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국어어휘력

명사형과 파생명사의 구별 문제

국어의 시작과 끝 2011. 3. 23. 21:13

 

먼저 다음 중 옳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시다.

 

 

앎/알음, 욺/울음, 얾/얼음

 

 

모두 맞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먼저 생각해 볼 문제는 파생명사와 명사형의 구별 문제입니다.

 

“하늘을 날다/ 하늘을 날며”의 경우에서 ‘날다’에 명사형 어미가 결합하면, ‘낢’과 같이 써야 합니다. 당연히 국어사전에는 ‘낢’이라는 단어가 등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날다’를 등재하는 것으로 족하기 때문입니다. 즉, 동사의 명사형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낢’을 등재하려면, ‘얾’(얼다), ‘욺’(울다), ‘밝음’(밝다) 등도 등재해야 합니다.

 

그러면 ‘녹지 않고 쌓인 눈이 얼음으로 바뀌다.’의 경우는 어떨까요? ‘얼음’은 사전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얼음’이 ‘얼다’라는 동사에서 온 것이 분명하지만, ‘얼음’은 ‘얼다’의 명사형이 아니고, 명사이기 때문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파생 명사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얾’은 ‘얼다’라는 동사의 어간에 명사형 어미(語尾)[명사형 전성어미]가 붙은 것이고, ‘얼음’은 ‘얼다’라는 동사의 어간에 접사(接辭)[명사형 접미사]가 붙은 것입니다.

 

 

그러면 남는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① 용언의 명사형을 만들 때, 언제 ‘음’이고, 언제 ‘ㅁ’인가의 문제입니다. ② 파생명사인지 명사형인지를 구별하는 문제입니다.

 

 

① ‘음’과 ‘ㅁ’의 선택 문제.

일단 용언의 어간이 자음으로 끝나면 ‘-으-’가 선행하고, 그렇지 않으면 ‘-으-’가 오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먹다’나 ‘솟다’의 명사형은 ‘먹음’, ‘솟음’입니다. 이와 달리 ‘가다’나 ‘오다’의 명사형은 ‘감’, ‘옴’입니다. 그런데 ‘살다’나 ‘갈다’와 같이 받침이 'ㄹ'로 끝날 경우는 ‘삼’, ‘감’이 아니고 ‘삶’, ‘갊’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남’은 ‘나다’의 명사형이고, ‘낢’은 ‘날다’의 명사형인 것입니다. 즉, ‘날다’의 명사형을 ‘날음’으로 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② 명사형과 파생명사의 구별 문제

두 가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용언으로서의 서술성 상실 여부가 그 하나입니다. 다른 하나는 의미의 변화 여부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예)

㉠ 그가 큰 웃음을 유발했다. - 파생명사

㉡ 그가 크게 웃음으로써 분위기를 바꿨다 - 명사형

 

 

㉠의 경우 그가 웃음을 유발했지만, 그가 웃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가 슬픈 표정으로 웃음을 유발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울음(웃다)’의 '그'에 대한 서술성 여부는 부정적입니다. ㉡의 경우는 다릅니다. 그가 웃은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전자는 파생명사라고 하고, 후자는 명사형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명사형의 경우는 동사가 명사형으로 바뀌는 것에 그치지만, 파생명사가 되면 의미가 살짝 변합니다.

 

 

“나는 발에 얼음이 박혀 놔서 젖은 발을 이렇게 더운 데다 대면 발에 불이 나서 못 견디오.”

 

 

위에서 ‘얼음’은 물론 ‘얼다’에서 파생된 명사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얼다’라는 의미만을 갖는 것이 아닙니다. ‘몸의 한 부분이 얼어서 신경이 마비된 것.’을 가리킵니다. ‘얾’이라는 명사형으로는 이런 뜻을 드러내기가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