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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대입’ 수정안…여전히 당락 열쇠는 ‘논술’

국어의 시작과 끝 2011. 3. 22. 02:51

2012 대입’ 수정안…여전히 당락 열쇠는 ‘논술’

외형상 논술의 비중 낮췄지만
실제론 논술 영향력 강화할듯

경향신문 | 정유진 기자 | 입력 2011.03.21 21:06

 

 


올해 고3이 치르는 2012학년도 대입에서는 대학들의 전형 수가 10%가량 줄어든다. 또 논술고사를 반영해 뽑는 인원도 당초 대학들의 계획보다 4분의 1이 줄어든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최근 이런 내용의 '2012학년도 대입전형 수정안'을 발표했다.

대교협은 지난해 12월 2012학년도 대입 전형안을 발표했으나 대입 종류가 너무 많은 '난수표' 전형 탓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많다는 지적에 따라 수시 전형 5개월을 앞두고 다시 수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모의수능시험을 치르고 있다.

 

 

◇ 대입 전형 숫자 줄어들어 = 지난해 첫 발표 때 대입 전형 전체 숫자는 3678개였다. 대학들은 유사 전형을 통폐합해 이를 3298개로 줄였다. 10%가량 감소한 셈이다. 전형 숫자를 가장 많이 줄인 대학은 중앙대다. 당초 22개 전형을 통해 신입생을 뽑기로 했으나 이를 12개로 축소했다.

연세대는 과학인재·글로벌리더·언더우드국제대학·예체능인재 전형을 특기자전형으로 통합하는 등 15개였던 전형을 6개로 줄였다. 고려대는 세계선도인재전형·국제학부전형·World KU전형·과학영재전형 등을 특별전형으로 통합하고, 지역우수인재전형·미래로KU전형을 추천전형으로 합치는 등 9개에서 5개로 전형 숫자를 축소했다.

성균관대도 과학인재·글로벌리더I, Ⅱ·연기예술특기자·체육특기자전형 등을 글로벌리더전형 하나로 통합했다. 한양대의 경우 발명재능우수자·연기재능우수자·국제학부전형 등을 재능우수자전형으로 합쳤다. 한국외대도 영어우수자·FLEX외국어우수자·특수외국어우수자 전형을 글로벌리더전형으로 통합했다.

그러나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체감하는 전형 간소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줄였다 하더라도 전형 숫자가 3300개에 달해 여전히 복잡한 데다 줄인 것마저도 3~4개 전형을 이름만 합친 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투스 유성룡 입시분석실장은 "체육특기자·연기특기자 등 비슷한 전형을 특기자전형으로 묶은 후 그 아래 세부 트랙을 신설해 놓은 식이어서 학부모 입장에서는 바뀐 게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논술 반영비율 축소 = 대교협은 또 논술반영 비율도 축소한다고 밝혔다. 논술을 반영해 뽑는 대학은 47개였지만, 경북대·서울교대 등 6개 대학이 폐지키로 해 41곳으로 줄어들었다. 논술반영 선발인원도 전체 2만2486명에서 1만6832명으로 5654명 감소했다. 서울대는 227명을 뽑는 수시 인문계 특기자전형에서 논술반영(20%)을 없애고, 대신 면접 비중을 30%에서 50%로 확대했다. 고려대는 수시 2차 우선선발 전형에서 논술을 100% 반영할 예정이었으나 논술 80%와 학생부 20%로 바꿨다. 수시 2차 일반선발 전형에서도 논술 비중을 60%에서 50%로 낮췄다. 연세대는 수시 우선선발 전형의 논술 비중을 80%에서 70%로 10%포인트 낮췄다.

논술은 공교육에서 준비하기가 어려운 만큼 사교육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정부는 논술 반영비율을 축소하는 대학에 재정지원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 학습전략 = 논술 비중이 줄어들고 대신 학생부와 면접 구술고사 비중이 늘어났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논술이 미치는 영향력이 여전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 평가이사는 "논술 반영비율의 감소폭이 10% 정도로 크지 않다"면서 "학생부는 지원자 간에 등급 점수차가 미미해 변별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어서 여전히 당락은 논술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도 "논술을 반영해 선발하는 인원이 전체 모집정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연세대 38%, 고려대 37%, 서강대·한양대 각 35%, 경희대 30%, 성균관대 29%에 달한다"며 "수시모집에서 논술은 여전히 당락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학들이 외형상으로는 학생부 비중을 높이고 논술 비중을 낮췄지만, 실제적으로는 학생부의 실질반영비율을 낮추는 식으로 논술의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질반영비율은 대학들이 전형요소 간 영향력을 조절하기 위해 기본점수를 주면서 생겨난다. 즉 논술 50%, 학생부 50%라 하더라도 학생부 성적에 기본점수 40점을 주고 시작하면 학생부의 실질반영비율은 크게 낮아지는 셈이다.

이만기 평가이사는 "최근에는 고교 현장에서 준비가 가능하도록 논술을 출제하는 추세라서 교과범위 내에서 다뤄지는 개념들을 사회 현상과 연계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학교 수업시간에 충실하는 것이 논술 준비를 위해 가장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