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문학

秋日再經盱眙縣寄李長官(추일재경우치현기이장관) -우치현을 지나며

국어의 시작과 끝 2011. 3. 24. 21:42

 

 

秋日再經盱眙縣寄李長官(추일재경우치현기이장관)

가을날 우치현을 다시 지나며 이장관에게

 

- 최치원(崔致遠)

 

 

孤蓬再此接恩輝(고봉재차접은휘)

내 홀로 떠돌다 또 이리 신세를 지게 되고

 

 

吟對秋風恨有違(음대추풍한유위)

가을바람 읊조리며 그간의 이별을 탄식하네.

 

 

門柳已淍新歲葉(문류이주신세엽)

문 앞 버들은 올해 이파리 벌써 시들었고

 

 

旅人猶着去年衣(려인유착거년의)

나그네는 태연히 지난해 옷 걸치고 있네.

 

 

路迷霄漢愁中老(로미소한수중로)

하늘 같이 아득한 길, 시름 속에 늙어가니

 

 

家隔煙波夢裏歸(가격연파몽리귀)

자욱한 물결 너머 고향, 꿈속에서나 돌아갈까?

 

 

自笑身如春社燕(자소신여춘사연)

우습다, 이 몸은 봄날의 제비처럼

 

 

畫梁高處又來飛(화량고처우래비)

그림 들보 높은 곳에 또 다시 날아왔네.

 

 

 

 

 

 

 

김진영, 안영훈 역주 <고운 최치원 시집>을 참고하여 최대한 자연스럽게 번역해 본 것이나, 역시 미흡한 것이 많습니다. 사적으로 경희대[그 때는 서울여대에 재직 중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의 김진영 교수님은 제가 대학에 입학하고, 1학년 1학기 때 <국문학개론> 강의를 들었던 선배님이십니다. 출강하시면 꼭 허름한 가방을 들고 오셨는데, 학자가 저런 모습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선생님이셨습니다.

 

전체적으로 나그네로서의 객고(客苦)가 중심 내용으로 보입니다. 계절적 배경은 가을이고, 공간적 배경은 우치현입니다. 우치현은 중국의 지명이 아닌가 합니다. 그 곳은 ‘이장관’이라 일컫는 지인(知人)이 있는 곳이네요. 그곳에 다시 들른 나그네의 처지에서 객고와 향수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형식은 칠언율시(七言律詩)입니다. 즉, 2구 1연(聯)의 4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1연에서는 떠돌다 다시 신세를 지게 된 사연을 제시하고, 가을날의 서정에 젖어 그 동안의 이별을 슬퍼하는 내용입니다. [‘恨有違’를 저는 그렇게 이해했습니다.]

 

제2연에서는 그 서글픔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문 앞에 버드나무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파리가 다 시들었네요. 그것이 마치 예전의 허름한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신의 처지가 여전히 떠돌이 신세라는 점을 한탄하는 것이겠지요.

 

제3연에서는 자신이 타향에서 늙어가고 있음을 탄식하면서, 고국의 고향(고국인지는 불분명함)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객고와 더불어 향수가 사무치는 것을 노래한 것이겠습니다.

 

제4연에서는 자신의 처지를 제비와 비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춘사’란 음력 2월에 신에게 제사지내는 날을 말합니다. 이 날 제비가 돌아온다고들 하곤 하죠. 바로 그 제비와 자신의 처지가 비슷하다는 말이겠지요. 다른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고향에 돌아가거나 어디 안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자신의 처지가 그렇다는 말이겠습니다. 아니면, 우치현에 다시 오게 된 자신의 처지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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