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공무원 시험 과목 변화-어떻게 볼 것인가?
2013년 국가직과 지방직 9급 공무원 채용시험과목에 고교 과목인 사회와 과학, 수학이 추가된다. 고등학교 교육을 충실히 이수한 사람들이 공직에 들어오는데 차별을 없애기 위하여 행안부가 취한 조치이다. 현재 9급 공무원 시험 과목은 공통과목인 국어, 영어, 한국사에, 일반행정직의 경우 행정법총론, 행정학개론이 추가되고, 세무직의 경우 세법개론과 회계학이 추가되는 등의 형식이다. 바뀌는 제도에서는 공통과목은 그대로 유지되고, 행정법총론, 행정학개론, 사회, 과학, 수학 중 두 과목을 선택하면 되는 셈이다. 새로 추가되는 과목들의 구체적인 출제 방안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우선 이번 선택 과목 추가는 매우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9급 공무원의 경우 고교 교육 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력 정도를 평가하는 시험임에도, 지금의 행정학이나 행정법. 세법, 형사소송법, 관세법 등은 지나치게 전문적이었던 감이 없지 않다. 또 법학 관련 과목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문과 출신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시험이었다. 기술직군이 있긴 하지만, 그러한 편향의 결과로 이과 출신자에게 공무원 시험의 문턱은 너무 높았다. 현대 사회에서 수리와 과학이 필수적인 교양임을 감안할 때, 이러한 편향은 버려야할 구태에 불과하다.
더불어서 부수적인 효과이긴 하지만, 이번 과목 추가는 무의미한 대학 진학과 그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경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적지 않은 대학이 부실화하면서 전문 지식 습득과는 거리가 멀게 4년을 허송세월하고 졸업하는 학생들이 허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무원 시험이 고교 교육 과정에 충실한 방향으로 바뀌는 것은 학력 거품을 제거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과목 변경이 대단히 바람직하다고 평가하는 또 다른 이유이다.
그렇다면 시험 과목 변경은 좀 더 과감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경찰직 등을 포함하여, 국어와 한국사만을 공통 과목으로 하고, 영어는 국가공인자격시험으로 대체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현재 공무원 영어가 비실용적인 문법과 독해 위주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공무원에게 더 필요한 영어는 듣기-말하기인데도 말이다. 외부 기관의 성적이라 공정성이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공무원 응시 자격 요건으로만 반영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선택 과목의 경우도 좀 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적어도 9급의 경우는 고교 교육 과정에 없는 과목은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
공무원의 전문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각 부처에서 공무원 임용 시험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맞다. 공무원 시험에서는 기본적인 소양만을 평가하고, 추후 연수를 통해 각 부처에 맞는 전문적 소양을 갖추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인재를 뽑아서 쓰는 것이 아니라, 인재를 길러서 쓴다는 쪽으로 마인드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공무원 시험이 무작정 쉬워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 반대다. 현재 공무원 시험은 1문항을 1분 안에 풀어야 하는 구조다. 그러다보니 단순 지식 평가형 문제로 평가 문항의 질이 저하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결과적으로 공무원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평가하는데 미흡한 수준의 문제가 출제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영어를 자격시험으로 대체하면 4과목이 남는다. 이를 120분 정도에 푸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100문항 100분에서, 80문항 120분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학력 평가가 아닌 능력 평가가 어느 정도 가능해진다. 창의적인 인재의 선발, 그것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양보할 수 없는 과제이다. 그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의 배려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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