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의 바다 속에서 의미 분화의 기능을 가지는 음소를 추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1930년대 미국 인디언 언어를 연구하던 블룸필드와 그 후계자들이 음소 발견을 위한 방법과 순서를 체계화시켜 놓았다. 그들이 제안한 음소 발견 과정은 제시한 방법은 ‘최소대립쌍을 찾아라’, ‘상보적 분포 관계에 있는 음을 찾아라’, ‘음성적 유사성이 있는 음을 찾아라’ 세 가지이다.
먼저 최소대립이란 둘 이상의 단어가 같은 위치에 있는 하나의 음 때문에 뜻의 차이를 가져오는 경우를 말한다. 이 때 뜻이 달라진 두 짝을 최소대립쌍이라고 한다. 예를들어 ‘갈:달:발’은 의미가 다른 별개의 단어인데, 의미를 다르게 하는 요소는 세 단어에 공통된 ‘알’이 아니라 초성 /ㄱ:ㄷ:ㅂ/의 차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ㄱ:ㄷ’과 ‘ㄷ:ㅂ’은 의미를 분화시키는 최소대립쌍이며, 따라서 /ㄱ/ /ㄷ/ /ㅂ/등은 각각 음소로 성립된다.
상보적이란 다른 말로 ‘배타적’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어떤 음성의 출현 환경이 정해져 있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국어의 ‘ㄱ’음은 환경에 따라 세 종류의 음성형으로 실현된다. 어두에서는 무성음[k]로, 유성음 사이에서는 유성음[g]으로, 어말에서는 불파음[kㄱ]으로 난다. 환경과 음성이 바뀌어 나지 않는다. 이를 상보적 분포라 하며, 상보적 분포 관계에 있는 무성음[k], 유성음[g], 불파음[kㄱ]들은 각각 별개의 음소가 아니라 하나의 음소 ‘ㄱ’/k/의 이음(異音)이다. ‘ㄱ’의 이음들 중에서 /k/를 음소로 잡는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보다 설명력이 있기 때문이다.
‘ㅎ’과 ‘ㅇ’은 최소대립을 이루면서, 상보적 분포관계에 있다. ‘ㅎ’은 어두에만 나타나고, ‘ㅇ’은 어말에만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 둘은 어떤 관계에 있다고 하여야 하는가. 여기에 음성적 유사성이란 조건이 판단의 주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ㅎ’은 음성적으로 ‘무성음, 마찰음, 성문음’인 반면, ‘ㅇ’은 ‘유성음, 비음파열음, 연구개음’이다. 둘 사이에 어떤 음성적 공통성을 찾기는 힘들다. 그러므로 두 음은 각각 별개의 음소로 보아야 한다.
블룸필드와 비슷한 시기에, 유럽의 프라그 학파에서는 음소를 ‘기능’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하고 있었다. 이 때의 기능이란 변별적 기능, 곧 어떤 단어의 의미차이를 만들어내는 직능을 말한다. 음소란 바로 그러한 의미변별 기능을 가지는 최소의 음운적 단위로 규정하였다. 예를 들어 ‘강’과 ‘방’의 의미 차이는 동일한 환경에서 단지 ‘ㄱ’과 ‘ㅂ’ 두 음소가 대립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립이란 최소대립쌍과 비슷한 개념인데, 대립 여부의 판정을 위해서는 치환시험이 효과적이다. 치환시험이란 다른 음을 넣어 보아 그 결과 다른 단어가 되면 별개의 음소로 보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마리’를 생각해 보자. 어두 ‘ㅁ’ 자리에 대신 ‘ㄷ’을 치환하면 ‘다리’가 되어 의미가 달라지므로 이 두 음 ‘ㅁ,ㄴ’은 대립된다. 또한 첫 음절 모음 ‘ㅏ’ 대신 ‘ㅓ’를 넣으면 ‘머리’가 되어 역시 ‘ㅏ,ㅓ’는 대립된다. 그러므로 대립관계에 있는 ‘ㅁ,ㅂ’, ‘ㅏ,ㅓ’는 각각 음소로 선정된다. 이와 같이 대립이라는 개념이 중요하게 부각되는데, 그들에게 있어서 음운체계란 다름 아닌 음운론적 대립의 총체를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국어 음소체계는 자음 19개, 단모음 10개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국어자음의 특징은 파열음 ‘ㅂ,ㄷ,ㅈ,ㄱ’에서의 삼지적 상관속(평음, 경음, 유기음)과 마찰음 ‘ㅅ’에서의 이지적 상관속(평음:경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입술(ㅁ), 치조(ㄴ), 연구개(ㅇ)에서 조음되는 비음 3개와, 치조에서 조음되는 유음(ㄹ) 1개 그리고 후두에서 나는 마찰음(ㅎ)이 있다. 모음체계는 전후관계로 전설, 중설, 후설 및 고저 관계로 고, 중, 저에 따라 모음이 분화되고 있다. 다만 후설저모음 자리는 비어 있다.
함박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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