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국어어휘력

연어와 관용 표현

국어의 시작과 끝 2011. 5. 31. 02:03

 

언어에는 둘 이상의 단어 형태들이 모여 일정한 의미를 나타내는 고정된 형식들이 상당히 다양하게 존재한다. 가령, ‘새빨간 앵두’의 경우 ‘새빨간’은 ‘빨간’, ‘시뻘건’으로 대체될 수 있으나, ‘새빨간 거짓말’의 경우 ‘빨간’, ‘시뻘건’ 등으로 대체될 수 없다. 즉, ‘앵두’와 달리 ‘거짓말’은 이러한 대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전자의 경우 ‘앵두’ 대신에 ‘사과, 자두, 입술’ 등과 대체될 수 있는 데 비해서, 후자는 이러한 대체의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이런 점에서 ‘새빨간’과 ‘거짓말’은 통합 관계가 매우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통사적인 자유 결합은 구성 요소의 의미 자질에 따른 선택 관계이며, 이러한 의미 자질을 지닌 어휘들은 통합이 비교적 자유로운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른바 어휘적 구절을 이루는 구성 요소는 상호 통합의 개연성이 높은 제한적인 어휘 항목이라는 점에서, 통합 관계가 비교적 자유로운 통사적인 선택 관계의 구성 요소와 구분된다. 예를 들어, ‘소, 늑대, 매미’ 등은 ‘울다’와 통합 관계를 이루지만, ‘개’는 ‘짖다’와 통합된다. 따라서 ‘개’와 ‘짖다’는 어휘적으로 매우 밀접한 통합 관계를 이루며 선택이 제한되어서 마치 ‘개가 짖다’가 하나의 구성 단위인 것처럼 인식된다. 그리하여 ‘개가 짖다’의 두 요소 간의 관계는 통사적인 선택 관계와 구별되는 것으로 보고, 이를 연어 관계로 해석하게 된다.

 

연어 관계를 이루는 구성 요소는 상호 의존성이 매우 강하여 서로 밀접한 통합 관계를 이룬다. 예를 들어, ‘개가 짖다’에서 구성 요소인 ‘개’와 ‘짖다’는 밀접한 관계를 이루면서 하나의 어휘적 구성체가 된다. 또한 연어는 이러한 구성 요소 사이의 밀접한 의존 관계로 인해 분포가 제한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개가 짖다’에서 ‘짖다’와 통합할 수 있는 어휘가 제약되므로 ‘짖다’의 분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전체적인 구성 형식에서 보면 연어 관계를 이루는 구성 요소의 분포는 고정적인 특징을 띠게 된다.

 

구성 형식의 고정성과 관련된 것으로 관용어도 있다. 관용어는 어떤 한 언어에 존재하는 독특한 표현 방식으로, 개별 구성 요소로는 의미를 예측할 수 없는 어휘들의 연쇄체이며, 일반적인 문법이나 논리 구조에서 벗어나는 관습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가령, ‘꼬리를 치다’와 ‘바가지를 긁다’는 ‘목적어+서술어’ 형식의 일상적인 통사적 관계로 구성된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의미는 구성 요소가 지닌 의미 그대로 해석되지 않으며, 구성 요소의 대체도 허용되지 않는다. 또 구성 요소 안에 다른 어휘가 들어갈 수도 없다. 즉, 이들은 형식이 고정되어 있으면서 의미 해석이 일상적 어휘의 의미에서 벗어나 사회 구성원들의 관습을 통해 해석된다. 이와 같이 관용어는 형식이 고정되고 의미 해석이 불투명한 것이 특징이다.

 

연어와 관용어는 어떤 구성 요소가 특정 구성 요소와 밀접하게 통합되고, 구성 요소들 간의 상호 선택이 매우 제한 적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러나 연어는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의미가 그대로 반영되는 데 비해서, 관용어는 구성 요소들의 기본적인 의미만으로는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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