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가수가 무대에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서는 작사가, 세션, 엔지니어 등 하나의 곡이 완성되기 까지 노력한 많은 사람들의 땀이 필요하다. 특히 노래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작곡가의 몫을 빼놓을 수 없으나 작곡가는 항상 가수의 뒤안길에 존재하는 까닭에 그들의 존재를 기억하거나 상기하기는 쉽잖다.
이런 상황에서 의미있는 움직임이 있었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가 운영하는 음악웹진 '이즘(IZM)'이 소속 필자를 포함한 대중음악 전문가 35명에게 '1990년 이후, 우리를 감동시킨 작곡가'라는 흥미로운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들의 작업이 없었다면 우리가 기억하는 수많은 명곡들은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의미심장한 말도 함께 였다.
▲김형석과 '작곡가' 서태지
접전이 벌어졌다. 단 1표 차이로 '작곡가' 김형석(17표)이 '가수' 서태지(16표)를 앞지르고 1위에 올랐다. 솔리드의 '이 밤의 끝을 잡고' 김광석의 '사랑이라는 이유로' 성시경의 '내게 오는 길' 등 주옥같은 발라드를 작곡한 김형석에게 설문 참가자들은 "1990년대의 주류음악을 주도한 작곡가"라고 평가했다. "총기와 재기에 넘친 곡 만들기로 세상을 지배했다"라는 극찬을 받은 서태지가 다음을 차지했다.
김건모의 '핑계' '잘못된 만남' 클론의 '꿍따리 샤바라' 등으로 "댄스 음악을 주류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으로 평가받은 김창환(11표),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 강수지의 '보랏빛 향기' 정연준의 '파일럿' 등으로 "한국형 일렉트로니카의 선구자"로 꼽힌 윤상(10표) "가요계의 데이빗 보위"로 불린 신해철(9표) 쿨의 '해변의 여인' 영턱스클럽의 '정' 김범수의 '보고싶다' 등 댄스와 발라드에서 모두 재능을 발하는 윤일상(9표)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시들지 않는 노장들과 싱어송라이터의 득세
1980년대를 풍미했던 노장들은 1990년대 이후에도 꾸준히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의 본령은 80년대겠지만 91년에 쓴 '옛사랑' 하나로도 90년대 존재감은 막강하다"는 평가를 받은 이영훈이 공동 10위(7표)에 오른게 그 증거다. 이제는 영화음악으로 더 익숙한 어떤날 출신 이병우도 같은 순위를 차지했다.
1990년대는 그 어느때보다 작곡가와 가수가 분리되지 않은 싱어송라이터들의 시대였다. 앞서 언급한 서태지 윤상 이외에도 러브홀릭의 강현민과 듀스의 이현도 015B의 정석원(이상 공동 7위 8표) 최근 프로젝트그룹 주식회사로 활동중인 김현철(공동 10위) 1990년대 후반부터 젊은 싱어송라이터의 트로이카를 형성한 전람회 김동률 패닉 이적 토이 유희열(이상 공동 14위 6표) 등이 두루 선정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설문에 참여한 사람들
강기영(CBS 라디오 PD), 고민석(SBS 라디오 PD), 김세광(CBS 라디오 PD), 김영식(음반 프로듀서), 김작가(음악평론가), 김재희(MBC PD), 김태서(웹진 '웨이브' 편집장), 김홍범(KBS 라디오 PD), 남궁찬(음반기획자), 민일홍(KBS 라디오 PD), 유병렬(기타리스트), 윤호준(웹진 '음악취향Y' 필자), 이주엽(음반기획자), 이지은(쌈넷 실장), 정재훈(음반기획자), 조정선(MBC 라디오 PD), 소승근(CBS 라디오작가), 김진성(영화음악 칼럼니스트), 안재필(EBS 라디오작가), 고영탁(음악평론가), 윤석진(음악잡지 '인터내셔널 피아노' 편집장), 김정훈(팝 칼럼니스트), 이민희(음악잡지 '프라우드' 기자), '이즘' 필진 12명(임진모, 이대화, 엄재덕, 신혜림, 조이슬 등)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