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뉴스

한국 록의 역사(5)-크래쉬, 노이즈가든, 이한철, 자우림, 긱

국어의 시작과 끝 2007. 9. 25. 04:27
 

○ 1990년대 후반 - 그리고 새로운 대안 (크래쉬, 노이즈가든, 이한철, 언니네이발관, 자우림, 긱스 등..)


서태지의 등장은 이 땅의 록이 주류 문화속에 자리잡을 수 있는 원동력을 주었다. '하여가'의 대히트는 이태섭의 화려한 기타솔로를 이 시대 대중(특히 10대)의 귀에 적응시킬수 있었고 '교실이데아'를 통해 안흥찬의 동물적인 보컬도 라디오 전파에 어울림을 주었다. 덕분에 대기업 라이센스인 SKC에서는 헤비메틀 음악에 관심을 기우렸고 전문 메탈 레이블인 메탈포스를 만들었다. 메탈포스는 소위 2세대 메탈 연주인들에 관심을 기우리면서 그 첫번째 작품으로 수도권 등지에서 독자적인 라이브 활동을 펼치던 신예 '크래쉬'를 발굴한다.물론 메탈리카나 메가데스가 국내에 수많은 메니아를 거느리고는 있었지만 사실 크래쉬의 성향은 국내 환경에 그다지 어울리는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멜로디를 전혀 무시하는 스래쉬 메틀 보다 한 층 더 과격한 데쓰메탈을 추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이 좋았는지 서태지의 '교실이데아'에 크래쉬가 참여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서태지 라이브 콘서트에 세션을 참여해서 '교실이데아'를 서태지와 아이들과 함께 정말 멋지게 연출하기도 했다.) 또한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콜린 리차드슨이라는 프로듀서를 영입하여 녹음 자체의 질적 향상을 꾀하기도 했다. 데뷰앨범의 'Scream', 'Smoke on the water'와 유일한 우리말 노래인 '최후의 날에' 등은 정말이지 혁명적인 사운드였다. 2집에서는 실험적으로 하드코어를 하기도 했고 3집은 1집의 콜린 리차드슨을 재영입하고 영국에서 녹음을 하여 완성도를 매우 높였다. 특히 안흥찬의 음산하고 퇴폐적인 보컬에 스래쉬 기타리듬이 돋보이는 '무상'은 압권이다. 비록 94년 데뷔당시에는 애송이에 불과하고 운이 좋아 메탈포스와 서태지의 영향으로 성공한 케이스로 절하되기도 했지만 이젠 크래쉬의 안흥찬은 국내 최고의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스래쉬/데스 메탈 뿐만아니라 하드코어와 테크노까지 장르 확장을 꿈꾸고 있는 안흥찬의 노력이 있는 한 크래쉬의 혁명은 계속될 것이다.


90년대 후반 가장 완전한 헤비사운드를 구사하는 밴드를 꼽는다면 단연 노이즈가든이다. 윤병주의 화려한 테크닉과 박건의 파워보컬은 단연코 현존 밴드중 최고이다. 사운드가든이나 엘리스 인 체인 등의 카피밴드에 불과했던 노이즈가든은 톰보이 록페스티벌에 참가해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프로 음악세계에 데뷰했다고 한다. 노이즈가든 사운드의 핵은 역시 윤병주의 기타에 있다. 윤병주 기타의 매력은 물론 화려한 테크닉에도 있겠지만 독특한 톤에 있다. 기타리스트의 능력중에는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사운드 메이킹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지미페이지를 보라. 테크닉은 뛰어나지 않았지만 레드제플린의 10년 역사속에 일정한 기타 톤은 제플린 음악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었다) 그런 면에서 윤병주는 국내 몇 안되는 독창적인 톤을 지는 연주가이다. 개인적으로 볼 때 기타연주만 놓고 볼 때 노이즈 가든의 1집과 시나위 6집이 90년대 음반중 최고작으로 뽑는다. 1집에는 90년대를 대표할 만한 명곡들이 많이 실려있는데, 특히 점층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유혹'이 베스트이다.(레드 제플린의 케시미어를 연상시킨다.) 물론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타협의 비','말해봐' 등도 훌륭했다. 최근 발매된 2집은 윤병주 기타 톤을 더욱 확고히 했고 새로운 시도로 세기말 최고의 화두인 테크노에 대한 접근이 눈에 띈다. 이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제발이지 지속적인 활동이 이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이미 밴드의 이합집산으로 인한 음악의 붕괴를 80년대 헤비메틀에서 경험했기 때문이다.


모던록의 새로운 시도로는 델리 스파이스와 이한철을 거론할 필요가 있다. 김민규, 윤준호로 구성된 델리스파이스는 1집을 통해 모던록의 가능성을 충분히 시험해 보았다. '노캐리어'와 '차우차우'가 FM전파를 탈 수 있었고 또 완성도도 매우 높은 성공작이었다. 또 이들에게서 중요한 점은 한국식 모던록의 완성이다. 물론 H2O 2집에서부터 모던록 스타일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서태지와 넥스트를 거치면서 다소 모던록의 대중적 이해가 크지 않았는데 델리 스파이스의 완성도 높은 음반작업으로 인해 후배 밴드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특히 이후 등장하는 인디록 밴드들에게 음악적 방법론을 제시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 델리 스파이스는 99년 두번째 앨범을 발표하는데 녹음의 완성도에서 1집을 압도한다. 단연코 99년 최고 음반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꽉찬 기타 사운드와 뛰어난 편곡력이 돋보인다. '원한다면','종이비행기','회상' 등 좋은 곡이 많이 있다. 반면 이한철은 델리스파이스보다 먼저 등장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철저히 무시된 안타까운 뮤지션이다. 대학가요제를 통해 등장했고 걸죽한 사투리의 입담으로 토크쇼에 출연하면서 음악성이 평가절하된 불운아이기도 하다. 영화제목을 이용한 1집은 당시 유행하던 얼터너티브를 차용하였으나 '델마와 루이스'가 조금 주목받다 말았다. 96년에는 두번째 앨범'되는 되는거야'라는 걸작을 발표했지만 왠일인지 대중매체는 그를 외면했다. 그러나 이한철 2집은 90년대 베스트 앨범중 하나이다. 신해철이 참여하기도 한 2집은 레게와 테크노를 기반으로 한 훌륭한 펑크록 음반이다. 특히 '애니멀'에서의 변박과 레게의 조화에서 보이는 이한철의 리듬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두통','아야' 등에서의 감각도 훌륭했다. 그의 음악 파트너 장기영과 최근에 '지퍼'를 조직해서 역시 훌륭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지만 왠일인지 미디어는 자꾸만 그를 외면한다. (유일한 히트곡은 지퍼의 발라드 '내가 사랑한 그녀는' 뿐)


언니네 이발관의 아마추어리즘은 90년대 최대의 성과물인 인디록의 탄생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노이즈가든의 윤병주가 프로듀싱해서 완성한 언니네 이발관 1집은 유치한 팀이름에 재켓디자인까지 아마추어 냄새가 많이 난다. '푸훗'으로 시작되는 음악도 기타를 조금만 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저건 나도 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보컬은 어떤가) 그러나 그들은 '할 줄 알면 해봐'라고 대답할 줄 아는 뮤지션들이었다. 경력 1년 미만의 멤버들이 창작한 열두트랙의 곡들은 테크닉에서 유치할지는 몰라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동경'의 기타 아르페지오나 '쥐는 너야'의 베이스 드러밍 그리고 '산책끝 추격전'의 사이킬릭적인 이미지 등은 곡 구성의 승리였다. 각각의 곡들도 작사,작곡 식의 일률적인 명시가 아니라 각각 파트의 구성을 담당한 사람을 명시함으로써 앨범작업이 멤버의 공동작업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음악적인 완성도를 떠나 참으로 곡들의 구성만큼은 신선했다. '푸훗'이 인기를 얻고 네티즌을 중심으로 세인의 관심을 받자 두번째 음반을 제작하지만 1집에서의 신선도는 많이 사라졌다.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려고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마추어 정신으로 무장했던 1집의 구성력은 사라지고 솔로연주가 늘어 2집은 개인적으로 실망을 많이 했다. 아마도 이러한 아마추어적인 음반은 단발적인 작업을 끝을 맺는 것이 더 좋았을 것만 같다.


90년대 이 땅의 록음악에서 최대의 화두는 역시 인디록이다. 저예산 독립음반을 의미하는 인디록은 홍대앞의 록카페 '드럭'에서 그 역사가 시작된다. 드럭의 고정출연 밴드인 크라잉 넛과 옐로우 키친의 녹음작업을 저예산으로 하고 거창한 홍보나 마케팅 없이 공연장 등지에서 앨범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인디록의 시작이되었다. 인디록의 주된 장르는 펑크록이다. 아무래도 저예산이기 때문에 앨범제작에 있어 걸림돌이 많이 없기 때문에 대중성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고 그렇기 때문에 아마추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펑크가 인디록의 주류 장르로 정착할 수 있었다. 드럭이 '아워 네이션'이란 이름으로 지속적으로 음반작업을 하면서 크라잉 넛이나 노 브레인 같은 밴드 대중에게 익숙하게 되었고 재머스,S&H,블루데빌 등 많은 클럽에서 수많은 실력파 아마추어가 등장하게 되었다. 단군이래 가장 많은 밴드가 결성되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홍대앞 클럽가는 호황을 누렸다. 이들 인디밴드들 중에 주목할 만한 밴드를 꼽으면 허클 베리핀, 노브레인, 레인리 선, 미선이, 토스트, 새드 리전드 등이 있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메이져 레이블을 통해 '인디파워 1999'라는 컴필리언 음반이 제작되는 등 메이저로의 등극도 눈에 띈다. 그리고 장르도 펑크에서 테크노와 하드코어 심지어 힙합으로 까지 확장되면서 점차 인디록도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정착되는 느낌이다. 이는 상당히 바람직한 것으로 아마추어들의 무대와 음반작업을 적은 예산으로 많이 할 수 있다는 것은 향후 이 땅의 대중음악에 질적 향상에 크나큰 도움이 될 것이다.


90년대 후반에 기존 뮤지션들의 활동으로는 시나위와 봄여름가을겨울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봄여름가을겨울은 10주년 기념음반에서 기존의 재즈와 블루스 위주의 음악에서 복고적인 록 사운드를 선사하는데, 많은 후배 뮤지션이 참여해서 완성도를 높여 주었다. 신대철이 이끄는 시나위의 활동 재개는 상당히 의미있는 행보였다. 시나위의 재결성은 신대철이 손성훈의 솔로 음반을 프로듀싱하면서 알게된 뮤지션들과 의기투합해서 재결성되었다. 4집의 실패와 함께 80년대 헤비메틀 시대가 끝나면서 시나위도 함께 사라졌다. 블루스 록 밴드 '자유'를 결성하기도 한 신대철은 결국 자신의 음악의 본류인 시나위의 이름으로 다시 컴백했다. 손성훈과 함께 한 5집은 시대적 영향으로 그런지 스타일로 제작되었다. 화려한 신대철의 테크닉이 없어 아쉽기는 했지만 당시 그런지 스타일의 연주도 거의 독보적이었다. 비록 손성훈의 개성없는 보컬이 아쉬웠지만 '매맞는 아이'와 '상심의 계단'등은 괜찮았다. 그뒤, 김바다를 새로운 보컬로 영입하고 제작한 6집은 시나위 2집이후 최고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명반이다. 노이즈가든 1집과 더불어 90년대 최고의 록 음반임에 틀림없는 사실이다. 예전 시나위에 비해 현실 참여적인 가사가 일단은 눈에 띄고 블루스 필을 기반으로 한 얼터너티브 사운드는 잘 다듬어져 있다. 김바다의 보컬도 걸죽하고 퇴폐적으로 매력이 있었다. '죽은나무', '서커스' ,'해랑사' 등이 베스트 트랙이다. 현재는 70년대 사운드를 재현하는 7집 '사이키델로스'를 발표하고 80년대 이루지 못한 일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잦은 멤버 교체로 시나위의 정통성을 본다면 오히려 김종서 밴드(김종서,김영진,김민기 등 기타를 제외한 부분이 모두 전 시나위 멤버들이다.)보다 현 시나위가 처질지는 모르지만 시나위의실질적인 주체인 신대철이 이끄는 시나위는 분명 80년대부터 이어저오는 한국 록의 역사임에 틀리없다. 이런 전통있는 밴드가 우리에게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그렇다면 새로운 세기의 활동이 주목되는 밴드는 무슨 밴드가 있을까? 주인장은 자우림과 최근 앨범을 발표한 GIGS를 주목하고 싶다. 자우림은 이미 석장의 앨범을 발표한 중견밴드의 위치에 있다. 홍대앞 클럽밴드들중 가장 성공한 밴드가 자우림이다. 현재까지 언더와 오버의 경계선을 가장 잘 활용하며 양쪽의 지지세력을 나름대로 확보하는 유일한 밴드이기도 하다. 사실 산울림 카피밴드에 불과했던 자우림은 여성 보컬 김윤아를 영입하면서 많이 성장을 한 밴드이다. 여성 보컬으로서의 카리스마는 허클베리핀의 남상아나 솔로 활동을 하는 황보령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김윤아는 자기 색이 강하다. 또 작곡실력도 갖추고 있고 엔터테이너적인 면도 지녀 자우림의 얼굴로서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김윤아의 보컬만으로 자우림이 이뤄졌다면 벌써 팀이 깨졌을 것을 텐데 다행히 자우림엔 이선규라는 좋은 기타리스트가 포진하고 있다. 이선규의 기타는 산울림 트리뷰트에 실린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꺼야'에서 상당히 진한 인상을 주었다. 자우림은 최근작 'B정규작업'에서 테크노까지 영역 확장을 꿈꾸고 있다. 멤버 전원이 프로그래밍에 참여하여 '밀랍천사 No 9'와 'New 욕'등에서 좋은 결과를 주었다. '나비'라는 대중적인 멜로디도 겸비한 자우림의 앨범은 역시 대중성과 작품성을 두루 겸비한 다목적 용으로 완성도가 높다. 'B정규작업' 음반의 완성도를 볼 때 앞으로 나올 정규 3집 앨범이 정말이지 기대된다.


GIGS는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한상원 정원영 밴드의 실체이다. 포스트 서태지의 대표주자인 패닉의 이적을 맞이하고 윤도현 밴드 출신의 강호정이 보강된 GIGS는 세기말 최후의 슈퍼밴드이다. 유학파의 대명사 한상원과 정원영은 분명 이시대 최고의 테크니션이다. 그리고 신예 정재일과 이상민은 이미 패닉 3집과 정원영의 솔로 음반등에서 탄탄한 기본기를 선사한 바 있어 더욱 기대를 하게 했다. 아직 음반이 발매된지 얼마 되지 않아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디만 GIGS의 완성도는 최고이다. 특히 슈퍼밴드의 최대 단점인 멤버의 솔로 연주를 극도로 절제하고 팀웍을 중시한 플레이가 맘에 든다. 기타연주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최고 테크니션인 한상원에 감성적인 건반연주자 정원영이라면 그 네임밸류에서 기막힌 솔로 경쟁이 있을 법도 한데, 전혀 없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다만 기타도 수준급인 정재일이 베이스에 고정되고 강호정과 정원영의 파트가 겹치는 부분이 있어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역시 이적은 밴드 스타일의 음악이 어울리고 강호정의 건반은 윤도현 밴드의 메탈사운드 보다는 GIGS와 같은 펑키한 리듬감에 더 잘 어울린다. 한상원도 여기저기 객원 뮤지션을 불러들여 작업하는 것보다 밴드 스타일이 안정되 보인다. 다만 정원영은 워낙 퓨전재즈에 대한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펑키한 리듬감에 어울리기는 하지만 솔로 작업도 병행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새로운 세기에 GIGS는 이 땅에 대표적인 밴드로 손색이 없을 듯 싶다. 80년대 뮤지션 한상원,정원영에 90년대 뮤지션 이적, 강호정 그리고 다음 시대를 대표할 재목감인 정재일, 이상민이 결합한 GIGS. 그들의 활동이 벌써 기대된다.(그러나 슈퍼밴드의 단점은 해체되기 쉽다는 점! 왠지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