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일들

초등 한자 병기 논란 토론

국어의 시작과 끝 2015. 3. 13. 17:09

▷ 한수진/사회자:

교육부가 2018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 교과서에 한글과 한자를 함께 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서 또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한글과 한자를 섞어 쓰는 혼용이 아니라 예를 들면 국어, 학교, 음악 이런 단어에 괄호를 열고 한자를 같이 표기한다는 건데요. 참 오래된, 거의 한 50년을 끌어온 논쟁이죠. 오늘 미니 토론에서 찬반 양쪽 의견을 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해주실 두 분 소개해 드릴게요. 먼저 한자 병기를 환영하는 입장이신 문학박사 초당대 김창진 교수, 전화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초당대 김창진 교수 (찬성)

네.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 한자 병기에 반대하는 입장이신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도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공동대표 (반대)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두 분도 서로 인사 나누시죠.

▶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공동대표 (반대)

네. 안녕하십니까, 김 박사님.

▶ 초당대 김창진 교수 (찬성)

네네. 반갑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자, 먼저 김창진 교수님께 여쭙겠습니다. 한자 병기 왜 필요하다고 보세요?

▶ 초당대 김창진 교수 (찬성)

네. 국어 생활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서입니다. 훈민정음을 만든 세종대왕께서는요, 한글 전용하지 않으셨습니다. 한자는 한자로, 토박이말은 훈민정음으로 적으셨습니다. 곧 국?한자 혼용을 하셨습니다.

2018년부터 초등학교 교과서 안에 한자를 넣겠다는 한자병기는 국가적 혼용에 미치지 못합니다. 사실 부족한 조치이고 최소한의 조치입니다. 그리고 이 한자 병기는 국어기본법에 따라서 하는 것입니다. 법에 따라서 하는데 왜 반대를 합니까?

또, 한자병기는 사실은 한글 전용자들도 그 전부터 찬성해오던 일입니다. 그들은 '한자가 필요하면 괄호 안에 적으면 된다' 이렇게 주장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갑자기 왜 반대하는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건범 대표님은 어떻게 보세요?

▶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공동대표 (반대)

네. 뭐 세종대왕 말씀을 하셨는데 그건 뭐 시대적인 한계였죠. 그러니까 한문, 한자를 너무나 오랫동안 써 왔기 때문에 시대적인 반대가 더 있었고 그 가운데서 백성들의 뜻을 제대로 펴게 하기 위해서 이제 한들을 만드신 거였고, 110년 전에 고종께서 이미 우리나라 글자는 국문, 즉 한글로 하고 한문을 갖다가 혼용할 수 있겠다, 일시적으로. 그렇게 한 뒤로 꾸준히 우리 한글을 제대로 우리 글자로 정착시키기 위해서 노력을 해온 거거든요.

그래서 1970년부터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글 전용으로 45년 동안 해왔습니다. 그리고 뭐 교과서뿐만 아니라 사실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1980년대 말부터 90년대 말까지 한 10년 사이에 신문에 있었던 모든 한문들이 거의 다 사라졌거든요.

그 결과가 2000년대 이후로는 중?고등학교의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할 수 있음에도 집필하시는 분들이 그건 별로 필요없다고 생각해서 다 빼신 거예요.

그러니까 사회적인 변화라고 생각을 하셔야 되고, 그 덕분에 우리의 의사소통이 훨씬 좋아진 거죠. 굉장히 편해졌고.

그런 이유에서 갑자기, 초등학교 한글 전용 교과서로 공부를 해온지 꽤 오래됐는데, 정착을 했고, 이런 상황에서 굳이 다시 한자를 병기해야 되겠다, 거기다가 그 이유가 특별히 무슨 근거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아이들의 부담만 키우고 사교육이나 이런 것의 부작용이 클 거기 때문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근데 또 한글과 한자 함께 교과서에 쓰자,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한자어가 다수인 우리 언어의 특성상 그 뜻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한자 알아야 된다, 이런 주장 아니겠습니까?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공동대표 (반대)

제가 먼저 말씀드릴까요?

▷ 한수진/사회자:

예. 이건범 대표님.

▶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공동대표 (반대)

우리말에서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실제 사용하는 말 가운데에서 30%가 넘거든요? 근데 그건 우리가 굳이 그 한자를 적어야 한다는 이야기하곤 또 다른 겁니다. 한자를 적어야 한다, 글자로 표기하고, 우리가 말로 이렇게 방송을 통해서 대화로, 그냥 말로 하고 있을 때도 뜻을 알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한자를 공부해야 한다는 얘기하고 글자에다가 한자를 꼭 병기해야 한다, 이거하곤 다른 이야기겠죠.

그런 점에서 제가 지금 '방송'이란 말씀을 드렸는데, 사실 '방송'이란 말도 한자 그 자체로 설명이 되는 말은 아니거든요.

예전에는 '방송'이라는 말이 같은 한자어로 '죄인을 풀어준다'는 뜻이었는데 지금은 이제 일본에서 들어온 '방송'이라는 새로운 개념어가 우리에게 그냥 이런 어떤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통해서, 전파를 통해서 사람들의 영상이나 소리를 주고받는, 이런 것이 방송이라는 뜻으로 정착된 거죠.

그래서 그런 점에서 굳이 한자를 꼭 알아야만 그 한자 뜻과 그 말을 연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전 좀 지나친 거다.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김창진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기에 대해서.

▶ 초당대 김창진 교수 (찬성)

예.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세종대왕께서 한자어는 반드시 한자로 적은 것은 한자어의 원글자는 한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자어는 한자로 적어야 정확한 의미를 알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옛날에 중학교 들어갔는데 어려운 용어들이 한자어 용어들이 한글로 적혀 있어서 정말 고생을 했습니다.

해안 단구, 절리, 성층권, 대기권, 층적운, 편마암, 화강암, 현무암, 갑각류, 뭐 양서류 등등인데, 저는 그 당시 한자를 배우지도 않았고 또 그것이 한글로 적혀있기 때문에 이건 외국어와 똑같았습니다.

그래서 전혀 뜻을 모르니까 무조건 영어 단어 외우는 것처럼 외웠습니다.

지금 이것이 50년간 그 동안에 공부한 학생들 다 저처럼 뜻도 모르고 우리 국어를 외국어처럼 외워왔어요. 그래서 공부가 싫어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경험을 통해서 한글 전용은 잘못된 거다,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나중에 제가 대학에 국문과에 가서 한자를 배워보니까 '와. 그거 그냥 한자 배워서 한자 써놓으면 뜻으로 그냥 이해가 되는데 내가 왜 그 고생을 했던가' 정말로 참 어이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건 세종대왕이 왜, 훈민정음을 만드신 분이 모든 한국어를 한글로 안 썼겠습니까. 한자어는 한자로 써야만 되는 원칙, 그게 이치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건범 대표님은 어떻게, 반론이 있으십니까?

▶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공동대표 (반대)

만약에 한자를, 한자어를 한자로 적어야만 뜻이 통한다고 하면, 예를 들어서 저는 이런 단적인 예가 있겠죠.

그러니까 우리가 '치매'라는 말을 국민 중에서 모르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근데 치매라는 말이 어떤 글자, 한자로 이루어져있는지는 모르거든요. 쓸 줄 아는 분도 없고요.

그러니까 말이라는 것은 글자는 사실 말 다음에 나오는 거고, 우리가 말 속에서 이 말의 뜻을 잘 모르겠다. 그럼 사전을 찾아보면 되는 거죠.

그 설명을 듣고 나서 충분히 이 말의 뜻을 알 수 있는 건데 너무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김창진 교수님, 지금 현재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도 지금 한문 과목이 있지 않습니까?

▶ 초당대 김창진 교수 (찬성)

네.

▷ 한수진/사회자:

근데 초등 교과서까지 이제 한자 병기하기 시작하면 아이들에게 학습 부담 너무 커지는 것 아니냐, 또 한자 사교육 열풍 불지 않겠느냐, 이런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 초당대 김창진 교수 (찬성)

아이고.. 그 지금 중?고등학교에서 한문은요, 필수 교과가 아니고 선택 교과입니다. 그래서 아니 배운 학교가 거의 대부분이에요.

▷ 한수진/사회자:

아.

▶ 초당대 김창진 교수 (찬성)

그렇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에서 이게 지금 한자 교육을 하자는 게 아니고요. 한글을 앞에 조금 괄호 안에 한자를 참고용으로만 넣어주겠다는 거거든요.

그러면 지금 이건범 대표님 말씀처럼 한글만 가지고 다 뜻을 알 수 있다는데, 그러신 분들은 뒤에 있는 괄호 안의 한자를 안 보면 그만이에요. 이건 선택이거든요.

그러니까 한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그 한자를 보면 되고, 아 이건범 대표님처럼 한글로만 모든 걸 다 통달하신 분께서는 그냥 한글만 보세요. 그럼 서로 아무 관계가 없어요.

▷ 한수진/사회자:

이건범 대표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 초당대 김창진 교수 (찬성)

근데 왜 그 한자 참고로 넣어주는 것까지 그걸 반대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공동대표 (반대)

일단 뭐 중학교에서 지금 선택과목인 한문이 95% 정도 학교에서 한문을 가르쳐요. 근데 뭐 저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중?고등학교에서 '1,800자' 해서 권장 한자도 있고, 한문 교과목도 있는데 '뭐가 잘 안 된다'라고 걱정하신다면, 중?고등학교에서 그게 왜 안 되는가를 먼저 저는 짚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한수진/사회자:

왜 안 됩니까?

▶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공동대표 (반대)

그거에 대한 대책이 별로 없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아. 근데 왜 안 되고 있는 건가요?

▶ 초당대 김창진 교수 (찬성)

중?고등학교에서 왜 안 되느냐 하면요, 한자 교육이. 수능에서는 한자 시험을 안 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수능에서 중시하지 않는 과목은 중?고등학교에서 경시합니다.

그래서 수업 시간이 있어도 다른 과목을 가르치거나 이런 식으로 해서 한문 거의 배우지 않습니다.

제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받아보는데 거의 한자를 몰라요. 대학 들어오는 학생들이

▷ 한수진/사회자:

근데 그게 분명히 문제라는 말씀이시고요.

▶ 초당대 김창진 교수 (찬성)

이게 현실입니다. 우리 대학뿐만 아니고 서울대에서도 해마다 신입생들 조사하는데요. 다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이건범 대표님?

▶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공동대표 (반대)

아까 김 박사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비정상화의 정상화다' 이렇다면, 만약 그게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저희는 그런 것을 요구를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중?고등학교에서도.

근데 이 부분을 또 초등학교로 내려버리면, 여기서 또 문제가 생기면 유아 쪽으로 내려버리고 이런 식으로 계속 문제가 커진다는 말이죠.

▷ 한수진/사회자:

예.

▶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공동대표 (반대)

그러니까 저는, 그리고 또 하나는 한문 과목에 대해서 그렇게 중?고등학교에서 만약에 경시하고 있다, 현재 김 박사님 말씀대로, 그렇다면 그것은 그만큼 교육에서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 한수진/사회자:

필요성이 줄어서가 아니냐?

▶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공동대표 (반대)

저는 시대적인 어떤 흐름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 초당대 김창진 교수 (찬성)

아니, 한글을 왜 배웁니까. 우리 국어를 잘 쓰기 위해서 배우는 거죠? 한자도 똑같아요. 그 이치는 똑같습니다.

오히려 한국어 어휘에서 한글로 쓰는 토박이말보다 한자로 적어야 하는 한자어가 훨씬 많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압니다.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 초당대 김창진 교수 (찬성)

그렇다면.

▷ 한수진/사회자:

예. 교수님.

▶ 초당대 김창진 교수 (찬성)

토박이말을 적을 한글은 배워야 하고, 한자어를 적어야 할 한자는 배울 필요가 없다. 이건 정말 외눈박이에 지나지 않는 겁니다.

▶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공동대표 (반대)

제가 좀 말씀드릴게요. 그러니까 저는 '한자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 말씀을 드리는 게 아니고요. 중학교에서 배워왔습니다, 지금까지.

그리고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 많이 배우면 되는 거죠. 그리고 관련 분야에 계신 분들은 훨씬 더 많이 배워야 하는 게 맞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공동대표 (반대)

근데 이것을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해가면서까지, 아까 읽기에 대해선 말씀드렸는데, 한자가 만약에 괄호 옆에 병기돼 있다고 생각을 해보시면, 우리 전화 문자나 인터넷에서 받는다고 생각을 해보십시오. 읽기가 되게 불편하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이건범 대표님, 예예. 알겠습니다.

▶ 초당대 김창진 교수 (찬성)

지금요.

▷ 한수진/사회자:

저희가 좀 시간이.

▶ 초당대 김창진 교수 (찬성)

국어라는 것은, 국어라는 것은

▷ 한수진/사회자:

좀 짧게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 초당대 김창진 교수 (찬성)

초등학교 단계에서 다 완성이 됩니다. 국어 능력은, 기본 능력이, 그래서 이 영어 같은 외국어도 초등학교 3학년부터 가르쳐요.

그런데 우리 국어를 가르칠, 국어에 필요한 한자는 중학교 가서 배워라? 이것은 정말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예요.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 초당대 김창진 교수 (찬성)

우리 한국어에 필요한 한자를 먼저 가르치고 그 힘이 남은 다음에 영어를 가르쳐야 옳은 순서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김창진 교수님, 말씀 잘 들었고요. 저희가 시간 관계상 오늘은 여기까지 두 분 말씀 듣도록 하겠습니다.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초당대 김창진 교수 (찬성)

네. 감사합니다.

▶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공동대표 (반대)

예. 고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에 대한 찬반논란. 초당대 김창진 교수, 또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와 말씀 나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