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과표준어

(제4편) 정말 궁금한 우리말 어법(문답식 정리)

국어의 시작과 끝 2011. 4. 22. 02:48

 

 

 

 

 

문(31) '누가 남의 귀둥이를 나무래'의 '나무래'는 틀린 표현인가요?

 

답 : "누가 남의 귀둥이를 나무래."라고 할 때의 '나무래'는 '나무라'를 잘못 쓴 것입니다. '나무라-'에 '-아'가 결합하면 '나무라'가 됩니다. 이는 "나에게 무얼 바라(<-바라-+-아)'와 같은 구성입니다. '나무라-'와 '바라-'에 '-아'로 시작하는 어미가 결합하면 '나무래'와 '바래'가 되지 않고 '나무라'와 '바라'가 되는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1)ㄱ. 누가 너를 나무랐니?/*나무랬니?

(2)ㄴ. 누가 남의 귀둥이를 나무라?/*나무래?

 

 

 

 

문(32) "김치를 담궈 먹다."의 '담궈/담가' 중 맞는 것은?

 

답 : "김치를 담궈 먹다."라고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잘못입니다. "김치를 담가 먹다."로 써야 옳습니다. "문을 잠궜다."라는 말도 "문을 잠갔다."로 해야 옳습니다. 어간이 '으'로 끝나는 '담그-, 잠그-, 쓰-'와 같은 말들은 '-아/어, -았/었-'의 어미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해 '담가, 담갔-, 잠가, 잠갔-, 써, 썼-'으로 됩니다.

예)ㄱ. 담그-다 : 담-가(<-담그-+-아), 담갔다(<-담그-+-았다)

ㄴ. 잠그-다 : 잠-가(<-잠그-+-아), 잠갔다(<-잠그-+-았다)

ㄷ. 쓰-다 : 써(<-쓰-+-어), 썼다(<-쓰-+-었다)

 

 

 

 

문(33) '보여지다, 쓰여지다'는 바른 표현입니까?

 

답 : '-한 것으로 보여집니다'는 '-한 것으로 보입니다'로 바꿔 써야 합니다. 국어에서 피동적인 표현은 타동사 어간에 '이, 히, 리, 기' 등의 접미사를 붙이는 경우와 '-어/아 지다'를 붙이는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먹이다, 잡히다, 불리다' 등이 전자에 해당하는 예이고, '만들어지다, 주어지다, 믿어지다' 등이 후자에 해당하는 예입니다. 피동 표현을 하는 방법에 관한 규정은 없지만 보통 이 두 가지 방법 중 하나가 선택됩니다. 그런데 요즘 접미사에 의한 피동과 '-어 지다'에 의한 피동의 표현을 중복하여 '쓰여지다, 불리워지다, 보여지다, 바뀌어지다' 등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바른 표현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쓰여지다, 불리워지다, 보여지다, 바뀌어지다'는 '쓰이다, 불리다, 보이다, 바뀌다'로 고쳐 써야 합니다.

 

 

 

 

문(34) '시간을 늘리다'입니까, '늘이다'입니까?

 

답 : '시간을 늘리다'가 맞습니다.

'늘이다'와 '늘리다'에는 '길게 한다'는 공통된 의미 때문에 두 말의 쓰임이 자주 혼동됩니다. 그러나 '늘이다'는 정해져 있는 길이에서 잡아당기거나 어떤 압력을 주어 길게 한다는 의미이고, '늘리다'는 덧붙이거나 이어 길게 하거나 많게 한다는 의미의 차이를 생각해 보면 구별이 어려운 것만은 아닙니다.

 

늘이다 : 고무줄을 늘이다, 연설을 엿가락처럼 늘여 되풀이하는 바람에 청중들이 지루했다.

늘리다 : 학생 수를 늘리다, 적군은 세력을 늘린 후 다시 침범하였다, 실력을 늘려 다음에 다시 도전해 보세요, 재산을 늘려 부자가 되었다, 쉬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문(35) '라면 곱배기'는 '곱배기'입니까, '곱빼기'입니까?

 

답 : '라면 곱배기'는 '라면 곱빼기'로 써야 옳습니다. 소리는 둘 다 [곱빼기]로 같지만 '곱빼기'로 적습니다. [빼기]로 소리 나는 말을 '-배기'로 적을 것인가 '-빼기'로 적을 것인가는 '-배기/-빼기'가 붙는 앞 말이 자립적인 말인가 아닌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립적인 말이면 '-빼기'가 되고 비자립적이면 '-배기'로 적게 됩니다.

예)ㄱ. 뚝배기, 학배기(잠자리의 애벌레)

ㄴ. 밥빼기, 악착빼기

 

 

 

 

문(36) '어느 사전에서 '칭칭 감았다'의 '칭칭'은 '친친'의 잘못이라고 하는데?

 

답 : "붕대를 칭칭 감았다."의 '칭칭'은 비표준어이므로 표준어인 '친친'으로 바꾸어 "붕대를 친친 감았다."로 쓰라고 하면 그 반대가 아니냐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친친'보다는 '칭칭'을 주로 쓰는 것이 언어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실로 찬찬 매어 주다'의 '찬찬'과 '친친'은 서로 '작은말/큰말'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모음의 교체에 따라 어감이 다른 말이 생겨나는 것은 우리말의 특징 중의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개르다'와 '게르다', '졸가리'와 '줄거리'의 어감은 서로 다릅니다. 앞의 말보다 뒤의 말이 강한 느낌을 줍니다. 전통적으로 '친친'은 '찬찬'의 큰말로 표준어였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사전들 중에는 '칭칭'을 '친친'의 잘못으로 처리한 사전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친친'보다는 '칭칭'을 많이 쓰고 있기 때문에 비표준어로 처리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런 점을 반영하여 '친친'과 '칭칭'을 모두 표준어로 인정하였습니다.

예)ㄱ. 팔에 붕대를 친친 감았다.

ㄴ. 팔에 붕대를 칭칭 감았다.

 

 

 

 

문(37) '가위표'가 맞습니까, '가새표'가 맞습니까?

 

답 : 일반적으로 틀렸다는 표시로 사용하는 'x'를 부르는 이름을 '가위표'라고 합니다. 그러나 기존의 사전을 찾아보면 '가위표'는 등재되지 않거나 '가새표'로 가라고 되어 있습니다. 'x'의 원래 이름은 '가새표'인 것입니다. '가새표'는 '사각형으로 짠 뼈대의 변형을 막기 위하여 대각선 방향으로 빗댄 쇠나 나무 막대'를 이르는 '가새'라는 말에 표시라는 의미의 '표'가 붙어 이루어진 말인 듯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x'을 종이를 자르는 '가위'의 모양을 연상해 '가위표'라고 쓰기 시작했고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틀린 것을 나타내는 표시로 쓰는 'x'를 '가위표'라고 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가새표'의 잘못이지만 '가새표'보다는 '가위표'를 훨씬 더 많이 쓰기 때문에 잘못으로 처리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그래서 '가새표'와 '가위표'를 국립국어연구원에서 나온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였습니다.

 

 

 

 

문(38) '개펄'과 '갯벌'의 차이는 뭐죠?

 

답 : 사전의 뜻풀이를 보면 '개펄'은 '갯가의 개흙 깔린 벌판'으로, '갯벌'은 '바닷물이 드나드는 모래사장. 또는 그 주변의 넓은 땅'으로 되어 있습니다. 즉 '개펄'은 '개흙, 즉 거무스름하고 미끈미끈한 고운 흙이 깔린 부분'만을 이르는 말이고, '갯벌'은 '그 개흙이 깔린 부분 외에 모래가 깔린 부분까지 좀 더 넓은 부분'을 이르는 것입니다.

 

 

 

 

문(39) '지놈'인가요, '게놈'인가요?

 

답 :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는 5월 30일 열린 제33차 회의에서 Genom의 우리말 표기를 '게놈'으로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Genom은 '유전자'를 뜻하는 gen과 '염색체'를 뜻하는 chromosom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말로, 1920년 독일의 식물학자인 빙클러(Winkler)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이 용어를 독일어식 발음에 따라 '게놈'으로 써 왔고, 실제로 국내에서 간행된 사전들에는 국어사전뿐만 아니라 백과사전, 생물학 전문사전 등 모두 '게놈'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인간의 유전적 정보 해독에 관한 연구가 주로 미국의 주도하에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Genom을 영어식 발음에 따라 '지놈'으로 하자는 논의가 있습니다. 이러한 견해도 일면 타당한 점이 있으나, 그것의 어원이 독일어이고 우리말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게놈'으로 굳어져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중시하여 '게놈'으로 쓰도록 하였습니다.

 

 

 

 

문(40) 귀에 장식하는 것은 '귀고리'인가요, '귀걸이'인가요?

 

답 : 둘 다 맞습니다.

원래는 여자들이 장식으로 귀에 다는 것은 '귀고리'이고, 귀가 시리지 않도록 귀에 거는 물건은 '귀걸이'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장식으로 다는 '귀고리' 대신에 '귀걸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고 있기 때문에 이를 비표준어로 인정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래서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귀고리'의 의미인 '귀걸이'를 인정하여 <표준국어대사전>에 복수 표준어로 등재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방한용으로 사용하는 물건의 의미 외에 장식으로 다는 '귀고리'의 의미로 '귀걸이'를 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