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

정지용 조찬, 비-출제 예상

국어의 시작과 끝 2012. 5. 4. 06:12

곧 출간될 교재의 일부입니다. 정지용의 '비'(교재에 수록)는 출제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여기 소개하는 것은 '조찬'입니다. 공무원 기출 작품이라 시중에 나와 있는 교재에도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작품 원문 오류부터 시작해서, 문제 해설 등등 대부분 엉터리입니다. 제가 직접 출제한 문제도 있으니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다음 시를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햇살 피어/이윽한 후,// 머흘 머흘/골을 옮기는 구름,//길경(桔梗) 꽃봉오리/흔들려 씻기우고.//차돌부리/촉 촉 죽순(竹筍) 돋듯.//물 소리에/이가 시리다.//앉음새 가리어/양지쪽에 쪼그리고,//서러운 새 되어/흰 밥알을 쪼다. -정지용, ‘조찬(朝餐)’

 

5. 위 시를 읽은 학생들의 반응 중, 옳지 않은 것은?

                                                                            ② 2010 국회직 8급

 

① 철호: “밤새 내리던 비가 그친 아침을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군.”

② 재호: “‘길경’, ‘물 소리에 이가 시리다’에서 보듯 초봄의 정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네.”

③ 민호: “제4연은 처마 밑 섬돌에 튀는 낙수(落水)의 모습을 그린 생생한 비유지, 대단해!”

④ 수호: “끝 연의 ‘서러운 새’는 시인 자신과 동일시되고 있는 시적 대상이야.”

⑤ 명호: “1941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암울한 상황에 놓인 지식인의 초상화로도 보여.”

 

→‘길경(桔梗)’은 도라지이며, 결국 여름(7~8월)이 시간적 배경임. ※ ②가 명확한 답이지만, ③도 엄밀히 말하면 적절한 반응은 아님. 이 시의 공간적 배경은 도라지와 돌밭이 있는 골짜기 근처 개울 또는 강가로 보아야 하기 때문.

 

6. 위 시의 표현에 대한 설명 중 옳지 않은 것은?

                                                                        ③

 

① 제1~2연이 ‘햇살’과 ‘구름’을 소재로 한 원경(遠景)이라면, 제3~4연은 ‘길경’과 ‘차돌부리’를 소재로 한 근경(近景)이다.

② ‘머흘머흘’은 고어(古語) ‘머흘다(=험하고 사납다)’의 어간을 반복하여 표현한 것으로, 구름의 동적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다.

③ ‘촉 촉’은 ‘촉촉’ 즉, 작은 물건 따위가 아래로 자꾸 늘어지거나 처진 모양을 가리키는 말이며, 물방울이 튀는 모양을 형상화한 말이다.

④ 제5연은 청각적 이미지인 ‘물 소리’를 이[齒]가 시린 것으로, 즉 촉각적인 이미지로 전이(轉移)한 공감각적(共感覺的)인 표현이다.

⑤ 제5~7연은 식민지 현실에서의 서러운 마음을 ‘새’에 감정이입(感情移入)하여, 새와 시적 화자를 동일시하며 표현한 것이다.

 

→‘촉’은 뾰족한 모양의 싹을 가리키며, ‘촉 촉’은 정적(靜的)인 이미지의 ‘차돌부리’에 돋아나는 죽순의 동적(動的)인 이미지를 부여한 표현이다. ‘촉촉’은 ‘축축’과 비슷한 말이 아님에 유의할 것. 시 원문(출전: <문장> 제22호)에 ‘촉∨촉’으로 분명히 띄어쓰기가 되어 있음. 이에 대해서는 권영민, <정지용 시-126편 다시읽기>(민음사)와 조정래 외 <고등학교 문학>(해냄에듀) 참고.

 

<정지용 비>

돌에 /그늘이 차고,//따로 몰리는/소소리 바람./앞 섯거니 하야/꼬리 치날리여 세우고,//죵죵 다리 깟칠한/산새 거름 거리.//여울 지여/수척한 흰 물살,//갈갈히/손가락 펴고//멎은 듯/새삼 돋는 비ㅅ낯//붉은 닢 닢/소란히 밟고 간다.-정지용 '비'

■ 비 오기 직전 풍경을 그려보라 했더니 정지용은 이렇게 그렸다. 앞 섯거니 하야/꼬리 치날리여 세우고,//죵죵 다리 깟칠한/산새 거름 거리. 이 네 줄의 행은 산새와 바람에 대한 묘사다. '앞 섯거니'는 소소리 바람의 앞에 서있는 듯한 산새 한 마리를 표현한 말이다. 바람이 산새 뒤 꽁무니로 휙 불어갔다. 그러자, 산새는 바람을 리드하는 것처럼,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데 그 풍력 때문에 꼬리가 치솟아 올랐다. 꼬리가 치솟으니 가늘게 벋은 다리가 더 잘 보이지 않는가. 이 묘사에서 나는 숨이 턱 막혔다. 저 새는 밀려서 앞으로 종종걸음을 치기까지 하지 않는가. 바람의 힘에 비하면 새의 다리는 얼마나 가늘고 부실해 보이는가. 금방 날려갈 듯 하다. 그러니 '깟칠'하다. '거름 거리'는 새를 떠민 바람의 힘을 그려낸 기막힌 스냅이다. 소름이 돋는 저 언어, 즉물적 감각 재현. 오오, 정지용. 세종 이후의 모국어 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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