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국어어휘력

돌쩌귀, 수톨쩌귀, 암톨쩌귀의 '돌'에 대하여

국어의 시작과 끝 2011. 4. 25. 17:09

 

 

‘돌쩌귀’라는 말을 많이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문짝을 문설주에 달아 여닫는 데 쓰는 두 개의 쇠붙이를 ‘돌쩌귀’라고 합니다. ‘수톨쩌귀’는 문짝에 박아서 문설주에 있는 암톨쩌귀에 꽂게 되어 있는, 뾰족한 촉이 달린 돌쩌귀를 말하고, ‘암톨쩌귀’는 수톨쩌귀의 뾰족한 부분을 끼우도록 구멍이 뚫린 돌쩌귀를 말합니다. 그런데 늘 의문인 것은 ‘돌’의 어원이 뭐냐는 것입니다. 혹시 예전에는 ‘돌[石]’을 깎아서 ‘돌쩌귀’로 썼나? 이런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다음과 같은 어원 해설이 있습니다.

 

 

 

<돌쩌귀의 ‘돌’ 은 가야어(?)>

 

옛날에는 집을 온통 비우기 전에는 대문은 종일 열려 있게 마련이었습니다. 참 좋은 세상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또 듭니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이 열린 문을 통해서 행운이 집 안으로 찾아온다고 믿었기에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라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문’ 은 두 가지로 구별해 부릅니다. 드나들기 위한 것은 ‘문(門)’ 이라 하고, 내다보거나 채광을 위해 만든 것은 ‘창(窓)’ 이라 함은 다들 잘 아실 겁니다. 물론 이들의 총칭은 ‘문’ 입니다.

‘문’ 과 ‘창’ 의 구별은 ‘머름’ 에 있습니다. ‘머름’ 은 ‘모양을 내느라고 문지방 아래나 벽 아래 중방에 대는 널조각’ 인데 창에는 ‘머름’ 을 두지만 문에는 두지 않습니다. ‘창문’ 이란 말은 이 두 말이 합해진 말인 것입니다.

역사를 보면 옛 가야어 하나가 유일하게 남아 있는데, <삼국사기(三國史記)> 열전 사다함(舍多含) 조에 나오는 ‘전단돌(旃檀梁)’ 이 그것입니다. 오늘의 한자음으로 ‘전단량’ 이 되는데, 이순신의 명량대첩의 ‘명량(鳴梁)’ 이 우리말 ‘울돌목’ 을 한자로 적은 것과 같이 ‘량(梁)’ 은 ‘돌’ 을 적은 것입니다.

「전단돌, 이는 성문(城門)의 이름이다. 가야어로 문을 ‘돌’ 이라 한다」 이는 삼국사기를 쓴 김부식의 주석입니다. 우리말을 잊고 한자어의 문을 사용하는 우리로선 이 구절을 발견하는 기쁨은 각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문을 여닫기 위해 문설주와 문짝에 하나씩 박아 놓은 ‘돌쩌귀’ 라는 것이 있는데 ‘돌쩌귀’ 의 ‘돌’ 은 ‘돌리다’ 의 ‘돌’ 이 아니라, ‘문’ 이란 가야어의 ‘돌’ 의 흔적이며, 또 문을 뜻하는 일본어 ‘도’ 와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됩니다.

조선 시대에는 문을 ‘오래’ 라 했습니다. 물론 ‘지겟문’ 은 ‘잎’ 이라 했구요. ‘돌’ 과 ‘오래’ 는 형태가 다른데, 이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어휘의 변화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라져 간 옛 말을 부여잡고 애태우는 것은 부질없는 일인 줄 알지만, 오늘도 한자어에 밀려나는 우리말들에 자꾸만 미련이 생기는 것은 왜일까요. 정신병인가?

 

 

어원 설명은 늘 그 확실성에 어느 정도 의문이 남기 마련입니다만, 이제 좀 이해가 갑니다. 역시 알고 나면 참 속이 편합니다.

 

[관련 관용 표현]

- 거적문에 (국화) 돌쩌귀 = 돼지우리에 주석 자물쇠[천반자].

 

- 돌쩌귀에 녹이 슬지 않는다 : ① 문을 계속 열고 닫아 녹이 슬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 쉬지 아니하고 부지런히 하여야 실수나 탈이 안 생긴다는 말. ② 물건이나 재능 따위를 쓰지 아니하고 놓아두면 못 쓰게 되므로 항상 잘 활용하라는 말.

 

 

- 돌쩌귀에 불이 난다 : ① 문을 자주 여닫음을 이르는 말. ② 문을 자주 여닫는다는 뜻으로, 사람이 많이 드나듦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참고] ‘문(門)’ 의 고유어 ‘지게’

문(門)을 뜻하는 고유어로는 ‘지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게문(-門)’은 “옛날식 가옥에서, 마루와 방 사이의 문이나 부엌의 바깥문(흔히 돌쩌귀를 달아 여닫는 문으로 안팎을 두꺼운 종이로 싸서 바른다.)”을 말합니다. 이 때 ‘지게’는 ‘문’이라는 뜻입니다.

또 ‘무지개’는 어떻게 해서 생기게 된 단어이며, 또 무슨 뜻일까요? ‘무지개’는 원래 ‘물지게’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지읒’ 앞에서 ‘리을’이 탈락하므로 ‘무지게’로 된 단어입니다. 원래는 ‘무지게’가 아니고 ‘므지게’였지요.

왜 ‘무지개’가 아니고 ‘무지게’이냐고요? 비어두음절에서 ‘에’와 ‘애’가 중화(中和)가 되어 현대어에는 ‘개’가 된 것입니다.

결국 ‘물지게’는 ‘물+지게’로 구성된 것입니다. 당연히 ‘물’은 ‘물 수’의 ‘물’입니다. 비가 온 뒤에 ‘무지개’가 생기지 않습니까? 그리고 ‘지게’는 물건을 나르는 ‘지게’가 아니고, ‘문’이라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지금도 한집안의 주인을 ‘호주’라고 하는데, 그때의 ‘호’를 ‘집 호’라고도 하지만, 옛말에서는 ‘지게 호’였지요. ‘문짝’이라는 의미입니다. 지금은 문짝이 직사각형으로 되어 있지만, 옛날의 ‘지게’는 그 윗부분이 무지개의 윗부분처럼 되어 있었지요. 곡선으로 되어 있었지요. 그래서 ‘물’로 된 ‘문’이라는 뜻을 가진 것이 ‘무지개’입니다.

결국 ‘무지개’란 ‘물문(?)’이라는 뜻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