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과표준어

(제1편) 정말 궁금한 우리말 어법 (문답식 정리)

국어의 시작과 끝 2011. 4. 21. 23:28

 

 

(제1편) 정말 궁금한 우리말 어법 (문답식 정리)

 

 

 

 

문(1) : '고마워요'와 '고마와요' 중 어느 것이 맞습니까?

 

답 : ‘고마워요’가 맞습니다. 모음조화에 따르면 어간 'ㅏ, ㅗ'에 어미 '-어(었)'가 결합하면 'ㅏ, ㅘ'로 적어야 하나 맞춤법 규정 제18항에서 "용언들의 어간이나 어미가 원칙에 벗어나면 벗어나는 대로 적는다."라고 하면서 어간의 끝 'ᄇ' 이 'ㅜ'로 바뀔 때는 바뀐 'ㅜ'로 적어야 한다고 하여 모음조화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깁다: 기워, 기우니, 기웠다/ 굽다: 구워, 구우니, 구웠다/ 가깝다: 가까워, 가까우니, 가까웠다/ 괴롭다: 괴로워, 괴로우니, 괴로웠다

 

그러므로 [다만] 규정( '돕-, 곱-'과 같은 단음절 어간에 어미 '-어'가 결합되어 '와'로 소리나는 것은 '-와'로 적는다.)에 적용되는 예를 제외하고는 'ㅜ'로 적어야 합니다.

 

 

[참고] 강의 시간에 강조한 내용이기도 합니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굽다’와 ‘곱다’의 활용 문제입니다. 먼저 ‘불에 익히다’는 의미의 ‘굽다’의 경우는 ‘구워, 구우니, 굽는’과 같이 활용을 합니다. 이른바 ‘ㅂ 불규칙 용언’인 것입니다. 그러나 ‘한쪽으로 휘다’는 의미의 ‘굽다’는 ‘굽어, 굽으니, 굽는’처럼 활용을 합니다. 규칙용언인 것입니다. 다음 ‘곱다’도 비슷합니다. ‘모양, 생김새, 행동거지 따위가 산뜻하고 아름답다’는 의미의 ‘곱다’는 ‘고와, 고우니’와 같이 활용을 합니다. 그러나 ‘이익을 보려다가 도리어 손해를 입게 되다’나,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얼어서 감각이 없고 놀리기가 어렵다’나, ‘곧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약간 급하게 휘어 있다’는 의미의 ‘곱다’의 경우는 모두 ‘곱아, 곱으니’처럼 활용을 합니다.

 

 

문(2) '있음'과 '있슴' 중 어느 것이 맞습니까?

 

답 : '있다'의 명사형 표기는 '있음'이 맞습니다. '-(으)ᄆ' 명사형 어미의 표기는 자음 뒤에서는 '-음', 모음 뒤에서는 '-ᄆ'으로 적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있다, 없다' 등과 같이 'ᄊ, ᄡ' 받침 뒤에서는 명사형 표기를 '-음'으로 적든, '-슴'으로 적든 발음상으로 전혀 구별이 되지 않는 예들입니다. 이런 예들은 발음상의 문제와 '-읍니다', '-습니다'를 '-습니다'로 통일한 표준어 규정 제17항의 규정에 잘못 유추되어 명사형 표기를 자주 '있슴, 없슴'으로 적습니다. 그러나 'ᄊ, ᄡ' 받침 뒤에서는 명사형이 결합되는 경우와 종결 어미가 결합되는 경우의 발음 차이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으나, 'ᄀ, ᄃ' 받침으로 끝나는 예인 '먹다( 먹음(ᄋ), 먹슴(x) 먹습니다(ᄋ), 먹읍니다(x))', '얻다(얻음(ᄋ), 얻슴(x) 얻습니다(ᄋ), 얻읍니다(x))'의 경우를 보면, 명사형 표기로는 '-음'을 적어야 하고 종결 어미의 표기로는 '-습니다'를 적어야 함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결국 'ᄊ, ᄡ, ᄀ, ᄃ' 등 모든 환경에서 표기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명사형은 '-(으)ᄆ'으로만 써야 합니다.

 

 

 

문(3) '곤색'이 잘못된 말입니까?

 

답 : '곤색'은 한자어 '감'의 일본식 발음 '곤'에 '색'을 붙인 말입니다.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곤색'을 '감색, 검남색, 진남색'으로 순화해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곤색'은 '감색, 검남색, 진남색'으로 쓰시기 바랍니다.

 

 

 

문(4) '끼어들기'와 '끼여들기' 중 맞는 표기는?

 

답 : '끼어들기'가 맞습니다. '끼어들기'는 자주 '끼여들기'와 혼동하여 쓰는데, 이는 발음이 [끼어들기]로 또는 [끼여들기]로 나는 데 그 원인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발음에 잘못 이끌려 '끼여들기'로 적는 것입니다. '끼어들기'는 '무리하게 비집고 들어서는 일'이란 뜻으로, 능동적인 행동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끼다'의 피동사 '끼이다'가 쓰인 '끼여들기(끼이어들기)'는 어법에 맞지 않은 말입니다.

 

 

 

문(5) 슈퍼맨은 '날으는' 것입니까, '나는' 것입니까?

 

답 : '슈퍼맨은 나는' 것입니다. 국어에는 어간의 끝소리인 'ᄅ'이 '-ᄂ, -ᄇ니다, -오-, -시-' 앞에서 탈락하는 현상이 있는데, 이것을 'ㄹ 불규칙 활용'이라고도 했습니다. [학교문법에서는 어간 'ㄹ'의 탈락은 불규칙 활용이 아닌 규칙 활용으로 봅니다. 예) 울다-우는, 우오] 'ᄅ'을 받침으로 가진 동사 '놀다'의 경우 '놀다, 놀고, 놀지, 놀면'에서와 같이 '-다, -고, -지, -면'으로 된 어미 앞에서는 'ᄅ'이 유지되는 데 반하여, '노니, 노느냐, 논, 놉니다, 노오, 노시고'와 같이 '-ᄂ, -ᄇ니다, -오, -시-'로 된 어미 앞에서는 'ᄅ'이 탈락하게 됩니다. '날다' 역시 'ᄅ'을 받침으로 가진 용언이므로 '날다, 날고, 날지, 날면'에서는 'ᄅ'을 유지한 형태로, '나니, 납니다, 나오, 나시오'에서는 'ᄅ'을 탈락한 형태로 써야 합니다. 그러므로 '하늘을 날으는 슈퍼맨'은 '하늘을 나는 슈퍼맨'으로 고쳐야 올바른 표현입니다. 인기 만화영화 제목이 '날으는 슈퍼보드'에서, '날아라 슈퍼보드'로 바뀐 것도 이 때문입니다. 어법에 맞게 쓰자면, '나는 슈퍼보드'로 해야 하는데, 그러면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문(6) '너머'와 '넘어'는 어떻게 다릅니까?

 

답 : '너머'는 '높이나 경계로 가로막은 사물의 저쪽. 또는 그 공간'이라는 뜻을 가진 명사로, '고개 너머, 저 너머'에서처럼 공간이나 공간의 위치를 나타냅니다. 그러나 '넘어'는 동사 '넘다'에 어미 '-어'가 연결된 것으로 '국경을 넘어 갔다, 산을 넘어 집으로 갔다'에서처럼 동작을 나타냅니다. 즉 '산 너머'는 산 뒤의 공간을 가리키는 것이고, '산 넘어'는 산을 넘는 동작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한글 맞춤법 제19항 [붙임]에 보면 "어간에 '-이'나 '-음' 이외의 모음으로 시작된 접미사가 붙어서 다른 품사로 바뀐 것은 그 어간의 원형을 밝히어 적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명사로 된 '귀머거리, 까마귀, 너머, 뜨더귀, 마감, 마개' 등은 원형을 밝혀 적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공간을 나타내는 '너머'의 경우도 원래는 '넘다'라는 동사에서 온 말이기는 하지만 제19항에 적용되는 예로 원형을 밝혀 적지 않습니다.

 

 

 

문(7) '네'와 '예' 중 어느 것이 맞습니까?

 

답 : 대답하는 말 '네/예'는 표준어 규정 제18항에 복수 표준어로 되어 있습니다. 1988년 이전에는 '예'만을 표준어로 인정하였으나 서울말에서는 오히려 '네'가 더 보편적으로 쓰여 왔고 또 쓰이고 있으므로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네'와 '예'의 의미 차이가 없으므로, '숙제 다 했니?'라는 질문에 '네'나 '예'로 모두 대답할 수 있습니다.

 

 

 

문(8) '하므로'와 '함으로'의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답 : '하므로'는 동사 어간 '하-'에 까닭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므로'가 붙은 형태이며, '함으로'는 '하다'의 명사형 '함'에 조사 '으로'가 붙은 형태입니다. 이때 '하므로'는 '하기 때문에'란 뜻을 나타내고, '함으로'는 '하는 것으로(써)'란 뜻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기능의 차이는 다음과 같은 예에서 잘 드러납니다.

 

(1) 하므로

그는 부지런하므로 잘 산다.

그는 훌륭한 학자이므로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다.

 

(2) 함으로(써)

그는 열심히 공부함으로(써)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한다.

그는 열심히 일함으로(써) 삶의 보람을 느낀다.

 

(1)의 예들은 '부지런하기 때문에 잘 산다, 훌륭한 학자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다'는 뜻으로 앞 절이 뒤 절의 '이유나 원인'을 나타내고, (2)의 예들은 '공부하는 것으로써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한다, 일하는 것으로써 삶의 보람을 느낀다'로 앞 절이 뒤 절의 '수단, 도구, 재료'을 나타냅니다.

그러므로 문장의 앞 절이 뒤 절의 '이유, 원인'이 되는 것은 '하므로'를 써야 하고, '수단, 도구, 재료'가 되는 것은 '함으로'를 써야 합니다. '하므로'와 '함으로'는 '함으로'에만 '-써'를 붙일 수 있는 것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문(9) '되다'와 '돼다'는 어떻게 다릅니까?

 

답 : '되다'와 '돼다'의 두 가지 형태의 말이 있는 것이 아니고, '되다'에 '-어, -어라, -었-' 등이 결합되어 '되어, 되어라, 되었-'과 같이 활용한 것이 줄 경우에 '돼, 돼라, 됐-'의 '돼-' 형태가 나오는 것입니다. '돼-'는 한글 맞춤법 제35항[붙임 2] "'ㅚ' 뒤에 '-어, -었-'이 아울러 'ㅙ, ㅙᄊ'으로 될 적에는 준 대로 적는다'는 규정에 따라 '되어-'가 줄어진 대로 쓴 것입니다. 부사형 어미 '-어'나 '-어'가 선행하는 '-어서, -어야' 같은 연결 어미 혹은 과거 표시의 선어말 어미 '-었-'이 결합한 '되어, 되어서, 되어야, 되었다'를 '돼, 돼서, 돼야, 됐다'와 같이 적는 것도 모두 이 규정에 근거한 것입니다.

그런데 "할머니께서는 장차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셨다", '나라의 동량이 되라'에서와 같이 명령의 의미를 가지는 '-(으)라'가 어간에 직접 결합하는 일이 있기도 합니다. 이 '-(으)라'는 구어에서 청자를 앞에 두고 말할 때는 쓰지 못하고, 문어체나 간접 인용문(남의 말을 간접적으로 인용하는 문장으로 인용했음을 나타내는 어미 '-고'와 인용 동사 '하다', '말하다' 등을 가지고 있다)에서만 사용되는 것입니다. 이때 '되어라'로 대치될 수 없으므로 '돼라'라고 쓸 수 없습니다. 따라서 '되라'인지 '돼라'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에는 그 말을 '되어라'로 대치할 수 있는가 살펴보면 됩니다. 만약 '되어라'로 대치될 수 있으면 '돼라'로 써야 합니다.

 

 

 

 

문(10) '며칠'과 '몇일' 중 어느 것이 맞습니까?

 

답 : '며칠'만이 맞춤법에 맞는 말이고 '몇일'은 잘못된 말입니다. 이 단어를 소리 나는 대로 적어야 하는 이유는 다음의 예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1) 친구가 몇이나 모였니? [며치나]

아이들 몇을 데리고 왔다. [며츨]

(2) 지금이 몇 월이지? [며둴]

달걀 몇 알을 샀다. [며달]

 

(1)에서 보듯이 '몇' 다음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가 오면 '몇'의 말음 'ᄎ' 소리가 조사로 내려져 [며치나], [며츨]로 소리 납니다. 하지만 (2)와 같이 '몇' 다음에 명사가 오면, 말음의 'ᄎ'이 중화 현상에 의하여 대표음인 'ᄃ'으로 소리가 납니다. 그러므로 [며춸], [며찰]이 아니라 [며둴], [며달]로 소리 나게 됩니다. 이는 '옷+안, 낱+알'과 같은 합성어가 [오산], [나탈]이 아니라 [오단], [나달]로 소리 나는 것과 같은 음운 현상입니다.

만약 '며칠'이 '몇+일'의 구성이라면 '일'이 명사이므로 [며딜]로 소리 나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며칠]로 소리가 난다는 것은 '며칠'을 관형사 '몇'에 명사 '일'이 결합한 구성으로 보기 어렵게 만듭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며칠]로 소리를 내는 이 단어는 그 원형을 밝혀 적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며칠'로 적게 되는 것입니다.

'며칠'은 '그 달의 몇 째 되는 날'과 '몇 날(동안)'의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두 의미를 구분하여 '몇 일'과 '며칠'로 적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는 잘못입니다. 두 경우 모두 [며칠]로 소리 나므로 둘 다 '며칠'로 적어야 합니다.

 

 

 

 

주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