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법강의

한자어 합성어와 파생어

국어의 시작과 끝 2011. 5. 13. 23:42

 

한자어의 단어 형성

 

 

 

한자어를 ‘우리말 가운데 한자(漢字)로 표기할 수 있는 낱말’로 정의할 경우, 국어 어휘에서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또 매우 오랫동안 사용하여 왔기 때문에, 우리말에 동화된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면도 없지 않다. 그 결과 고유어와는 조금 다른 단어 형성의 양상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이른바 반복합성어의 경우 한자어 반복합성어는 고유어 반복합성어와 다소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 가지가지, 구석구석, 고루고루, 길이길이, 까칠까칠, 생글생글, 아장아장, 넘실넘실

㉡ 사사건건(事事件件), 시시각각(時時刻刻), 명명백백(明明白白)

 

 

 

고유어 반복합성어의 경우 ‘갈팡질팡, 싱글벙글, 알록달록, 우락부락, 곤드레만드레’처럼 완전 반복이 아닌 유음(類音) 반복을 보여주거나, ‘미끈매끈, 티격태격, 는실난실, 으밀아밀, 흘깃할깃’처럼 모음 교체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처럼 완전 반복의 양상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정은 한자어 반복합성어의 경우와는 다르다. 한자어 반복합성어의 경우는 오히려 ㉡과 같은 경우가 많고, ‘순간순간(瞬間瞬間), 조목조목(條目條目), 요소요소(要素要素)가 예외적이다.

 

 

 

① 한자어 파생어

 

 

 

시(媤)누이, 시댁, 시동생, 외(外)삼촌, 외숙모, 외할머니, 불(不)규칙, 불성실, 무(無)의미, 무성의, 미(未)등기, 미성숙, 비(非)매품, 비금속, 왕(王)방울, 왕벌, 생(生)머리, 생마늘, 양(洋)배추, 양딸기

 

 

 

위는 우리말에서 매우 생산적인 한자어 접두사를 예로 든 것이다. ‘왕벌’이나 ‘생마늘’처럼 한자어가 아닌 고유어와도 쉽게 결합하는 것으로 보아, 한자어 접두사가 한자어라는 인식 자체가 흐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학자(者), 참가자, 기술자, 전문가(家), 예술가, 여행가, 정원사(師), 사진사, 간호사, 조타수(手), 갑판수, 기관수, 과학적(的), 문화적, 교육적, 유동성(性), 의도성, 방향성, 민주화(化), 기계화, 사회화, 중요시(視), 확실시, 영웅시

 

 

 

위는 우리말에서 매우 생산적인 한자어 접미사를 예로 든 것이다. 고유어에서와 마찬가지로 한자어에서도 접미사는 접두사보다 많고, 더 생산적이며, 그 기능도 다양하다. 특히 ‘-적(的)’의 경우 매우 생산적인데, 근대 초기에 일본어에서 영어의 ‘-tic’의 번역어로 쓰이던 것이 유입된 것이다. 대개 한자어 추상 명사와 결합하는 경향이 있다. 또 ‘가마꾼, 거간꾼, 고지꾼, 과방꾼, 금전꾼’ 등의 ‘꾼’은 고유어처럼 인식되고 있으나, 원래는 한자어 접미사 ‘군(軍)’에서 온 것이다.

 

 

 

 

② 한자어 합성어

 

우리말 어휘에 한자어 합성어는 매우 많다. 합성어를 이루는 모습에 있어서도 고유어와 무리 없이 결합할 만큼 고유어와의 친화력이 강하다. 예를 들어, ‘밥상(床), 걸상(床), 색(色)종이, 창(窓)살’ 등에서 보듯 고유어와 한자어가 큰 이질감 없이 결합하여 합성어를 만들고 있다.

 

 

 

어차피(於此彼), 급기야(及其也), 심지어(甚至於), 별안간(瞥眼間), 하여간(何如間), 미상불(未嘗不)

 

 

 

위의 예들은 그 속을 들여다보면 한자어이지만, 국어의 어휘 체계 안에 완벽하게 동화되어, 한자어라는 느낌을 갖기 어려울 정도이다. 예컨대, ‘급기야’를 한자어에 충실하게 해석하면 “이와 같은 지경에 이르러서”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드디어’ 정도로 이해해서 전혀 무리가 없다. 의미상으로도 완전히 국어에 동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자어 합성어 가운데는 그 속을 들여다 볼 때, 국어의 자연스러운 어순과는 다른 무리가 적지 않다.

 

 

 

㉠ 살인(殺人), 방화(放火), 피난(避難), 독서(讀書), 휴회(休會), 개의(開議)

㉡ 견탈(見奪), 소정(所定), 피살(被殺), 소회(所懷), 소위(所謂), 피침(被侵)

㉢ 물론(勿論), 무죄(無罪), 무익(無益), 부결(否決), 막역(莫逆), 불리(不利)

 

 

 

㉠의 경우, ‘서술어+목적어’ 구성으로서 ‘목적어+서술어’ 구성의 국어의 자연스러운 어순과는 다르다. ㉡의 경우 피동(被動) 구성으로, 뒤에 있는 글자부터 해석해야 한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국어의 어순과는 다르다. ㉢의 경우 부정(否定) 구성으로, 역시 뒤에 있는 글자부터 해석해야 한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국어의 어순과는 다르다.

 

 

 

물론 국어의 어순과 비슷한 한자어 합성어도 많다.

 

 

 

㉠ 가빈(家貧), 일몰(日沒), 월출(月出), 사립(私立), 국립(國立)  

㉡ 동사(動詞), 부사(副詞), 과정(過程), 미인(美人), 악행(惡行)

㉢ 상하(上下), 남녀(男女), 동서(東西), 부모(父母), 형제(兄弟)

 

 

 

㉠은 ‘주어+서술어’ 구성으로서, ㉡은 ‘수식어+피수식어’ 구성으로서, ㉢은 병렬 구성으로서 국어의 자연스러운 어순과 일치한다.

 

 

보리밭 너머 푸른 바다, 참 잘 어울리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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