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과표준어

(제3편) 정말 궁금한 우리말 어법(문답식 정리)

국어의 시작과 끝 2011. 4. 22. 02:35

 

 

 

문(21) '먹던지'와 '먹든지' 중 어느 것이 맞습니까?

 

답 : '먹던지'와 '먹든지'의 '-던지'와 '-든지'는 구별해 써야 할 다른 말입니다.

일부의 사람들에게서 '-던지'와 '-든지'를 구별 없이 모두[-든지]로 (또는[-던지]로) 잘못 발음하는 것을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발음 때문에 '던지'와 '-든지'는 표기에서도 자주 혼동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든지'는 물건이나 일의 내용을 가리지 아니하는 뜻을 나타내는 조사 또는 어미이고, '-던지'는 지난 일을 나타내는 '-더-'에 어미 '-ㄴ지'가 결합된 어미로서, '막연한 의문이 있는 채로 그것을 뒤 절의 사실이나 판단과 관련시키는 데 쓰는 연결 어미'입니다. 이처럼 '든지'와 '던지'는 형태, 의미적인 차이가 있는 것으로 구별하여 적어야 합니다.

 

 

(1)

가. 배든(지) 사과든(지) 마음대로 먹어라.

나. 가든(지) 오든(지) 마음대로 해라.

(2)

가. 그날따라 날씨는 왜 그리 춥던지 온몸이 다 꽁꽁 얼었었다.

나. 얼마나 울었던지 눈이 퉁퉁 부었다.

 

이때 '든지'는 '-지'를 생략하고 '든'만을 쓸 수 있는데 반해, '-던지'는 '-던'으로 쓸 수 없는 차이가 있습니다. '-던지'처럼 '-더'와 결합하여 지난 일을 말하는 형식으로는 '-더구나, -더구려, -더구먼, -더군, -더냐, -더니, -더니라, -더니만, -더라, -더라면, -던, -던가, -던걸, -던고, -던데, -던들' 등이 있으며, 이들도 모두 '-드, -든(-)'으로 적으면 맞춤법에 어긋나게 됩니다.

 

[주의] ‘그날따라’에서 ‘따라’는 ‘특별한 이유 없이 그 경우에만 공교롭게’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이므로 앞말에 붙여 씁니다.

 

 

 

 

 

 

문(22) '왠지'와 '웬지' 중 어느 것이 맞습니까?

 

답 : '왠지'로 쓰는 것이 맞습니다. '왠지'는 의문사 '왜'와 어미 '(이)ㄴ지'로 분석되는 것입니다. 이와는 달리 '웬 사람이니?'의 '웬'은 '왠'이 아닌 '웬'을 써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왠'과 '웬'의 발음을 잘 구별하지 못하면서, '왠지'의 '왠'과 '웬 사람'의 '웬'을 '왠'으로 써야 하는지, '웬'으로 써야 하는지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웬'과 '왠'은 형태와 의미, 그리고 품사가 다른 말입니다. '웬 사람이니'의 '웬'은 '어찌 된, 어떠한'의 뜻을 가진 관형사이고, '왠'의 형태는 이유를 뜻하는 '왜'에 '-(이)ㄴ지'가 결합해 굳어진 부사 '왠지'에서만 나타나는 형태입니다. 그러므로 '왠지'는 '웬지'로 써서는 안 되고, '웬 사람'의 '웬'은 의문이나 이유의 의미가 있지 않으므로 '왠 사람'으로 써서는 안 됩니다.

 

문(23) '밟다'와 '넓죽하다'는 어떻게 발음 하나요?

 

 

 

 

답 : '밟다'와 '넓죽하다'는 [밥따]와 [넙쭈카다]가 표준 발음이므로, [발따]나 [널쭈카다]로 읽어서는 안 되는 말입니다.

표준 발음법 제10항에서 겹받침 'ㄳ, ㄵ, ㄼ, ㄽ, ㄾ, ㅄ'은 어말 또는 자음 앞에서 각각[ㄱ, ㄴ, ㄹ, ㅂ]으로 발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1) 넋[넉], 앉다[안따], 여덟[여덜], 외곬[외골], 핥다[할따], 값[갑]

 

이 기준에 따르면 '밟다'와 '넓죽하다'도 [발따]나 [ 널쭈카다]로 발음해야 할 듯합니다. 그러나 [다만] 조항에서 "'밟-'은 자음 앞에서는 [밥]으로 발음하고, '넓-'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넙]으로 발음한다.'라고 명시해 놓았습니다.

 

(2) 밟다[밥:따], 밟소[밥:쏘], 밟지[밥:찌], 밟는[밥:는->밤:는], 밟게[밥:께], 밟고[밥:꼬]

(3) 넓죽하다[넙쭈카다] 넓둥글다[넙뚱글다]

 

그러므로 '밟다'의 '밟-'은 '밟아[발브니], 밟으니[발바]'처럼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결합될 때는 받침의 'ㄹ'도 발음될 수 있으나, '밟다, 밟소…'처럼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결합할 경우에는 [밥따], [밥쏘] 등으로 받침의 'ㅂ'만을 발음해야 합니다. '넓다'의 '넓-'은 일반적인 활용일 경우는 표준 발음 제10항에 준하지만, (3)에서 제시한 '넓죽하다, 넓둥글다'의 예에서는 [넙죽하다], [넙둥글다]로 발음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밟다, 밟쏘…'를 [발다], [발쏘] 등으로 발음하거나, '넓죽하다, 넓둥글다'를 [널쭈카다], [널뚱글다]로 발음하는 것은 표준 발음법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문(24) '숟가락'을 '숫가락'을 적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 : '숟가락'을 '숫가락'으로 적지 않는 것은 한글 맞춤법 규정 제29항과 관련됩니다. "끝소리가 'ㄹ'인 말과 딴 말이 어울릴 적에 'ㄹ' 소리가 'ㄷ' 소리로 나는 것은 'ㄷ'으로 적는다"라고 하면서, ‘반짇고리, 사흗날, 삼짇날, 섣달’ 등처럼 ‘바느질, 사흘, 삼질’이 '고리, 날, 달'과 결합하면서 그 받침의 발음이 'ㄷ'으로 소리 나는 것들은 'ㄷ'으로 적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숟가락'의 경우 '밥 한 술'의 '술'과 '가락'이 결합하면서 '술+가락'의 '술-'이 [숟]으로 발음되는 것이므로, 규정에 따라 '숫'이 아닌 '숟-'으로 적는 것입니다.

한편, 받침이 'ㄷ'으로 소리 나는 것 중에서 '덧저고리, 돗자리, 엇셈, 웃어른, 핫옷, 무릇'과 같은 예들의 '덧-, 돗-, 엇-, 웃-, 핫-, 무릇'은 위 규정과 관련된 것이 아니므로 'ㅅ'으로 적습니다.

 

 

 

 

문(25) 왜 '짜장면'이 아니고 '자장면'입니까?

 

답 : 많은 사람들이 '자장면'을 '짜장면'으로 읽고 씁니다. 그러나 '자장면'은 중국 음식으로 그 음식이 들어오면서 이름도 함께 들어온 외래어입니다. '컴퓨터(computer), 라디오(radio), 버스(bus)' 등과 같은 말입니다. 물론 '자장면'의 경우는 완전히 우리 음식처럼 되어 그 말도 우리식으로 바꾸어 써야 할 듯합니다. 그러나 외래어는 외래어 표기법대로 적는 것이 원칙입니다. '자장면'의 '자장'은 원어에서 '[zhajiang]'으로 발음되는 말입니다. 이것을 외래어 표기법대로 적으면 '자장'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장면'은 '짜장면'이 아닌 '자장면'으로 적어야 합니다.

 

 

 

 

문(26) '아무튼'을 '아뭏든'으로는 적을 수 없나요?

 

답 : '아무튼'은 '아뭏든'으로는 적을 수 없습니다.

'아무튼'을 자주 '아뭏든'으로 혼동하여 적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그 발음이 같고, 이 말이 '아뭏다'에서 온 말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글 맞춤법 규정 40항 [붙임3]에서 용언에서 부사로 전성된 단어 중에 다음과 같은 단어들은 그 본 모양을 밝히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고 하였습니다.

 

결단코, 결코, 기필코, 무심코, 아무튼, 요컨대, 정녕코, 필연코, 하마터면, 하여튼, 한사코

 

이것은 위 단어들이 용언적 기능(서술적 기능)을 지니지 않을 뿐더러, 형태가 변하지 않는 부사를 활용의 형태와 연관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뭏다'는 '아무렇다'의 잘못인 말로 '아무튼'을 '아뭏든'으로 그 원래 형태을 밝혀 적을 때 근거가 되는 말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아무튼'은 '아무러하든(아무렇든)'에서 멀어져 부사로 굳어진 말로 더 이상 어원을 밝혀 적을 필요가 없는 말일뿐더러, '아뭏든'으로 적을 근거도 없습니다.

 

 

 

 

문(27) '습니다'와 '읍니다' 중 어느 것이 맞습니까?

 

답 : '-습니다'가 맞고, '-읍니다'는 틀린 말입니다.

1988년 표준어 규정 이전에는 '-읍니다'와 '-습니다'를 함께 사용하였습니다. 모음으로

끝나는 어간 아래에서는 구별 없이 '-ㅂ니다'를 쓰고, 자음으로 끝나는 어간 아래에서는 '합쇼'체 등급에 해당하는 종결어미로 '-읍니다'를, 그보다 더 공손한 표현에는 '-습니다'를 사용하였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과거의 표준어에 익숙해져 있는 탓인지 아직도 이 형태를 잘못 알고 쓰시는 분이 많이 있습니다.

모음 뒤에서는 '-ㅂ니다'가, 자음 뒤에서는 '-습니다'와 '-읍니다'의 두 형태 가운데 '-습니다'만이 표준어입니다. 표준어 규정 제17항은 비슷한 발음의 몇 형태가 쓰일 경우, 그 의미에 아무런 차이가 없고 그 중 하나가 더 널리 쓰이면, 그 한 형태만을 표준어로 삼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습니다'와 '-읍니다'의 의미 차이가 그렇게 뚜렷하지도 않고, 일반 구어에서 '-습니다'가 훨씬 더 널리 쓰인다고 판단하여 '-습니다'가 이 규정에 따라 표준어가 된 것입니다.

한편, '-습니다'를 표준어로 알고 계신 분들 중에는 용언의 동명사 형태도 이와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생각하여 '먹었슴', '갔슴' 등으로 잘못 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먹었음'의 '-음'과 '먹었습니다'의 '-습-'은 전혀 별개의 형태소입니다. 국어의 명사형 어미 '-ㅁ'은 '좋음', '하늘을 낢'에서처럼 모음 또는 'ㄹ' 받침으로 끝나는 말 뒤에 붙어 그 말이 명사 구실을 하도록 만드는 형태소인데, 이 형태소가 자음 뒤에 붙을 때에는 소리를 고르기 위해 매개 모음 '-으-'를 넣어 '-음'으로 씁니다. 따라서 '먹었슴'이 아니라 '먹었음'이라고 적어야 합니다.

 

 

 

 

문(28) '흡연을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가 바른 표현인가요?

 

답 : '흡연을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는 '흡연을 삼가 주십시오.'로 고쳐야 옳습니다. '삼가하다'는 '삼가다'에 '하다'를 잘못 덧붙여 쓰는 말입니다. '삼가다'는 '삼가(<-삼가-+-아), 삼가니(<-삼가-+-니), 삼가서(<-삼가-+-서), 삼갑니다(<-삼가-+-ㅂ니다)'와 같이 쓰이는 말로 '하다'를 덧붙여 쓸 필요가 없는 말입니다.

예) 건강을 위하여 지나친 흡연을 삼갑시다.(*삼가합시다.)

 

 

 

 

문(29) "다음 물음에 '예, 아니요'로 답하시오"에서 '아니오/아니요' 중 맞는 것은?

 

답 : "다음 물음에 '예, 아니오'로 답하시오."라고 할 때 '아니오'는 틀리고 '아니요'가 맞는 말입니다. '아니오'는 "이것은 연필이 아니오."처럼 한 문장의 서술어로만 쓰입니다. "이것은 연필이 아니요."는 틀린 문장입니다. 아랫사람에게는 '응', '아니'로 대답할 것을 윗사람에게는 '예, 아니요'를 써서 대답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 [물음] 오늘 철수 봤니?

[대답] 응, 봤어./ 예, 봤습니다. 아니, 못 봤어./아니요, 못 봤습니다.

 

 

 

 

문(30) '우리의 바램'은 '바람'으로 써야 하나요?

 

답 : "나의 바램은 평화 통일이다."라고 할 때의 '바램[희망하다]'은 '바람'으로 써야 옳습니다. '바라다'에서 온 말이므로 '바램'이 될 수가 없습니다. '자라다'에 명사를 만드는 '-(으)ㅁ'이 붙어서 '자람'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라다'에 명사를 만드는 '-(으)ㅁ'이 붙으면 '바람'이 됩니다. '자라다'와 '-았-'이 결합하면 '자랐다'가 되는 것처럼 '바라다'에 '-았-'이 결합하면 '바랐다'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바랬다'로 쓰는 것은 잘못입니다.

예) ㄱ. 우리의 바람/우리의 *바램(<-바라-+-ㅁ)

ㄴ. 어머니는 아들의 성공을 바랐다/*바랬다.(<-바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