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국어어휘력

문장의 중의성과 그 해소

국어의 시작과 끝 2011. 6. 15. 22:50

 

<중의적인 문장과 그 해소>

 

- 하나의 언어 표현이 둘 이상의 해석 가능성을 지니게 하는 언어적 현상을 중의성(重義性, ambiguity)이라 한다. 중의성을 지닌 문장은 의사소통의 수단으로서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가능한 한 명확한 의미를 지닌 문장을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

 

 

1) 중의성의 여러 유형과 중의성의 해소

① 어휘적 중의성 : 문장 속에 사용된 어휘의 특성에 의해 나타나는 중의성을 어휘적 중의성(lexical ambiguity)이라 한다. 다의어와 동음이의어에 의한 중의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 있다.

- 다의어에 의한 중의성 : (사람이 지나갈) 길이 있다.[도로]/살아갈 길이 있다.[방책], (책 속에 ) 길이 있다.[지혜], (사람으로서 가야 할) 길이 있다.[도리]/그 사람을 설득할 길이 있다.[수단]

 

 

손이 크다

- 다의어에 의한 중의성 : 그는 발은 작은 반면 손은 크다.[신체 부위] 손이 크다 /손이 큰 어머니는 친구가 오면 언제나 음식을 푸짐하게 차리곤 하셨다.[씀씀이]/그는 손이 커서 그가 주선하는 일이라면 안 되는 일이 없다. [수단, 수완]

 

 

이 많다.

-동음이의어에 의한 중의성 : 그는 남자치고는 말이 좀 많은 편이다.[語]/우리 목장에는 말이 많다.[馬]/말만 많고, 차나 포는 없다.[장기의 馬]

 

 

㉣ 그 소년[소녀는]은 그 소녀는 좋아하지 않는다.

-연음으로 인한 동음이의어와 그로 인한 중의성 : ‘소년은’은 연음이 되면서 ‘소녀는’과 발음이 같다. 결국 글로는 중의적이지 않지만, 말로는 중의적이게 된다. 다만 “무는/문은 좋아.”의 경우는 ‘무’(채소의 일종)는 장음(長音)이고 ‘문’[門]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발음상으로도 중의적인 것이 아니다.

 

 

 

 

② 어휘적 중의성의 해소

 

㉠ 참 시원하다.

- 다의어에 의한 중의문이다. 문장 성분을 하나 추가하는 것도 중의성을 해소하는 한 방법이다.

→ 밤공기가 참 시원하다.

→ 김칫국이 참 시원하다.

→ 걸음걸이가 참 시원하다.

→ 속이 참 시원하다.

 

 

 

㉡ 저 배를 보십시오.

- 동음이의어에 의한 중의문이다. 수식하는 말을 넣는 것도 중의성을 해소하는 한 방법이다.

→ 저 볼록한 배를 보십시오.

→ 저 떠다니는 배를 보십시오.

→ 저 잘 익은 배를 보십시오.

 

 

 

㉢ 이 동네 사람은 말이 많다.

- 동음이의어에 의한 중의문이다. 서술어를 수정하여 중의성을 해소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 이 동네 사람은 말을 많이 한다.

→ 이 동네 사람은 말을 많이 키운다.

 

 

㉣ 악의의 점유자는 수취한 과실을 반환하여야 한다.

- 동음이의어에 중의문이다. ‘과실(果實)’일 수도 있고, ‘과실(過失)’일 수도 있다. 물론 문맥상 전자의 뜻이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쓰이는 것은 ‘과실(果實)’이어서 오해의 소지(素地)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악의의 점유자는 수취한 이득을 반환하여야 한다.

 

 

 

㉤ 연대 채무자 중에 상환할 자력이 없는 자가 있을 때에는

- 동음이의어에 중의문이다. ‘자력(資力)’일 수도 있고, ‘자력(自力)’일 수도 있다. 물론 문맥상 전자의 뜻이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쓰이는 것은 ‘자력(自力)’이어서 오해의 소지(素地)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연대 채무자 중에 상환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자가 있을 때에는   

 

 

 

㉥ 이웃 거주자는 전 항의 사태가 이웃 토지의 통상의 용도에 적당한 것인 때에는 이를 인용할 의무가 있다.

- 동음이의어에 중의문이다. ‘인용(認容)’일 수도 있고, ‘인용(引用)’일 수도 있다. 물론 문맥상 전자의 뜻이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쓰이는 것은 ‘인용(引用)’이어서 오해의 소지(素地)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문장은 관형절 구성의 측면에서도 문장다듬기의 대상이다.

→ 이웃 거주자는 전 항의 사태가 이웃 토지의 통상적인 용도에 적당한 것인 때에는 이를 참아야 할 의무가 있다 

 

 

 

 

② 구조적 중의성 : 문장을 이루고 있는 성분들 사이의 통사적 관계에 의해서 나타나는 중의성을 구조적 중의성(structual ambiguity)이라 한다. 수식 관계에 의한 중의성과 서술어와 호응하는 주어나 목적어의 범주에 의한 중의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 귀여운 철수의 동생을 만났다.

- 수식어와 피수식어 간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문장(1) : 귀여운 사람이 ‘철수’일 수도 있고, ‘철수의 동생’일 수도 있다.

 

[중의성의 해소]

→ [반점 사용하기] 귀여운, 철수의 동생을 만났다.

→ [수식어의 위치 조정하기] 철수의 귀여운 동생을 만났다.

 

 

㉡ 여자의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은 본능에 가깝다.

- 수식어와 피수식어 간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문장(2): 관형격 조사 ‘의’의 사용은 문장의 중의성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그러한 예의 하나이다. ‘여자의 아름다움, 그것에 대한 관심’이 주어부일 수도 있고, ‘아름다움에 대한 여자의 관심’이 주어부일 수도 있다.

 

[중의성의 해소]

→ [반점 사용하기] 여자의 아름다움, 그것에 대한 관심은 본능에 가깝다. 

→ [수식어의 위치 조정하기] 아름다움에 관한 여자의 관심은 본능에 가깝다.

 

 

㉢ 형은 어떤 사람이든지 만나고 싶어 한다.

- 서술어와 호응하는 논항의 범위에 따른 중의성(1) : ‘어떤 사람’이 통사적으로 어떤 문장 성분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만나다’의 목적어로 ‘어떤 사람’을 이해하면, 형이 특별히 사람을 가리지 않고 어떤 사람이든지 만나고 싶어 한다는 의미가 된다. 또 ‘어떤 사람’을 ‘만나다’의 주어로 해석하면 ‘어떤 사람이든’ 즉 누구나 형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의미가 된다. 결국 격조사 자리에 보조사를 사용하면서, 문장 성분이 불분명해지고, 그 결과 중의적인 문장이 된 것이다.

[중의성의 해소]

→ [격조사 사용하기] 형이 어떤 사람이든지 만나고 싶어 한다.

→ [수식어의 위치 조정하기] 어떤 사람이든지 형을 만나고 싶어 한다.

 

 

㉣ 나는 철수와 영희를 만났다.

- 서술어와 호응하는 논항의 범위에 따른 중의성(2) : 내가 ‘철수와 영희’를 만났을 수도 있고[→이때 ‘와’는 접속조사가 됨], ‘나와 철수’가 ‘영희’를 만났을 수도 있다[→이때 ‘와’는 공동격조사가 됨]. 결국 서술어와 호응하는 주어의 범위가 서로 다름으로 인해 중의적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중의성의 해소]

→ 나와 철수는 영희를 만났다.

→ 나는, 철수와 영희를 만났다.

→ 나는 철수와 영희 두 사람을 만났다.

 

 

㉤ 내 동생은 나보다 만화영화를 더 좋아한다.

- 서술어와 호응하는 논항의 범위에 따른 중의성(3) : ‘내 동생은 나와 만화영화를 다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 만화영화를 더 좋아한다’는 뜻일 수도 있고, ‘나와 동생이 모두 만화영화를 좋아하는데, 나보다 동생이 더 만화영화를 좋아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비교 구문에서 이러한 중의성이 자주 나타난다. 결국 이 역시 주어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따라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함을 알 수 있다.

 

[중의성의 해소]

→ 내 동생은 내가 만화영화를 좋아하는 것보다 더 만화영화를 좋아한다.

→ 내 동생은 나를 좋아하는 것보다 만화영화를 더 좋아한다.

 

 

㉥ 나는 순박하고 꾸밈이 없는 시골 처녀를 좋아한다.

- 내포적 의미에 따른 중의성 :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시골 처녀 중에는 순박하고 꾸밈이 없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그런 부류의 시골 처녀를 좋아한다. 둘째, 시골 처녀들은 순박하고 꾸밈이 없는데, 그래서 나는 시골 처녀를 사랑한다. 전자는 개념적 의미 중심으로 해석한 것이고, 후자는 내포적 의미를 가미하여 해석한 것이다.

 

 

 

③ 영향권 중의성 : 어떤 단어가 의미 해석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 달라짐에 따라 생기는 중의성이 영향권 중의성(scope ambiguity)이다. 양화사와 부정사가 사용된 문장에서 많이 발견된다.

 

㉠ 아버지께서 사과와 귤 두 개를 주셨다.

- 양화사 사용에 따른 중의성 :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아버지가 준 것이 사과 하나, 귤 하나인 경우다. 둘째, 아버지가 준 것이 사과 한 개와 귤 두 개인 경우다. 이처럼 양화사(量化詞)가 쓰인 문장은 양화사의 영향권에 따라 의미 해석이 달라진다.

 

 

㉡ 나는 그 학생을 안 때렸다.

- 부정사 사용에 따른 중의성 : 세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그 학생을 때린 것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다. 둘째, 나는 그 학생을 때린 것이 아니라, 다른 학생을 때렸다. 셋째, 나는 그 학생을 때린 것이 아니라, 살짝 밀었을 뿐이다.

 

 

㉢ 그 음식을 다 먹지 않았다.

- 양화사와 부정사를 모든 쓴 경우이다.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음식을 먹은 것이 없다. 둘째, 조금 먹었지만, 전부 먹은 것은 아니다.

 

 

 

④ 화용적 중의성 : 어떤 언어 표현이 언어 외적인 상황에 의해서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이를 화용적 중의성(pragmatic ambiguity)이라 한다. 이때 문장의 의미를 결정하는 변수는 발화 장면이다.

 

 

㉠ 이번 토요일에 시간 있나요?

- 발화 장면이 어떠하냐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핵심은 이 문장의 발화 의도가 무엇인가의 문제이다. 놀러 갈 시간이 있느냐, 시장 갈 시간이 있느냐, 공부할 시간이 있느냐, 게임할 시간이 있느냐 등 다양할 수 있다.

 

 

㉡ 철수는 일요일에도 공부한다.

- 역시 발화 장면이 어떠하냐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명제적 의미만으로 해석한다면, 이 문장은 철수가 일요일에도 공부한다는 사실을 진술한 것이다. 그러나 발화 의도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듣는 사람에게 “너는 왜 열심히 공부하지 않느냐?”는 질책의 말일 수도 있고, “철수의 성적이 좋은 것은 다 이유가 있다.”는 원인 분석의 말일 수도 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