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법강의

의미의 여러 유형

국어의 시작과 끝 2011. 5. 25. 16:28

 

의미의 유형

 

의미에 대한 관점의 차이는 의미의 유형을 분류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견해가 있으나 가장 잘 알려진 것은 G. 리치의 의미의 일곱 가지 유형이다. 그는 먼저 의미를 개념적 의미와 연상적 의미 그리고 주제적 의미로 분류한다. 그리고 연상적 의미를 다시 내포적 의미, 사회적 의미, 정서적 의미, 반사적 의미, 연어적 의미로 재분류한다.

 

 

(1) 개념적 의미(conceptual meaning)

 

사전적 의미와 거의 같은 개념이다. 왜냐하면 사전은 주로 개념적 의미를 중심으로 기술하기 때문이다. 즉 어떤 말이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이나 그 말이 사용되는 상황에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간직하고 있는 의미가 개념적 의미이다. 그래서 기본 의미 또는 외연적 의미라고 한다. 예를 들어, ‘부인’의 개념적 의미는 [+인간], [+결혼], [-남성], [+성인] 등의 의미 자질로 분석하여 명세할 수 있다.

 

 

(2) 내포적 의미(connotative meaning)

내포적 의미는 연상적 의미의 일종으로서 한 언어 표현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개념적 의미의 차원을 넘어선 부차적 의미를 말한다. 예를 들어, ‘부인’의 내포적 의미로는 긍정적인 차원에서 ‘점잖음’, ‘부지런함’, ‘배려가 많음’ 등이, 부정적인 차원에서 ‘연약함’, ‘감정적임’, ‘변덕스러움’ 등이 거론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의미는 한 언어 사회 내에서 누구나 공통적으로 인식하는 의미일 수는 없기 때문에 개념적 의미가 될 수 없다. 다만 특정 상황에서 개념적 의미에 덧붙어 나타날 뿐이다.

 

 

(3) 사회적 의미(social meaning)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사회적 환경이 다름을 드러내는 의미를 말한다. 언어 사용에서 사회적 환경을 드러내는 요소로는 연령, 성별, 직업, 종교, 사회적 지위, 지역 등을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아내’라고 해서 다르고, ‘여편네’라고 해서 다르다. 후자의 화자가 전자의 화자보다 사회적 지위가 낮을 가능성이 높다. 개념적 의미로는 둘을 두고 동의어라 할 수도 있지만, 사회적 의미라면 결코 동의어가 될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처럼 사회적 의미는 화자와 청자의 사회적 차원과 층위가 서로 다름으로 해서 나타나는 의미이기 때문에 달리 문체적 의미라고도 한다.

 

 

(4) 감정적 의미(affective meaning)

화자의 개인적인 감정이나 태도, 곧 정서적인 요소가 언어에 반영되어 나타나는 의미를 감정적 의미라고 한다. 언어 표현에서 감정적인 의미는 소리의 고저, 강세, 길이, 억양 등을 통해 실현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정말 잘 한다.”를 다양한 길이와 억양으로 발음할 수 있으며, 그것을 통해 화자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다. 각기 다른 개념적 의미를 덧붙이지 않고도 각기 다른 뜻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5) 반사적 의미(reflected meaning)

한 언어표현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개의 개념적 의미 가운데 그 중 하나가 다른 뜻으로 반응을 일으키면서 나타나는 의미를 말한다. 이때 다른 뜻으로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은 해당 단어의 개념적 의미와는 상관없는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킨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박아지(朴芽枝)’라는 이름을 가진 신부(新婦) 이름이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반면, ‘한송이(韓松伊)’이라는 신부 이름이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의미는 원래 그 이름이 뜻하는 바와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에 반사적(反射的) 의미라고 한다. 법원에서 ‘노숙자(盧淑子)’나 ‘원숭희(元崇姬)’ 같은 이름의 개명을 허가하는 것도 반사적 의미를 인정한 결과라 하겠다. 이처럼 반사적 의미는 엉뚱한 연상을 자극하는 경우에 해당하지만, 상표명을 지을 때와 같은 경우에 이런 의미를 무시하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종가식당’이나 ‘맏집식당’이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없지만, 같은 개념적 의미로라도 ‘큰집식당’이라고 하면 찜찜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6) 배열적 의미(collocative meaning)

연어적(連語的) 의미라고도 한다. 배열적 의미란 한 언어 표현이 함께 배열된 다른 단어 때문에 얻게 된 의미를 말한다. 예를 들면, ‘귀엽다’의 개념적 의미는 ‘예쁘고 곱거나 또는 애교가 있어서 사랑스럽다.’이다. 그래서 ‘귀여운 여인, 귀여운 아이, 귀여운 인형’ 등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귀여운 사자, 귀여운 도둑’이라는 표현은 어색하다. 이 경우 ‘귀엽다’는 원래의 개념적 의미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고, 그 결과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그 의미가 생긴 것은 뒤에 이어지는 단어들 때문이다. 그래서 배열적 의미라고 한다.

 

배열적 의미는 거의 비슷한 의미를 갖는 단어이지만, 그 쓰임에 미묘한 차이를 갖는 경우, 그 차이를 설명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예를 들면, ‘기쁘다’와 ‘즐겁다’의 미묘한 차이를 설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즐거운 소풍, 즐거운 여행, 즐거운 식사’는 자연스러운 반면, ‘기쁜 소풍, 기쁜 여행, 기쁜 식사’는 부자연스럽다는 등 각 단어의 배열 관계를 살펴보는 방법을 통해 어느 정도 그 차이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즉 ‘즐겁다’는 외부의 요인이 마음에 만족을 줌으로써 희열의 감정이 내적으로 스며들 때를, ‘기쁘다’는 희열의 감정이 내부에서 외부로 분출할 때를 나타낸다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7) 주제적 의미(thematic meaning)

같은 표현이라 하더라도 화자의 의도에 따라 달리 조직될 수 있고, 그 결과로 특별한 의미가 드러날 수 있는데, 이를 주제적 의미라고 한다. 주제적 의미는 어순을 바꾸거나 특정 부분을 강조하여 발음함으로써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 김 형사가 그 사건의 전말을 밝혔다. / 그 사건의 전말이 김 형사에 의해서 밝혀졌다.

㉡ 나의 누님은 가난하지만 행복하다. / 나의 누님은 행복하지만 가난하다.

 

 

㉠, ㉡ 각각에 제시된 두 문장의 의미가 같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개념적 의미에 주목한 것이다. 그러나 ㉠, ㉡ 각각에 제시된 두 문장의 의미가 다르다고 말한다면 주제적 의미를 주목한 것이다. ㉠의 두 문장이 전하는 개념적 의미는 같다고 말할 수 있지만, 전달 가치는 서로 다르다. 또 ㉡의 두 문장이 전하는 개념적 의미는 같다고 말할 수 있지만, 화자의 의도는 다르다. 이 같이 주제적 의미는 화자의 의도에 의해서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의도 의미’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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