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 해야겠다. ‘나는 가수다’의 옥주현 이야기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나는 가수다’의 옥주현 출연에 대한 김어준 씨의 논평에 대한 이야기이다. 먼저 동아일보 인터넷 판을 통해 접하게 된 김 씨의 논평은 다음과 같다. 앞으로의 논의는 다음 기사 내용이 김 씨의 견해를 정확하게 기사화했다는 전제를 두고 진행된다.
“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이 애초 옥주현이 '나가수'에 합류한건 제작진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어준은 7월 27일 방송된 MBC FM4U 라디오 '두시의 데이트 윤도현입니다-연애와 국제정치'에 출연해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내비쳤다.
이날 방송에서 가장 화두는 지난 24일 탈락된 옥주현이었다. 옥주현은 5월 29일 '나가수'에 첫 합류한 뒤 수많은 루머와 악플에 시달리다 지난 20일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에 김어준은 "옥주현이 '나가수'에 출연하면서부터 많은 공격을 받았었다. 하지만 옥주현이 '나가수'에 출연한건 옥주현 잘못이 아니라 제작진 잘못이다"며 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집었다.
이어 "나는 옥주현이 '나가수'에 너무 일찍 나왔다고 생각한다. 제작진은 옥주현이 아이돌 출신이라서 실력이 있음에도 폄하되는건 옳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 아이돌에게 그런 편견이 있는 건 사실이다. 아이돌들은 그런 편견 때문에 불이익을 당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김어준은 "아이돌은 그 이상의 보상도 받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아이돌이 편견때문에 당하는 불이익 보다 더 큰 보상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을 제작진이 간과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아이돌 출신인 옥주현의 불이익만 너무 내세워 안티를 더욱 자극했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 김어준은 '나가수' 무대에 대한 의미를 바로 잡았다. "TV를 점령한 아이돌때문에 무대에 설 자리가 없는 가수들을 위해 '나가수'를 만든게 아니냐. 그런데 아이돌 출신 가수를 무대를 뺏긴 가수들과 함께 세웠다"고 말해 아이러니한 상황을 꼬집었다. 이어 "시기도 너무 빨랐다. 그러다보니 안티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어준은 '나가수' 제작 의도가 흔들리면서 옥주현이 피해를 보게된 것 아니냐는 뜻을 보였다. 끝으로 그는 "나는 옥주현을 좋아하지도 안좋아하지도 않는다"는 말을 덧붙여 객관성을 띤 의견임을 주장했다.
(1) “옥주현이 '나가수'에 출연한건 옥주현 잘못이 아니라 제작진 잘못이다.”에 대하여
- 아무리 잘 봐 주려고 해도 이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너무나 쉬운 추측이지만, 제작진이 출연 제의를 했을 것이고, 옥주현이 수락했을 것이다. 제작진의 출연 제의가 잘못된 것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그것을 수락한 옥주현도 잘못인 것이다. 제작진의 출연 제의가 잘못된 것인데, 어떻게 옥주현의 출연 수락이 잘못이 아닐 수 있겠는가? 옥주현이 그 정도의 사리 판단도 못하는 바보가 아니라면 말이다. 옥주현은 제작진의 꼬드김에 순진하게 넘어간 것이 아니다. 옥주현은 제작진의 제의를 의미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고, 그래서 출연한 것이다. 세상도 살 만큼 살아 사리 판단도 가능하고, 나가수라는 무대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며, 반응도 어느 정도 예상했기 때문에 심사숙고를 했었을 것임은 두 말할 것도 없다. 김어준 씨의 견해가 말장난에 불과한 이유이다.
(2) “제작진은 옥주현이 아이돌 출신이라서 실력이 있음에도 폄하되는건 옳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에 대하여
- 과연 그럴까? 만약 이것이 제작진이 고려한 주된 이유일까? 만약 그렇다면 나는 제작진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 관점은 전제가 소위 안티 옥주현의 견해와 일치한다는 문제가 있다. 즉 옥주현을 다분히 폄하의 의미가 뚜렷한 ‘아이돌 출신 가수’라는 틀 안에 가둬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어준 씨 역시 이어지는 입장 표명에서 한결같이 ‘옥주현=아이돌 출신 가수’라는 공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제작진이 이런 관점에서 옥주현을 출연시킨 것이라면, 제작진의 의도는 아이돌 출신 가수 편견 없애기 프로젝트의 일환이 된다. 그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으니, 뭐 잘못이니 아니니 할 것도 없다. 하지만 한 가수를 특정한 틀 안에 가둬버리는 것은 아무래도 잘못이다. 그것은 옥주현의 음악 세계를 너무 좁게 틀지워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제작진의 의도가 좀 더 순수하다고 믿는다. 연령을 안배한 정도가 아닐까? 이것만이 출연 제의의 이유일 리가 없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연령이라고 본다. 평가단에 10, 20대도 많다는 점을 감안해서 말이다.
(3) “옥주현의 불이익만 너무 내세워 안티를 더욱 자극했다.”에 대하여
- 김 씨가 이런 주장을 하는 전제는 “아이돌은 그 이상의 보상도 받았다”이다. 나는 이런 해괴한 논리는 처음 본다. 옥주현이 노래를 불러 어느 정도 인기를 누린 것을 보상이란다. 맞다. 보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조관우가 누린 인기는 보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김 씨는 조관우 씨의 엄청난 음반 판매량을 아는가? 모르는가? 조관우 씨가 누린 것은 인기이고, 옥주현 씨가 누린 것은 보상인가? 대중의 인기를 누린 것이 나가수 출연의 장애물인가? 해괴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런 논리라면 엄청난 인기를 누린 김건모 같은 가수는 나가수에 아예 얼굴을 내밀 수도 없어야 한다. 백지영은 또 어떻고, 이소라는 또 어떻고, 윤도현은 또 어떻고. 이들 모두가 인기라는 보상을 누릴 만큼 누린 가수가 아니고 뭐라는 말인가?
다음 나가수 제작진이 옥주현의 불이익을 너무 내세웠다고. 이것은 또 무슨 망발인가? 도대체 근거가 무엇인가? 눈을 씻고 다시 봐도 제작진이 옥주현의 불이익만 너무 내세웠다는 근거가 될 만한 장면이 하나도 없다. 그것은 김 씨의 억측일 뿐이다.
(4) “TV를 점령한 아이돌때문에 무대에 설 자리가 없는 가수들을 위해 '나가수'를 만든게 아니냐”에 대하여
- 웃음밖에 안 나온다. “아이돌때문에 무대에 설 자리가 없는 가수들”이라고. 우리 가요사를 조금이라도 아는가? 젊은 세대의 가수가 등장하면 좀 나이든 세대의 가수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어디 어제 오늘의 일인가? 김건모의 등장이 그렇고, 백지영의 등장이 그렇고, 이소라의 등장이 그렇고, 윤도현의 등장이 그런 것이 아닌가? 요즘 가요 프로그램이 10년 전처럼 아니 20년 전처럼 젊은 세대 중심으로 꾸며지고 있다는 지적은 옳지만, 아이돌 가수가 기존 가수들을 밀어냈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 사실이 그러지 않아서 옳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전에도 그랬다는 말이다. 조용필도 기존 가수들을 밀어내고 텔레비전을 장악했고, 서태지도 그랬고, 이선희도 그랬고, 심지어 남진 나훈아도 이미자도 그랬다. 아니라면 근거를 대 보라. 정확하게 말하면 기존 세대의 가수를 밀어내고 새롭게 등장했던 가수들을 비판할 근거를 대보라는 말이다.
(5) “나가수' 제작 의도가 흔들리면서 옥주현이 피해를 보게된 것 아니냐”에 대하여
- 어이가 없다. 김어준의 텅텅 빈 대갈통이 다 보인다. 나가수 출연으로 옥주현이 피해를 봤다. 도대체 이것은 또 무슨 말인가? 당사자가 피해를 봤다는 말에 동의할까? 김 씨가 언급한 ‘수많은 루머와 악플’이 피해인가? 그렇다면 더욱 말이 안 된다. 물론 루머와 악플이 있었음을 안다. 그것으로 옥주현 씨가 적잖은 상처를 입은 것도 안다. 그것이 옥주현의 나가수 출연에 따른 피해인가? 나는 그 루머와 악플에 동의하지 않지만, 설혹 그것이 진정성을 가진 루머와 악플이라고 해도 그것은 나가수 이전의 옥주현에 대한 것이다. 출연하지 않았다고 그 루머와 악플이 없어지나?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옥주현은 이번 기회를 통해 어느 정도 오해를 털고 갈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해야 옳지 않을까?
(5) 나는 옥주현을 좋아한다.
나는 핑클의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 핑클의 음악을 낮게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내 취향이 아니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을 뿐이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난 김건모, 조관우, 임재범, 김범수 취향이다. 그런데 그 이후 옥주현의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다. sg워너비와 같이 부른 ‘한 여름날의 꿈’ 때문이다. 이런 좋은 가수가 텔레비전에 등장하지 않는 것이 늘 아쉬웠다. 그러던 차에 나가수에 나온다는 소식에 환호했다. 그리고 정말 그녀의 노래를 관심을 가지고 들었다. 대체로 맘에 들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긴 하다. 나는 옥주현 씨가 앞으로 가수 활동을 좀 더 적극적으로 했으면 싶다. 뮤지컬 쪽 보다는 솔로로 활동해 주었으면 좋겠다. 편곡이 뮤지컬 쪽으로 약간 쏠리는 느낌이 조금 아쉬웠다. 옥 씨의 본업은 대중가요가 아닌가? 좀 적극적으로 좀 폭넓게 가요 세계를 넓혀 갔으면 좋겠다. 내가 이런 기대를 갖게 된 것도 물론 그녀가 나가수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옥 씨가 나가수에 출현한 것이 절대 잘못이 아닌 이유라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이번 나가수 출연이 옥 씨의 제2 전성기의 토대가 되길 바란다. 난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녀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풍부한 성량은 우리 가요계의 큰 자산이다. 벌써 옛날 가수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자산이다. 힘 내라! 옥주현. 김어준 따위는 무시해 버리는 정도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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