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5B, <수필과 자동차>
영화를 보고 가난한 연인
사랑 얘기에 눈물 흘리고
순정 만화의 주인공 처럼
되고파 할 때도 있었지
이젠 그 사람의 자동차가
무엇인지 더 궁금하고
어느곳에 사는지 더
중요하게 여기네
우리가 이젠 없는 건
옛 친구만은 아닐 거야.
더 큰 것을 바라도
많은 꿈마저 잊고 살지
우리가 여태 잃은 건
작은 것만은 아닐 거야.
세월이 흘러갈수록
소중한 것을 잊고 살잖아
버스 정류장 그 아이의
한번 눈길에 잠을 설치고
여류 작가의 수필 한편에
설레어 할 때도 있었지.
이젠 그 사람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더 궁금하고
해외여행 가 봤는지
중요하게 여기네.
우리가 이젠 없는 건
옛 친구만은 아닐 거야.
더 큰 것을 바래도
많은 꿈마저 잊고 살지
우리가 여태 잃은 건
작은 것만은 아닐 거야.
세월이 흘러갈수록
소중한 것을 잊고 살잖아
우리가 이젠 없는 건
옛 친구만은 아닐 거야.
더 큰 것을 바래도
많은 꿈마저 잊고 살지
우리가 여태 잃은 건
작은 것만은 아닐 거야.
세월이 흘러갈수록
소중한 것을 잊고 살지.
광대한 영토를 개척한 고구려의 힘의 원천이 수레였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근대 산업 사회의 상징이 기관차라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현대의 상징은 뭘까? 인터넷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자동차 역시 빠질 수 없지 않을까? 자동차와 아파트를 빼고 현대 도시 문명을 설명하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대중가요에 자동차가 등장하는 일이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부분적으로 등장하는 일은 없지 않지만, 자동차 자체를 노래한 경우는 참 드물다. 김광석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가 있긴 하지만,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일상적으로 접하는 자동차가 아니다. 그것은 자동차를 거의 모든 가정에서 소유하고, 일상적으로 사용하지만, 그것에 대한 느낌은 썩 긍정적이지 않다는 뜻이 아닐까?
015B의 <수필과 자동차>는 그 속내를 잘 보여주지 않나 싶다. 먼저 이 노래는 사람들의 관심사가 무슨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지, 어느 곳에 사는지에 쏠리고 있음을 비판한다. 천박한 속물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자동차와 고가의 아파트를 끌어 온 셈이다. 그것에 덧붙여지고 있는 것이 ‘그 사람의 아버지가 누구인지’이고 ‘해외에 가 봤는지’이다. 사실 결혼 상대자를 고를 때, 속마음으로 따져보는 것이 이런 것들이 아닐까? 속물근성과 허영심으로 똘똘 뭉친 현대 젊은이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맞은편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평소에 잊고 사는 소중한 것들이 있다. 영화를 보고 사랑 얘기에 눈물 흘리는 가난한 여인, 순정 만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순수한 젊은이, 버스 정류장에서 한번 눈길을 마주친 아이 때문에 잠을 설치는 순진한 젊은이, 여류 작가의 수필 한편에 설레 하는 순정한 젊은이들이 있다. 이것들은 아주 사소해 보이지만, 사실은 세월이 흘러도 소중하게 기억될 것인데, 이를 잃어버린 현대인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건대, 현대인은 물질적 탐욕의 노예가 되어 버리지 않았나 싶다. ‘건강 하세요’나 ‘안녕 하세요’ 대신에 ‘부자 되세요’가 인사말이 되어 버렸으니, 할 말을 잃게 된다. 그래서는 물질적 여유가 결코 우아한 삶으로 발전하지 못한다. 고상한 취향이 없는 사람에게 넘치는 재물은 타락을 부추길 뿐이다. 우리의 행복한 미래는 탐욕의 노예가 되어버린 사람들로부터 찾을 수 있는 무엇이 아니다. 단언컨대,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소수에게 미래가 있다. 그것이 건강한 미래이고, 행복한 미래이다. 요즘 자동차를 버리고 스스로 걷기를 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모르긴 모르겠으되, 우리의 행복도 근처에서 찾아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여유 있으되 소박한 삶, 우리가 너무 많은 시간 동안 잊고 지낸 것이 아닌가 싶다.
하희정 wizbook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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