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학독해

관점과 입장

국어의 시작과 끝 2014. 10. 19. 22:41

‘관점’에 빠지는 걸 경계하라. 철학자 위르겐 아우구스트 알트의 주문이다. 그는 “상대주의, 여성주의, 경험주의 등 수많은 이즘(ism)은 하나의 특정한 관점을 정하라고 우리에게 권고한다”며 “이런 이즘이 갖는 가장 큰 위험성은 편파적으로 세상을 보게 만드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학파, 하나의 정치노선, 하나의 인식이론적 관점에 동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들이 있다. 세상에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관점들도 있으며, 그것을 거부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이따금 하나의 이즘이 특정 학습과정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시험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동조하지 않은 의견들을 담고 있는 텍스트, 우리가 좋게 생각하지 않는 이즘의 영향권 아래 있는 텍스트를 읽어보는 것도 좋은 훈련이다. 일부 철학자들은 사고방향이 다른 학파의 대표적 학자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당신에게 이런 나쁜 습관을 가지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생각의 자유를 가로막고 자기 외의 다른 사상을 금지하는 이즘은 받아들이지 말라!”

‘관점’과 자주 혼동되는 게 ‘입장’이다. 하희정·이재성은 ‘관점(觀點)’이란 ‘진보적 관점’, ‘보수적 관점’ 등의 용법처럼 사물이나 현상을 보는 각도를 의미하며, 거기에 보는 주체의 처지가 개입되면 ‘입장(立場)’이 된다고 정의했다. “그러므로 흔히 ‘입장’이 다르면, ‘관점’이 바뀐다. ‘가진 자는 보수적 관점’을, ‘못 가진 자는 진보적 관점’을 이런 식이다. 그렇지만 관점이 달라진다고 입장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관점을 논술할 때는 각 관점을 객관화시켜서 논의하는 것이 옳고, 입장을 설명할 때는 자신이 서있는 위치를 염두에 두고 주장을 내세우는 것이 옳다.”

‘입장’에 대해 미국 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은 이렇게 말했다. “도교의 영향을 받은 도자기나 그림에는 어부나 목수 혹은 나무 아래 혼자 앉아있는 사람이 자주 등장하는 반면, 유교의 영향을 받은 그림에는 가족이나 여러 세대의 많은 사람들이 어우러져있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어떤 개인에게 도교와 유교의 가르침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는 그가 처한 위치에 의해 결정된다. 한 중국의 격언처럼 ‘모든 중국인은 성공하고 있을 때에는 유교도이고, 실패하면 도교도가 된다’.”

영국 정치가 윈스턴 처칠의 일화다. 어떤 여인이 처칠에게 그가 어떤 이슈에 대해 입장을 바꾼 것을 비판하자 처칠은 “저는 현실이 변하면, 의견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인께서는 그럴 경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대꾸했다. 이 일화를 거론한 미국의 정치 컨설턴트 딕 모리스는 유권자들은 새로운 사실을 접했을 때 선입견을 갖고 억지로 어떤 틀에 끼워맞추려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권자들에게는 구체적인 사실이 어떤 추상적인 이념보다도 더 중요하게 느껴지며, 이념적으로 이렇든 저렇든 실제로 효과가 있는 정책을 제시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입장주의’라는 말을 써도 무리가 아닐 만큼 입장 따라 관점이 달라지는 경향이 비교적 농후한 편이다. 정(情)의 문화와 권력 지상주의 문화 때문일 것이다.

논술 글쓰기에 있어서 입장주의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사회현상에 대해 피상을 넘어선 심층분석을 가능케 해준다. 또한 공인의 입장주의에 대한 수준 높은 질적 평가를 용이하게 해준다. 겉과 속이 다른 이중성은 한국만의 문화도 아니거니와 무조건 나쁜 것만도 아니지만,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논술 글쓰기는 그런 장애를 넘어서야 한다. 개인 또는 집단의 입장을 분석하고 그걸 비판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우선 이해의 수준에서 그런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글을 쓰는 나 자신의 입장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 것도 필요하다. 나의 ‘존재 구속성’에 대한 이해와 그에 따른 성찰을 위해서다.

[네이버 지식백과] 관점·입장 (선샤인 지식노트, 2008.4.25, 인물과사상사)


[아침발걸음] 솔직하라, 입장주의!
2014년 06월 09일 (월)임경진 전라북도 마을만들기협력센터 이사  APSUN@sjbnews.com

강준만 교수의 선샤인 지식노트에 철학자 위르겐 아우구스트 알트의 “상대주의, 여성주의, 경험주의 등 수많은 이즘(ism)은 하나의 특정한 관점을 정하라고 우리에게 권고하며, 이런 이즘이 갖는 가장 큰 위험성은 편파적으로 세상을 보게 만드는 데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하희정·이재성은 ‘관점(觀點)’이란 ‘진보적 관점’, ‘보수적 관점’ 등 사물이나 현상을 보는 각도를 의미하며, 거기에 보는 주체의 처지가 개입되면 ‘입장(立場)’이 된다고 정의했다. 그러므로 흔히 ‘입장’이 다르면, ‘관점’이 바뀐다고 하였다.

인문학적으로 보면 입장이란 자아의 타자에 대한 자세, 태도와 관련된 문제이다. 그래서 어느 하나의 입장이 되면 이런 자세와 태도를 전혀 바꾸지 않겠다는, 한 방향만 바라보겟다는 선언이다.

같은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성을 쌓고 ~주의를 양산한다.

그 성안에서는 사고의 유연성은 부족하고 다름이나 차이는 수용하지 않는다

입장주의란 말을 써도 무방할만큼 각각의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관점, 그리고 그 관점에 따른 온-오프라인상의 설득과 주입, 반목과 맹목적 비판 그리고 그에따른 상처를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목도했다.

이를 강준만 교수는 정(情)의 문화와 권력지상주의 문화때문이라고 얘기했듯이 우리는 같은 입장을 가진 사람들, 특히 맹목적인 입장주의자들 사이에서는 같은 편이라는 처지(혹은 정)와 후에 있을 논공행상 등에 있어 개연성이 있다고 밖에 해석이 안되는 상황을 보고 듣기도 한다.

덧붙여 입장이 달라 관점이 바뀌어진 경우 역시 우린 경험했다. 하루아침에 관점과 입장이 달라진 사람을, 바뀐 입장에 따라 관점 자체를 바꾸는 모습을 보았다. 끝내는 허둥대며 자기 논리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습도 보았다

그러나 어찌보면 입장주의는 꼭 비판받을 것 만은 아니기도 하다.

개인적 이해득실이 아닌 최대한 객관성을 담보하고 타자의 처지와 관점을 곡해없이 받아드릴 자세가 되어 있다면, 해당 개인의 입장을 내보이고 그에 대한 관점, 즉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가치관을 전파하는 모습은 아름답고 건강한 정치적 행위일 것이다.

다만 이 모든 것을 자기진영 논리로만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상대의 입장을 전혀 고려치 않고(혹은 게의치 않고) 교조적 틀을 벗어나지 못한 경우와 또는 입장은 있으되, 중간자적 위치(그냥 이해하기 쉽게 편의상 언론인이라하자)를 이용해 어느 한 입장만을 교묘히 전파하고, 독자들에게 해당 관점을 의도적으로 설득시키려는 경우 등은 분명 비판받아야할 것이다. 

드라마 작가 노희경은 "자신이 어떤 확고한 입장을 취할 때 자신은 늙어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젊다는 것은 입장의 굴레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인정하고 언제든 그들의 편에 서 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갈라진 전주는 시민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간다. 내상이든 외상이든 치유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에 불손한 입장주의는 끼여들 공간이 없다.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도 물론 중요하지만 곳곳의 오해와 불신의 지뢰들을 제거해야한다. 복기할 건 복기하고 묻어둘 건 묻어두며, 지금 우리 지역에 필요한 것이 진정 무엇인지 서로의 관점을 공유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입장의 정리가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전주시장의 ‘젊은 전주’를 향한 첫 조건일 것이다. 

위의 선샤인노트에는 미국 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의 입장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도교의 영향을 받은 도자기나 그림에는 어부나 목수 혹은 나무 아래 혼자 앉아있는 사람이 자주 등장하는 반면, 유교의 영향을 받은 그림에는 가족이나 여러 세대의 많은 사람들이 어우러져있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어떤 개인에게 도교와 유교의 가르침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는 그가 처한 위치에 의해 결정된다. 한 중국의 격언처럼 ‘모든 중국인은 성공하고 있을 때에는 유교도이고, 실패하면 도교도가 된다.”

/전라북도 마을만들기협력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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