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법강의

피동 표현에 대하여

국어의 시작과 끝 2011. 5. 23. 23:26

 

피동 표현

 

국어 문장은 동작이나 행위를 누가 하느냐에 따라 능동문과 피동문으로 나누어지는데, 주어가 동작을 제 힘으로 하는 것은 능동(能動), 주어가 다른 주체에 의해서 동작을 당하게 되는 것을 피동(被動)이라 한다. 물론 ‘맞다(↔때리다)’ 같은 경우 피동의 의미를 갖는 것은 사실이나, 의미상으로 그러할 뿐이므로 피동이라 문법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1) 파생적 피동(=짧은 피동, 단형 피동)

능동 동사가 피동 동시로 바뀐다는 것은 타동사였던 것이 자동사로 바뀌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것은 주로 피동 접미사 ‘이, 히, 리, 기’의 삽입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리고 네 접미사 중, 어떤 접미사를 취할 것인가는 정해져 있다.

 

 

① ‘이’를 취하는 피동문의 예

 

연필이 잘 깎이다./바람에 나뭇가지가 꺾였다./피자가 세 조각으로 나누이면 한 사람이 못 먹게 된다./방어는 추자도 근처에서 많이 낚인다./자전거가 나무에 묶여 있었다./그 아이는 키가 작은 탓인지 아이들에게 얕보여 맞고 들어오는 날이 많았다./트럭에 치이다./칠판에 쓰인 글씨가 너무 작아서 뒤에서는 안 보인다.

 

 

② ‘히’를 취하는 피동문의 예

 

그는 얼굴을 고양이에게 긁혔다./이마에 땀이 맺히다./그 부부는 같은 곳에 묻히었다./몸싸움을 하다가 머리에 들이받혀 코피가 났다./옷장 안의 옷들이 단정히 접혀 있다./그 계약서에 찍힌 도장은 내 것이다./지난밤에 분 거센 태풍에 나무가 통째로 땅에서 뽑혔다./그는 그 고장에서 손꼽히는 갑부이다.

 

 

③ ‘기’를 취하는 피동문의 예

눈이 감기다./줄에 발이 감겨 넘어질 뻔했다./구독료를 내지 않았더니 신문이 끊겼다./옥수수가 광주리에 담겨 있다./그는 강도에게 가진 돈을 모두 앗기고 빈털터리가 되었다./옷이 철조망에 걸려 찢겼다.

 

 

④ ‘리’를 취하는 피동문의 예

 

의견이 세 편으로 갈리다./옷걸이에 많은 옷이 걸려 있다./치마가 바닥에 끌리다./그는 과거의 경력 때문에 해고 위기에 내몰렸다./신문에 우리 학교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급류에 휩쓸리다./운동화 끈이 자꾸 풀린다./도둑에게 털린 집이 한두 집이 아니다.

 

 

 

 

(2) 통사적 피동(=긴 피동, 장형 피동)

국어의 모든 타동사가 피동 접미사를 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음과 같은 문장은 피동 접미사를 취하는 방식으로 피동문으로 만들 수 없다.

 

 

㉠ 새로 부임한 시장에게 이름패를 만들어 바쳤다. 

㉡ 밤새 오늘 제출할 보고서를 만들었다.

㉢ 선생님은 졸고 있던 학생을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 사람들에게 소식을 알리다.

㉤ 강설량을 세밀하게 기록하였다.

㉥ 이 철탑은 언제 복구하나요?

 

 

이처럼 피동 접미사를 취하지 못하는 타동사들은 다른 방식으로 피동을 표현한다. 대표적인 것이 ‘-어지다’와 ‘-되다’로 바꾸는 것이다. 이러한 피동을 통사적 피동 또는 장형 피동이라고 한다. ㉠은 ‘바쳐졌다’로, ㉡은 ‘만들어졌다’로, ㉢은 ‘세워졌다‘로, ㉣은 ’알려지다‘로, ㉤은 ’기록되었다‘로, ㉥은 ’복구되나요?‘ 바꿀 수 있다.

 

 

 

(3) 피동문이 되기 어려운 능동문

 

대체로 피동문은 대응되는 능동문을 잦는다. 그러나 항상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능동문만 가능하고 피동문은 성립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 철수가 떡을 먹었다.

㉡ 철수가 불경을 읽었다.

㉢ 철수가 고기 맛을 보았다.

 

 

위의 예에서 동사만 놓고 보면 피동형이 가능하다. ‘먹혔다, 읽혔다, 보였다’가 될 것이다. 하지만 “떡이 철수에게 먹혔다.”와 같은 표현은 의도적으로 웃음을 유발하려는 상황이 아니라면 대단히 부자연스럽다. 이는 영어와 달리 국어는 무정물 명사구가 주어 자리에 오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4) 능동문과 피동문의 동의성 문제

 

 

㉠ 할머니가 손자를 안았다 / 손자가 할머니에게 안겼다

㉡ 포수 열 명이 토끼 한 마리를 잡았다. / 토끼 한 마리가 포수 열 명에게 잡혔다.

 

 

능동문이 피동문으로 바뀌는 경우, 의미가 바뀌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대부분 ㉠에서처럼 의미가 바뀌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와 같은 수량사 문장에서는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다. 물론 ㉠에서도 능동문에서는 주어(할머니)가 목적어(손자)에 대해 단순히 어떤 행동을 하였다는 의미를 지니고, 피동문에서는 행동에 주어(손자)의 의지가 반영될 수도 있다는 차이가 있다. ㉡에서는 능동문이 두 가지 의미(포수 열 명이 모두 함께 토끼 한 마리만 잡다, 포수 열 명이 각각 토끼 한 마리씩 잡다.)를 가질 수 있음에 비하여, 피동문은 첫 번째 의미만을 지니고 있음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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