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주현, SG워너비, <한 여름날의 꿈>
나의 꿈이 하나 있다면, 한 여름날 하얀 눈을 보는 일.
겨울이 오기 전에 가을이 가기 전에 난 널 떠나야 하니까.
매일 내 곁을 지켜주는,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저 멀리 떠나도 저 하늘에 있어도 나를 잊지 말아줘.
널 사랑하니까, 행복해야하니까, 좋은 사람만나 날 잊고 살아가.
니 곁에 내가 있어주지 못해서 , 그게 제일 미안해.
하늘에서도 눈이 내려와 , 우리의 사랑이 너무 나 예뻐서
하늘이 주는 선물인가 봐, 너와 나를 위해,
너의 꿈이 하나 있다면, 한 여름날 하얀 눈을 보는 일.
겨울이 오기전에 가을이가기전에 날 떠나야만 하니까.
너의 네 번째 손가락에 , 작은 반지를 하나 끼워주고
저 멀리 떠나도 저 하늘에 있어도 나의 신부가 돼줘.
널 사랑하니까, 너는 내 여자니까 영원히 너만을 지켜주고 싶어.
너 대신 내가 아파주지 못해서, 그게 제일 미안해.
하늘에서도 눈이 내려와 , 우리의 사랑이 너무나 예뻐서
하늘이 주는 선물인가 봐, 너와 나를 위해
나울지 않을게, 너를 위해 웃을게,
니가 하는 말이면 다들어 줄께,
다시태어나 누굴 사랑한데도
나는 너였으면 해.
하늘에서도 날 잊지는 마, 너 없이 나 어떻게 살아가라고
내가없어도 행복해야 해 날 만날 때까지,
“서러움 아닌 사랑이 어디 있는가. 너무 빠르거나 늦은 그대여. 나보다 먼저 그대보다 먼저 우리 사랑은 서러움이다.”(이성복, <숨길 수 없는 노래2>) 이 가슴 아픈 명제에 공감하는 이가 많을 듯하다. 가슴 깊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과 가슴 깊이 서러워하고 슬퍼하는 일이 어찌 다르랴. 사랑이 진정한 합일(合一)을 지향하는 것이라면, 합일이 조각나 버린 다음에 오는 부재(不在)는 한량없는 슬픔을 가져다준다. 도저히 인간의 지혜와 깜냥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슬픔을 가져다준다.
눈을 뻔히 뜨고서 가까이 와 있는 부재를 경험해야 하는 시한부의 삶이라는 것은 멜로드라마의 가장 진부한 소재이다. 하지만, 그 진부한 소재가 자신의 삶 한 가운데에 떡 한 자리를 잡아버리게 되면, 그 진부한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버리게 되면, 그저 운명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 없다. 하필(何必)이면, 왜 하필이면 내게 이 가혹한 운명의 사슬이 씌어져야 하는가 하고 슬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슬픈 영혼은 누구에게 위로받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 아름답기만 한 이 슬픈 사랑의 드라마는 어떻게 끝을 맺어야만 하는가?
<한 여름날의 꿈>(옥주현, SG워너비)은 그 서러운 운명을 온몸으로 겪어야만 하는 슬픈 연인의 내적 대화를 노래하고 있다. 옥주현이 노래하고 있는 전반부는 임을 두고 이 세상을 떠나야만 하는 여인의 목소리를, SG워너비가 노래하고 있는 후반부는 임을 저 세상으로 보내야만 하는 남성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여인은 겨울이 오기 전에 가을이 가기 전에 임의 곁을 떠나야만 한다.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기보다 임의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한다. 그리고 좋은 사람만나 자신을 잊고 살아가라고 당부한다. 임을 진정으로 사랑하니까, 이승을 떠나야하는 마지막 순간임에도 임의 행복을 빌고 있는 것이다. 서럽다. 생각하면 할수록 이제껏 함께 해온 사랑이 너무 예뻐서.
임을 보내는 남성도 서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손가락에 작은 반지를 끼워주고, 하늘나라에 가더라도 자신의 신부가 되어 줄 것을 염원한다. 임을 사랑하니까, 임은 영원히 자신의 여자이니까, 자신의 여자를 꼭 지켜주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대신 아파 줄 수 없는 것처럼. 미안한 마음 하늘만큼 땅만큼 크지만, 도대체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 임이 원하는 것이라면 다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임을 위해 울지 못하고 웃어주는 일밖에는.
이 서러운 연인은 한 여름날 꿈을 꾼다. 한 여름에 하얀 눈이 내리는 꿈. 물론 한 여름에 눈이 내릴 수는 없는 일. 하지만 둘은 꿈꾼다. 한 여름에 눈이 내리고, 그것은 두 연인의 예쁜 사랑을 축복하는 하늘의 선물이라고 여긴다. 이쯤 되면, 여름날 내리는 눈의 의미를 설명해야 한다. 얼른 떠오르는 것은 “가을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하얀 겨울에 떠나요”(최백호,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이다. 그 정도의 의미일까? 가을의 이별은 너무 서럽다는 정도일까? 아무래도 아닐 성 싶다. 서럽도록 아름다운 사랑, 서럽도록 아름다운 슬픔을 형용하는 소재로 눈이 가장 적절하지 않은가? 그 정도 이상은 설명이 어렵다. 물론 이 때 눈은 슬픔과 눈물의 응결체이다.
그렇게 본다고 해도, 왜 하필이면 한 여름날의 눈일까? 금세 다 녹아버릴 텐데. 어쩌면 서러움을 아름답게 승화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깃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이승에서 저승까지 이어지는 이 서럽도록 아름다운 사랑 앞에,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어쩌랴. 서러움 아닌 사랑이 없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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