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김수영-파밭 가에서
[알짬] ‘파’를 소재로 하여 버려야 얻는다는 금언을 역설적 발상으로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다.
삶은 계란의 껍질이
벗겨지듯
묵은 사랑이
벗겨질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먼지 앉은 석경 너머로
너의 그림자가
움직이듯
묵은 사랑이
움직일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새벽에 조로의 물이
대낮이 지나도록 마르지 않고
젖어 있듯이
묵은 사랑이 뉘우치는 마음의 한복판에
젖어 있을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1. 밑줄 친 ㉠에 사용된 표현 기법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④ 2011. 국가직 9급
① 생명이 없는 사물을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나타내는 표현이다.
② 사물의 일부나 그 속성을 들어서 그 전체나 자체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③ 표현하려는 본뜻과는 반대되는 말을 함으로써 문장의 의미를 강화하는 표현이다.
④ 표현 구조상으로나 상식적으로는 모순되는 말이지만, 실질적 내용은 진리를 나타내고 있는 표현이다.
→①은 ‘의인법’, ②는 대유법, ③은 아이러니(반어), ④는 역설에 대한 설명이다.
2. 이 시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와 가장 가까운 것은?
④
① 드는 줄은 몰라도 나는 줄은 안다
② 소인은 유불리(有不利)를 따져 일하고, 대인은 옳고 그름을 따져 일한다.
③ 현세에서의 선악의 결과에 따라 내세에서 행과 불행이 결정되는 법이다.
④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얻고, 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개관>
갈래: 서정시, 자유시
성격: 금언적, 상징적
어조: 단정적인 어조
제재: 파밭
주제: 버려야 얻을 수 있고, 얻기 위해서는 잃을 수밖에 없는 세상사의 이치
<구절 풀이 및 심화 연구>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역설적인 표현이며, 각 연의 마지막 행을 이루고 있음에서 보듯 시의 주제가 압축되어 있는 표현이다. 얻음과 잃음은 상반된 의미를 지닌 말인데, 얻는 것은 잃는다고 했으니 역설이다. 문제는 이 명제가 어떤 사연으로 파밭 더 정확히 말하면 ‘파밭의 푸른 새싹’과 연관되느냐 일 것이다. 아마도 시인은 파가 새싹을 얻기 위해서는 겉잎 혹은 묵은 잎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분석과 이해>
김수영 시의 특질인 일상적 발상의 뒤집기를 달리 전복적 상상력이라고 한다면, 이 시의 상상력은 전복적이다. 일견 대단히 오묘한 명제를 설파하는 듯이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버려야 얻고, 비워야 채운다는 조금은 상투적인 금언(金言)을 비틀어서 표현한 것일 뿐이다. 즉 잃어야 얻는다는 금언을 얻는 것은 잃는 것이라고 뒤집어서 표현한 것이다. 발상을 뒤틀다보니 역설적인 표현이 되었다. 이러한 뒤틀기 또는 뒤집기는 모더니즘 시의 일반적인 경향이다. 아마도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해서는 묵은 것들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점을 일깨우고 싶었을 것이다. 이 점에서 이 시의 발상은 ‘폭포’에서 언급한 부정의 정신과 크게 다른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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