효과가 금세 나타났다
- 요새 : ‘요사이(이제까지의 매우 짧은 동안)’의 준말. 예) 요새는 입맛이 통 없다./요새도 동창들하고 연락하고 사니?
-솎다 : 촘촘히 있는 것을 군데군데 골라 뽑아 성기게 하다. 예) 상추를 솎다/머리숱이 많아서 자를 때마다 적당히 솎아 내야만 한다./밭에서 솎은 고추를 광주리에 이고 자명은 뒤뜰로 돌아 들어갔다.
-배다 : 물건의 사이가 비좁거나 촘촘하다. 예) 그물코가 배다/모를 배게 심다/물건이 창고에 배게 들어찼다.
(72) 복지과에 [딸린, 달린] 직원의 실력이 [달리는, 딸리는] 것은 아니지만, 인원이 적어서 일손이 많이 [달리는, 딸리는] 편이다.
- 달리다 : 재물이나 기술, 힘 따위가 모자라다. 예) 일손이 달리다/다른 사람들에 비해 실력이 달린다./기운이 달려 일을 더 이상 못하겠다./이곳 물자가 달리니 원조를 부탁합니다.
- 딸리다 : ① 어떤 것에 매이거나 붙어 있다. 예) 그 집에는 비교적 넓은 앞마당이 딸려 있다./자식 딸린 부부가 이혼을 생각하다니 걱정이다. ② 어떤 부서나 종류에 속하다. 예)염소는 솟과[솟科]에 딸린 짐승이다.
(73) 객지에서 배 [곯고, 골고] 있을 아들 생각에, 어머니는 거의 [곯은, 골은] 달걀 하나로 [주린, 줄인] 배를 채우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 주리다 : ① (주로 ‘배’를 목적어로 하여) 제대로 먹지 못하여 배를 곯다. 예) 그 먹는 품으로 보아 몹시 배를 주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장면으로 주린 배를 허겁지겁 채웠다. ②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여 몹시 아쉬워하다. 예) 모성애에 주린 그는 외손자를 친손자같이 귀애하게 되었다./아빠 정에 주렸던 그 아이는 아빠에게서 쉽게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 ‘주리다’와 ‘줄이다’는 구별해서 적어야 한다. 배를 곯는 경우에는 ‘주리다’를 쓰고 비용을 줄게 하는 경우에는 ‘줄이다’를 쓴다.
- 골다 : 잠잘 때 거친 숨결이 콧구멍을 울려 드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다. 예)코를 고는 소리.
- 곯다 : (‘배’를 목적어로 하여) 양(量)에 아주 모자라게 먹거나 굶다. 예) 배 곯지 말고 밥을 잘 챙겨 먹어라.
- 곯다 : 속이 물크러져 상하다. 예) 달걀 곯은 냄새
- 곪다 : 상처에 염증이 생겨 고름이 들게 되다. 예)상처가 곪아서 고름이 났다.
(74) 그녀의 목소리는 잔잔하게 [여느, 어느] 때 없이 아름다웠다.
-여느 : 그 밖의 예사로운. 또는 다른 보통의. 예) 오늘은 여느 때와 달리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들도 여느 가족들처럼 오순도순 살고 있다./올여름은 여느 여름보다 더운 것 같다./이 병원은 치료비가 여느 병원보다 비싸다.
- 여느 때 없다 : 보통 때와는 다르다. 예) 여느 때 없던 조금 수상한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었다.
75) 혼인 잔치는 밤이 [이슥, 으슥]하도록 끝이 날 줄 몰랐다.
-으슥하다 : ① 무서움을 느낄 만큼 깊숙하고 후미지다. 예) 으슥한 골목길/으슥한 골짜기.② 아주 조용하다. 예) 으슥한 밤거리
-이슥하다 : ① 밤이 꽤 깊다. 예) 아버지는 밤이 이슥해서야 집에 돌아오셨다. ② 지난 시간이 얼마간 오래다. 예) 이웃집 닭은 세 회나 운 지 이슥하다.
76) 오랜만에 사람들 앞에 나서자니 [자못, 사뭇] 긴장이 된다.
-사뭇 : ① 거리낌 없이 마구. 예) 그는 선생님 앞에서 사뭇 술을 마셨다./발소리는 사뭇 가까워 오고 있었다. ② 내내 끝까지. 예) 이번 겨울 방학은 사뭇 바빴다./이제까지 침울하고 한가롭고 사뭇 조용하기만 하던 병실 분위기가 갑자기 떠들썩해지며 생기를 되찾은 것 같았다. ③ 아주 딴판으로. 예)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고. ④ 마음에 사무치도록 매우. 예) 그녀의 마음에는 사뭇 슬픔이 밀려왔다./어머니는 3년 만에 귀향한 아들을 보고 사뭇 감격하는 표정을 짓는다.
- 자못 : 생각보다 매우. 예) 여러분에 대한 기대가 자못 큽니다./마을 친척들도 명식의 경솔한 언동이 자못 불쾌한 모양이었다.
77) [살지고, 살찌고] 싱싱한 물고기가 맛이 있어 보인다.
* ‘살지다’[형용사]와 ‘살찌다’[동사]는 구분해서 써야 할 말이다. ‘살이 많고 튼실하다’의 의미일 때는 ‘살지다’로 적고 [살지다]로 읽는다.
78) 나는 영어로 된 문장을 사전을 들춰 가면서 겨우겨우 [두드려, 두들겨, 두둘겨] 맞춰 해독했다.
-두드리다 : ① 소리가 나도록 잇따라 치거나 때리다. 예) 어깨를 두드리다/문을 두드리다 ② (속되게) 때리거나 타격을 주다. 예) 우체부가 눈앞에 있기만 하면 퍽퍽 두드려 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③ (흔히 ‘가슴’, ‘마음’, ‘심금’, ‘양심’ 따위의 말과 함께 쓰여) 감동을 주거나 격동시키다. 예) 연사의 절절한 호소는 청중들의 심금을 세차게 두드렸다. ④ (주로 ‘두드려’ 꼴로 쓰여) ‘마구’, ‘함부로’의 뜻을 나타낸다. 예) 세간을 두드려 부수다/개를 두드려 패다 ⑤ (주로 ‘두드려’ 꼴로 쓰여) 대충 예) 그것도 엉성하게 두드려 맞추는 듯 위태위태하였다.
-두들기다 : ① 소리가 나도록 잇따라 세게 치거나 때리다. 예) 종을 두들기다 /그는 주먹으로 문을 쿵쿵 두들겼다. ② (속되게) 마구 때리거나 큰 타격을 주다. 예) 나는 그 녀석을 늘씬하게 두들겨야 속이 풀릴 것 같다. ③ (흔히 ‘가슴’, ‘마음’, ‘심금’, ‘양심’ 따위의 말과 함께 쓰여) 크게 감동을 주거나 격동시키다. 예) 이 하루하루의 삶이 빗발처럼 가슴을 두들겨 왔다. ④ (주로 ‘두들겨’ 꼴로 쓰여) ‘마구’, ‘함부로’의 뜻을 나타낸다. 예) 두들겨 부수다
* ‘두들기다’의 의미로 ‘두둘기다’를 쓰는 경우가 있으나 ‘두들기다’를 표준어로 삼는다.
* ‘두드리다’의 경우와는 달리, ‘두들기다’는 손 이외의 기관이 사용되기 어렵다. 그래서 “발뒤꿈치로 바닥을 두드린다.”는 자연스럽지만, “발뒤꿈치로 바닥을 두들긴다.”는 부자연스럽다.
79) 버스를 타고서는 차장에게 도저히 [거스를, 바꿀, 교환할] 수 없는 고액권을 내놓고 무임승차를 하려는 윤 직원 영감은 일꾼들이나 하인은 상전을 섬기기만 하고 대가는 바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스르다 : 셈할 돈을 빼고 나머지 돈을 도로 주거나 받다. 예) 천 원짜리 지폐를 주고 백 원짜리 동전을 하나 거슬러 받았다./성큼 몇 개를 집어 드는 그녀에게 아낙네가 잔돈을 거슬러 주었다.
* 물건을 사고 나머지 돈을 받는 것에는 ‘바꾸다’나 ‘교환하다’를 쓸 수 없다.
80) 아내가 [행주, 걸레]로 밥상을 훔쳤다
* ‘걸레’와 달리 ‘행주’는 아주 깨끗해야 한다.
81) 거의 병(病)이 다 [아물었다, 나았다].
- 아물다 : 부스럼이나 상처가 다 나아 살갗이 맞붙다. 예) 공기가 잘 통해야 상처가 빨리 아문다./상처가 다 아물어 붕대를 풀고 있었지만 흉한 흉터가 남았을 뿐더러 힘줄이 오그라들어 조막손이가 돼 있었다.
* ‘아물다’는 ‘병(病)’에 대해서는 쓰이지 않는다.
82) 춥다고 방 안에만 있지 말고 운동으로 몸을 좀 [덥혀라, 데워라].
- 데우다 : 식었거나 찬 것을 덥게 하다. 예) 물을 데우다/아내는 밤늦게 들어온 남편을 위해 찌개를 데우고 밥상을 차렸다.
* 운동이나 마찰에 의하여 몸을 덥게 하는 것에는 ‘데우다’를 쓰지 않는다.
83) 농부들은 [땅, 뭍]을 파서 먹고 산다.
* ‘땅’이 ‘하늘’의 상대 개념으로 쓰인다면, ‘뭍’은 ‘섬’의 상대 개념으로 쓰이는 것이 보통이다. ‘뭍’은 영토나 흙의 의미를 가질 수 없다.
84) 어머니는 딸에게 [터앝, 오래뜰]에서 키운 채소를 하나라도 더 주려 하셨다.
- 오래 : ① 한동네의 몇 집이 한골목이나 한이웃으로 되어 사는 구역 안. 예) 그들 집안과 우리는 어려서부터 한 오래에서 살았다. ② 거리에서 대문으로 통하는 좁은 길.
- 오래뜰 : 문정[門庭, 대문이나 중문 안에 있는 뜰]
- 골목 : 큰길에서 들어가 동네 안을 이리저리 통하는 좁은 길. ≒골ㆍ골목길. 예) 좁고 막다른 골목/골목에 들어서다/골목으로 접어들다/골목 모퉁이를 돌다/골목에 쌓인 눈을 치우다/우리 집 앞 골목에서는 언제나 어린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 ‘오래뜰’에 대한 표준국어대사전의 해설은 부실하다. ‘오래+뜰’의 구성이므로, ‘대문에서 거리로 향하는 좁은 길에 형성된 빈터’ 정도가 적절하다. 결국 동일한 공간을 두고 ‘골목’은 ‘길’로 보는 관점이고, ‘오래뜰’은 ‘터’로 보는 관점인 것이다. ‘오래’는 ‘문(門)’의 고유어인데, 지금은 ‘문’이라는 뜻으로는 쓰이지 않는 말이다.
- 터앝 : 집의 울안에 있는 작은 밭. *‘터+밭’에서 온 말이다.
- 뒤란 : 집 뒤 울타리의 안. ≒호리(戶裏).
85) 육교 [밑, 바닥]으로 차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 ‘밑’은 어떤 물체를 기준으로 그 아래쪽에 있는 공간을 가리킨다. 하지만 ‘바닥’의 경우는 어떤 물체의 아래쪽에 오는 공간을 가리킬 수 없다. ‘바닥’은 물체에서 가장 아래쪽에 있는 면(面)을 가리키며, ‘구두 바닥에 흙이 묻었다’처럼 쓰인다.
86) 장마당에 여러 가지 물건을 [벌려, 벌여] 놓고,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는, 벌리는] 바람에 장사를 망치고 말았다.
* ‘벌리다’는 어떤 두 대상에 사이가 생기게 하거나 이미 있던 사이를 더 크게 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벌이다’는 여러 개의 물건을 늘어놓는 것을 말한다. 일을 시작하여 다른 사람 앞에 드러내는 경우도 ‘벌이다’를 쓴다. 예를 들어 노름판은 ‘벌리는’ 것이 아니라, ‘벌이는’ 것이다.
87) 오랜만에 닭을 한 마리 [고아, 삶아] 몸보신을 했다.
* 뼈나 고기 따위를 오래 끓여 국물이 우러나게 하는 경우에는 ‘삶다’가 아니라 ‘고다’를 쓴다.
88) [시거든, 쉬거든] 떫지나 말고 얽거든 검지나 말지.
-시다 : ① 맛이 식초나 설익은 살구와 같다. 예) 포도가 시다/임신부인 고모는 유독 신 과일을 좋아한다. ② 관절 따위가 삐었을 때처럼 거북하게 저리다. 예) 어금니가 시다/그녀는 어깨가 쑤신다, 가슴이 결린다, 발목이 시다, 늘 불평이었다. ③ 강한 빛을 받아 눈이 부시어 슴벅슴벅 찔리는 듯하다. 예) 눈이 실 정도로 날씨가 좋다./태양 빛이 강하여 눈이 시다.
-쉬다 : 음식 따위가 상하여 맛이 시금하게 변하다. 예) 음식이 쉬다.
- 시거든 떫지나 말고 얽거든 검지나 말지 : 사람이 못났으면 착실하기나 하거나 재주가 없으면 소박하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시다는데 초를 친다 : 가뜩이나 신 데다 초까지 또 친다는 뜻으로, 일이 엎친 데 덮친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89) 할아버지의 유언장에 [씌어, 쓰여, 씌여] 있는 내용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 쓰여 : ‘쓰다’의 피동사 ‘쓰이다’의 어간에 ‘-어’가 연결된 형식이다. ‘쓰이+어’로 분석된다. 예) 종이에 글씨가 쓰여[書, written] 있다./ 이 차는 출근용으로 주로 쓰여[用, used] 크게 손 볼 것이 없다.
-씌어 : ‘쓰다’의 피동사 ‘쓰이다’의 어간에 ‘-어’가 연결된 형식이다. ‘쓰이+어’로 분석된다. 다만, ‘쓰이다’의 어간 ‘쓰이-’가 먼저 ‘씌-’로 줄어진 다음에 어미가 연결되었다는 점이 다르다. 유의할 점은 ‘쓰여[書, written]’일 경우에 주로 이 형태로 준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 경우 ‘씌여’나 ‘씌워’로 쓰는 안 된다.
* 씌워 : ‘씌우다’의 준말이 ‘씌다’가 되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아/어’ 형으로 쓰이는 일이 없다. 예) 허수아비에게 밀짚모자를 씌웠다./납치범들은 인질에게 복면을 씌웠다./호흡이 곤란한 환자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웠다./아이에게 우산을 씌웠다./혐의를 씌웠다.
90) 주식 투자로 잃어버린 돈이 정말 [아깝다, 아쉽다]. 그래서 재정난으로 회사는 지금 만원이 [아쉽다, 아깝다]. 그러나 남에게 [아까운, 아쉬운] 소리를 하자니 얼굴이 뜨겁다.
* ‘아깝다’는 어떤 형태로든 이미 자기가 가지고 있거나 자기 주변에 있었던 것을 잃었거나 잃게 될 상황에서 그것이 가지는 가치를 새삼스럽게 느끼는 상태에 있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 기본 의미이다. 물론 어떤 물건이나 사람에 대한 가치 평가는 주관적이라기보다 객관적이라는 점이다. 반면 ‘아쉽다’는 가치 판단이 객관적이라기보다는 주관적이다.
91) 이 기계에는 이 부속이 [맞는다, 옳다].
* ‘옳다’는 형용사이며, 동사로 쓰이지 않는다. ‘맞다’는 동사이며, ‘크기, 규격 따위가 다른 것의 크기, 규격 따위와 어울리다.’의 뜻으로는 ‘옳다’가 아니라 ‘맞다’를 쓴다. 예) 반지가 손가락에 맞다/디자인은 마음에 드는데 치수가 내 몸에 맞는 것이 없어서 사지 못했다.
92) 사진 두 장을 [겹쳐, 접어] 한 장에 인화(印畵)하였다.
* ‘접다’의 경우 넓이를 가진 두 물체를 같은 공간상에 포개어 놓은 것에 대해서는 쓸 수 없다. 그 경우는 ‘겹치다’를 써야 한다.
93) 오늘은 밥이 너무 [질게, 묽게] 되었다.
* ‘질다’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물기가 섞인 상태의 물질이지 그 속에 들어 있는 수분의 양이 아니다. 이와 달리 ‘묽다’는 액체 상태의 물질이 가지는 농도에 초점이 놓인다. 따라서 밥은 질은 것이지 묽은 것이 아니다.
94) 그런 일은 우리 사회에 [흔하다, 헤프다].
* “요즘 쌀이 너무 헤프다.”와 같이 쓴다. 그러나 어떤 대상이 공간적으로 널리 흩어져 있다는 뜻으로 ‘헤프다’를 쓰지는 않는다.
95) 환난상휼(患難相恤)은 [예, 옛]부터 전해 오는 미풍양속입니다.
- 예[예ː] : (주로 ‘예나’, ‘예로부터’ 꼴로 쓰여) 아주 먼 과거. 예)꼼꼼한 성격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이 바위에는 예로부터 괴이한 전설이 하나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 옛 : [관형사] 지나간 때의.
* '예'는 명사이고, '옛'은 관형사이다. 조사 '부터'가 결합할 수 있는 말은 명사이므로 '예부터'가 맞다. 관형사 '옛'은 명사를 수식하거나 후속하는 명사와 합성어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옛 기억, 옛 말’ 또는 ‘옛일, 옛이야기, 옛적, 옛날, 옛사랑, 옛정, 옛집, 옛추억, 옛친구’처럼 쓰인다.
96) 그 이야기를 듣자 [왠지, 웬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웬 [관형사] - ① 어찌 된. 예) 웬 영문인지 모르겠다./ 웬 까닭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다/
웬 걱정이 그리 많아? ② 어떠한. 예) 골목에서 웬 사내와 마주치다/ 웬 놈이야, 떠드는 놈이?
- 왠지 [부사] : 왜 그런지 모르게. 또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 ‘웬 사람이 널 찾아왔어.’나 ‘웬일로 그러지?’의 ‘웬’을 ‘왠’으로 적는 것은 잘못이다. ‘왜’와 관련이 없는 말이므로 ‘웬’으로 적는다. 뒤에 명사나 명사구가 오면 '웬'을 쓴다고 기억해 두자.
97) 그는 집에 가는 길에 술집을 [들러, 들려] 한잔했다.
-들르다 :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다. 예) 친구 집에 들르다/퇴근하는 길에 포장마차에 들렀다가 친구를 만났다.
* ‘들르다’의 의미로 ‘들리다’를 쓰는 경우가 있으나 ‘들르다’만 표준어로 삼는다.
-들리다 : ‘듣다’의 피동사. 예) 어디서 음악 소리가 들린다. /밤새 천둥소리가 들렸는데 아침에는 날이 맑게 개었다. /그는 귓병을 앓아서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98) 그렇게 큰일을 [치렀으니, 치뤘으니] 몸살이 날 만도 하지.
-치르다 : ① 주어야 할 돈을 내주다. 예) 주인에게 내일까지 아파트 잔금을 치러야 한다. ② 무슨 일을 겪어 내다. 예) 시험을 치르다 / 잔치를 치르다
* ‘치르다’의 의미로 ‘치루다’를 쓰는 경우가 있으나 ‘치르다’만 표준어로 삼는다.
-치루다 :
99) 그는 매달리는 여자의 손을 [모질게, 모지게] 뿌리치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모지다 : ① 모양이 둥글지 않고 모가 나 있다. 예) 저기 있는 모진 탁자에 책을 놓아라. ② 성격이 원만하지 못하다. 예) 그는 모진 사람이라 친구가 별로 없다.
-모질다 : ① 마음씨가 몹시 매섭고 독하다. 예) 마음을 모질게 먹다 ② 기세가 몹시 매섭고 사납다. 예) 어머니는 모질게 내 종아리를 때리셨다. ③ 참고 견디기 힘든 일을 능히 배기어 낼 만큼 억세다. 예) 역경을 모질게 이겨 내다 ④ 괴로움이나 아픔 따위의 정도가 지나치게 심하다. 예) 모진 학대와 수모를 꿋꿋이 이겨 내다
* ‘모질다’의 의미로 ‘모지다’를 쓰는 경우가 있으나 ‘모질다’만 표준어로 삼고, ‘모지다’는 버린다. 다만 ‘모지다’가 ‘성질, 일, 물건이나 모양이 모가 난 데가 있다.’의 의미로 쓰일 때에는 표준어이다.
100)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 채]는 왜 하니?
-채 : (‘-은/는 채로’, ‘-은/는 채’ 구성으로 쓰여) 이미 있는 상태 그대로 있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 예) 옷을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간다./노루를 산 채로 잡았다./벽에 기대앉은 채로 잠이 들었다.
-체 : (어미 ‘-은’, ‘-는’ 뒤에 쓰여) 그럴듯하게 꾸미는 거짓 태도나 모양. 예)보고도 못 본 체 딴전을 부리다 /모르는 체를 하며 고개를 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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