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

김수영 파밭 가에서 문제와 해설

국어의 시작과 끝 2012. 3. 27. 04:06

 

34. 김수영-파밭 가에서

 

[알짬] ‘파’를 소재로 하여 버려야 얻는다는 금언을 역설적 발상으로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다.

 

삶은 계란의 껍질이

벗겨지듯

묵은 사랑이

벗겨질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먼지 앉은 석경 너머로

너의 그림자가

움직이듯

묵은 사랑이

움직일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새벽에 조로의 물이

대낮이 지나도록 마르지 않고

젖어 있듯이

묵은 사랑이 뉘우치는 마음의 한복판에

젖어 있을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1. 밑줄 친 ㉠에 사용된 표현 기법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④ 2011. 국가직 9급

① 생명이 없는 사물을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나타내는 표현이다.

② 사물의 일부나 그 속성을 들어서 그 전체나 자체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③ 표현하려는 본뜻과는 반대되는 말을 함으로써 문장의 의미를 강화하는 표현이다.

④ 표현 구조상으로나 상식적으로는 모순되는 말이지만, 실질적 내용은 진리를 나타내고 있는 표현이다.

 

→①은 ‘의인법’, ②는 대유법, ③은 아이러니(반어), ④는 역설에 대한 설명이다.

 

 

 

2. 이 시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와 가장 가까운 것은? 

① 드는 줄은 몰라도 나는 줄은 안다

② 소인은 유불리(有不利)를 따져 일하고, 대인은 옳고 그름을 따져 일한다.

③ 현세에서의 선악의 결과에 따라 내세에서 행과 불행이 결정되는 법이다.

④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얻고, 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개관>

갈래: 서정시, 자유시

성격: 금언적, 상징적

어조: 단정적인 어조

제재: 파밭

주제: 버려야 얻을 수 있고, 얻기 위해서는 잃을 수밖에 없는 세상사의 이치

 

 

<구절 풀이 및 심화 연구>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역설적인 표현이며, 각 연의 마지막 행을 이루고 있음에서 보듯 시의 주제가 압축되어 있는 표현이다. 얻음과 잃음은 상반된 의미를 지닌 말인데, 얻는 것은 잃는다고 했으니 역설이다. 문제는 이 명제가 어떤 사연으로 파밭 더 정확히 말하면 ‘파밭의 푸른 새싹’과 연관되느냐 일 것이다. 아마도 시인은 파가 새싹을 얻기 위해서는 겉잎 혹은 묵은 잎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분석과 이해>

김수영 시의 특질인 일상적 발상의 뒤집기를 달리 전복적 상상력이라고 한다면, 이 시의 상상력은 전복적이다. 일견 대단히 오묘한 명제를 설파하는 듯이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버려야 얻고, 비워야 채운다는 조금은 상투적인 금언(金言)을 비틀어서 표현한 것일 뿐이다. 즉 잃어야 얻는다는 금언을 얻는 것은 잃는 것이라고 뒤집어서 표현한 것이다. 발상을 뒤틀다보니 역설적인 표현이 되었다. 이러한 뒤틀기 또는 뒤집기는 모더니즘 시의 일반적인 경향이다. 아마도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해서는 묵은 것들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점을 일깨우고 싶었을 것이다. 이 점에서 이 시의 발상은 ‘폭포’에서 언급한 부정의 정신과 크게 다른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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