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의 분류-자동사, 타동사, 사동사, 주동사
움직임이 주어에만 미치는 동사를 자동사라 하고, 움직임이 주어 이외에 목적어에도 미치는 동사를 타동사라고 합니다.
그런데 타동사 중에는 원래 타동사였던 것과 자동사가 타동사로 변한 것이 있습니다.
① 먹다 : 밥을 먹다/술을 먹다/약을 먹다
② 피우다 : 꽃을 피우다
①은 원래 타동사이고, ②의 경우 ①에 사동 접미사가 붙었는데, 원래는 자동사입니다. ②와 같은 경우를 사동의 뜻이 있어 사동사라고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①은 주동사가 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동의 상대 개념은 주동이기 때문입니다.
즉, 문장의 주체가 스스로 행하는 동작을 나타내는 동사를 주동사라고 하고, 문장의 주체가 자기 스스로 행하지 않고 남에게 그 행동이나 동작을 하게 함을 나타내는 동사를 사동사라고 합니다. 대개 사동사는 대응하는 주동문의 동사에 사동 접미사 ‘-이-, -히-, -리-, -기-’ 따위가 결합되어 나타납니다. 물론 특수한 의미를 가지게 되어 대응하는 주동사를 설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③ 죽다 : 사람이 죽다/화초가 죽었다./집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병으로 죽었다.
④ 죽이다 : 죄 없는 백성을 죽이다/그는 사람을 죽이고 감옥에 들어갔다.
③은 자동사입니다. ④는 ③의 사동사로서 타동사입니다. 자동사가 타동사로 바뀐 것입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자동사는 타동사와 짝을 이루는 개념이고, 주동사는 사동사와 짝을 이루는 개념이라는 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능동사의 상대 개념은 피동사입니다.
자, 그러면 다음 설명은 어떤가요.
접사 |
어근 |
파생어 |
품사 변화 |
-이- |
먹(다) |
먹-이-(다) |
타동사→사동사 |
문법 용어의 적용이 잘못된 경우이지요. ‘먹다’가 ‘타동사’인 것은 맞습니다. ‘먹이다’가 사동사인 것도 맞습니다. 그러면 ‘먹다’에서 ‘먹이다’로 바뀐 것을 ‘타동사’가 ‘사동사’로 품사가 변화했다고 설명해야 할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동사는 타동사이기 때문입니다. ‘주동사→사동사’라고 해야 옳은 설명이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위의 표에 제시된 설명은 매우 기초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 변한 것은 품사가 변한 것이 아니라, '태'가 변한 것입니다. '태'는 품사가 아니며, 7차 교과서에서는 '문법 요소'라고, 새 교육과정에서는 '문법 범주'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 이 글만으로는 알 수 없을 텐데, '동사→동사’라고 해도 괜찮은 경우입니다.
그런데 이렇듯 어떻게 보면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오류가, 사실은 매우 엄청난 폐해를 낳는다는 사실입니다. 이 표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마치 사동사는 타동사가 아닌 것으로 알게 된다는 사실 때문에 그렇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 중에 ‘주동사:사동사’, ‘능동사:피동사’라는 아주 기초적인 개념 구도조차 분명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학교 현장에서 정확하게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위의 표를 어디서 가져 온 것이냐고요?
EBS 수능 특강 언어영역 110쪽에서 가져 왔습니다. 물론 위에 표로 제시된 내용은 올바른 내용으로 제시된 것입니다. 강사가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한번 지켜보려고 합니다. [지켜 봤습니다. 최근에 강의가 올라왔거든요. 역시나 그냥 잘못 가르치고 있습니다. 기대도 안 했지만, 역시 실망입니다. 이 문제에 바로 이어지는 문제에도 오류가 있는데 역시 강사는 눈치를 채지 못하더군요.]
제가 참 많은 오류를 지적했음에도, 아직까지 수정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제 의견을 반영하였는지, 시 연 구분 안 된 것 하나 제대로 고쳤습니다. 딱 하나. 쩝), 강의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신이 아는 것(이것에도 오류가 많지만)은 가르치고, 모르는 것은 건너뛰는 것이 다반사인 강사입니다.
제가 강의 몇 개 더 들어보니, 제가 궁금한 것만 건너뛰더군요. 제가 부족한 탓이겠지요. 뭐. 전국의 수험생은 다 아는데 말이죠. 많이 부족하지만 제가 수험서를 200권 이상 썼고, 중고교 교과서도 4종이나 저술했습니다. 집에 국어국문학, 국어교육학 중심의 장서가 1만권에 이릅니다. 공간이 좁아 해마다 처분한 것까지 포함해서 장서 구입에 20년간 2억이 넘는 자금을 썼습니다. 그래도 필요한 자료를 못 찾아서 의문이 들어 강의를 본 것인데. 나 원 참!
괜히 책 자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화가 나서 그럽니다. 저같은 사람에게도 없는 작품을 수능서에 수록했으면, 대부분의 수험생은 어떻겠습니까? 모두가 사랑하는 아들 딸들입니다. 머리 싸매고 공부합니다. 그들에게는 정말 낯선 작품이 될 것입니다. 참고 자료라도 찾을 수 있을까요? 물론 불가능하죠. 인터넷을 활용하면 된다고요. 인터넷 자료는 정확성이 의문인 경우가 태반입니다. (윽, 그런데 여기도 인터넷이네. 쩝)
예컨대 제가 요즘 여러 자료를 입수하여 안조원(안조환이라고 한 곳도 있습니다. 필사본에는 '안됴원'이라고 되어 있습니다.)의 <만언사> 전문을 분석 중인데, 인터넷에 떠다니는 자료 시쳇말로 엉망입니다. 그런 자료에 인생 걸라고요? 그렇지 않다면 알 만한 것만 가르치는 하나마나한 강의 말고, 정말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 친절히 강의를 해 주어야 합니다. 그게 강사로서의 책임이 아닐까요? 자신없는 부분은 문제 풀이에 지장 없다는 분위기 풍기면서 건너뛰기! 에고 에고. 수험생이 불쌍해!
이번에는 어떤 코미디를 보여줄까요? 아직 동영상이 올라오지 않은 부분이니 여러분도 한번 기대해 보십시오. 제 바람은 그 강사가 제발 이 글을 보고 제대로 가르쳤으면 하는 것입니다.
[참고]
<만언사>에 등장 하는 것 중 두 개만 생각해 보겠습니다.
① “어와 보리가을 되었는가 전산후산 황금빛이로다.”
<만언사>에 등장하는 구절입니다. 인터넷에 떠다니는 자료는 거의 같은 자료인데, 이 부분을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습니다. (많은 학원강사들이 자신의 블로그나 카페에 어디서 긁어서 실어놓는 경우가 많은데, 내용 검토는 철저하게 안 하는 것 같습니다.)
“아아! 보리를 거두는 가을이 되었는가. 앞산 뒷산에 황금빛이로다.”
그럴 듯해 보입니다. 그런데 저자가 있는 곳은 추자도(제주도에 속함)입니다. 보리를 가을에 추수할까요? 저는 그런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날이 맑으면 한라산이 보이는 마을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입니다. ‘가을보리’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가을에 파종하는 보리라는 뜻입니다.
해설자가 무엇을 착각했을까요? ‘가을’이 계절을 나타내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벼나 보리 따위의 농작물을 거두어들임. 또는 그런 일을 ‘가을’이라고 하는 것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가을하다’는 ‘벼나 보리 따위의 농작물을 거두어들이다.’라는 동사가 되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럴진대 인터넷을 참고하라고요. 참 무책임한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② “참선하는 노승인가 송경하는 맹인인가”
이 부분 역시 <만언사>에 등장하는 구절입니다. EBS 수능특강에서는 “참선하는 노승인가 경전 읽는 맹인인가”로 풀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않습니까? 맹인은 앞을 못 보는 사람을 가리키지 않습니까? 눈 먼 사람이 맹인입니다. 그런데 경전을 읽다니요?
애초의 원문은 ‘송경하는 맹인’입니다. ‘송경’의 표준국어대사전 풀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 송경하다(誦經--) : 점치는 맹인(盲人)이 경문을 외다.
‘읽는’ 것이 아니고 ‘외는’ 것입니다. 그 차이가 크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겠지요.
왜 이런 우(愚)를 범했을까요? 인터넷 판 해설은 대개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통경하는 맹인인가. : (* 통경(通經) : 불경, 경서에 통달함) 경서에 통달한 맹인인가
‘송(誦)’을 ‘통(通)’으로 잘못 옮겼습니다.
결국 이런저런 사정을 엄밀하게 검토하지 않은 결과 놓친 것이 많습니다.
즉, 맹인이 경문을 읽는 것이 아니라 외는 것이며, 그냥 맹인이 외는 것이 아니라 점치는 맹인이 외는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을 정확히 알아야 작품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강사가 왜 이런 내용이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기대 접었습니다.
*만언사 전문 해설은 3-4일 후에 완성하여 올리겠습니다. 전하는 말로는 2900구에 이르는 장편가사입니다. 눈이 빠질 지경입니다. 그래도 이 미친 사명감으로 오직 하나, 최대한 정확한 해설을 목표로 거의 4주 째 매진하고 있습니다. 누가 좀 말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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