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법강의

된소리되기에 대하여

국어의 시작과 끝 2011. 5. 8. 07:43

 

된소리되기

 

① 불파음 ‘/ㄱ/([kㄱ]), /ㄷ/([tㄱ]), /ㅂ/([pㄱ])’ 뒤의 된소리되기

 

두 개의 안울림소리가 만나면(어간+어미, 어근+접사, 어근+어근), 뒤의 예사소리가 된소리로 바뀌는데 이를 된소리되기(=경음화)라고 한다. 음절의 받침이 불파음으로 된 다음에 뒤 초성 예사소리가 된소리로 변하는 현상이다. 일단 선행하는 받침이 음절의 끝소리 규칙에 의해, 또 겹자음 탈락 규칙에 의해, 불파음[ㄱ,ㄷ,ㅂ]으로 된 다음에, 초성 ‘ㄱ, ㄷ, ㅂ, ㅅ, ㅈ’이 ‘ㄲ, ㄸ, ㅃ, ㅆ, ㅉ’ 된소리로 된다. 된소리되기의 환경은 이처럼 항상 무성음 뒤에 무성음이 와야 한다. 이는 사잇소리 현상이 둘 중 하나는 유성음 환경인 것과 대비된다.

 

 

[참고] 불파음(不破音) : 불파음은 자음을 조음할 때 폐쇄를 만들어서 공기의 흐름을 막은 채 폐쇄를 개방하지 않는 파열음을 말한다. 파열이 생기는 단계는 폐쇄를 일으킬 때 구강 안에서 생기는 내파(內破, implosive), 폐쇄(閉鎖, occlusive), 폐쇄를 개방할 때 생기는 외파(外破, explosive)로 나눌 수 있다. 보통 들리는 파열음은 외파의 소리이고 폐쇄를 개방하지 않을 때는 내파의 소리만 들린다. 이것이 바로 내파음이다. 한국어 음절 말의 ‘/ㄱ/([kㄱ]), /ㄷ/([tㄱ]), /ㅂ/([pㄱ])’ 에서 볼 수 있다.

 

 

ㄱ. 깎다[깍따], 깎던[깍떤], 있던[읻떤], 꽂고[꼳꼬]

ㄴ. 뻗대다[뻗때다], 덮개[덥깨], 넓죽하다[넙쭈카다], 값지다[갑찌다]

ㄷ. 국밥[국빱], 삯돈[삭똔], 칡범[칙뻠], 옷고름[옫꼬름], 꽃다발[꼳따발], 낯설다[낟썰다], 옆집[엽찝]

 

 

이러한 경음화는 순행동화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국어에서 종성에 불파음이 올 경우, 일정 시간 동안 무성의 휴식이 지속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런데 파열 단계가 실현되지 않은 상태에서, 뒤에 장애음이 오면 해당 조음 위치에서 기류의 흐름이 차단된다. 이로 인해 입안의 기압이 상승하고 발성부와 조음부 사이에 긴장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선행 모음의 성대 진동을 서둘러 끊고 뒤따르는 예사소리를 경음화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설명은 ‘/ㄱ/([kㄱ]), /ㄷ/([tㄱ]), /ㅂ/([pㄱ])’ 에 반(半)경음의 자질이 있다고 보는 견해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② 유성자음 다음의 된소리되기

 

앞서 “된소리되기의 환경은 이처럼 항상 무성음 뒤에 무성음이 와야 한다. 이는 사잇소리 현상이 둘 중 하나는 유성음 환경인 것과 대비된다.”라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음운론적 환경이 ‘유성 자음+평음’이지만, 특정한 형태론적 조건이 충족되면 경음화하는 경우가 있다.

 

  

 

신고[신ː꼬], 껴안다[껴안따], 앉고[안꼬], 얹다[언따], 삼고[삼ː꼬], 더듬지[더듬찌], 닮고[담ː꼬], 젊지[점ː찌]

 

 

위의 예는 용언의 어간 받침 ‘ᄂ(ㄴㅈ), ᄆ(ㄹㅁ)’ 뒤에 결합되는 어미의 첫소리 ‘ᄀ,ᄃ,ᄉ,ᄌ’은 된소리로 발음되는 경우이다. 이를 ‘유성자음 다음의 된소리되기’라 한다. 물론 이러한 음운 변동은 형태론적 조건이 바뀌면 같은 음운 환경이라도 나타나지 않는다. 예를 들면, ‘간도, 간과, 울음도, 울음과’ 등과 같이 ‘ㄴ,ㅁ’이 체언의 말음일 경우는 된소리되기가 나타나지 않는다. 또 아래의 예처럼 피동, 사동의 접미사 ‘-기-’가 오는 경우도 된소리로 발음하지 않는다.

 

 

안기다, 감기다, 굶기다, 옮기다

 

그런데 유성자음 중 ‘ㄹ’이 받침으로 오는 경우의 된소리되기는 좀 복잡하다. 우선 한자어에서 ‘ᄅ’받침 뒤에 연결되는 ‘ᄃ,ᄉ,ᄌ’은 된소리로 발음한다. 이러한 현상은 보통명사만이 아니라, 인명/지명, 말음이 ‘ㄹ’인 수사(數詞)에서도 규칙적으로 실현된다.

 

 

갈등[갈뜽], 발동[발똥], 절도[절또], 말살[말쌀], 불소[불쏘](弗素), 일시[일씨], 갈증[갈쯩], 물질[물찔] 발전[발쩐], 몰상식[몰쌍식], 불세출[불쎄출], 홍길동[홍길똥], 팔달구[팔딸구], 일도[일또], 팔세[팔세]

 

 

물론 한자어라 하더라도 ‘ᄅ’받침 뒤에 연결되는 ‘ㅂ,ㄱ’은 된소리로 발음하지 않는다.

 

 

발각[발각], 결과[결과], 물건[물건], 설계[설계], 활보[활보]

 

 

또 관형사형 ‘-(으)ᄅ’ 뒤에 연결되는 ‘ᄀ,ᄃ,ᄇ,ᄉ,ᄌ’은 된소리로 발음한다.

 

 

할 것을[할꺼슬], 갈 데가[갈떼가], 할 바를[할빠를], 할 수는[할쑤는], 할 적에[할쩌게], 갈 곳[갈꼳] 할 도리[할또리], 만날 사람[만날싸람]

 

 

한자어에서 ‘ᄅ’받침 뒤에 연결되는 ‘ᄃ,ᄉ,ᄌ’은 된소리로 발음되는 현상의 원인을 공시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통시적인 원인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후기 중세 국어에서 한자음 표기와 관형사형 표기 어미 표기에서 ‘ㆆ’가 사용되었다. 이를 흔히 이영보래라 한다. 즉 ‘ㆆ’가 고유어에서는 관형사형 어미 -ㄹ 다음에 나오는 자음을 된소리로 발음하라는 기호로 쓰였으며 한자어에서는 동국정운식 한자음의 영모(影母)자 표기를 위해, 이영보래(중국 한자의 -t계 입성 운미가 한국에서 -l로 변화하자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ㄹ다음에 여린히읗을 표기하는 것)를 위해 쓰였다. 한자음의 된소리되기는 바로 이 결과라 할 수 있다.

 

 

똥아, 우린 홍길동이라 적고 [홍길똥]이라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