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방북할 때, 가장 많은 생각을 한 사람은 아무래도 월남한 이산가족일 것이다. “직접 안 겪어본 사람은 그 속을 모른다.”는 말은 흔히 한다. 고향을 지척에 두고도 평생 가보지 못하는 월남민, 이산가족의 경우가 그렇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한국 전쟁이 끝난 지도 벌써 50여년이 지났다. 월남 1세대는 끝내 고향을 그리워하다가 저 세상으로 이미 갔거나, 그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그 한의 정서는 월남 부모님을 곁에서 마음 아프게 지켜봐야 했던 2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강산에의 <라구요>가 바로 그렇다.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으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김정구의 <눈물 젖은 두만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눈물 젖은 두만강>은 월남민들에게 향수를 자극하는 노래로 사랑을 받았다. 물론 이 노래가 원래부터 한국전쟁과 그로 인한 민족 분단의 아픔을 노래한 것은 아니었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1930년 어느날 두만강 연안의 모 여관에서 한 젊은 여인이 밤새도록 흐느껴 울고 있었단다. 옆방에 묵었던 유랑극단의 한 단원은 잠을 설쳤고, 다음날 아침 그는 그녀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단다. 사연인즉 남편이 항일투쟁을 하다가 일본군에 잡혀 갔다는 소식을 듣고 두만강을 넘어와 보니 이미 남편은 총살당한 뒤였다고 한다. 유랑극단원이었던 이시우라는 사람이 그 여인의 애절한 사연을 노랫말로 옮긴 것이다.
일종의 취재 형식을 띤 노래였던 셈이다. 강산에의 <라구요> 역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일종의 취재 형식을 띤 노래이다. 월남민이었던 아버지가 고향 생각에 소주를 마시고 눈물로 밤을 지새우면서 부르던 노래 <눈물 젖은 두만강>을 간접적으로 전하는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전쟁과 분단을 직접 체험하지 못한 강산에의 입장에서 보면 부모 세대의 사연은 남의 이야기일 수 있다.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부모 세대만큼 절실한 느낌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강산에 세대 역시 한국 전쟁과 그로 인한 이산의 아픔을 노래할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그 절실함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결과가 나쁠 경우, 의무감으로 하는 노래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가? 강산에가 노래한 것은 조국도 아니고 민족도 아니고 분단도 아니고 아버지라면 사정이 전혀 달라지지 않는가? 아버지와의 추억이라면 그에게는 아주 절실한 체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절실한 아버지와의 체험의 고갱이로 민족 분단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잇는 형식이라면 사정이 달라지지 않는가? 이 노래가 60년도 훌쩍 뛰어넘는 옛t 노래를 부분적으로 다시 부르는 형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신한 우리 시대의 노래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 바로 그 때문 아니겠는가? 솔직하고 절실한 감정의 표출이라는 대중가요의 기본 요건을 아주 잘 갖춘 노래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다시 생각해 보자. 전후 세대에게 있어 눈보라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는 어떻게 보면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흥남 부두는 가 본적도 없고, 가 볼 수도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1,4후퇴라는 한국 전쟁의 체험도 그들에게는 간접 체험의 영역일 뿐이다. 하지만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라는 사정이 달라진다. 그것은 내 아버지의 십팔번이 <눈물젖은 두만강>이었던 것처럼, <굳세어라 금순아>는 내 어머니의 십팔번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절실한 실감의 영역이다. 남은 인생 얼마나 남았겠니? 하시며, 죽기 전에 꼭 한번만이라고 가봤으면 좋겠구나 하시며 눈물로 지새우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간절한 소망을 자식 세대가 잊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처럼 <라구요>에는 민족 분단의 아픔이 전후 세대에게 절실한 체험으로 영역으로 남아 있음을 잘 보여준다. 강산에 노래의 아름다움은 민족 분단을 노래했다는 역사성이 아니라, 그 진정성에서 온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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