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어
파생어란 어근의 앞이나 뒤에 파생 접사가 붙어서 만들어진 단어를 말한다. 어근의 앞에 붙는 접사를 접두사(接頭辭)라 하고, 어근의 뒤에 붙는 접사를 접미사(接尾辭)라 한다.
① 접두파생법
맏- : 맏딸, 맏며느리, 맏사위, 맏아들, 맏누이, 맏매부, 맏동서, 맏상제
참- : 참깨, 참나물, 참조기, 참가자미, 참게, 참젖,
군- : 군말, 군불, 군살, 군소리, 군식구, 군침
올- : 올감자, 올벼, 올팥, 올보리
이상은 명사 어근 앞에 접두사가 붙어 파생어가 만들어지고 있는 예이다. 각 접두사 뒤에 오는 어근에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품사 변화가 없음도 확인할 수 있다.
암-/암ㅎ- : 암게, 암고양이, 암곰, 암글, 암꿩 ; 암컷, 암키와, 암탉
수-/수ㅎ-/숫- : 수꽃, 수꿩 ; 수탉, 수탕나귀, 수캐, 수퇘지 ; 숫양, 숫염소, 숫쥐
메-/멥- : 메기장, 메벼, 메조, 메수수, 메밥 ; 멥쌀
해-/햇/햅- : 해콩, 해쑥, 해팥 ; 햇감자, 햇곡식, 햇과일, 햇병아리 ; 햅쌀
이상은 앞서의 예와 마찬가지로 명사 어근 앞에 접두사가 붙어 파생어가 만들어지고 있는 예이다. 각 접두사 뒤에 오는 어근에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품사 변화가 없음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접두사의 이형태가 존재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는 대부분 통시적인 변화의 결과로 말미암은 것이다. 즉 ‘암ㅎ’과 ‘수ㅎ’의 ‘ㅎ’은 중세국어에 존재하던 체언 뒤의 ‘ㅎ’종성의 흔적이다.
짓- : 짓개다, 짓널다, 짓누르다, 짓두들기다, 짓밟다, 짓씹다, 짓이기다, 짓찧다, 짓치다
되- : 되돌아가다, 되찾다, 되팔다.
새-/시- : 새빨갛다, 새파랗다, 시뻘겋다, 시퍼렇다
휘-/휩- : 휘갈기다, 휘감다, 휘날리다, 휘늘어지다, 휘말다, 휘몰아치다, 휘젓다 ; 휩싸다, 휩싸이다, 휩쓸다, 휩쓸리다.
이상은 용언 어근 앞에 접두사가 붙어 파생어가 만들어지고 있는 예이다. 이 경우도 명사를 어근으로 하는 파생법에서와 비슷하게, 접두사의 이형태가 없거나 단순한 경우도 있고, 이형태가 다양하게 존재하는 경우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짓-’의 경우 용언 어근만을 상대로 새로운 단어를 파생하는 접두사가 아니다. ‘짓고생, 짓망신, 짓북새’ 등에서 보듯 명사 어근을 대상으로 해서도 새로운 단어를 파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예가 많은 것은 아닌데, 몇 개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덧신/덧신다, 뒤범벅/뒤섞다, 올벼/올되다, 헛수고/헛되다, 애호박/앳되다, 헛고생/헛돌다.
이상에서 살펴본 접두파생법의 특징은 어근의 원래 품사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접두사는 대부분 지배적 접사가 아닌 한정적 접사로서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품사의 변화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즉 극소수이지만, 접두사 중에는 지배적 접사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메마르다, 강마르다’의 경우는 동사인 ‘마르다’를 형용사로 바꾸어 주고 있다. 또 ‘숫되다, 엇되다’의 경우는 동사인 ‘되다’를 형용사로 바꾸어 주고 있다.
② 접미파생법
어근의 뒤에 접미사를 붙여서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것을 접미파생법에 의한 단어의 형성이라고 한다. 따라서 형태상 비슷해 보이지만, 용언의 어간에 어미가 붙어 활용을 하는 것과는 구별된다. 파생접미사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지만, 어미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도 둘은 근본적 성격이 다르다.
㉠ 높은 가지가 부러지기 쉽다
㉡ 건물의 높이를 재다.
㉢ 기온이 높이 상승하다
㉣ 예술에 대한 안목을 높이다.
위의 예에서 ㉠은 형용사의 활용에 해당한다. ‘높은’은 ‘높다’의 활용형인데, ‘높지, 높고’ 등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단어가 아니기 때문에, ‘높다’가 대표로 사전에 표제어로 등재될 뿐, 다른 활용형은 사전에 표제어로 등재되지 않는다. ㉡, ㉢은 ‘높-’이라는 어근에 각각 명사 형성 접사와 부사 형성 접사가 붙어서 만들어진 새로운 단어이다. 각각 명사와 부사로서 사전에 표제어로 등재된다. ㉣의 경우는 ‘높-’이라는 어근에 사동 접미사가 ‘-이-’가 붙어서 새롭게 만들어진 동사이다. 사동사로서 활용을 하고 있는 경우인데, ‘높이-’가 어간이고, ‘-다’는 어미이다.
접미사는 접두사와 달리 매우 다양하며, 어휘에 어떤 의미를 더하는 어휘적 기능만이 아니라, 어근의 품사를 바꾸는 기능도 가지고 있어, 그 실현 양상이 매우 복잡하다. 이를 몇 가지로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다.
[명사 파생 접미사]
말썽꾸러기, 욕심꾸러기, 겁보, 꾀보, 동양아치, 벼슬아치, 미장이, 갓장이, 멋쟁이, 겁쟁이, 지우개, 찌개, 집게, 지게, 써레, 코뚜레, 가짜, 알짜, 톱질, 도리질, 놀이, 해돋이, 웃음, 울음, 달리기, 던지기
이상은 모두 명사를 형성하는 파생법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단어이다. 대체로 파생접사가 한 가지 품사와 결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형용사 파생 접미사]
보배롭다, 슬기롭다, 참되다, 복되다, 정답다, 신사답다, 어른스럽다. 걱정스럽다, 고요하다, 다정하다, 멋지다, 기름지다, 궁상맞다, 능글맞다, 괴이쩍다, 멋쩍다, 가느다랗다, 높다랗다
이상은 모두 형용사를 형성하는 파생법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단어이다. ‘어근의 속성이 풍부히 있음’ 정도를 나타내는 접미사가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동사 형성 접미사]
공부하다, 흥하다, 건설되다, 지배되다, 머뭇거리다. 바삭거리다, 콜록대다, 꿈지럭대다, 글썽이다. 깜박이다, 깨뜨리다, 자빠뜨리다
이상은 모두 동사를 형성하는 파생법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단어이다. 특히 ‘-하-’는 매우 생산적인 접미사인데,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매우 많은 동사 표제어가 한자어 명사를 어근으로 하여 접미사 ‘-하-’가 붙어 만들어진 것들이다. 또 ‘-하-’는 일반 부사, 의성의태어 부사, 형용사 등과 결합하여 동사를 파생한다. 더불어서 영어와 같은 외래어 단어를 만들 때에도 널리 사용된다.
잘하다, 못하다, 두근두근하다. 중얼중얼하다, 스마트하다. 체크하다, 롱런하다, 히트하다
동사 형성 접미사 중에는 능동사를 피동사로, 주동사를 사동사로 파생시키는 접미사가 있다. 사동 접미사에는 ‘이, 히, 리, 기, 우, 구, 추’ 등이 있다. 또 피동 접미사에는 ‘이, 히, 리, 기’ 등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문법 범주’ 관련 논의에서 자세히 다룬다.
[부사 형성 접미사]
높이, 같이, 깨끗이, 느긋이, 가만히, 고요히, 도로, 너무, 비로소, 자주, 힘껏, 마음껏, 정성껏
이상은 모두 부사를 형성하는 파생법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단어이다. ‘-이’나 ‘-히’는 생산적인 접미사이지만, ‘-오/우’는 생산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와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것이 용언의 어간 또는 어미 ‘-으시-’ 뒤에 붙어 앞의 내용이 뒤에서 가리키는 사태의 목적이나 결과, 방식, 정도 따위가 됨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 ‘게’이다. ‘따뜻하게, 든든하게, 행복하게, 나쁘게, 튼튼하게’ 등과 같이 쓰인다. 일반적으로 어미로 간주하지만, 파생접미사와 확실하게 구별되지 않기 때문이다.
장전 하남호 선생의 생가, <남진미술관> 앞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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