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
주로 용언 앞에 놓여서 뒤에 오는 용언을 한정하여 그 의미를 더욱 분명히 해 주는 단어가 부사이다. ‘주로’라고 한 것은 부사의 경우 용언 이외에도 같은 문장 안의 다른 부사, 명사, 관형사 그리고 문장 전체를 수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부사의 주된 기능은 용언의 수식이다.
㉠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너무 멀다.
㉡ 고구마가 매우 잘 익었다.
㉢ 친구네 집은 우리 집 바로 뒤야.
㉣ 그는 아주 새 지갑을 가지고 다닌다.
㉤ 과연 이 일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위의 문장에 사용된 부사는 각각 수식하는 바가 다르다. ㉠은 용언을, ㉡은 (같은 문장 안의 다른) 부사를, ㉢은 명사를, ㉣은 관형사를, ㉤은 문장 전체를 수식하고 있다. ㉠-㉣은 문장 내의 일정한 성분을 제한적으로 수식하는 경우라서 성분부사라 한다. ㉤은 문장 전체를 수식하는 경우라서 문장부사라 한다. 문장부사와 성분부사를 판별하는 기준은 문장 내에서의 위치 이동이 자유로운가의 여부이다. ㉤에서 ‘과연’은 위치 이동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문장 부사의 특징이 잘 드러난 경우이다.
① 성분부사
성분부사는 다시 성상부사, 지시부사, 부정부사로 나뉜다. 이 분류의 기준은 수식 범위가 아니고, 해당 부사가 가지는 의미이다.
㉠ 빨리 (먹다), 높이 (날다), 갑자기 (죽다), 깊이 (파다), 많이 (줍다)
㉡ 매우 (덥다), 가장 (낮다), 아주 (예쁘다), 퍽 (걷어차다), 잘 (잡다), 거의 (넘치다)
㉢ 아주 (부자, 미남), 바로 (앞, 뒤, 위, 아래, 너, 그, 여기), 겨우 (하루, 하나), 특히 (너, 학생)
㉣ 데굴데굴 (구르다), 울긋불긋 (물들다), 옹기종기 (늘어서다), 깡충깡충 (뛰다), 사뿐사뿐 (넘다)
위의 예들은 모두 성상부사이다. ㉠은 주로 상태의 차원에서, ㉡은 주로 정도의 차원에서 용언의 의미를 한정하고 있는 경우이다. ㉢은 체언을 수식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부사는 주로 정도성(程度性)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고, 체언 역시 그 ‘정도성’과 어울리는 것들이다. ‘아주’는 일반명사와 어울리는, ‘바로’는 위치를 나타내는 명사나 대명사와 어울리는, ‘겨우’는 수량을 표시하는 명사와 어울리는 특징이 있다.
㉣은 성상부사에 속하지만, 사물의 소리나 모양을 흉내 내는 특징이 있어 의성부사 또는 의태부사라 일컬어지는 것이다. 이를 상징부사라고도 하는데, 이는 자음이나 모음이 교체에 따른 짝을 가진다는 점[예) 도란도란/두런두런, 데굴데굴/떼굴떼굴], 반복형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는 점[예) 방글방글], 즉석에서 화자가 용이하게 새로운 어휘를 만들 수 있다는 점[예) 삐기적삐기적]이 특징이다.
이리, 저리, 그리, 이리저리, 요리조리, 여기, 거기, 오늘, 아까, 곧, 이미, 바야흐로, 앞서, 일찍이,
위의 예들은 지시부사이다. 지시부사는 발화 상황에서 처소(處所)나 시간을 나타내는 것이 주된 기능이지만, 앞에서 언급된 이야기 내용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유의할 점은 ‘오늘, 어제’ 등이다. 이들은 명사로 주로 사용되지만, “오늘 해야 할 일을 다음 날로 미루어서는 안 된다.”와 같은 경우는 지시부사로 쓰인 것이다. 문맥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 이제 다시는 그 사람을 안 만나겠다. /아니 먹는 씨아가 소리만 난다
㉡ 잠을 통 못 자다
위에서 ‘안’과 ‘못’은 부정 부사로 분류된다. 용언의 의미를 부정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통상 ㉠은 의도 부정을, ㉡은 능력 부정을 나타내는데 쓰인다. 부정부사가 쓰이면 짧은 부정문이 되는데, 현대국어보다 중세국어에서 더 많이 사용되었다. 부정부사와 관련하여 유의할 것은 ‘아니’이다. 대개 ‘아니 먹다, 아니 슬프다’처럼 부정이나 반대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러나 “나의 양심은 천만금, 아니 억만금을 준다 해도 버릴 수 없다.”처럼 사용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때는 어떤 사실을 더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② 문장부사
문장부사는 다시 양태부사와 접속부사로 나뉜다.
먼저 양태부사(樣態)副詞)는 말하는 이의 마음먹기, 태도를 표시하는 부사로, 문장 전체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기능을 한다.
㉠ 화자의 사태에 대한 믿음, 서술 내용을 단정할 때 쓰이는 부사 - 과연, 정말, 실로, 물론, 모름지기 등 예) 과연 그분은 위대한 예술가였다. / 청년은 모름지기 진취적이어야 한다.
㉡ 화자의 믿음이 의심스럽거나 단정을 회피할 때 쓰이는 부사 - 설마, 아마, 비록, 만일, 아무리, 설령 등 예) 그런 일은 없겠지만 설령 이번 일이 안된다고 하더라도 너무 실망은 하지 마라. / 설마 거짓말이야 하겠느냐?
㉢ 희망을 나타내거나 가상적 조건 아래에서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랄 때 - 제발, 부디, 아무쪼록, 모쪼록 등.
예) 그의 눈에는 아무쪼록 잘 보아 달라는 애원하는 표정이 숨어 있다.
양태부사는 문장의 첫머리에 오는 경우가 많고, 그 의미에 상응하는 어미와 호응을 이루는 것이 보통이다. 즉 단정은 평서형, 의혹은 의문형, 희망은 명령문이나 조건의 연결 어미와 호응을 이룬다.
접속부사(接續副詞)는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을 이어주면서 뒤의 말을 꾸며 주는 기능을 한다.
㉠ 아들 혹은 딸 / 정치, 경제 및 문화
㉡ 전화 끊자마자 곧 그리로 가겠습니다.
㉢ 성기는 잠자코 밥숟가락을 들었다. 그러나 밥은 반도 먹지 않고 상을 물려 버렸다.
㉠은 단어 접속에 해당하고, ㉡은 절 접속에 해당하며, ㉢은 문장 접속에 해당한다. ㉠은 접속부사를 문장부사로 그 성격을 규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또 ㉢은 ‘그리고, 그러면, 그러므로’ 등과 함께 소위 ‘그’ 계열 접속부사인데, 이 역시 뒤 문장의 의미를 수식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하지만, 학교 문법에서 접속부사로 설명하고 있음을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이다. 또 단어와 단어를 연결하는 접속부사의 경우, 접속조사와는 엄연히 구별해야 함을 기억해 두어야 한다. ‘책과 연필’의 ‘과’는 접속조사이지만, ‘책 또는 연필’의 ‘또는’은 접속부사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영어와 달리 국어의 품사에 ‘접속부사’는 있어도 ‘접속사’라는 품사는 없다.
수식 기능 |
성분 한정 |
체언 한정 |
명사 한정 |
저것이 바로 꽃이다. |
대명사 한정 |
꼭 당신만을 만나야 하겠소. | |||
수사 한정 |
겨우 하나만을 가져왔느냐? | |||
용언 한정 |
동사 한정 |
그는 빨리 달린다. | ||
형용사 한정 |
그 꽃이 매우 아름답다. | |||
수식언 한정 |
관형사 한정 |
이것은 아주 헌 책이다. | ||
부사 한정 |
그는 너무 빨리 지친다. | |||
구, 절 한정 |
구 한정 |
그 장소에는 결코 가지 않겠다. | ||
절 한정 |
아주 속이 단단한 사람인가 봅니다. | |||
문장 한정 |
실로, 우리는 대망의 시대에 살고 있다. |
접속 기능 |
단어 접속 |
그는 행동 및 품성이 훌륭하다. | |
구, 절 접속 |
구 접속 |
빨리 가느냐, 또는 늦게 가느냐가 문제다. | |
절 접속 |
내가 가느냐, 또는 네가 가느냐가 문제다. | ||
문장 접속 |
봄이 다시 찾아 왔다. 그리고 꽃이 피었다. |
이 나무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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