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언어를 배울 때, 우리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단어를 외우는 일이다. 모국어의 경우도 그렇고, 외국어의 경우도 그렇다. 예를 들어, “손톱 밑에 가시 드는 줄은 알아도 염통 밑에 쉬스는 줄은 모른다.”라는 문장을 이해하려면, 먼저 이 문장에 사용된 각 단어의 의미와 용법을 알아야 한다. 즉 문장에서 분리 가능한 단위로 나눠서 먼저 익히게 된다.
이렇듯 문장에서 분리하여 자립적으로 쓸 수 있는 말이나 이에 준하는 말을 단어라고 한다. 그런데 국어의 경우 첨가어(添加語)이기 때문에 한 단어 속에 문법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하면, 단어는 다시 몇 개의 하위 단위로 분석될 수 있고, 첨가어인 한국어는 다른 언어에 비해 그 구조가 상당히 복잡한 편에 속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우리말 ‘손톱’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 ‘nail’를 비교해 보자. 후자는 더 이상 의미를 가진 단위로는 분석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는 한 단어이지만, ‘손+톱’으로 분석된다. 이는 ‘손바닥, 손등, 손목’ 등의 단어가 있다는 점에서 분명하다. 명사가 아닌 동사나 형용사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하다. 예를 들어, ‘치솟다’의 경우 ‘치+솟+다’로 분석된다.
자립 형태소와 의존 형태소, 실질 형태소와 형식 형태소
결국 단어는 좀 더 작은 말의 단위로 분석되는데, 일정한 뜻을 가진 가장 작은 말의 단위를 형태소(形態素)라 한다. 즉 단어는 형태소 또는 형태소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말의 단위인 것이다. 형태소는 자립성 유무와 실질적 의미 유무를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나뉜다. 우선 형태소 가운데는 혼자 쓰일 수 있는 것이 있고, 반드시 다른 말에 기대어 쓰이는 적이 있다. 전자를 자립 형태소라 하고, 후자를 의존 형태소라 한다.
하늘이 참 맑다
봄볕이 매우 따뜻하다.
먼저 ‘하늘’, ‘참’ ‘봄’, ‘볕’, ‘매우’ 등은 홀로 쓰일 수 있으므로 자립형태소에 해당한다. 국어의 경우 명사, 대명사, 수사 등의 체언이나 관형사, 부사, 감탄사 따위는 자립형태소로 쓰일 수 있다. 반면, ‘이’, ‘맑-’, ‘-다’, ‘따뜻-’, ‘-하-’ 등은 홀로 쓰일 수 없으므로 의존 형태소에 해당한다. 동사나 형용사의 경우 형태소 하나만으로는 한 단어가 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이’, ‘맑-’, ‘-다’, ‘따뜻-’, ‘-하-’, ‘-다’ 등을 의존 형태소라고 했다. 하지만 의존 형태소라고 그 지위가 다 같지는 않다. 단어의 의미의 중심부 역할을 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주변부 역할을 하는 것이 있다. ‘맑-’과 ‘따뜻-’은 중심부 역할을 하는데, 이를 실질 형태소(또는 어휘 형태소)라 한다. 물론 앞서 말한 자립 형태소는 모두 실질 형태소에 해당한다. 반면 ‘이’, ‘-다’, ‘-하-’ 등은 문법적인 의미만을 더하는 것이어서 형식 형태소(또는 문법 형태소)라 한다.
그리고 단어란 보통 위에서 말한 자립형태소를 가리킨다. 다만 ‘이’와 같은 조사(助詞)의 경우는 자립성이 없어 의존 형태소이고, 명사와 다른 단어 사이의 문법적인 관계를 나타낸 준다는 점에서 형식 형태소이다. 하지만 자립할 수 있는 형태와 비교적 쉽게 분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하나의 단어로 인정한다. 이는 논리의 문제라기보다 조사가 발달한 국어의 특성을 감안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 ‘맑-’, ‘-다’ 등과 같은 의존 형태소들은 서로 어울려야 전체가 하나의 단어(單語)가 된다.
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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