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와 형용사의 활용
체언이 문장 안에서 사용될 때 조사의 도움을 받는다. 비슷하게 용언도 문장에 사용될 때 어미의 도움을 받는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용언인 동사와 형용사는 어간과 어미가 결합된 형태로 문장에 사용된다. 이를 용언의 활용이라 하는데, 활용할 때 그 중심이 되는 부분(= 활용을 할 때 변화하지 않는 부분)을 어간(語幹)이라 하고, 어간에 달라붙는 부분을 어미(語尾)라고 한다.
동사나 형용사의 어간에 어미 ‘-다’를 붙인 형태를 기본형이라 하는데, 이 기본형이 사전에 등재되는 표제어가 된다.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사전에 등재된 용언의 기본형에서 어미 ‘-다’를 제외하면 해당 단어의 어간이 되는 셈이다. 즉 ‘붙다’만이 아니라, ‘붙이다’도 사전에 표제어로 등재되어 있다. 이 경우 전자의 어간은 ‘붙-’이고, 후자의 어간은 ‘붙이-’이다. ‘붙고, 붙어, 붙느냐’ 등으로 활용을 하고, ‘붙이고, 붙여, 붙이느냐’와 같이 활용을 하기 때문이다.
① 어미 결합의 제약
어간에 어미가 붙어 활용을 할 때, 동사와 형용사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즉 같은 용언이지만 동사와 형용사는 활용을 할 때 차이가 있다.
㉠동사 ‘얻다(to get)’의 활용
현재 진행, 관형사형 |
과거-완료 |
과거-회상 |
과거-완료-회상 |
미래-추측 |
얻는 |
얻은 |
얻던 |
얻었던 |
얻을 |
인용, 평서 |
의문 |
명령 |
청유 |
부사형 |
얻는다고 |
얻느냐고 |
얻으라고 |
얻자고 |
얻어, 얻게 |
㉡ 형용사 ‘슬프다(to be sad)의 활용
현재 진행, 관형사형 |
과거-완료 |
과거-회상 |
과거-완료-회상 |
미래-추측 |
슬픈 |
슬픈 |
슬프던 |
슬펐던 |
슬플 |
인용, 평서 |
의문 |
명령 |
청유 |
부사형 |
슬프다고 |
슬프냐고 |
(슬프라고) |
(슬프자고) |
슬퍼, 슬프게 |
첫째, 명령과 청유의 활용 어미가 형용사와 결합하지 못한다. 그러나 대체로 동사는 명령과 청유의 활용 어미를 자유롭게 취한다. ‘대체로’라고 한 까닭은 동사 중 특히 피동의 의미가 있는 것은 명령문이나 청유문을 이루는데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들이 보여라.”나 “우리들이 보이자.”는 부자연스럽다. 또 ‘모자라다’나 ‘힘들다’처럼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동사도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또 특별한 사례(교훈 등에서)이긴 하나, ‘착하여라, 부지런하여라’와 같이 형용사가 명령문을 이루기도 한다. 이 점에서 명령문, 청유문 성립 여부만으로는 동사 형용사를 판별하기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청유문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동사임이 분명하다. 형용사는 청유문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현재 시제와 관련되는 ‘-는/ㄴ’이나 직설법과 관련되는 ‘느’를 형용사가 취하는 것은 어렵다. 형용사는 그 특성상 시간적인 움직임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아름다운 사람‘은 되지만, ’아름답는 사람‘은 안 된다. '가느냐’는 되지만, ‘아름답느냐’는 안 된다.
이러한 사실은 동사인지 형용사인지를 분간할 때 유용하게 쓰인다. 예를 들어, ‘젊다(young)’가 형용사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늙다(old)’는 동사인가, 형용사인가? 먼저 ‘늙읍시다, 늙지 말자’ 등이 된다는 점에서 동사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늙는구나.’가 되는 것으로 보아(형용사 ‘젊다’는 ‘젊구나’로 활용됨), 동사임이 분명해진다.
② 규칙 활용과 불규칙 활용
활용을 할 때 변하지 않는 부분을 어간, 변하는 부분을 어미라고 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어간과 어미가 일정한 모습을 보이면 규칙활용이라 하고, 환경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면 불규칙 활용이라고 한다. 다만 어간과 어미가 변한다고 해도, 그 현상을 일정한 규칙으로 설명할 수 있으면 규칙활용으로 간주하는데, ‘ㄹ’ 탈락과 ‘으’ 탈락이 이에 해당한다.
㉠ 규칙활용
⑴ 어간과 어미가 결합하는 과정에서, 어간이나 어미 모두 형태 변화가 없는 활용
예) 죽 + 어 →죽어, 죽 + 고 →죽고
⑵ 형태 변화가 있어도 보편적 음운 규칙으로 설명되는 활용
① 모음조화 : 어미 ‘아/어’의 교체 예) 먹어, 잡아
② 규칙적 탈락
a. 어간 'ㄹ‘탈락 : 어간의 끝소리 ’ㄹ‘이 ’ㄴ, ㅂ, ㅅ, 오‘ 앞에서 규칙적으로 탈락되는 용언
예) 살다 - 사니, 삽니다, 사시오, 사오 / 울다 - 우는, 우오 / 놀다 - 노는, 놉니다, 노시고, 노오.
b. 어간 모음 ‘ㅡ’ 탈락 : 어말 어미 ‘-아/-어’로 시작되는 어미 및 선어말 어미 ‘-었-’ 앞에서 규칙적으로 탈락되는 용언
예) 쓰다 - 써 / 모으다 - 모아 / 담그다 - 담가 / 아프다 - 아파 / 우러르다 - 우러러 / 따르다 - 따라
⑶ 구체적인 매개 모음 ‘으’ 첨가
(‘ㄹ’ 이외의 자음으로 끝난 어간) + ‘으’ + (‘-ㄴ, -ㄹ, -오, -시-, -며’ 등의 어미)
예) 가 + ㄴ →간, 갈 + ㄴ →간(ㄹ탈락: 규칙적 탈락)
잡 + ㄴ →잡은(‘으’첨가) , 먹 + ㄴ →먹은(‘으’첨가) 잡으러, 잡으며, 잡으시오, 잡으오(‘으’ 첨가)
② 불규칙 활용
: 어간과 어미의 기본 형태가 유지되지 않을 뿐더러 일반적 음운 규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
① 어간이 바뀌는 경우
갈 래 |
내 용(조건) |
용 례 |
규칙 활용 예 |
‘ㅅ’ 불규칙 |
‘ㅅ’이 모음 어미 앞에서 탈락 |
잇+어 →이어, 짓+어 →지어, 낫다(勝,癒) →나아, 붓다(注) →부어, 부으니 |
벗어, 씻어, 솟으니 |
‘ㄷ’ 불규칙 |
‘ㄷ’이 모음 어미 앞에서 ‘ㄹ’로 변함 |
듣+어 →들어, 걷+어 →걸어(步), 묻+어 →물어(問), 깨닫다, 싣다(載) |
묻어(埋), 얻어(得) |
‘ㅂ’ 불규칙 |
‘ㅂ’이 모음 어미 앞에서 ‘오/우’로 변함(돕-, 곱-만 ‘오’로 되고 나머지는 ‘우’로 변함) |
돕+아→도와, 곱+아 →고와, 눕+어→누워, 줍+어→주워, 덥+어→더워 |
굽어, 잡아, 뽑으니 |
‘르’ 불규칙 |
‘르’가 모음 어미 앞에서 ‘ㄹㄹ’ 형태로 변함(‘으‘는 탈락) |
흐르+어 →흘러, 이르+어 →일러(謂,早), 빠르+아→빨라, 가르+아 →갈라(分), 배부르다, 나르다 |
따라, 치러 우러러 |
‘우’ 불규칙 |
‘우’가 모음 어미 앞에서 탈락 |
퍼(푸+어) |
주어, 누어 꾸어(꿔) |
② 어미가 바뀌는 경우
갈 래 |
내 용(조건) |
용 례 |
규칙 활용 예 |
‘여’ 불규칙 |
‘하-’뒤에 오는 어미 ‘-아/-어’가 ‘-여’로 변함 |
공부하+어 →공부하여, 일하+어 →일하여 (‘하다’와 ‘-하다’가 붙는 모든 용언) |
파다(파) |
‘러’ 불규칙 |
어간이 ‘르’로 끝나는 일부 용언에서, 어미 ‘-어’가 ‘러’로 변함 |
이르(至)+어 →이르러, 누르(黃)+어 →누르러, 푸르+어 →푸르러(이 세 개만 존재) |
일러(早,謂)치러 |
‘너라’ 불규칙 |
명령형 어미인 ‘-거라’가 ‘-너라’로 변함 |
오+거라→오너라 |
가거라, 있거라 |
‘오’ 불규칙 |
‘달-/다-’의 명령형 어미가 ‘오’로 변함(‘주다’의 해라체와 하라체는 ‘달라, 다오’가 대신 쓰임) |
다+아→다오 |
주어라 |
③ 어간과 어미가 바뀌는 경우
갈 래 |
내 용(조건) |
용 례 |
규칙 활용 예 |
‘ㅎ’ 불규칙 |
‘ㅎ’으로 끝나는 어간에 ‘-아/-어’ 오면 어간의 일부인 ‘ㅎ’이 없어지고 어미도 변함 |
하얗+아서→하얘서, 파랗+아→파래 까맣다, 노랗다, 빨갛다, 뽀얗다 |
좋+아서 →좋아서 |
[참고] ‘-이라/-어라’와 ‘-거라’, ‘-너라’의 관계
특별히 불규칙 활용 중에 ‘-거라’불규칙은 그동안 ‘가다, 자다, 일어나다’와 같은 일부 자동사에 붙는 것으로 보아 ‘-아라/-어라’ 규칙형에 대응되는 불규칙형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미 이들도 ‘-아라/-어라’를 취하는 것으로 일반화되어 ‘-거라’불규칙은 비현실적 문법 기술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되었다. 따라서 ‘-거라/-너라’는 장년, 노년층에서나 쓰이는 세대(世代) 방언형으로 볼 수 있으며, 오히려 ‘-거라’ 규칙형에 대하여 ‘오다’만이 ‘-너라’를 취하는 불규칙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참고] ‘이다, 아니다’의 활용 형태
▶서술격 조사 ‘이다’의 부정어인 ‘아니다’의 품사는 형용사이지만 활용면에서는 ‘이다’와 비슷한 성격을 갖는다.
▶다른 용언에는 나타나지 않고, ‘이다’와 ‘아니다’에만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수한 활용 형태는 다음과 같다.
활용형 |
이다 |
아니다 | |
종결형 |
평서형 |
일세, 이올시다 |
아닐세,아니올시다 |
감탄형 |
이로다, 이로구나 |
아니로다, 아니로구나 | |
연결형 |
대등적 |
이요 |
아니요 |
방임, 가정 |
이라도, 이로되 |
아니라도, 아니로되 | |
간접 인용 |
이라(고) |
아니라(고) |
▶ ‘이다, 아니다’가 간접 인용문에서의 평서문의 어말 어미는 ‘-라’로 변한다. 예) 이것은 책이라고 한다.
③ 완전 활용과 불완전 활용
동사 중에는 특정 어미만을 취할 뿐, 모든 어미를 취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가로다’는 ‘가로되, 가론’의 꼴로만 쓰일 뿐, ‘가로고, 가로니, 가로려, 가로느냐’ 등과 같이 쓰이지 않는다. 이런 동사를 불완전동사 또는 불구동사라 한다. 불완전동사의 예로는 ‘데리다, 대하다, 비롯하다, 관하다, 의하다, 말미암다, 즈음하다, 더불다.’ 등이 있다.
㉠ 개를 데리고 산책하다/아이를 데리러 가다/그는 아들을 항상 데리고 다닌다.
㉡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건강에 대하여 묻다/이 소설을 처음 대하는 독자.
㉢ 순수한 열정에서 비롯한 일/문단 출입을 비롯한 것은 스무 살 무렵이었다.
㉣ 난데없는 구렁이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우리 집은 삽시에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 훈민정음 반포 제505주년 기념일을 즈음하여.
30여 년만에 찾은 은사에 대한 보답이라고 하지만 6000만원이나 되는 승용차를 선물한 것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을 법하다. 바로 '가난'과 '창피함', 그리고 그것을 감싼 '스승의 사랑'이다."어려운 가정 형편에 학교에 내야할 돈을 내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가난은 창피한 것도, 죄도 아니다'면서 늘 육성회비를 친구들 몰래 내주셨습니다. 그때 선생님의 마음은 중년이 된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스승일까? 아니 나에게도 이런 스승님이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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