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예상 문제

[‘-(으)므로’와 ‘-(으)니’] 에 대하여

국어의 시작과 끝 2013. 3. 14. 02:32

 

요즘 문장 다듬기 파트를 다시 보고 있습니다.

시중 기출 문제 해설서를 보니 어처구니없는 해설이 난무하는군요.

멀쩡한 조사를 접미사라고 하지를 않나, 멀쩡한 명사절을 두고 관형사절이라고 하지를 않나 등등.

 

너무 어이없는 것은 좀 그렇고, 좀 맛있는(?) 예를 하나 소개합니다.

2006년 국가직 9급 기출 문제 중의 하나입니다.

 

㉩ 사람들이 위험한 건물에서 대피해야 하므로 혼란이 예상됩니다. 이 때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경찰의 협조를 얻어 치안 유지에 만전을 기해 주십시오.

 

[발문] 다음은 재난 상황에 직면한 공무원이 방송한 내용이다. 어법에 맞고 의미가 분명한 것은?

 

 

[‘-(으)므로’와 ‘-(으)니’] ㉩은 어법에 맞지 않고, 의미도 분명하지 않은 문장의 예로 제시된 문장이다. 우선 앞 문장의 ‘-므로’는 적절하다. ‘-므로’는 이유를 나타내는 어미이기 때문이다. 같은 까닭으로 뒤 문장의 ‘있으므로’도 무방하지만, ‘-(으)니’를 쓰면 좀 더 구어적인 표현(←발문 고려)에 가까워진다. ‘-므로’는 대체로 문어적 표현에 가깝다. 물론 ‘하므로’도 구어체로 바꾸면 ‘대피해야 해’가 된다.

그런데 ‘대피하다’는 ‘안전한 곳에 대피해’ 또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처럼 쓰인다. 즉 ‘대피하다’ 앞에는 ‘~에’ 또는 ‘~(으)로’가 온다. ‘待避’가 ‘위험이나 피해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待) 잠시 避함’을 뜻하기 때문이다. 의 ‘위험한 건물에서 대피해야’는 어법에 어긋나기도 하고 의미도 불분명한 표현이다. 한편 ‘혼란이 예상됩니다’의 자연스러운 어법은 ‘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됩니다’이다. 또 ‘만전을 기하다’는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순화 대상어다.

 

→ 사람들이 안전한 건물로 대피해야 하므로(또는 ‘대피해야 해서’) 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때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경찰의 협조를 얻어(또는 ‘경찰과 협조하여’) 치안 유지에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가지고 있는 교재에 대부분 이 문제가 수록되어 있을 겁니다. 그 해설과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출제자가 군더더기처럼 보이는 "다음은 재난 상황에 직면한 공무원이 방송한 내용이다."라는 문장을 발문에 왜 넣었을까에 대해서도 꼭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래 내용도 참고하세요.

 

 

 

[참고](국어의 시작과 끝) 수록 내용임

 

[‘-어서’와 ‘-으니(까)’]

 

㉠ ㄱ. 강이 깊어서 아이가 건너기는 어렵다.

     ㄴ. 길이 좁아서 차가 못 지나간다.

     [참고 문장] 인부들이 짐을 덜어서 다른 차에 실었다.[시간적 선후]

 

㉡ ㄱ. 약속을 했으니 가기 싫어도 갈 수밖에.

    ㄴ. 그렇게 음식을 마구 먹으니까 배탈이 나지.

 

 

‘어서(또는 아서)’는 시간적 선후 관계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처럼 선행절과 후행절의 주어가 다를 때 또는 선행절의 서술어가 형용사일 때 그리고 선행절이 부정문일 때는 대체로 인과 관계를 나타낸다. ‘-으니(또는 ‘-니, -(으)니까’)도 인과 관계를 나타낸다. ‘-어서’가 주로 신정보를 이끄는 것과 달리, ‘-으니까’는 주로 구정보를 이끄는 특징이 있다.

 

 

㉢ ㄱ. 어제는 몸이 아프니까 학교를 결석했다.

        → 어제는 몸이 아파서 학교를 결석했다.

   

    ㄴ. 네가 형이어서 동생한테 양보해라.

         → 네가 형이니까 동생한테 양보해라.

 

 

두 부사형 내포어미의 차이는 아주 미묘하다. 우선 ‘-어서’는 필연적인 인과 관계(=원인: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 것)를 나타낼 때 주로 쓰인다. 반면 ‘-으니까’는 주관적인 인과 관계(=이유: 상황에 따른 주관적 근거)를 나타낼 때 주로 쓰인다. 즉 ㄱ의 경우 몸이 아프다는 것은 학교에 결석하는 원인에 해당하기 때문에 어미로 ‘-어서’를 써야 한다. 반면 ㄴ의 경우 형이라는 것이 동생에게 양보하는 이유는 될 수 있어도 원인이 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미로 ‘-으니까’를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