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식, <사랑>
언제나 혼자서 애끓이면 남몰래 숨어서 보던 사람
어쩌다 눈 한번 마주치면 기쁨에 떨며 뛰었었지
영원한 나의 꿈 나의 사람 내 가슴 태워준 단 한사람
그 얼굴 허공에 그리면 그 이름 속삭여 불러보네
기나긴 이 밤이 지나가면 한숨에 달음쳐 만날 사람
두근거리는 가슴안고 간신이 말붙여 약속했지.
영원한 나의 꿈 나의 사람 내 가슴 태워준 단 한사람
그 얼굴 허공에 그리면 그 이름 속삭여 불러보네
눈을 감으면 그 모습 다시 떠봐도 그 얼굴
잠자던 나의 세월은 아름답게 펼쳐지네
영원한 나의 꿈 나의 사람 내 가슴 태워준 단 한사람
그 얼굴 허공에 그리면 그 이름 속삭여 불러보네
누구에겐들 아름다운 첫사랑의 추억이 없으랴. 눈이라도 한번 마주치면 설레는 가슴을 안고, 밤새 애끓은 경험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중·고교 교과서에 수록된 황순원의 ‘소나기’나 알퐁스 도데의 ‘별’을 읽고, “그래 이것 정말 내 이야기야”라고 공감하게 되는 것은 다 그 때문이다.
송창식의 ‘사랑’은 그 맨처음 사랑의 가슴 설렘을 노래한 서정시로서 압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 노래는 나나무스쿠리(Nana Mouskouri)의 ‘Over And Over’의 곡에 번안 가사를 붙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녀는 아름다운 목소리와 서정적인 선율로 1970년대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 노랫말은 달빛 내리는 창가에 앉아 임을 그리워 하는 마음을 서정적으로 읊고 있다.
송창식의 ‘사랑’과는 노랫말이 사뭇 다른 것이다. 분명히 공유하는 곳은 “Over and over I whisper your name(몇번이고 그대 이름 되뇌어 보네)”과 “그 이름 속삭여 불러보네” 정도이다. 이 부분을 직역에 가깝게 처리했음은 송창식의 ‘사랑’이 바로 이 모티브를 중심으로 한 것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언제나 혼자서 애끓이며 남몰래 숨어서 보던 사람/어쩌다 눈 한번 마주치면 기쁨에 떨며 뛰었었지.” 노래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래 나도 그랬어, 라고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 아닌가?
첫사랑의 추억은 그 자체가 이처럼 시적(詩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눈(眼)은 세계를 내다보는 창(窓)이며, 표정은 적당히 감추고 꾸밀 수 있어도, 눈빛만은 쉽게 감추거나 속일 수가 없는 것이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자신의 속마음이 다 드러나 보일진대, 어찌 당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연모하는 사람에게 그대로 내보일 때, 어찌 가슴이 뛰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바로 이 장면에서 바로 이름을 부르거나 말을 건넬 수 있다면, 그것은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게 되면 시적(詩的) 상황이 금세 소설적(小說的) 상황으로 변모해 버린다. ‘할 말 많으나 말 못함’은 서정시의 세계이고, ‘사연도 많고 할 말도 많음’은 소설의 세계인 것이다. 말은 그 장면에서 끼어들 수 없는 것이며, 한달음에 그 자리를 벗어나 간신히 내뱉는 말도 ‘(그 얼굴 허공에 그리며) 이름을 속삭여 불러보기’ 정도인 것이다. 누구에게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는 게 아니겠는가?
자, 그러면 ‘별’(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부분을 떠올려 보도록 하자. “그리고, 이따금 이런 생각이 내 머리를 스치곤 했습니다. 저 숱한 별들 중에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님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 이처럼 밤하늘의 별은 사랑하는 임의 상징으로 너무나 잘 어울린다. 송창식의 ‘사랑’은 그 별을 직접 노래하지 않았지만, 행간에 그러한 상상력이 녹아들어 있다. “눈을 감으면 그 모습 다시 또 봐도 그 얼굴/잔잔한 나의 세월은 아름답게 펼쳐지네.” 세월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공간은 창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런데 왜 별이 초롱초롱 빛나지 않고, 세월이 펼쳐지는 것일까? 근본적으로 이 노래는 회상의 노래이기 때문이다. 송창식의 ‘사랑’ 속에 시인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서 확인되는 추억과 동경의 상상력이 녹아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이다.
Over And Over --- Nana Mouskouri |
|
I never dared to reach for the moon I never thought I'd know heaven so soon I couldn't hope to say how I feel The joy in my heart no words can reveal Over and over I whisper your name Over and over I kiss you again I see the light of love in your eyes Love is forever no more good-byes Now just a memory the tear that I cried Now just a memory the sighs that I sighed Dreams that I cherished all have come true All my tomorrows I give to you Over and over I whisper your name Over and over I kiss you again I see the light of love in your eyes Love is forever no more good-byes Life's summer leaves may turn into gold The love that we share will never grow old Here in your arms the words faraway Here in your arms forever I'll stay Over and over I whisper your name Over and over I kiss you again I see the light of love in your eyes Love is forever no more good-byes Over and over I whisper your name Over and over I kiss you again I see the light of love in your eyes Love is forever no more good-byes |
'사랑과 이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진도, <순애보> (0) | 2007.05.01 |
---|---|
김용임, <사랑의 밧줄> (0) | 2007.05.01 |
남궁옥분, <재회> (0) | 2007.04.24 |
최유나, <별난 사람> (0) | 2007.04.23 |
양희은,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0) | 2007.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