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이별

다섯손가락,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국어의 시작과 끝 2007. 6. 8. 03:05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 다섯손가락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그녀에게 안겨 주고파

흰옷을 입은 천사와 같이 아름다운 그녀에게 주고 싶네

슬퍼 보이는 오늘 밤에는 아름다운 꿈을 주고파

깊은 밤에도 잠 못이루던 내 마음을 그녀에게 주고 싶네


한송이는 어떨까 왠지 외로워 보이겠지

한다발은 어떨까 왠지 무거워 보일꺼야

시린 그대 눈물 씻어주고픈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슬픈 영화에서처럼 비내리는 거리에서

무거운 코트깃을 올려세우며

비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한송이는 어떨까 왠지 외로워 보이겠지

한다발은 어떨까 왠지 무거워 보일꺼야

시린 그대 눈물 씻어주고픈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슬픈 영화에서처럼 비 내리는 거리에서

무거운 코트깃을 올려세우며

비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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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정원. 그것에 대한 욕구를 갖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아파트 천국이 되어버린 요즘, 그래도 단독주택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대개 마당과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어서 일 것이다. 막상 전원주택이라도 마련하게 되어, 정원을 스스로 꾸밀 수가 있게 되면 여러분은 무슨 화초로 정원을 꾸미고 싶은가? 장미와 연(蓮)이 가장 근사하지 않을까?


그런데 둘은 분위기가 썩 다르다? 장미가 서구적이라면, 연은 동양적이다. 연하면 얼른 떠오르는 화가는 프랑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이다. 그는 말년에 그의 저택 정원을 수련으로 가득 채우고, 유명한 수련 연작을 발표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동양 일본의 정원에 크게 감명을 받고, 그런 것이니 동양적인 것에 대한 흠모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 옳다. 아마도 모네는 연이 풍기는 영적(靈的)인 분위기에 심취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아무래도 화려한 건물과 연꽃은 잘 어울리지 않으며, 고즈넉한 분위기라야 연꽃이 있는 정원의 묘미는 제대로 살아난다.

 


 

장미가 우거진 정원은 어떤가? 장미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빨간 장미가 우거진 정원은 어떤가? 우선 외면적으로 연꽃 정원과는 달리 매우 화려하다. 가장 완전한 아름다움, 가장 충만한 아름다움이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붉은 장미와 닮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지상적인 아름다움을 뛰어넘는 천상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것이 장미이다. 하지만, 아름답다고 하고 말면 뭔가 부족한 듯이 느껴지는 것이 또한 사실이다. 천상적인 아름다움의 맞은편에 존재하는 지상적인 정념을 내뿜는 것이 또한 장미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세속적인 속박을 벗어난 천상적인 사랑, 순결한 사랑을 상징하는 동시에, 때로는 음탕해 보이기까지 하는 지상적인 사랑, 열정적인 사랑을 상징하는 느낌이 드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그런데 수요일이면 빨간 장미를 하얀 옷을 입을 천사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노래한 그룹이 있다. <새벽 기차>, <풍선>(나중에 ‘동방신기’가 리메이크하여 부리기도 함) 등으로 잘 알려진 ‘다섯손가락’이 그들이다. 재미없지만, 대입 학원 강사들이 하는 것처럼 매우 상투적인 분석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왜 하필이면 수요일인가? 왜 하필이면 ‘빨간’ 장미인가? 나아가 둘의 인과 관계는 어떠한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만 접기로 한다. 별 근거도 없는 그럴듯한 답변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질문을 이렇게 해보자. 여러분은 왜 장미를 사랑하는 연인에게 선물하고 싶은가?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다들 마음속으로 같은 답변을 준비했으리라 믿는다. 그렇다면 언제 선물하고 싶은가? 답변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면, 질문을 바꾸어서 당신이 장미를 선물하는 장면이 어떠했으면 좋겠는가? 영화 속의 한 장면 같다면 좋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겠는가? 비 내리는 거리에서, 무거운 코트 깃을 올려 세우며, 장 한 다발을 건네면 근사하지 않은가? 이 정도에 공감하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빨간 장미가 상징하는 불과 물(=비)의 결합을 노래하는 장면이라고 다소 잘난 척하며 설명하는 것이 차라리 사족(蛇足)이 아닐까?


하희정 wizbook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