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소리되기
자음 ‘ㅎ’은 자음의 하나이지만, 다른 자음과는 좀 다르다. 일반적으로 후음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고정된 조음 위치가 없다. 뒤따르는 모음에 따라 조음 위치가 바뀐다. 다른 자음도 그런 경우가 있긴 하다. ‘ㄴ’이 반모음 ‘ㅣ’ 앞에서 구개음으로 바뀌는 것이 그 예이다. 그러나 ‘ㅎ’의 경우는 좀 심하게 바뀐다. 이러한 ‘ㅎ’의 특수성 때문에 ‘ㅎ’은 다른 음운과 인접할 때, 여러 가지 변동을 일으킨다. 흔히 유기음화라고도 불리는 거센소리되기도 그 좋은 예이다.
거센소리되기란 ‘ㅎ’과 인접한 예사소리가 거센소리로 축약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면, ‘좁히다[조피다], 넓히다[널피다], 많다[만타], 꽂히다[꼬치다], 앉히다[안치다], 각하[가카], 맏형[마텽], 숱하다[수타다]’에서 각각의 예사소리는 ‘ㅎ’과 만나 거센소리로 바뀐다. 이를 도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많다 [만타] ㅎ + ㅂ → |
ㅍ |
← ㅂ + ㅎ 좁히다[조피다] |
ㄷ |
ㅌ |
ㄷ |
ㄱ |
ㅋ |
ㄱ |
ㅈ |
ㅊ |
ㅈ |
이러한 유기음화는 음운론적 조건만 갖춰지면 형태론적 조건과 무관하게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음운 변동이다. 이를 두고 음운 탈락이 아니라 음운 축약이라고 하는 것은, 비록 ‘ㅎ’이 분절음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하기는 하였으나, 예사소리에 기음성 자질(=폐쇄음을 낼 때 거센 바람을 터트리며 내는 자질)로 얹혀서 그 음성적 특성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유의할 점은 어절의 경계를 넘어 유기음화가 이루어질 경우이다. 예를 들면 ‘옷 한 벌’의 경우 중간에 휴지(休止)를 두지 않으면 ‘[오탄벌]’이 되고, 내부에 휴지를 두면 ‘[옫한벌]이 된다. 둘 다 표준 발음으로 인정한다.
옷 한 벌[오탄벌/옫한벌], 낮 한때[나탄때/낟한때], 꽃 한 송이[꼬탄송이/꼳한송이]
임재범 <너를 위해>
나는 매일 네게 갚지도 못할만큼
많은 빚을 지고 있어
연인처럼 때론 남남처럼
계속 살아가도 괜찮은 걸까
자, [모탈만큼]일까? [몯할만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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