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잇소리현상
개념 규정은 이렇다. 유성음(有聲音:울림소리)으로 끝나는 명사와 평음이나 비음(鼻音)으로 시작하는 명사가 합하여 합성명사를 이룰 때, 두 명사 사이에 평음을 경음화시키거나 ‘ㄴ’ 또는 ‘ㅁ’으로 실현되는 소리, 즉 사잇소리가 삽입되는 현상이 사잇소리현상이다.
예를 들면, ‘춥다[춥따], 먹지[먹찌]’는 평음이 경음화되고 있지만, 사잇소리현상이라 하지 않는다. 두 가지 조건 즉 ‘유성음으로 끝나는 명사’라는 조건을 충족하지도 못하고, ‘명사와 명사가 합하여 합성명사를 이룰 때’라는 조건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된소리되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나루-배[나루빼], 문-고리[문꼬리]’의 경우는 발음상으로는 된소리되기가 이뤄지고 있지만, 음운상의 조건을 따져 보면 된소리되기가 나타날 상황이 아니다. 된소리되기란 음절의 받침이 불파음으로 된 다음에 뒤 초성 예사소리가 된소리로 변하는 현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분명히 된소리되기가 나타날 상황이 아닌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나루-배[나루빼], 문고리[문꼬리]’의 경우는 경음화할 음성학적 동기가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모음과 모음 사이에서 ‘ㅂ’이, 유성자음인 비음과 모음 사이에서 ‘ㄱ’이 유성음화할 상황인데, 된소리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된 개념이 사잇소리 첨가이다. ‘나루’와 ‘배’ 사이에 뒤의 어근 초성을 된소리로 바꾸게 하는 무성음 종성 ‘ㅅ’ 또는 ‘ㄷ’이 첨가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ㅅ’도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 적용되어 결국은 [ㄷ]으로 되는 되며, 이를 표기상으로는 ‘ㅅ’으로 쓰고, 그것을 사잇소리 또는 사이시옷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룻배[나루빼], 찻잔[차짠], 냇가[내까], 부잣집[부ː자찝]’ 등이 사잇소리 현상으로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또 ‘문고리’의 경우는 표기상 ‘ㅅ’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발음상으로는 ‘ㄷ’이 첨가된 것으로 이해하면 자연스럽다.
이상이 유성음으로 끝나는 명사와 평음으로 시작되는 명사가 합성명사를 이룰 때 나타나는 사잇소리현상에 대한 설명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의 상황, 즉 유성음으로 끝나는 명사와 비음(鼻音)으로 시작되는 명사가 합성명사를 이룰 때 나타나는 사잇소리현상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배+머리[밴머리], 내+물[낸물], 코+날[콘날], 메+나물[멘나무], 아래+마을[아랜마을], 이+몸{인몸], 계+날[겐날]
겉으로 드러난 것만을 두고 보자면, ‘ㄴ’ 첨가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ㄴ’ 첨가라고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ㄴ’ 첨가란 선행 음운이 자음으로 끝나고 후행 음운이 ‘ㅣ’나 반모음 ‘ㅣ’로 시작한다는 음운론적 조건과 뒷말이 실질 형태소라는 형태론적 조건이 갖춰진 상태에서 뒤 말의 첫소리에 ‘ㅣ’이 첨가되는 현상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ㄴ’ 첨가의 개념 규정과 어긋난다.
그런데, ‘배+머리’가 ‘밴머리]’로 발음될 만한 음운론적 동기를 그 자체로 찾는 일은 어렵다. 이를 해명하기 위해 ‘배’+‘ㅅ[ㄷ]’+‘머리’여서 [밴머리]로 발음되는 것으로 설명하게 된다. 이 점에서 이 역시 사잇소리현상이 되는 것이다. 첨가라는 관점에서 사잇소리 현상을 설명하는 경우라도, ‘ㄴ’ 첨가가 아닌, ‘ㅅ[ㄷ]’의 첨가로 보는 것이 온당한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사잇소리현상은 첨가라는 음운 변동의 하나인가? 즉 사잇소리현상을 합성명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규칙으로 보아 음운 변동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음운론적 조건이 같더라도 항상 사잇소리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중론이다.
쥐불, 비바람, 눈비, 손발, 논밭, 풀밭, 돼지고기, 빈집, 반달
위의 예들은 유성음과 평음이 만나면서 합성명사가 만들어진 경우이지만, 사잇소리가 첨가되는 양상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 점에서 사잇소리 첨가 조건은 규칙화하기 어렵다. 따라서 그것은 궁극적으로 개별 어휘에 대한 정보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 그래도 사잇소리현상이 일어나는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체적인 경향은 있어요. 그것은 강의 시간에? ㅋㅋ
나룻배 타고 싶다. 누구랑? 물론 그게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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