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국어어휘력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 한글, 한자의 개념 이해

국어의 시작과 끝 2011. 4. 21. 01:03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 한글, 한자의 개념 이해

 

 

어휘론은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어휘론의 기초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글을 많이 보게 됩니다. 한자, 한자어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는 경우도 그 예일 것입니다.

 

 

 

국어 어휘는 개별 단어의 기원이 어디냐에 따라 대개 세 가지로 나뉩니다.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가 그것입니다. 이 분류법은 두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하나는 논리적인 문제입니다. 즉 한자어와 외래어가 개념적으로 충돌한다는 말입니다. 한자어도 엄격하게 따지면, 중국 문화의 산물이므로 외래어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삼분 체계를 취하는 것은 한자어들이 대부분 우리말 음운 체계에 동화되었다는 점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개념 분류는 효용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분류에 따르자면, 국어 어휘는 고유어, 한자어[우리말 어휘 중 한자로 표기가 가능한 어휘], 외래어[주로 서양 외국어에서 유래한 어휘]가 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각 개별 단어의 계보를 따지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사돈’은 고유어일까요, 아니면 한자어일까요. 고유어를 음차(音借)하여 만든 한자어이기 때문에, 그 계보를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이 문제는 개념상의 문제라기보다 개념의 실제 적용의 문제이므로 별개의 사안으로 다뤄도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국어 어휘에서 한자어를 인정한다고 해서, 한문을 우리말을 적는 문자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당연히 국어사전에는 한자어는 수록하지만, 한자를 수록하지는 않습니다. 한자는 우리말을 적는 문자가 아닙니다. 당연히 우리말은 한글로 적는 것입니다. 국어사전에 한자가 병기되는 것은 참조용일 뿐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국한문 혼용체가 존재하는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습니다.

 

 

자, 그렇다면 다음의 경우를 한번 살펴볼까요?

 

 

ㄱ. 본가(本家)나 처가(妻家)의 가족 중에 사업가(事業家), 정치가(政治家), 예술가(藝術家) 등 가문(家門)을 빛낸 사람이 많다.

ㄴ. 새신랑(-新郞)인 그는 흔들의자(-倚子)에 앉아 색종이(色-)가 붙은 창살(窓-)에 물총(-銃)을 쏘는 시범(示範)을 보이고 있다.

 

 

① ㄱ을 보니 하나의 한자가 어떤 경우에는 어근으로, 어떤 경우에는 접미사로 여러 한자와 결합하여 많은 어휘를 형성하기도 하는군.

② 한자와 한자가 결합된 ㄱ과 달리 ㄴ에서는 한자와 고유어 어근이 결합하여 형성된 어휘들을 많이 볼 수 있군.

-EBS 수능 특강 언어영역 111쪽

 

 

위 예문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아마도 ‘본가(本家)’는 ‘친가(親家)’를 잘못 쓴 것으로 보입니다. ‘본가(本家)’는 ‘따로 세간을 나기 이전의 집’을 말하는데, 그런 뜻으로 쓴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그런 뜻으로 쓴 것이라고 주장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 또 ‘색종이가 붙은’도 구어체인데, ‘색종이를 붙여 놓은’이 자연스럽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뭐, 이런 문제는 오늘 이야기하려는 핵심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니 이 정도로 그치겠습니다.

 

 

 

그러면 ①의 ‘한자’라는 개념의 사용이 적절할까요? ‘한자’는 너무나 기초적인 것입니다만, ‘문자(文字)’를 이르는 말입니다. 상대 개념은 ‘한글’ 정도가 되겠지요. ①의 개념 사용은 어떤가요? 이 설명에 따르자면, ‘가(家)’는 “하나의 한자가 어떤 경우에 어근으로” 다른 “여러 한자와 결합”한 셈이 됩니다. 우리말의 단어 형성을 말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당연히 ‘가(家)’는 한자가 아니라, ‘한자어’인 것입니다. 문자의 차원과 형태소의 차원을 혼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단어의 형성은 문자와 문자의 결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형태소와 형태소의 결합을 말한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글을 쓴 것입니다. 이러한 오류는 ②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처가’라는 단어는 한자어(형태소) ‘처’와 한자어(형태소) ‘가’가 합해서 만들어진 한자어로 국어 단어입니다.

 

같은 이치로

‘집안’이라는 단어는 고유어(형태소) ‘집’과 고유어(형태소) ‘안’이 합해서 만들어진 고유어로 국어 단어입니다.

 

* 엄밀한 개념 사용, 모든 글쓰기의 기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