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과표준어

(제2편) 정말 궁금한 우리말 어법 (문답식 정리)

국어의 시작과 끝 2011. 4. 22. 02:18

 

 

 

문(11) '아니에요'와 '아니예요' 중 어느 것이 맞습니까?

 

 

답 : '아니에요'가 맞습니다. '아니예요'는 옳지 않습니다. '아니에요'는 '아니-'라는 형용사의 어간에 '-에요'라는 어미가 결합한 것입니다.

종결 어미 '-어요'는 '아니다'와 '-이다' 뒤에 붙을 때는 '-에요'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 쓰임은 다음과 같습니다.

 

먹 - + -어요 → 먹어요

아니- + -어요 → 아니어요, 아니- + -에요 → 아니에요

장남이- + -어요 → 장남이어요, 장남이- + -에요 → 장남이에요

 

위에서 보듯이 형용사 어간 '아니-'와 서술격 조사 '이-' 다음에는 '-어요'와 '-에요'가 결합되어 쓰입니다. 이때 '아니어요, 아니에요'는 '아녀요, 아녜요'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아니어요 → 아녀요, 아니에요 → 아녜요

장남이어요 → 장남여요(x), 장남이에요 → 장남예요(x)

 

그러나 '장남이어요, 장남이에요'는 '장남여요, 장남예요'로 줄어들지 않습니다. 한편 선행 명사가 받침이 없고, 서술격 조사 '이-'에 '-어요/-에요'가 결합되는 경우는 원래 형태는 쓰이지 않고, 줄어든 형태만이 쓰입니다.

 

철수이어요(x) → 철수여요, 철수이에요(x) → 철수예요

 

그러므로 종결 어미 '-어요, -에요'가 붙는 '아니다, 이다'의 쓰임을 종합하여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받침이 없을 때:-예요, 여요

영숙이-예요, 철수-예요/영숙이-여요, 철수-여요

(2) 받침이 있을 때:-이에요/-이어요

장남-이에요/장남-이어요

(3) 아니다: 아니에요,아녜요/아니어요, 아녀요

 

 

 

문(12) '한 살배기/살박이' 중 어느 것이 맞습니까?

 

답 : '한 살배기'가 맞습니다.

국립국어연구원에서 편찬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박이'와 '배기'의 쓰임이 비교적 명확하게 구별됩니다. '박이'는 무엇이 박혀 있는 사람이나 짐승 또는 물건이라는 뜻이나 무엇이 박혀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박다, 박히다' 의미가 살아 있는 경우에 쓰이는 접미사입니다. '점박이, 금니박이, 덧니박이, 네눈박이, 차돌박이'와 '장승박이, 붙박이' 같은 예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반면에 '-배기'는 그 나이를 먹은 아이의 뜻을 나타내거나 그것이 들어 있거나 차 있음의 뜻을 나타내거나 그런 물건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에 쓰이는 접미사입니다. '두 살배기, 다섯 살배기'와 '나이배기, 알배기', '공짜배기, 대짜배기, 진짜배기'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때의 '-배기'는 '박다, 박히다'의 뜻에서 멀어진 경우로 원래의 형태를 밝혀 적을 필요가 없습니다.

 

[참고] ‘장승박이’와 ‘장승배기’

‘장승박이’는 보통명사로 ‘장승감으로 박아서 세워 두는 물건. 또는 그것이 세워져 있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장승배기’는 7호선 전철역이 있는 지명으로 고유명사입니다. 장승배기는 노량진에서도 가깝고, 저희 집에서도 가까운 곳이죠.

 

 

 

 

 

문(13) '밥을 안/않 먹었다' 중 어느 것이 맞습니까?

 

답 : '밥을 안 먹었다'가 맞습니다. '안'은 용언 앞에 붙어 부정 또는 반대의 뜻을 나타내는 부사 '아니'의 준말이고, '않다'는 동사나 형용사 아래에 붙어 부정의 뜻을 더하는 보조용언 '아니하다'의 준말입니다. 따라서 '안 먹는다, 안 어울린다'에서와 같이 서술어를 꾸미는 역할을 할 때에는 '안'을 쓰고,?철수가 먹지 않았다, 영희는 예쁘지 않다?와 같이 동사나 형용사에 덧붙어 함께 서술어를 구성할 때에는 '않다'를 써야 합니다.

 

 

 

문(14) '알맞은'과 '알맞는' 중 어느 것이 맞습니까?

 

답 : '알맞은'이 맞습니다. 이는 '알맞다'가 형용사라는 것을 알면 쉽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형용사와 동사는 관형사형 어미를 취할 때 차이를 보입니다. 즉 형용사와 결합하는 관형사형 어미는 '-은(ᄂ)'이고 동사와 결합하는 관형사형 어미는 '-는'입니다. 예를 들어 형용사 '작다, 올바르다'는 '작은 집, 올바른 자세'와 같이 활용하고, 동사 '먹다, 잠자다'는 '먹는 물, 잠자는 공주'와 같이 활용합니다. 최근 들어 잘못된 형태인 '알맞는'을 많이 쓰는데, 이는 동사 '맞다'의 활용형 '맞는'의 형태와 혼동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형용사인 '알맞다'는 '알맞은 운동, 알맞은 차림새'와 같이 활용해서 써야 하고, 동사인 '맞다'는 '입에 맞는 음식, 맞는 답'과 같이 활용해서 써야 어법에 맞습니다.

 

[참고] ‘않다’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동사나 보조 동사로도 쓰이고, 보조 형용사로도 쓰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말도 않는 사람’(동사), ‘책을 보지 않는 사람’(보조 동사)과 같이 쓰이지만, ‘옳지 않은 일’(보조 형용사) 또는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보조 형용사)과 같이도 쓰입니다.

 

 

 

문(15) '공책이오'와 '공책이요' 중 어느 것이 맞습니까?

 

답 : '공책이요'와 '공책이오' 중 어느 하나가 맞고 다른 하나는 틀렸다고 할 수 없습니다. '공책이요'로 써야 할 때가 있고, '공책이오'로 써야 할 때가 있는 것입니다.

'공책이요'의 '-요'는 어떤 사물이나 사실 따위를 열거할 때 쓰는 연결 어미로, "이것은 공책이요, 저것은 연필이요, 그것은 책입니다."와 같은 경우에 씁니다.

'공책이오'의 '-오'는 설명, 의문, 명령, 청유의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로, "어서 오시오.", "따님이 참 예쁘오.", "비가 오려나 보오.", "얼마나 심려가 크시오?", "부모님이 기다릴 테니 빨리 집으로 돌아가오."와 같은 경우에 씁니다.

참고로 '요'은 듣는 사람에게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로 쓰이기도 하는데, "돈이 없어요.", "기차가 참 빨리 가지요.", '마음은요 더없이 좋아요." 등과 같은 예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때의 "요"는 "돈이 없어.", "기차가 참 빨리 가지.", "마음은 더없이 좋아."처럼 종결 어미나 체언 따위 다음에 붙는 것입니다.

 

 

 

문(16) '해결할 사람은 그밖에 없다'의 '그밖에'는 띄나요?

 

답 : '그밖에'로 붙여야 합니다. '해결할 사람은 그밖에 없다'의 '그밖에'는 지시 대명사 '그'에, 조사 '밖에'가 결합된 구성입니다. 이때의 '밖'은 '안'과 상대되는 '밖'의 의미가 아니라, '밖에' 전체가 체언 다음에 쓰여 '오직 ~ 뿐'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조사입니다. 그러므로 체언에 붙여 써야 합니다.

 

(1)

가.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너 밖에 여러 사람이 있다.

나. 상자를 방 안에 두지 말고 그 밖에 두어라.

 

(2)

가.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

나. 가지고 있는 돈이 천 원밖에 더 있겠니?

 

그러나 문맥이 거의 유사해 보이는 예들에서는 명사 '밖'과 조사 '에'가 결합한 구성과 조사 '밖에'를 구별해 쓰기는 그리 쉽지 않아 보입니다. (1가)의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너 밖에 여러 사람이 있다.'와 (2가)의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이때 구별 방법은 의미를 따져 보는 것입니다. 즉 '명사+조사'로 쓰인 (1)의 '밖에'은 '앞말의 한도나 범위에 들지 않는, 즉 그것을 제외한 다른 것'의 의미를 나타내고, 조사로 쓰인 (2)의 '밖에'는 '앞말만 해당하는, 즉 그것뿐'이라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또한 조사로 쓰이는 '밖에'는 다음에 부정어 '없다'나 부정의 의문문이 나오는 것이 특징입니다.

 

 

 

문(17) '로서'와 '로써'의 차이는 뭐죠?

 

답 : '로서'는 지위나 신분 또는 자격을 나타내는 조사이고, '로써'는 '어떤 물건의 재료나 원료, 수단이나 도구를 나타내는 조사'입니다. 그 쓰임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그것은 교사로서 할 일이 아니다.

그는 친구로서는 좋으나, 남편감으로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

언니는 아버지의 딸로서 부족함이 없다.

(2) 콩으로써 메주를 쑨다.

말로써 천냥 빚을 갚는다고 한다.

꿀로써 단맛을 낸다.

 

(1)에서 보듯이 '로서'는 '교사의 신분으로, 친구의 자격으로, 아버지의 딸 자격으로'라는 뜻을 나타내고, (2)에서 보듯이 '로써'는 '콩을 원료로 하여, 말을 수단으로 하여, 꿀을 원료로 하여'라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이때의 '로써'는 '어떤 것을 이용하여'라는 의미를 공통으로 가집니다. '로서'와 '로써'는 이처럼 의미에 따라 구분해 써야 할 말입니다.

 

 

 

문(18) '친구 집에 들려서/들러서'에서 어느 것이 맞습니까?

 

답 : '친구 집에 들러서'가 맞습니다. '들려서'는 '들리다'의 어간 '들리-'에 '-어서'가 결합한 것이고, '들러서'는 '들르다'의 어간 '들르-'에 '-어서'가 결합한 것입니다. '친구 집에 방문하다'는 '들르다'의 활용형 '들러서'를 써야 맞습니다. '들리다'는 '병이 들리다'나 '소리가 들리다', '가방이 들리다'의 경우에 쓰는 동사로, 어느 곳을 방문하다의 의미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친구 집에 들르다, 친구 집에 들러서(들르+어서) 책을 가지고 오다'는 맞지만, '친구 집에 들리다, 친구 집에 들려서(들리+어서) 책을 가지고 오다'는 잘못된 말입니다.

 

 

 

문(19) '먹는데'와 '먹는 데' 중 어느 것이 맞습니까?

 

답 : '먹는데'와 '먹는 데'는 모두 맞습니다. 두 경우의 '(-는)데'는 품사와 쓰임이 다른 말입니다. '먹는데'의 '-는데'는 '뒤 절에서 어떤 일을 설명하거나 묻거나 시키거나 제안하기 위하여 그 대상과 상관되는 상황을 미리 말할 때에 쓰는 연결 어미'이고, '먹는 데'의 '데'는 '장소나 일을 뜻하는 의존 명사'입니다.

 

(1) 내가 밥을 먹는데, 영희가 왔다.

그가 우리 것까지 다 사는데,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2) 해장국을 먹는 데(에) 고춧가루를 더 넣었다.

어머니가 장을 본 데(에) 내 과자도 있었다.

 

(1)의 예문은 뒤 절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앞 절의 내용을 미리 연결 어미 '-는데'를 통해 나타냅니다. (2)의 예문은 '해장국을 먹는 곳에, 어머니가 장을 본 곳에' 어떤 것이 추가되었다는 의미로, 이때의 '데'는 장소를 뜻하는 의존 명사입니다. 의존 명사 '데'는 연결 어미 때와는 달리 조사 '에'가 붙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연결 어미인지 의존 명사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울 때는 '에'를 붙여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문(20) '집에 갈게/갈께' 중 맞는 표기는 어느 것입니까?

 

답 : '집에 갈게'가 맞습니다.

같은 된소리로 발음되면서도 어미 '-(으)ㄹ게'와 '-(으)ㄹ까'를 각각 예사소리와 된소리로 구분하여 적는 근거는 한글 맞춤법 제53항의 규정입니다. 즉, 어미 '-(으)ㄹ걸, -(으)ㄹ게, -(으)ㄹ세, -(으)ㄹ세라, -(으)ㄹ수록, -(으)ㄹ시, -(으)ㄹ지, -(으)ㄹ지니라, -(으)ㄹ지라도, -(으)ㄹ지어다, -(으)ㄹ지언정, -(으)ㄹ진대, -(으)ㄹ진저․, -올시다' 등은 예사소리로 적되, 다만 의문을 나타내는 어미 '-(으)ㄹ까, -(으)ㄹ꼬, -(스)ㅂ니까 -(으)리까, -(으)ㄹ쏘냐' 등은 된소리로 적도록 규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ㄴ, ㄹ, ㅁ, ㅇ' 받침 뒤에서 나는 된소리는 다음 음절의 첫소리를 된소리로 적도록 한 제5항 2의 규정에 따른다면, '-(으)ㄹ께, -(으)ㄹ껄, -(으)ㄹ찌' 등으로 적어야 옳은 듯도 보입니다. 그러나 비의문형 어미의 경우는 '-(으)ㄹ'과 어울려 쓰이는 일정한 조건이 있을 뿐만 아니라, '-(으)ㄹ걸, -(으)ㄹ지'의 경우는 '-(으)ㄴ걸, -는지'와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서로 연관성이 있는 어미들의 표기를 통일한다는 점에서 예삿소리로 적을 필요가 있습니다. 반면에, 의문형 어미의 경우는 '(스)ㅂ니까, -(으)리까'와 같이 받침 'ㄹ' 뒤가 아닌 환경에서도 항상 '까'라는 된소리로 나타나기 때문에 역시 표기의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된소리로 적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ㄹ' 받침 뒤라는 환경에서 똑같이 된소리로 발음된다고 하더라도, 같은 형태소가 'ㄹ' 받침 뒤가 아닌 환경에서 예사소리로 발음되는 경우가 있는 계열의 형태소들(비의문형 어미)은 예사소리로 적고, 된소리로 발음되는 경우가 있는 계열의 형태소들(의문형 어미)은 된소리로 적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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