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국어어휘력

속담의 의미와 기능

국어의 시작과 끝 2011. 3. 15. 22:31

俗談의 意味機能

俗談은 言衆의 詩다.

俗談에 관해서는 종래 여러 학자들에 의하여 조사 연구된 바 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자료의 수집정리나 書誌學的 해석을 하는데 지나지 못하였고 더러는 형식면에서 언급한 분도 있으나 문자 그대로 형식에만 그쳤을 뿐 意味機能을 결정지우는 요소로서 俗談의 구조를 분석해서 그것이 가진 독특한 言語的 機能을 구명해 본 분은 없었던 것 같다.

俗談의 限界

俗談은 格言, 金言 등과 함께 aphorism의 일환으로 그 한계가 애매하다. 다른 나라의 格言이 우리에게는 이미 익숙해진 속담으로 전해 오기도 하고, 또 우리가 말하는 金言이라는 것이 다른 나라의 俗談辭典에 올라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속담의 한계를 결정지우기 위해서는 먼저 그 정의부터 내려져야 하겠으나, 이것 역시 Aristoteles이래 미결의 과제로 남겨진 채 속담은 여전히 言衆의 편이 되어 쓰이고 있는 것이다.

제임스 호우웰은 속담의 三要素라 하여 shortness, sense, salt의 세 가지를 들고 있으나 형식이 간결해야 한다든지 내용이 知的이고 快美感을 동반해야 한다는 것은 속담의 성격에 대한 一面的인 언급일 뿐 막연하기 짝이 없다. 적어도 하나의 陳述이 속담이 되려면,

첫째, 俗談的인 構造를 갖추고,

둘째, 機能的인 意味 傳達을 하며,

셋째, 實用性과 大衆性을 지녀야 한다.

실제 언어활동에 있어서 말의 의미는 文脈이 결정하는 것으로 모든 말은 실제의 담화에서는 具體的인 문맥을 가지고 전체의 구조에 가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속담의 구조는 일반적인 언어와는 구별되는 문맥적 가치를 가지고 쓰이는데, 이 구별되는 文脈的 價値가 속담의 기능적인 의미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俗談은 그 기능면으로 보아 크게 俗談과 傳言의 두 가지로 갈라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진정한 의미의 속담이란 의미기능으로 보아 단순한 서술적인 개념의 전달을 하는 것이 아니고, 俗談的인 構造에 의하여 機能的인」「」 의미전달을 하는 것을 말한다. 詩가 그렇듯이 속담의 의미는 전혀 말과 말의 결합관계, 즉 구조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詩의 의미가 散文的인 개념의 총합이 아니듯이 속담의 의미도 개념의 문법적인 총합이 아닌 것에 그 특징이 있다.

속담의 의미는 象徵的, 直感的인 방법에 의하여 표시되는데, 詩와 詩 아닌 것의 한계가 분명하듯, 속담인 것과 아닌 것의 한계도 그 구조에 의하여 분명해진다.

俗談이란 言衆이 낳은 생활의 시라는 말 속에 속담이 갖추어야 할 모든 조건이 다 제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快美感이라든지 緊密한 構造, 기능적인 의미전달이 대중 사이에서 행해지는데 속담의 구속적인 성격이 집약되는 것이다.

속담은 押象觀念을 구체적인 사실로, 고도의 논리를 평이한 直觀으로, 凡常한 설명을 突發的인 상징으로 들어 냄으로써 快感을 얻고 절실한 표현 효과를 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말을 조심하라」는 설명은 발 없는 말이 千里를 가는 驚異 속에 함축되고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속에 실감되는 것이다.

만약 위의 두 표현이 천리를 가는 말(馬)의 이야기나 말(言)을 듣는 새나 쥐의 이야기에 그쳤다면 그것은 단순한 서술일 뿐 속담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와 같이 機能的인 意味傳達이란 서술적인 개념의 전달이 아닌 것을 말한다. 그런 뜻에서 보면,

「산 입에 거미줄 칠가?」는 속담이지만

「사람은 먹고 살게 마련이다.」는 단순한 개념의 서술로서 기능적인 의미전달을 하지 못한 것으로 속담의 요건을 결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속담의 요건인 기능적인 의미전달을 하지 못하면서 독립된 成句를 이루고 언중 사이에 관용되어 온 말들을 「傳來言」혹은「俗諺」이라 하는 것이다.

속담의 용법은 대개 그 속에 동원된 재료를 설명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실은 직접 관계되는 제 3의 言語的 環境을 유발하는 한 刺戟劑의 역할을 하는데 俗諺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비해서 俗諺이란 재료 그 자체의 설명에 그칠 뿐 그 이상의 발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예를 보이면 속담은,

「속담에 ○○라 하더니 네가 바로 ××로구나.

「속담에 ○○라더니 ××을 ××하라.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前句(속담)은 後句(진술)의 진술을 더욱 효과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에 반해서 俗諺은 그 자체 속에 진술 목적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그 이상의 언어의 진행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언어적인 자극제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俗諺의 예를 들면,

○ 어려서 고생하면 富貴多男하느니라.

○ 가을 밭은 안 갈아 엎는다.

○ 家事에는 규모가 제일이다.

○ 사람은 雜技를 해보아야 마음을 안다.

○ 가을 닭띠는 잘 산다.

○ 밤에 손톱 발톱 깎으면 도둑이 온다.

○ 불장난하면 밤에 오줌 싼다.

○ 쌀 먹으면 에미 죽는다.

○ 사람처럼 간사한 것이 없다.

○ 백말띠는 팔자가 세다.

○ 봄 닭띠는 자손이 흉황하다. 등

이상 보는 바와 같이 俗諺은 문자 그대로 하나의 민속적인 口傳이다. 인생을 格率하기 보다 단순한 미신이나 습관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이 밖에도 종래의 俗談辭典에는 속담 이전의 상태에 있는 단순한 比喩나 敍述가지도 모두 속담이라는 이름으로 모으고 있으나 이미 속담적인 기능을 상실한 dead metaphor나 實用 成句는 속담에서 제외되어야 할 것이다.

(단순한 비유의 예)

○ 대추씨 같다. ○ 북어껍질 오그라지 듯 ○ 뒤웅박 신은 것 같다.○ 절구 千重 만하다. ○ 악마구리 끓 듯 ○ 물퍼붓듯 한다.

○ 부엌 방석 같다.

○ 우렁이 속 같다. ○ 옴파리 같다. ○ 다락 같다. ○ 청산유수 같다. ○ 검은 머리 파뿌리 되듯. ○ 一村 간장이 봄눈 슬 듯한다. 등

(단순한 서술의 예)

○ 아주 멀쩡하다. ○ 안고 진다. ○ 부아가 난다. ○ 부자도 한이 있다.

○ 체면에 몰렸다. ○ 십상이다. ○ 倫?없다. ○ 덜미집다.

○ 다리 뻗고 잔다. ○ 놓아 먹다. ○ 내친 걸음 ○ 등을 대다.

○ 등이 단다. ○ 발장구 친다. ○ 땅 파 먹는다. ○ 선불 맞는다.

○ 밑도 끝도 없다. ○ 미궁에 들었다.

이상의 말들은 한 개의 단순한 서술일 뿐 속담적인 자극제의 역할을 할 수 없으므로 이미 속담의 域에 들 수는 없는 것이다.

俗談의 意味機能

(1) 象徵的 機能과 敍述的 機能

주지하는 바와 같이 언어의 기능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說은 구구하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견해라고 볼 수 있는 Ogden과 Richards는 그들의 저서 The Meaning에서 언어의 기능을 二大瞥하여

① 指示的 機能[referential (symbolic) function]

② 情緖的 機能[emotional function]

으로 나누고, 이 두 가지 기능은 실제 言語場에서 서로 同時的으로 작용하므로 식별이 곤난하지만 象徵的(지시적) 기능으로서의 象徵場과 情緖的 기능으로서의 일반 언어장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실제적인 언어활동에서 상징성이 위주냐 정서성이 위주냐를 식별하는 것도 어려운 일일 뿐 아니라, 과학적으로 眞僞의 증명이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를 따져서 전자를 象徵的, 후자를 情緖的 기능이라고 구분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상징적인 표현 가운데도 얼마든지 과학적인 論證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위의 분류는 일반적인 서술(혹은 표현)에 있어서 정서적인 요소가 얼마만큼 동반되고 있느냐에 따라 나눈 것으로 독특한 구조와 언어적 기능을 가진 속담의 언어기능을 분류하기에는 적당하지 못하다.

속담의 언어기능은 그 속에 동원된 言語材料와 主題意味와의 관계에 따라 象徵的 機能(symbolic function)과 敍述的 機能(descriptive function)으로 구분해서 생각할 수 있다. 즉 主題意味가 동원된 언어재료의 표면에 전혀 나타나지 않고 상징적으로 전달되는 경우와 主題意味가 言語材料 속에 그대로 들어 있어서 그 언어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누구나 쉽게 그 뜻을 알 수 있게 설명적으로 전달되는 경우이다.

1) 象徵的 機能(symbolic function)

의미론에서 말하는 symbol과 referent의 관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속담구조 전체가 하나의 記號(symbol)가 되어 속담에 동원된 言語材料와는 직접적인 관계 없는 다른 사실을 지시하는 경우이다. 이 때 속담의 主題意味는 그 속담을 이루고 있는 개개의 낱말 속에서는 발견되지 않으며, 그것들이 모여서 한 새로운 構造(속담)를 이룰 때 비로소 상징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개념에 의한 재료의 산문적인 해석으로서는 主題意味를 추출할 수 없는 것이다. 材料와 主題意味는 서로 상징적인 관계에 있는데, 예를 들면, 속담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주제의미 「協同」과는 상징적인 관계에 있으며, 이 속담은 상징적인 기능에 의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 수박 겉 핥기. 등

2)敍述的 機能(descriptive function)

속담에 쓰인 언어의 기능이 전혀 서술적인 진술에만 의존하는 것은 속담일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하나의 서술이 속담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俗談的인 構造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즉 하나의 서술에 다른 하나의 서술이 機能的인 구조로 결합한 경우이다. 이때 主題意味는 문맥 속에 그대로 서술되고 있으나, 그것은 단순한 서술의 형식이 아니고 문장의 전후 구조에 의하여 機能化된 서술이다.

예를 들면, 「사람은 지내 보아야 한다.」는 단순한 서술의 형식이지만 그러나, 이것이 「물은 건너 보아야 안다.」는 다른 하나의 서술과 결합해서

「물은 건너 보아야 알고, 사람은 지내 보아야 안다.」로 되면 그 구조는 극히 기능화되고 전체는 하나의 속담이 되는 것이다.

이때 主題依微는 후반부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으며, 전반부는 후반부를 위한 보조적인 재료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前句는 그 속담의 주제의미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나 全體構造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위치에 있음은 물론이다. 主題意味는 재료의 논리적인 해석으로 능히 추출할 수 있으며, 이때 이 속담은 서술적인 기능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 내 말은 남이 하고 남 말은 내가 한다.

○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려라.

○ 악으로 모은 살림 악으로 망한다.

○ 미련은 먼저 나고 슬기는 나중 난다.

(2) 俗談의 陳述機能

속담은 낱말이 모여서 하나의 구조를 이루어 쓰이는데, 그 구조에 따라서 새로운 陳述機能을 가지게 된다. 그 陳述機能은 문법적인 서술기능과는 구별되는데, 예를 들면 「꿀먹은 벙어리」라 할 때, 그 문법적인 敍述機能은 명사의 형태로 나타나 있으나, 속담적인 陳述機能은 「말이 없다」는 형용사의 기능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敍述語의 종류에 따라 속담의 진술기능이 轉用된 경우를 보이면 다음과 같다.

① 명사가 동사 기능을 당하는 경우

○ 강원도 參事다→좌천되다.

○ 갓바치 내일 모래→자꾸 미루다.

○ 先손질 後방망이→보복을 당하다.

○ 가는 방망이 오는 홍두깨→보복을 당하다.

○ 염주도 몫몫 쇠뿔도 각각→몫이 따로 있다.(혹은 다르다)

○ 모둔 五月→오월을 더디간다.(혹은 지루하다)

○ 같은 값에 과붓집 머슴살이→이득을 찾는다.

○ 감투가 커도 귀가 짐작이라.알 수 있다.

○ 갓 마흔에 첫 보살(버선)→기다리던 일을 당하다.

○ 가을 식은 밥이 봄 양식이라.→절약하라.

○ 양반은 가는 데마다 이다.→대접받는다.

○ 옹이에 마디다.→困難이 생기다.

○ 만경타령→등한히 하다. 무관심하다.

○ 한 남편의 妻妾이 몇이라도 한 넝쿨의 生物이다.→비슷해진다(닮는다).

② 명사가 형용사 기능을 당하는 경우

○ 강원도 안가도 三陟차다(冷)

○ 설 쇤 무우형세없다

○ 저승길이 九萬里→멀다

○ 하룻강아지→어리석다

○ 뿔 뺀 쇠相→모양없다

○ 갑짝 사랑 영 이별→헤어지기 쉽다

○ 갖은 황아다고르다(많다)

○ 개에게 호패→격에 맞지 않다

○ 개고기는 언제나 제맛→바뀌기 어렵다.

○ 개핥은 죽사발멀큼하다

○ 아삼육→꼭맞다

○ 倉氏庫氏라→변하지 않음

○ 아래 큰 년의 살림두서 없다(어지럽다)

○ 상투 服色→겉만 좋고 속이 누추하다.

③ 동사가 형용사 기능을 당하는 경우

○ 갓쓰고 자전거 탄다.→우습다

○ 같이 우물파고 혼자 먹는다.욕심 많다

○ 가을 상치 문걸어 잠그고 먹는다.→맛이 좋다

○ 성나 바위 찬다.어리석다

○ 하룻저녁에 단속곳 셋 하는 여편네 속곳 벗고 산다.→고생하는 수가 많다. 고달프다

④ 형용사가 동사 기능을 당하는 경우

○ 말이 많으면 장맛이 쓰다.→살림이 잘 안 된다.

○ 한강물 다 먹어야 짭나.→조금으로 짐작한다.

○ 애들 보는데 찬물 먹기도 어렵다.→言行을 조심하라.

○ 꿀보다 약과가 달다.→사리에 어긋나다.

○ 똥은 말라도 구리다.→제 버릇을 낸다.

○ 똥을 주물렀나 손속도 좋다.→하는 일마다 덕을 본다.

○ 뚝비 맞은 개새끼 같다.→흠씬 젖다.

○ 개가 약과 먹은 것 같다.→바삐 먹어 치운다.

이상 陳述機能이 轉用된 경우를 간단히 살펴 보았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할 것은 陳述機能이 전용하는 것은 그 속담이 실제 쓰이는 어떤 언어장면에서 가능한 기능을 두고 하는 말이지 문법적인 品詞轉成이 일어난다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意味機能上의 문제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상의 다른 기능을 가질 수도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서술어 동사, 형용사, 명사가 서로 그 상황에 따라 機能轉用을 하고 있으나 동사나 형용사가 명사 기능으로 전용되는 경우가 없다는 사실이다. 속담이 어떤 명칭을 지적하고 있는 경우라도 그 명사의 어떤 특징이나 상태를 가리키는데 역점이 있지, 명칭 그 자체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俗談이란 하나의 感歎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