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과표준어

헷갈리는 띄어쓰기, 이것만 알면 쉽다

국어의 시작과 끝 2011. 4. 17. 23:26

 

 

1. 띄어쓰기 원칙

 

 

띄어쓰기 원칙은 《한글 맞춤법》에 명시되어 있다.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가 그것이다. 이 원칙은 대단히 명쾌해서 ‘단어’가 무엇인지 알기만 하면 띄어쓰기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띄어쓰기 문제는 명쾌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기준으로 제시한 '단어'의 성격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조사는 단어로 다루어진다. 그렇지만 조사를 띄어 쓰는 일은 없다. 《한글 맞춤법》 제41 항에서 ‘조사는 앞말에 붙여 쓴다’는 별도의 조항을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조사가 단어인데도 붙여 쓰는 것을 보면 단어의 개념이 그리 분명하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단어’를 기준으로 설명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고 하기 어렵다.

 

 

2. 자립성과 의존성

 

 

‘하늘, 자동차, 바다, 구름’과 ‘를, -는구나, -겠-, -습니다’의 차이는 무엇일까? 앞의 것은 명사이고 뒤의 것은 명사가 아니라고 대답하는 사람들도 있고 뜻이 있는 말과 없는 말의 차이가 아니냐고 대답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늘’과 ‘를’의 근본적인 차이는 단독으로 소리를 내서 쓸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1)

ㄱ. 무얼 보니? 하늘

ㄴ. 어딜 가니? 바다

 

 

(1)에서처럼 ‘하늘, 바다’ 등은 단독으로 소리를 내서 쓸 수 있다. 그렇지만 ‘를, -는구나, -겠-’ 등은 단독으로 소리를 내서 쓰는 일이 없다. [를], [는구나]라고 일부러 읽지 않는 한 이들을 단독으로 소리 내서 쓰는 경우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단독으로 소리를 내서 쓰는 말들을 ‘자립적’이라고 하고 그렇지 못한 말들은 ‘의존적(비자립적)’이라고 한다. 의존적인 말들은 단독으로는 쓰이지 못하고 언제나 앞이나 뒤에 나타나는 다른 요소에 의존한다는 특징이 있다.

 

 

(2)

ㄱ. 학교

ㄴ. 먹-습니다

ㄷ. 가-겠-

 

 

(2ㄱ)의 ‘학교를’에서 ‘를’은 ‘학교’에 의존하고 있고 (2ㄴ)의 ‘-습니다’는 ‘먹-’에, (2ㄷ)의 ‘-겠-’은 ‘가-’와 ‘-다’에 각각 의존하고 있다.

 

이처럼 단독으로는 쓰일 수 없어서 다른 말에 의존하고 있는 말들을 띄어 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의존적인 요소가 둘 이상 나타날 때도 마찬가지다.

 

 

(3)

ㄱ. 서울에서처럼만

ㄴ. 좋-습니다그려

 

 

(3ㄱ)의 ‘에서’, ‘처럼’, ‘만’과 (3ㄴ)의 ‘-습니다’, ‘그려’는 모두 의존적인 요소이므로 언제나 붙여 쓴다. 그러므로 어떤 말이 자립적인지 의존적인지를 판정하는 일은 띄어쓰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근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의존적이지만 띄어 쓰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 의존 명사가 바로 그것이다. 의존 명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앞말에 의존적이다. 그렇지만 (4)에서 알 수 있듯이 명사와 의미와 기능이 거의 유사하다는 점에서 명사처럼 앞말과 띄어 쓴다.

 

 

(4)먹을 것(밥)이 없다.

 

 

국어에서 의존적인 요소로는 ‘어미, 조사, 접사’ 등을 들 수 있다. 사전에는 의존 요소들을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어서 띄어쓰기를 쉽게 결정할 수 있게 해 준다.

 

 

(5)

ㄱ. 개-

ㄴ. -었-

ㄷ. -는구나

 

 

위의 ‘개-’는 ‘개살구’와 같이 뒤에 오는 말에 의존한다는 뜻이고 ‘-었-’은 ‘먹었다’와 같이, ‘-는구나’는 ‘먹는구나’와 같이 다른 말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므로 띄어쓰기를 쉽게 알 수 있다.

 

자립적인 요소는 단독으로 쓰이기도 하고 다른 말과 결합하여 새로운 말을 만들기도 한다.

 

 

(6)

ㄱ. 어디선가 귀를 찢을 듯한 큰 소리가 들렸다.

ㄴ. 철수는 말로는 언제나 큰소리만 친다.

 

 

 

(6ㄱ)의 ‘큰 소리’와 (6ㄴ)의 ‘큰소리’는 의미가 다르다. ‘큰 소리’는 소리가 큰 것이지만 ‘큰소리’는 소리가 큰 것과는 관계없이 과장하여 말하는 것을 뜻한다.

 

 

(7)

ㄱ. 철수가 시험에 안 됐어.

ㄴ. 그래서 모두 철수가 안돼 보인다고 했구나.

 

 

(7ㄱ)의 ‘안 되다’는 ‘되지 않다’와 관련이 있다. 그렇지만 (7ㄴ)의 ‘안되다’는 ‘안쓰럽다’의 의미다. ‘안’과 ‘되다’의 의미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안 되다’는 띄어 쓰지만 새로운 의미가 생긴 ‘안되다’는 붙여 쓴다. 새로운 단어가 되었다고 말하는 경우가 이런 경우다.

 

새로운 단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은 이처럼 새로운 의미가 생겼는지 따져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루의 신체 기관’을 의미하는 ‘노루 귀’는 띄어 쓰지만 ‘미나리아재빗과의 풀’을 의미하는 ‘노루귀’는 붙여 쓴다. ‘노루귀’에는 ‘노루’나 ‘귀’로는 예측할 수 없는 의미가 생겼다고 할 수 있다.

 

 

(8) ㄱ. 노루∨귀 - 노루의 귀

     ㄴ. 노루귀 - 미나리아재빗과의 풀

 

 

두 번째 기준은 두 말 사이의 관계가 긴밀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따져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단어인 ‘돌아가다’는 ‘돌아’와 ‘가다’의 관계가 긴밀하여 다른 요소가 중간에 끼어들 수 없지만 한 단어가 아닌 ‘받아 가다’는 다른 요소가 끼어들 수 있다.

 

 

(9) ㄱ. 모든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돌아(서)갔다.

     ㄴ. 모두들 선물을 받아 갔다/받아(서) 갔다.

 

 

이러한 사실은 ‘돌아가다’와 ‘받아 가다’의 띄어쓰기를 결정하는 근거가 된다.

“부장이 화가 나서 서류를 찢어 버렸어.”라고 할 때 ‘찢어 버리다’의 띄어쓰기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는 ‘버리다’가 보조 용언으로 쓰인 경우이다. ‘밥을 먹어 버렸다’, ‘국이 식어 버렸다’의 ‘버리다’와 같은 경우인데

이럴 때는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되 붙여 쓰는 것이 허용된다.

 

 

(10) 서류를 찢어∨버렸다/찢어버렸다.

 

 

그런데 겉모습은 같지만 ‘버리다’가 보조 용언이 아니라 본용언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즉 ‘서류를 찢어 버렸다’를 아래와 같이 생각해 볼 수도 있다.

 

 

(11) 서류를 찢어(서) (휴지통에) 버렸다.

 

 

‘버리다’가 본용언으로 쓰인 경우라면 ‘서류를 찢어∨버렸다’와 같이 띄어 쓰는 것만 가능하고 ‘서류를 찢어버렸다’와 같이 붙여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조 용언의 경우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붙이는 것을 허용한 것은 보조 용언 구성이 합성어와 구의 중간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2) ㄱ. 전쟁터에서 병사들이 죽어 간다.

       ㄴ.*전쟁터에서 병사들이 죽어서 간다.

 

 

‘죽어 간다’는 ‘죽다’에는 의미 변화가 없고 ‘간다’에만 의미의 변화가 있다. 이는 구성 요소만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의미가 생기는 합성어와는 다른 점이다. 그렇지만 (12ㄴ)처럼 중간에 ‘서’와 같은 다른 요소가 끼어들지 못하는 점은 합성어와 동일하다. 이처럼 합성어와 구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쓰는 것도 허용한 것이다.

 

 

그런데 아래와 같이 ‘-어 지다’와 ‘-어 하다’가 붙는 경우는 이러한 원칙에서 예외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둘 다 보조 용언으로 다루기는 하지만 ‘-어 지다’는 타동사를 자동사로 바꾸고 ‘-어 하다’는 형용사를 타동사로 바꾼다는 점에서 언제나 붙여 쓰는 것만 가능하다.

 

 

 

(13) ㄱ. 뜻 이룬다. → 뜻이 이루어진다.

       ㄴ. 꽃 예쁘다. → 꽃을 예뻐한다.

 

 

‘뜻이 이루어∨진다’나 ‘꽃을 예뻐∨한다’와 같이 띄어 쓰는 일이 있지만 이는 잘못이므로 ‘뜻이 이루어진다’와 ‘꽃을 예뻐한다’로 붙여 써야 한다.

 

 

3. 조사의 띄어쓰기

 

 

조사는 학교 문법에서 단어로 다룬다. 그렇지만 조사는 자립성이 없어서 다른 말에 의존해서만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자립적인 명사와 달리 조사는 구체적인 의미를 나타내기보다는 그것이 결합하는 체언의 문법적 기능을 표시한다. 이러한 점에서 띄어 쓰지 않는다.

 

조사의 띄어쓰기에서 흔히 나타나는 잘못은 여러 개의 조사가 겹칠 경우 띄어 쓰려고 하는 것이다. 조사는 둘 이상 겹치거나 어미 뒤에 붙는 경우에도 붙여 쓴다.

 

 

(14) 겹침 : 집에서처럼 / 학교에서만이라도  / 여기서부터입니다  / 마저도

       어미: 나가면서까지도  /들어가기는커녕  / 갈게 / “알았다.”라고

 

 

아래의 밑줄 친 말들은 조사라는 사실을 잘 모르고 앞말과 띄어 쓰는 일이 많다.

 

 

(15) ㄱ. 너같이 바보 같은 놈은 처음 봤다.

       ㄴ. 역시 친구밖에 없어.

       ㄷ. 사과는커녕 오히려 화를 내던데?

       ㄹ. “알았구나.”라고 말씀을 하셨어.

       ㅁ. 너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그래.

 

 

‘너같이’의 ‘같이’는 조사이므로 앞말에 붙여 쓴다. 단 ‘너와 같이’처럼 조사가 앞에 오는 경우는 조사가 아니므로 띄어 쓴다. ‘너 같은’의 ‘같은’ 또한 조사가 아니다. ‘밖에’는 그 자체로 조사인 경우와 명사 '밖'에 조사 '에'가 붙은 경우로 나누어진다. 조사로 쓰일 때는 서술어로 부정을 나타내는 말이 온다는 특징이 있다.

 

 

(16) ㄱ. 가진 것이 천 원밖에 없어.

       ㄴ. 이런 일은 철수밖에 못할걸.

       ㄷ. 아직은 “맘마”라는 말밖에 몰라.

 

 

이러한 기준을 적용하면 “이 밖에도 다른 사례가 많이 있다.”의 ‘밖에’는 조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사과는커녕’은 ‘사과는∨커녕’으로 띄어 쓰는 일이 많지만 ‘는커녕’이 하나의 조사이므로 붙여 쓴다. ‘“알았구나.”라고’의 ‘라고’는 인용을 나타내는 조사이다. 그러므로 앞말과 띄어 쓰지 않는다. ‘라고’와 비슷한 ‘하고’는 조사가 아닌 용언의 활용형이므로 앞말과 띄어 쓴다.

 

 

(17) ㄱ. 할아버지께서는 “알았구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ㄴ. 할아버지께서는 “알았구나.”∨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너뿐만 아니라’는 ‘너뿐만아니라’로 모두 붙여 쓰거나 ‘너∨뿐만∨아니라’로 잘못 띄어 쓰는 일이 많다. ‘뿐’과 ‘만’이 모두 조사이므로 ‘너뿐만∨아니라’가 옳다. ‘뿐’은 명사 뒤에서는 조사이고 관형형 어미 뒤에서는 의존 명사로 쓰인다.

 

 

 

(18) ㄱ. 온 사람은 철수이다. (조사)

        ㄴ. 때렸을 만 아니라 (의존 명사)

 

 

 

4. 어미와 의존 명사의 띄어쓰기

 

 

어미와 의존 명사는 겉으로 볼 때 형태가 같아서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문법적인 설명을 하는 일이 있는데 이러한 설명은 문법에 대한 지식을 특별히 갖추지 않은 보통 사람에게는 대단히 어렵고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19) ㄱ. 학교에 가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다.

       ㄴ. 이 일을 하는 데 며칠이 걸렸다.

 

 

 

(19ㄱ)의 ‘-ㄴ데’는 하나의 어미이고 (19ㄴ)의 ‘데’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쓰기가 다르다는 설명은 웬만한 문법 지식을 갖추지 않고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ㄴ데’의 띄어쓰기를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뒤에 ‘에’를 비롯한 조사가 결합할 수 있는지 따져 보는 것이다. ‘에’가 결합할 수 있으면 띄어 쓰고 결합할 수 없으면 띄어 쓰지 않는다.

 

(20)

ㄱ. 학교에 가는데에……(결합 불가능)

ㄴ. 이 일을 하는 데에……(결합 가능)

 

 

‘학교를 가는데에’는 ‘에’가 결합할 수 없으므로 붙여 쓰고 ‘이 일은 하는 데에’는 ‘에’가 결합할 수 있으므로 띄어 쓴다고 할 수 있다. 다음도 ‘에’를 상정할 수 있어서 ‘데’를 띄어 쓰는 경우다.

 

(21) 얼굴이 예쁜 데(에)다가 마음씨도 곱다.

 

‘ㄴ바’도 두 가지 경우를 혼동하는 일이 많다. 그렇지만 뒤에 조사가 결합할 수 있으면 띄어 쓰고 결합할 수 없으면 붙여 쓴다는 기준을 적용하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22)

ㄱ. 금강산에 가 본바 과연 절경이더군.

ㄴ. 그 일은 고려해 본 바 없다.

 

(22ㄱ)의 ‘본바’는 뒤에 조사가 결합할 수 없지만 (22ㄴ)은 ‘그 일은 고려해 본 바가 없다’와 같이 조사가 결합할 수 있다. 그러므로 (22ㄴ)의 ‘본 바’는 띄어 쓴다고 할 수 있다.

 

(23) 제시간에 도착했는지 모르겠다.

 

(23)을 ‘도착했는∨지’로 띄어 쓰는 것은 잘못이고 ‘도착했는지’로 붙여 써야 옳다. 이러한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ㄴ지’가 하나의 어미라는 문법적 사실을 외우기보다는 (23)과 (24)가 의미가 같고 띄어쓰기 또한 같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24) 제시간에 도착했는가 모르겠다.

 

국어의 화자 중에 ‘도착했는가’를 ‘도착했는 가’로 띄어 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도착했는가’와 ‘도착했는지’가 서로 같으므로 ‘도착했는지’로 붙인다고 이해하는 것이 ‘-ㄴ지’가 어미이므로 앞말과 붙인다는 문법적인 사실을 기억하는 것보다 이해하기가 쉽다.

다음의 ‘도착할지 모르겠다’의 띄어쓰기 또한 ‘도착할까 모르겠다’와의 비교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5)

ㄱ. 제시간에 도착할지 모르겠다.

ㄴ. 제시간에 도착할까 모르겠다.

 

 

또한 이렇게 이해하면 아래와 같이 ‘ㄴ’과 ‘지’를 띄어 쓰는 경우도 비교적 쉽게 구분할 수 있다.

 

 

(26) 벌써 집 떠난 지 삼 년이 지났다.

 

 

(26)의 ‘떠난 지’는 문법적으로 관형형 어미 ‘ㄴ’과 의존 명사 ‘지’로 이루어진 말이다. 이러한 구성은 주로 ‘시간의 경과’를 뜻하며 띄어 쓴다는 점에서 (23)의 ‘-ㄴ지’ 구성과는 다르다.

이 둘의 띄어쓰기는 틀리는 일이 많다. 그렇지만 (23)의 ‘도착했는지’는 ‘도착했는가’로 바꿀 수 있는 반면 (26)의 ‘떠난 지’는 ‘*떠난가’로 바꿀 수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둘을 혼동하지 않고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이 밖에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는 말로는 ‘간’과 ‘만’이 있다. ‘간’은 접미사와 의존 명사로 쓰이고 ‘만’은 조사와 의존 명사로 쓰인다.

 

‘간’은 ‘시간의 경과’를 나타낼 때 접미사이므로 앞말에 붙여 쓴다. 그렇지만 ‘거리’를 뜻할 때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지’나 ‘만’이 시간의 경과를 나타낼 때 의존 명사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27)

ㄱ. 한 달, 십 년 (시간)

ㄴ. 서울 부산 , 부모 자식 (거리)

 

‘만’이 조사로 쓰일 경우에는 주로 ‘한정’이나 ‘비교’의 뜻을 나타낸다.

 

 

(28)

ㄱ. 철수 오너라. (한정)

ㄴ. 키가 형 하다. (비교)

 

 

‘만’이 ‘시간의 경과’를 나타낼 때는 의존 명사이다. 이때는 주로 ‘만에’, ‘만이다’, ‘만이야’의 꼴로 쓰이는 특징이 있다.

 

 

(29)

ㄱ. 십 년 만에 만난 친구

ㄴ. 이게 얼마 만이야.

 

 

다만 “정말 오랜만이군.”이라고 할 때는 ‘오랜∨만’으로 띄어 쓰지 않는다. ‘오래간만’의 준말이기 때문이다.

한편 ‘만’과 ‘하다’가 연결된 구성은 두 가지로 쓰인다.

 

 

(30)

ㄱ. 강아지가 송아지만∨하다.

ㄴ. 음악이 들을∨만하다/들을만하다.

 

 

‘송아지만∨하다’의 ‘만’과 ‘하다’를 접미사 ‘만하다’로 다루는 일도 있었지만 이때는 조사 ‘만’과 ‘하다’가 연결된 구성이다. ‘들을∨만하다/들을만하다’와 같이 용언의 관형형 다음에 오는 ‘만하다’는 보조 용언이다. 그러므로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되 붙일 수도 있다.

 

의존 명사가 들어 있는 경우 띄어 쓴다는 점도 기억해 두어야 한다. ‘ㄹ걸’의 띄어쓰기는 ‘ㄹ 것을’로 풀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31)

ㄱ. 나중에 후회할걸.

ㄴ. 후회할 걸 왜 그랬니?

 

 

(31ㄱ)의 ‘후회할걸’은 ‘-ㄹ걸’이 어미로 쓰이는 경우로 ‘할 것을’로 풀 수가 없다. 그렇지만 (31ㄴ)은 의존 명사 ‘것’이 들어 있는 ‘할 것을’로 풀 수 있으므로 ‘할 걸’로 띄어 쓴다.

 

 

(32)

ㄱ. 사랑을 할 거야(←할 것이야)

ㄴ. 내일 뭐 할 거니(←할 것이니)

 

 

이러한 점은 ‘터’가 들어 있는 구성에서도 마찬가지다. ‘할 터인데’, ‘갈 터이야’로 풀 수 있으므로 ‘할 텐데’와 ‘갈 테야’로 띄어 쓴다.

 

(33)

ㄱ. 비가 와야 할 텐데(←할 터인데)

ㄴ. 나는 집에 갈 테야(←갈 터이야)

 

 

 

5. 관형사의 띄어쓰기

관형사는 뒤에 오는 말과 띄어 써야 한다. 아래의 예는 띄어쓰기를 잘못 하는 일이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34)

ㄱ. 각(各) 가정, 각 개인, 각 학교, 각 부처, 각 지방

ㄴ. 고(故) 홍길동/고인(故人), 귀(貴) 회사/귀사(貴社)

ㄹ. 동(同) 회사에서 3년간 근무했음.

ㅁ. 만(滿) 나이, 만 15세

ㅂ. 매(每) 경기, 매 회계 연도, 별(別) 사이가 아니다.

ㅅ. 연(延) 10만 명, 전(全) 국민

ㅇ. 갖은 양념, 일, 꼭대기, 백성, 신, 식구

ㅈ. 온 사람이 명이냐?

 

 

(34ㄴ)에서 ‘고 홍길동’과 ‘고인’의 띄어쓰기가 다른 것은 ‘고인’의 경우 ‘인(人)’이 비자립적인 일 음절 한자어이므로 띄어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귀 회사/귀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6. 수 표현의 띄어쓰기

 

 

‘스물여섯’의 띄어쓰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미리 말하면 ‘스물여섯’으로 붙여 쓴다. 그런데 국어사전에는 ‘스물여섯’이 올라 있지 않다. 이는 ‘스물여섯’이 합성어가 아니며 ‘스물∨여섯’으로 띄어 쓴다는 말이다. 구성 요소인 ‘스물’과 ‘여섯’에서 ‘스물여섯’의 의미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물여섯’은 분명히 합성어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스물여섯’으로 붙여 쓸까? ‘스물여섯’으로 붙여 쓰는 근거는 《한글 맞춤법》제44 항에서 찾을 수 있다.

 

(35) 수를 적을 때는 ‘만(萬)’ 단위로 띄어 쓴다.

 

이 규정은 ‘십이억∨삼천사백오십육만∨칠천팔백구십팔’과 같은 띄어쓰기에 적용되지만 ‘스물여섯’에도 적용된다. ‘만’ 단위로 띄어 쓴다는 것은 ‘만’보다 작은 수일 경우에는 언제나 붙여 쓴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스물여섯’이 단위를 나타내는 의존 명사 ‘살’과 결합할 때는 ‘스물여섯∨살’로 띄어 쓴다. 그런데 아라비아 숫자를 쓰는 경우에는 띄어쓰기가 조금 다르다.

 

(36) ㄱ. 스물여섯∨살

       ㄴ. 26∨살(원칙)/26살(허용)

 

즉 한글로 적는 경우에는 ‘스물여섯∨살’만 가능하지만 아라비아 숫자로 적는 경우에는 ‘26살’로 붙여 쓰는 것도 허용된다. 아라비아 숫자와 다음의 단위 명사를 붙여 쓰는 현실의 직관을 수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26∨살’보다는 ‘26살’로 쓰는 일이 많다.

 

아래와 같이 ‘제-’가 붙어 차례를 나타내는 경우의 띄어쓰기 또한 혼동하는 일이 많다.

 

(37) ㄱ. 제2∨차 회의(원칙)

       ㄴ. 제2차 회의 (허용)

       ㄷ. 제∨2차 회의(잘못)

 

‘제-’는 접두사이므로 뒤에 오는 말에 붙여 써야 하고 ‘차’는 단위를 나타내는 의존 명사이므로 앞말과 띄어 써야 한다. 따라서 (37ㄱ)이 원칙이고 (37ㄴ)은 허용된다. (37ㄷ)처럼 쓰는 일이 많지만 이는 잘못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아라비아 숫자가 올 경우 다음의 단위 명사는 무조건 붙여 쓰는 것으로 단일하게 기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넌 도루왕이야! 뛰어? 띄어? - LG 이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