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법강의

의존명사 - ‘대로’, ‘듯’, ‘지’에 대하여

국어의 시작과 끝 2011. 4. 27. 03:23

 

의존명사 - ‘대로’, ‘듯’, ‘지’

 

-수험생들이 매우 어려워하는 사항입니다. 각종 교재의 설명도 미흡해 보입니다. 여기서는 의존명사 전반에 대한 검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의존명사 중에서 같거나 비슷한 형태로 조사나 어미로 사용되는 것들을 중점적으로 다뤄 보겠습니다.

 

 

[1] 의존명사의 개념

 

의존명사란 ‘자립성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명사를 하위분류한 것입니다. 자립명사와 의존명사로 나누는 것이죠. “나는 어쩔 수가 없다.”라는 문장에서 ‘수’가 의존명사입니다. 의존 명사과 자립 명사와 다른 가장 중요한 특성은 의존명사의 경우 반드시 그 앞에 관형어가 와서 수식을 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쩔’이 바로 관형어입니다. 따라서 문장의 첫머리에 올 수가 없습니다.

 

 

[2] ‘대로’의 경우

 

(1) 의존명사 ‘대로’ : “아는 대로 답해라.” -여기서 ‘대로’는 ‘아는’이라는 용언의 관형사형이 수식하고 있는 전형적인 의존명사입니다. 문장성분으로 보면 부사어여서 부사성 의존명사라고 하기도 합니다.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오다.”에서도 같은 기능을 합니다.

 

 

(2) 조사 ‘대로’ : “처벌하려면 법대로 해라.”에서는 조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3] ‘듯’의 경우

우선 ‘듯’은 ‘듯이’의 준말입니다.

 

 

(1) 의존명사 ‘듯’ : “아기는 아버지를 빼다 박은 듯(또는 듯이) 닮았다.” 여기서 ‘듯’은 ‘박은’이라는 용언의 관형사형이 수식하고 있는 전형적인 의존명사입니다. 문장성분으로 보면 부사어여서 부사성 의존명사라고 하기도 합니다.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오다.”에서의 '대로'와  같은 기능을 합니다.

 

 

(2) 어미 ‘듯’, ‘듯이’ : (‘이다’의 어간, 용언의 어간 또는 어미 ‘-으시-’, ‘-었-’, ‘-겠-’ 뒤에 붙어) 뒤 절의 내용이 앞 절의 내용과 거의 같음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입니다. 예) 거대한 파도가 일듯이 사람들의 가슴에 분노가 일었다.

 

 

역시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참고로 ‘듯하다’는 보조 형용사입니다.

참고 : (동사나 형용사, 또는 ‘이다’의 관형사형 뒤에 쓰여) 앞말이 뜻하는 사건이나 상태 따위를 짐작하거나 추측함을 나타내는 말. [비슷한 말] 듯싶다. 예) 비가 온 듯하다

 

 

[4] ‘지’

 

[1] 의존명사 ‘지’ : (어미 ‘-은’ 뒤에 쓰여) 어떤 일이 있었던 때로부터 지금까지의 동안을 나타내는 말. 예) 그를 만난 지도 꽤 오래되었다.

 

[2] 어미 ‘지’ : (용언의 어간이나 어미 ‘―으시―’ 뒤에 붙어) 그 움직임이나 상태를 부정하거나 금지하려 할 때 쓰이는 연결 어미. ‘않다’, ‘못하다’, ‘말다’ 따위가 뒤따른다. 예) 먹지 아니하다. 2. 상반되는 사실을 서로 대조적으로 나타내는 연결 어미. 예) 콩을 심으면 콩이 나지 팥이 날 수는 없다.

 

 

그런데 ‘지’가 혼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띄어쓰기 관련해서입니다.

 

[1]의 경우는 쉽습니다. 의존 명사는 띄어쓰기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두 경우가 문제입니다.

 

 

(1) 얼마나 부지런한지 세 사람 몫의 일을 해낸다.

 

 

다음 설명이 도움이 됩니다. “의존 명사 '지' 앞에 어미 '-(으)ㄴ'이 붙은 활용형이 오므로, 어미 '-(으)ㄴ지'와 헷갈리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의존 명사 '지'는 어떤 일이 있었던 때로부터 지금까지의 동안을 나타내는 말로, '그를 만난 지도 꽤 오래되었다./집을 떠나 온 지 어언 3년이 지났다./강아지가 집을 나간 지 사흘 만에 돌아왔다.'와 같이, '시간의 길이'와 관련된 문맥에서 쓰인다는 점을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한편 어미 '-(으)ㄴ지'는 막연한 의문이 있는 채로 그것을 뒤 절의 사실이나 판단과 관련시키는 데 쓰는 연결 어미로, '기분이 좋은지 휘파람을 분다./나 외엔 더 깨우고 싶지 않은지 강도의 목소리는 무척 낮고 조심스러웠다.≪윤흥길,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얼마나 부지런한지 세 사람 몫의 일을 해낸다.'와 같이 쓰입니다.”

 

결국 ‘부지런한지’의 경우는 시간의 길이와 관련된 문맥이 아니므로, ‘지’가 아니라 어미 ‘-ㄴ지’로 본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때 의존명사 ‘지’와 관련하여 설명할 때는 어미 ‘지’가 아니라, 어미의 일부를 이루는 ‘지’라고 해야겠죠.

 

 

(2) 어뜩 보았기 때문에 누군지 잘 모르겠다.

이 문장의 분석은 좀 복잡합니다. 수험생 중에 이 문장을 분석해 달라는 이가 있습니다. ‘ㄴ지’가 어미냐 조사냐 하는 질문이 핵심입니다. 우선 ‘누구’가 분명한 대명사이므로 어미는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면 조사인가? ‘ㄴ지’라는 조사는 없습니다. 이 경우 이 경우 '누군지'가 '누구인지'의 준말임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누구인지'는 '누구'라는 미지칭 대명사에 서술격 조사 '이다'의 활용형 '인지'가 붙은 것이죠. 더 자세히 분석하면 '인지'는 서술격 조사 '이다'의 어간 '이-'에 어미 '-ㄴ지'가 붙은 것입니다. 그러면 결국 조사가 활용을 한 셈입니다. 물론입니다. 서술격 조사 ‘이다’는 용언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구어체에서 ‘이다’는 모음 뒤에서 ‘이’가 탈락합니다.

 

 

결국 ‘누군지’는 ‘누구’(대명사)/‘이’(서술격조사) 생략/ㄴ지(연결형 어미)가 되는 것입니다. 당연히 문어체라면 ‘누구인지’가 되었겠죠.

 

결국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은 것은 교재에 “어뜩 보았기 때문에 누군지 잘 모르겠다.”에서 ‘지’는 조사라고 해놓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ㄴ지’가 조사일 리는 없고, 그럼 뭐지 하는 의문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정확하게 말하면 이 경우의 ‘지’는 생략된 서술격 조사 ‘이다’의 연결 어미 중의 일부인 것입니다. 크게 보면 조사의 일부로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조사의 활용형이니까요.  따라서 이 때 어간은 '이-'인데, 실현되지 않은 것입니다.

 

 

허난설헌의 생가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